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웹툰은 누가, 어떻게 만드나?
by 박인하
2018-03-05 12:08:12
초기화

넓은 만화의 바다로 나가기 위한 웹툰 작가되기 안내서

Atlas Of Everything About Webtoon Career Path 




3. 웹툰은 누가, 어떻게 만드나?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만화의 주류가 웹툰이 되면서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 사람이 만화의 모든 창작과정을 소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맞다. 만화는 작가 한 명이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고, 그 점이 만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막연하게 꿈꾸는 만화가나 웹툰 작가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화가 창작되는가를 알면 훨씬 더 웹툰 작가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정확한 설계도가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니까.  


프리프로덕션 단계와 프로덕션 단계  

만화창작과정은 크게 작품 기획과 시나리오를 만드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시나리오로 만화를 제작하는 프로덕션 단계로 나뉜다. 프리 프로덕션 작업은 협업이나 외부에서 별도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작가 개인이 진행할 경우 기획이 먼저 시작되고, 기획에 맞춰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하고 두 과정을 합쳐 시나리오 작업에 녹여넣기도 한다. 



 프로덕션 과정을 보면 전체 만화를 대강 그려넣는 얼개그림(콘티)을 그린 뒤 얼개그림을 바탕으로 밑그림(스 케치)을 그린다. 얼개그림(콘티)과 밑그림(스케치) 단계에 ‘모델링’ 작업이 있다. 모든 만화에서 시행하는 보편적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분리되어있다. 모델링 작업은 SF나 판타지 만화처럼 메카닉 디자인 (Mechanical design)이나 크리처 디자인(Creature design)이 필요한 경우 추가되고, 작가에 따라 인물도 3D 모델링을 통해 작업하기도 한다. (‘좋아하면 울리는’을 그린 천계영 작가의 경우 전체 작업에 3D를 도입했다.) 아이디어나 밑그림을 구체적인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모델링이라고 하고, 때로는 3D 프로그램으로 메카닉이나 캐릭 터를 제작해 작품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밑그림에 맞춰 선그리기(펜터치)를 하고, 선그리기가 끝나면 채색을 한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종이에 작업할 때 흑백 만화의 경우 스크린톤 작업을 했다. 만화 작업이 디지털화되며 흑백 만화도 일반 그래픽 프로 그램(포토샵 등)이나 만화 전용 프로그램(코믹스튜디오 등)으로 스크린톤 작업을 대체했다. 스크린톤은 흑백원고를 단순히 검정과 흰색이 아닌 여러 단계의 회색톤 효과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채색’ 작 업이다. 웹툰 작업의 경우 채색 단계에서 배경을 별도로 작업하는 경우도 많고, 화려한 효과를 위해 효과를 분리해 작업하기도 한다.  

 채색이 끝난 원고의 마무리가 후반작업이다. 출판만화 시절에는 채색 이후 선을 정리하거나 하는 등 후반작업을 끝나면 원고를 편집부로 넘긴다. 편집 디자인 작업은 편집부의 몫이다. 반면 웹툰은 후반작업 단계 에서 편집작업도 작가가 진행한다.  

 만화 창작 과정을 최대한 세분화해서 분리하면 10개 과정이다. 이 10개 과정은 기획은 기획자, 시나리오는 스토리 작가, 얼개그림은 얼개그림(콘티) 작가, 모델링은 캐릭터 모델러 혹은 캐릭터 디자이너, 밑그림과 선그리기는 작화 작가, 채색은 채색 작가, 배경은 배경 모델러 혹은 배경 제작가, 효과는 디지털 효과 제작가, 후반 작업은 어시스턴트처럼 개별 직무로 대입될 수 있다.  

