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웹툰을 말하다 14 - '밤의 베란다' 이제
by 스튜디오농담
2016-09-18 09: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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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14 


[밤의 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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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웹툰을 말하다 14 - '밤의 베란다' 이제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Q. 만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A. 어릴때 낙서하던 버릇이 이어져 온게 이렇게. 피아노 선생님을 하시던 어머니 옆에서 혼자 놀다보니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게 됐던거 같다. 그림만큼 혼자 노는데 좋은 취미가 없다. 영어학습용 디즈니 비디오들도 만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데 한 몫 단단히 했을거라 본다. 대학은 2년제 대학의 애니메이션 학과를 나왔다. 그 뒤 알바를 전전하고 화실에서 문하생도 잠깐 했다.



Q. 데뷔는 언제, 어떻게 했나? 

A. 대학졸업후 공모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해 예전에 적어둔 소재노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소재노트는 고등학교때 공부는 안하고 수업시간에 온통 딴 생각만 하다 좋은게 생각나면 적었던 것으로, 단편적인 아이디어들로 가득하다. 처음엔 간단한 메모였다. 애인지, 증인지 알수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

이 아이디어를 고른것은 사실 순전히 현대물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첫작이니 만큼 내게 제일 익숙한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게 쉬울거라 생각했던 것... 살을 붙이며 초장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 나와 버렸지만..자료조사를 위해 꾸준히 도서관에 다니며 원고를 준비했다.

그 후 2012년 다음 공모전에 입상하며 연재기회를 얻게 되었다.


* '밤의 베란다'의 탄생과정은 1부 후기에 자세히 나와 있다.

(1부 후기 보러가기 :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2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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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A.  아이디어는, 사실 영감을 받는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내 생각엔 24시간동안 그 생각만 하기 때문에, 그 생각을 하는동안 흘러가는 주위의 일들이 함께 머릿속에 흘러들어와 섞이다가 번쩍! 그럴듯한 것이 만들어 지는것이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그냥 되는 것은 없다. 자료조사를 할때 제일 많이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다.

시나리오는 등장인물의 내면묘사에 치중되어 있을때가 많다. 본편에는 안 나오지만 각각 캐릭터별로 독백을 쓰기도 한다. 제일 몰입감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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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베란다의 등장인물들은 자주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거짓말, 본심, 자신도 모르는 실제 진심. 3가지의 감정에 대해 자세히 적어둔다. 마지막 말했던 실제 진심은 등장인물 자신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추리할수 있도록 거짓말과 본심을 묘사할때 이상한 부분을 알아챌수 있도록 장치를 해두는 편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온은 민주에게 고양이를 싫어 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본심은 과거의 사건으로 고양이들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것이라는 미신적 믿음에서 비롯된 두려움. 실제 진심은 자신의 실수로 고양이를 죽이고 말았다는 뿌리깊은 죄책감이다.


그 다음은 글 콘티이다. 그 회차에서 드러나야 할 작은 주제를 잡고 그 주제를 제일 잘 드러나게 해줄 소재를 찾는다. 소재는 장소도 될수 있고 과거회상이 될수도 있고 대사가 될수도 있다. 혹은 감정적단서를 보여주는 주인공의 행동이 되기도 한다.)

소재들의 순서를 바꾸어 보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읽히는지 개연성이 있는지를 확인. 난 이상하게 순서정하기에 늘 골머리를 앓는 편이다.

그래서 조그만 포스트잇에 소재를 하나씩 적은 후 (예를 들어 학교,동물원,집이 나오는 회차라면 포스트잇 3장에 각각 적는다.) 순서를 바꾸어 보며 무엇이 제일 효과적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는지 상상해본다. 이 순서를 바꾸는 과정에서 연결 에피소드들도 생각하다보면 더 좋은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글콘티를 쓸때는 아이패드에 한글자판을 사서 붙여 썼는데, 편리하다.


다음은 그림콘티. 스프링달린 연습장에 짰었는데, 그렇게 하면 스프링때문에 콘티를 깔끔히 스캔하기가 어려워지고 앞장이나 뒷장을 동시에 보기가 힘들어서, a4 이면지 빈쪽에 볼펜으로 콘티를 짠다. 빨간펜과 검은펜 두개를 준비한다. (샤프는 번져서 쓰지 않는다.)

