일관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온 <길예르모 델 토로>
by 김봉석
2018-06-04 09: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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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길예므로 델 토로

지난 3월,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가 작품과 감독상 그리고 미술상, 음악상을 받았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물에 사는 생명체와 인간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넓게 보면 <미녀와 야수>의 주제와도 비슷하다. 이생물체와 인간의 사랑, 교감을 다룬 주제는 그동안 환상문학과 영화 등에서 종종 다뤄진 소재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타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인간의 이중적 감정을 유려하게 그려낸 영화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판타지인 동시에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았다.


판의 미로, 미믹, 길예므로 델 토로

멕시코 출신인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1992년 <크로노스>로 데뷔한 후 <미믹>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악마의 등뼈> <블레이드2> <헬보이> <헬보이2>, <판의 미로>, <퍼시픽 림> <크림슨 피크> 등을 연출했다. 오로지 호러와 판타지, 액션 등 장르영화만을 고집했고 확실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여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크로노스, 길예므로 델 토로

길예르모 델 토로가 만들었던 영화들은 대중문화 요소가 강하다. 뛰어난 예술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좋아했던 대중문화의 장르와 스타일을 활용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만든다. <크로노스>는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고딕 스타일의 뱀파이어 영화이고, 거대한 바퀴벌레의 습격을 그린 <미믹>과 코믹스 원작의 뱀파이어 액션 영화 <블레이드2>로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거둔 후에는 다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헬보이>에 도전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마블, DC의 슈퍼히어로와는 결이 다른, 반사회적이면서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헬보이의 캐릭터는 길예르모 델 토로 고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판의 미로, 길예므로 델 토로

<판의 미로>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스페인 내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후의 1940년대 스페인. 어머니가 비달 대위와 결혼하면서, 오필리아는 지방의 군대 캠프로 가게 된다. 엄격하고 잔인한 비달에게 두려움을 느끼던 오필리아는 요정을 만나고, 자신이 지하세계 공주의 환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 개의 마법 열쇠를 찾으면 돌아갈 수 있다는 것. <판의 미로>는 정부군과 게릴라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현장에서, 한 소녀의 판타지를 그린다. ‘어른이 되면 이해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은 의미가 없다. 소녀에게 판타지는 곧 현실이다. 어쩌면 이 세계 자체가 거대한 판타지일 지도 모른다.


퍼시픽 림, 길예므로 델 토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고아원에 아이의 귀신이 나타나는 <악마의 등뼈>에서 길예르모 델 토로는,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는 죽은 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자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귀신을 보고, 환상 속에서 모험을 하지만 결국은 현실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진실을 찾아서 용기 있게 나아갈 때 그들은 비로소 구원받을 수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도 이런 주제는 반복된다. 길예르모 델 토로는 일관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왔다. 거대 로봇이 나오는 <퍼시픽 림>도 그렇듯이.


크림슨 피크, 길예므로 델 토로

21세기 대중문화의 경향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보고 싶은 것을 작가가 되어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다. <킬 빌>의 쿠엔틴 타란티노와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자매는 홍콩 무술영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장르 영화들을 좋아했고,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들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과 <어벤져스>의 죠스 웨던도 비슷한 유형이다. 이런 경향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일찍이 개척해왔다.


크림슨 피크, 길예므로 델 토로

길예르모 델 토로의 최고 걸작은 <판의 미로>가 되겠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도 물론 좋다. 그 중에서 개인적 취향으로 권하고 싶은 영화는 <헬보이2>다. <헬보이2>는 팀 버튼의 <배트맨2>와 느김이 흡사하다. 1편을 성공시키고, 2편에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몽땅 때려 부어 만든 영화. 전체적인 짜임새는 뒤죽박죽이지만 현란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 고딕, 컬트, 기계장치와 요정, 반인반수 등 <헬보이2>는 보면 볼수록 모든 요소가 눈에 박히고, 들어온다. 그리고 길예르모의 다른 영화들과 모두 연결된다. <세이프 오브 워터> 역시.

김봉석
Que Sera Sera! 2017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前 편집장, 익스트림무비. 나의 대중문화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전방위 글쓰기, 컬처매거진 브뤼트. 평론가라기보다 애호가. 주로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쓴다.
만화와 영화 양쪽 분야의 전문가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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