 1명의 작가가 10개 직무를 통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닥터 프로스트>를 그리는 이종범 작가나 <씬커>를 그리는 권혁주 작가는 기획에서 후반작업까지 전체 과정을 혼자 진행한다. 전체 과정을 혼자 진행해도 부분적으로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흔히 ‘밑색 작업’이라 부르는 도움은 메인 작가가 지정한 색을 기본적으로 넣어주는 작업 단계다. 어려운 배경을 3D로 제작해 주는 외주 제작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화려한 효과가 필요한 경우 웹툰 작가들은 디지털 이펙트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스토리 작가가 참여하는 작업의 경우 기획과 시나리오를 스토리 작가가 담당한다.  

 투믹스에 연재 중인 JQ스튜디오의 웹툰 <이렇게 귀여운 간첩은 어디에 신고하나요?>의 경우 제작 과정 이 세분화되어있는 작품이다. (1)기획은 JQ스튜디오, (2)과 (3)얼개그림은 몰락인생, (4)밑그림과 (5)선그 리기는 여강현, (6)채색은 어시 1, 어시 2가 맡고 있고 (7)배경은 이명구가 맡고 있다. 전체 10개 과정 중에서 5개 과정이 다른 작가들로 분리되어 운된다. 이처럼 개별 작가의 작품은 프리 프로덕션부터 프로덕션 단계의 여러 과정을 한 작가가 종합적으로 진행하며 외부의 도움을 받고 있고,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작품은 개별 과정이 세부적으로 분리되어 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화를 만드는 여러 직종 

웹툰을 중심으로 시장이 점점 확대되면서 만화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창작 단계 에서 발생하는 직종은 스토리 작가, 얼개그림 작가, 작화 작가, 캐릭터 모델러, 배경 모델러, 채색작가, 디지털 효과 제작가, 어시스턴트로 나눌 수 있다.  

 이중 만화에서 가장 오래된 직종이 스토리 작가와 나머지 모든 그림 그리는 과정을 포괄하는 작화 작가 다. 스토리 작가의 경우 근대만화 초창기에도 있던 직종이다. 1924년 10월 13일 ≪조선일보≫에 노수현의 네칸 만화 「멍텅구리 헛물켜기」 연재가 시작되었다. 이 만화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한국근대만화의 틀을 잡은 김동성이 기획하고, <눈물>, <해왕성> 등의 신소설을 쓴 기자 이상협이 이야기를, 화가 노수현이 그림을 맡았다. 한국의 첫 오락만화가 조직적인 분업에 의해 기획, 진행된 것이지만 이후 점차 만화가가 전체 작업을 통합해 진행하게 되었다. 스토리 작가 1세대는 1980년대 만화방 만화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 했다. 무협소설을 쓰던 작가들이 무협만화 등의 스토리를 전담한 경우도 있었고, 전문적인 스토리 작가로 활동한 경우도 있었다. 1990년대 일본식 잡지-단행본 시스템이 도입되며 보다 전문화된 스토리 작가가 등장 했다. <열혈강호>의 스토리를 쓴 전극진, <용비불패>의 스토리를 쓴 류기운, <핑>, <붉은 에레혼> 등의 스토리를 쓴 이종규, <소마신화전기>의 스토리를 쓴 윤인완 등이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토리 작가다.


스토리 작가를 제외한 만화창작의 다른 직종은 최근 급속도로 분화되어가는 추세다. 특히 3D프로그램(스케치업 등)을 이용해 배경과 소품을 만드는 3D 모델러, 채색을 전담하는 채색 작가, 전체적인 작업 과정에 도움을 주는 어시스턴트는 이미 웹툰 작업 과정에서는 분화된 직무의 하나로 운되고 있다.  