검은펜으로 콘티를 짜고난후 빨간펜으로 컷 순서별로 숫자를 매기거나 지시사항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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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포토샵에서 그림콘티를 스캔하여 컷컷이 캔버스에 나눠 넣어 스케치 파일을 만든다.

그후 이번회차에 나올 배경을 스케치업으로 만들어 배경도 잘라 넣어 둔다. 사이로 스케치 후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는다. (몸터치와 밑색붓기) 밑색처리된 파일을 받아 포토샵에서 최종 편집을 한다. 그림자, 빛, 색보정, 대사치기가 주요 일이다.



Q. 연재하기 전 스토리는 얼마나 짜 놓고 연재 시작했나?

A.  등장인물들의 성장 배경과 꼭 그려야 하는 장면들은 어느 정도 자세히 짜둔후 시작했다. 결말도 정해져 있었다.
등장인물의 감정선에 대한 메모들도 많이 쌓아놓고 시작했다. (주로 나레이션들이 많다)
그 외 세세한 것들은 중간 중간 시즌 휴재가 들어갈때 덩어리 수준이던 것들을 자세히 다듬는 편이다.



Q. 작업 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은?

A.  포토샵에서 콘티를 스캔후 컷별로 따로 작업캔버스에 따다 넣은 후 사이에서 스케치, 펜터치후 포토샵에서 색칠과 보정,식자,편집을 한다.



Q. 작품하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 어떻게 하나? 

A.  방법적으로는 딴짓과 산책, 잠자기 등이 있겠고
심적인 위로로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대장금의 명대사를 떠올린다.

장금이 요리재료가 없어진채 요리대회에 나가게 되었을때 친구 연생이에게 했던 말로, "때가 좋지 않아도 아무것도 없이도 그냥 가야 할때가 있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냥 나아가야 할때가 있는거야."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의 대사. 아이디어가 막혀 원고가 형편없어질거란 미래가 그려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감을 해야하므로. 앞으로도 만화를 계속 그린다면 늘 나의 이런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 원고가 맘에 들지 않아도 내팽개치지 않고 꾸역꾸역 완성하자고 생각한다. 그러면 다음엔 훨씬 늘어있겠지. 자기암시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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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관하여



Q. 캐릭터 설정은 얼마나 자세히 짜고 작품에 들어갔나?

A.  캐릭터 설정은 성장 배경과 성격 정도를 정해두고 시작했다. 성격을 정할 때는 성격장애 이론 책의 도움을 받았는데, 초기 밤의 베란다에 나오는 등장인물 모두가 하나씩 성격장애를 지니게 설정했었다. 하지만 설정때문에 이야기가 오히려 자유롭지 못할 수 있어 너무 깊이 참고하진 않았고 여러 변주가 있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때의 회피 방식, 기본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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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린 아이의 당뇨 설정. 특이하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나? 자료 조사는 어떤 식으로 했나? 

A. 자료조사는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읽었다. 유온을 설명하는데 꼭 필요한 특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했다.



Q. 제목은 어떻게 떠올랐나? (이 단어는 무려 2부 11화에서야 처음 나온다)

A. 제목은 꽤 나중에 지어졌는데 이 장면을 떠올리고 나서였다. 말 그대로 밤의 베란다에서 모든게 밝혀지는 장면. 어둠이 내려 끔찍한 진실을 덮어주는, 어둠이란 것은 원래 빛과 대비되면서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데 역설적으로 작중에서는 어둠이 상냥하게 많은 것을 숨겨주고 감싸안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아 밤의 베란다로 정했다. 작품과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든다.



Q. 지독하게 캐릭터를 파고든다. 작가로서 에너지 소비가 엄청날 것 같다.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가? 

A. 어쩔 수 없었다고 해야 할까? 정말로 감정소모가 크다. 하지만 캐릭터를 다루려면 캐릭터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럼 어떤생각으로 어떤 성장배경에서 자라 어떤 경험을 겪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낱낱이 알아야만 한다.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서 하나하나 짚어본다. 그러면 이런 상황엔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알수 있게 된다.



Q. 초반 주인공 소개가 인상적이다.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애정을 주게끔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 밤의 베란다는 딱히 그렇지 않다. 왜 이런 관점인가?