아직 활성화되어있지는 않지만 분화되거나 새롭게 등장하는 창작단계의 직무는 얼개그림(콘티) 작가, 캐릭터/메카닉 디자이너, 디지털 효과 제작가가 있다. 얼개그림은 흔히 ‘콘티’라 부르는 단계인데 글로 되어 있는 스토리를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칸을 어떤 크기로 할 것인가, 앵글과 쇼트를 어떻게 운영 할 것인가와 같은 연출이 개입한다. 지금까지는 스토리 작가가 이 과정을 담당하거나, 아니면 작화 작가가 담당했다. 앞으로도 스토리 작가나 작화 작가가 이 과정을 계속 담당하기도 하겠지만, 과정의 중요성 측면에서 보면 얼개그림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얼개그림 작가가 하나의 직무로 독립될 수도 있다.  

 캐릭터, 메카닉 디자이너는 이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분야에 직무로 독립되어있고 세분화되어 인간이 아닌 괴물을 디자인하는 크리쳐 디자인, 게임 내 다양한 환경을 포괄적으로 디자인하는 환경 디자인 (Environment design), 디테일하게 아이템이나 무기류를 디자인하는 아이템/무기 디자인(Item, weapon design)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만화 작업에 투자되는 비용이 늘어나면(블록버스터화되면) 만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캐릭터, 메카닉 디자이너가 작업에 참여하고, 이를 모델러가 모델링해 작업 소스로 제공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주로 작화 작가가 이 과정을 전담한다.  

디지털 효과 제작가는 빠른 시간내에 분화될 가능성이 가장 큰 직무다. 디지털로 만화에 들어가는 다양한 효과를 제작하고 있고 점점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변수가 음향, 움직임과 같은 기술이 개입되기도 한다. 이 과정을 별도로 전담하는 직무가 독립되어 운될 수 있다. 

 

내가 잘 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만화는 전통적으로 한 명의 작가가 전체 창작 과정의 직무를 수행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대중예술들이 여러 사람의 협업에 의해 완성되는 것과 달리 만화는 개인의 작업으로도 완성되는 대중예술이다. 그래서 개인의 창의성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만화에서 그림의 도가 높아지면서(흔히 말하는 그림의 퀄리티가 좋아지면서) 작가 개인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된다는 측면도 있다. 선 중심의 만화와 비교하면, 최근 웹툰은 그림이 정교해지고, 채색까지 되어있기 때문에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작가 개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서부터 빠르게 만화 창작의 직무가 세분화되고, 분야별로 전문가가 등장한다.  

 한국의 웹툰 작가들은 실내 인테리어용 3D 프로그램인 스케치업을 사용해 다양한 소품과 건물 등을 만들어 웹툰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작가 개인적 차원에서 소품과 배경을 만들어 사용하다가 이후 친분이 있는 작가들과 스케치업 파일을 공유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전문적으로 소품과 건물을 제작, 판매하는 개인들이 나오고 있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 출발선이라면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쉽게 질문하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즐 거운가?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거운가? 이야기를 공간에 구현하는 것이 즐거운가?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내가 어떤 유형의 작가가 되고 싶은가이다. 즐거운 작업에 집중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힘들더라도 전체 과정을 통합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2018년 웹툰은 1명의 작가가 만들기도 하고, 몇 명이 협업하여 만들기도 하고, 회사가 만들기도 한다. 웹툰을 만드는 1명의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만화 창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스스로 수행해야 한다. (물론 부족한 부분의 주력을 받을 수는 있다.) 웹툰을 만드는 어느 과정이 즐겁다면, 그 과정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도록 노력하면 된다. 다음 회는 이어서 창작 과정의 직무가 아닌 제작, 유통 그리고 에이전시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가를 살펴보겠다. 

박인하
만화평론가, 기획자, 스토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으로 당선되며 만화평론가로 활동했다.
90년대 sicaf 큐레이터, 기획팀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청강만화역사박물관, bicof, 2003 2013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한국만화특별전 및 광저우만화페스티벌,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등의 행사에도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신문, 잡지, 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 만화평론을 기고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사)한국만화가협회 등과 함께 만화와 관련된 연구를 시행했다. 주요저서로 『만화를 위한 책』,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 『골방에서 만난 천국』, 『펜끝기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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