A. 처음 보는 사람. 주인공 유온과 독자는 서로 처음보는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필연적으로 오해를 산다. 첫인상이건 옷차림이건 행동이건 무슨 이유로든. 처음보는 사람은 특히 그렇다.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내에서 먼저 판단을 내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워지기 전에는, 사정을 알기전에는 미워하는것도 사랑하는것도 쉽다. 그 오해는 전자에도 후자에도 달갑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계단을 밟으며 친해지는 과정을 시작하고, 그래서 이 방법으로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러우리라 여겼다. 

그리고 유온은 애초 사랑받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만화를 보는 사람들의 내면속에도 조금씩 존재할 유온의 비틀어진 마음과 공감했으면 했다. 싫은 점이 존재하지만 미워할수는 없는 우리 주변사람들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Q. 분량이 일정하지 않다. 회차는 어떤 식으로 끊어서 가는가? (분량 작으면 댓글에 미안하다고 하는게 재미있었다.)

A.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짜는편인데 한 에피소드가 길어지면 일주일 안에는 분량을 소화하지 못할때가 많다. 특히 콘티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라서 스케치할 시간이 부족한 것. 그래서 다 그렸더라도 편집을 못할때가 많아 부득이하게 잘라 올릴때가 다수 있다. 타협이 안되다가도 마감 3시간 전에는 타협이 되더라.

그래도 거의 평균 60컷은 맞추는 편이다.



Q. 나레이션들이 울림이 깊다.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대사와 나레이션은 어떻게 쓰나?

A. 등장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떤 마음으로 무슨 대사를 해야 할지 알수 있다.

특별히 주의하는 점이라면,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직접적이거나 노골적인 표현은 피하는 편이다. 마음은 미묘한 구석이 많아 그 편이 더 잘 어울릴거라 여겼다.



Q. 나레이션이 스토리에 깊이 개입하는 타입이다. 현재 흘러가는 진행과 다르게 가는 주인공의 대사 같은 나레이션이 좋다. 이 작품은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나? 혹시 참고한 작품이 있는가?

A. 나레이션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레이션은 만화를 쉽게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치트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능력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적절히 쓰이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구구절절 설명하는것이 너무 사기같아서 (독자들이 그저 입을 벌리면 쉽게 떠먹여 주는), 나레이션이 아닌 비언어적인 것들로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보고싶다. 그것이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4부 20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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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토리와 작화가 너무 잘 맞다고 생각한다. 작화 스타일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A. 극화체가 내용에 맞다고 생각했고 손에 익은 그림도 극화체라 그대로 가게 됐다.



Q. 배경은 다 손으로 그리나? 아니면 스케치업 같은 걸 쓰는가?

A. 초반엔 배경을 손으로 일일이 그렸으나 일주일에 한회를 만드는 일정엔 무리라 판단하여 스케치업을 급히 야매로 배웠다.



Q. 순정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순간 캐치를 참 잘한다. 컷 연출은 어떻게 하는가? 좀 더 신경 쓰는 부분이 따로 있나?

A. 컷연출에 신경을 많이 쓴다. 감정에 맞는 구도도 여러 개 그려놓고 고르는 편이다. 중요한 장면은 컷을 많이 나누어 쪼갠다. 자신처럼 몰입할수 있도록 감정 묘사에 힘을 쏟는편이다.



Q. 스토리 진행 방식이 과거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방식에다 과거 내에서도 시간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는 스토리텔링이다. 후반에 폭발력은 있지만 사실 독자가 따라가기 쉬운 방식은 아니다.

A. 만화를 제대로 그려보는게 처음이라 초반에(지금도) 많이 헤맸다. 오해를 사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그린 부분들도 있지만 (마치 추리만화에서 맨 나중에 범인이 밝혀지듯이), 독자들이 정보가 너무 없어 이야기를 종잡지 못하고 헤맬때는 과거를 계획보다 앞당겨 일찍 그릴때도 있었다.



Q. 캐릭터를 쌓아가는 호흡이 정말 좋다. 회차를 진행할수록 독자들이 캐릭터에게 공감하게 되고 응원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독자들이 결국 캐릭터를 사랑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나?

A. 밤의 베란다가 정신병자들로 가득한 만화라고 소개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공감한다. 인간이라면 모두 정신병리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 마음과 공감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공감받지 못하지만 쉽게 지탄받을 수 없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 분명 은밀히 위로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Q. 정상적이지 않는 캐릭터들의 삶을 그토록 어둡지만 또 공감이 가게 그릴 수 있는 작가의 힘은 뭘까?

A. 정상적이지도 않고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어디선가는 일어나고 있는 일,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려면 작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에겐 실제이고 현실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책임감들이 만화를 더 어둡게 만든것 같다. 콘티를 짤때마다 등장인물들이 내 불행이 우습냐고 말을 걸어오면 나는 고칠수 밖에.ㅠ.ㅠ

그리고 일의 경중만 있을뿐 모두에게 그런 상처가 있다. 어떤 소재이건 중요치 않다고 본다. 근본은 비슷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을거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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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처를 주는 캐릭터,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 이 모든 게 창작자로서 견디시 쉽지 않을 것 같다. 같이 아파하며 작업하는 편인가 아니면 창작과 일상을 별개로 두고 관조하는 느낌으로 작업하는가? 

A. 관조하고 싶지만 하나하나 이입하지 않으면 그릴 수 없었다. 그러나 혼자서만 지나치게 몰입하다보면 설득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객관을 유지해야 하는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캐릭터의 감정에 너무 깊이 빠져들면 그 감정이 너무 소중해 타인의 이해가 필요없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앞뒤 원인설명 없이 감정만 해소하는 일기장처럼 되지 않도록 제3자 보듯 떨어져 관조하는 마음도 필요했다. 가수들이 노래부를때 이입이 되어 울면 목소리가 떨려 노래를 망치듯이. 보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결론은 둘다.



Q. 뭔가 숨겨두고 천천히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타입이다. 장기적으로 포석을 잘 깔아야 가능한 구조인데 연재 중에도 계속 새로운 설정을 만들어내며 작업하는 타입인가? 

A. 원래 설정만으로 포석을 까는것도 너무나 벅찼다. 가끔 논설문을 쓰는건지 추리만화를 하는건지 헷갈렸다. 난 머리가 나빠서 너무 힘들었다.



Q. 독자들 들었다 놨다 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어느 정도 독자들의 반응이나 호흡을 예상하고 작업하는지? 

A. 거의 빗나간다. 예상못한다. 내가 맘에 들어하는 회차는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 그런 경우는 혼자만의 과몰입이 낳은 괴물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또 숨기려고 했던 장치들을 금방 알아채시는 분들도 있다. 복선이라고 깔아 뒀는데 깔기전부터 아시는 분들도 있다.똑똑한 독자분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 시즌 4까지 하니까 약간 알 것 같아 지는 중이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주연들의 행복한씬은 늘 좋은 반응이어서 예상할 수 있었다. 본편에 그런 부분이 가뭄에 콩나듯 적어서 였던것 같다.



Q. 1부에서 2부로 또 3부, 4부로 가면서 연출이나 스토리텔링 기법이 다양해지고 발전해진다. 스스로 발전한다고 느끼나?  

A. 연재 중엔 몰랐는데 가끔 스토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주행할때 느낀다. 지인들도 그렇게 말해준다. 밤의 베란다를 한 주도 쉽게 연재한 적이 없지만 요즘은 정말 초반보단 덜 힘든것 같다. 그냥 곧 완결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Q. 대사 하나 없이 진행되는 4부 20화는 큰 울림이 있다. 음악도 넣는 등 연출적으로도 고심한 흔적이 있다. 

A. 중요한 화였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 말하면 오히려 듣기위해 더 집중하는 것처럼 아예 대사를 없애 좀 더 자세히 봐주길 바랐다.

대사나 나레이션 같이 직접적인 설명이 아닌 비언어적 표현들로 캐릭터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감정은 복잡하고 미묘한 구석이 있다. 나레이션으로도 대사로도 완벽히 설명할수 없는 그 무엇을 느꼈으면 했다. 그들의 과거를 계속 지켜봐온 독자들이므로 충분히 이해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 둘의 감정과 제일 들어 맞는 클래식이 있기에 (노동요였다.) 원고에 함께 삽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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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댓글들이 상당히 우호적이고 캐릭터에 공감하는 글들이 많다. 댓글들 챙겨 보나?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나?

A. 밤의 베란다에는 오해 구간과 이해 구간이 따로 있는데 오해 구간때는 욕을 먹고 이해 구간때는 우호적인 댓글이 달리는 편이다. 

오해구간엔 베댓 정도만 읽어 이야기 설명이 잘되고 있는지 판단하고 전체적으론 읽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할 뒷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편이다. 물론 왜 이해가 안된다고 하는지 모르겠을땐 전체 다 읽을때도 있다. 내 의도대로 전해지지 않았다고 느껴진다면 다음화에 a/s를 추가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가졌기에 이런 행동을 했던 것,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기에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 등에 대한 설명이 많은 편이다.

이해구간엔 거의 읽는 편이다.



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의도대로 잘 흘러갔는가? 

A. 어느 정도는 잘 흘러온것 같다. 밤베 전체에서 말하던 이해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는 이야기는 충분히 잘 전해진 것 같다. 그리고 운명을 넘어 가는 것 등.

아쉬운 점들이라면 독자들의 반발을 걱정해 아현이를 너무 착하게 만든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미움 받기 쉬운 포지션에 들어갈 캐릭터라 신경 썼는데 오히려 그게 더 역효과를 낸 것 같다. 

그밖에도 설명이 더 필요한 캐릭터들이 있었다. 윤지 이야기도 더 다루고 싶었고.. 왕따는 왕따다운 짓을 해서 왕따다라는 댓글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 걸 의도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리고 후반엔 안규호 이야기가 나오면서 양육과 본성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 적이 있는데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를 다루고 싶었다기 보다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반반이라고 합니다.) 왜 안규호가, 강서희가 친딸을 그리도 못살게 군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되길 바랐으며, 가해자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피해자였다고 해서 면죄부를 얻는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현실은 가해자와 피해자는 완전히 나뉘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해=용서가 되는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알게 되는 것이다. 용서는 온이 하는 것이다.  훗날 유온이 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온과 민주의 단단한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A.  맘에 안드는 원고를 업로드 해야 할때. 능력의 한계를 느낄때.

일주일이 넘는 지독한 작업시간!



Q. 혹시 질문하지 않은 작품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기승전 민주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 민주같은 사람을 찾기는 분명 어렵다. 하지만 그게 책이 될수도, 멘토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마음속을 밝게 빛나게 해줄 것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빛을 잡을지 아닐지조차도 본인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엄청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메일에 무편집 감독판 엔딩을 달라고 보내주신 독자분들도 계셨다.

밤의 베란다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을 생각했다. 그저 아무도 믿지 않았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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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이 꼽는 베스트 회차는? 

A.  1부 33화. 

베스트라고 말하기엔 지금 볼 때  아쉬운 부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지만 처음으로 콘티를 한번도 수정하지 않았던 회차라 계속해 기억이 남는다. (평소엔 콘티가 누더기가 될때까지 수정하는 편.)

머릿속에 계속 그려왔던 장면들이라서였는지 한번도 막히지 않았다. 마법같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었다. 슬펐다. (아 4부 20화도 살짝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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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작가의 추천 웹툰 3편

1. 지늉, 멀리서보면 푸른 봄- 대사와 문장이 마음을 울리는 작품. 지독한 현실감에 감탄하게 된다. 긍정과 희망을 허투루 말하지 않아 좋다.

2. Song, 미쳐날뛰는 생활툰- 감정묘사가 소름돋았던 작품. 주인공이 파멸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리얼했다. 차기작을 기다린다.

3. 김달, 메신저 - 몰입감이 뛰어나다. 누가봐도 이상한 캐릭터를 결국엔 사랑받게 만드는 힘. 주제도 확실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



인생 작품 혹은 정말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 읽고나서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웹툰가이드 화이팅~~^^ (사랑해요 연예가 중계 톤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연재동안의 일을 돌아볼수 있게 되서 좋았던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일들에 여러 이유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좋은 질문들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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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농담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 웹툰 스토리 작가 / 콘텐츠 제작그룹 스튜디오 농담 대표.
'아내를 죽였다', '잔인한 축제', '곡두' 등의 작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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