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웹툰을 말하다 8 - '이게뭐야' 지지
by 스튜디오농담   ( 2016-02-01 08:30:00 )
2016-02-01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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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8

 

[ 이게 뭐야 ] 

지지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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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Q. 웹툰을 결심하기까지

A. 만화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렸다. 반에 꼭 한 명씩 있는 전형적인 만화 그리는 아이였는데 아직도 집에 예전에 만화를 그렸던 연습장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 만화 동아리를 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만화가가 되려는 꿈을 꾼 적은 없었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으로 되었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싫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하던 친구들이 미대 준비하라고 권유를 했었는데 (미대 아닌 일반 대학을 가려고) 버티다가 고3 때 내 성적으로 제대로 대학을 가려면 미술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입시 미술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더 잘하는 것은 조형이었다. 뭔가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꽤 잘하는 타입이어서 대학도 공예 디자인 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에 가고 보니 내가 다녔던 학교는 공예 중에서도 보석 공예를 중심으로 하는 학교였다. 하지만 나는 보석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1학년 때 바로 자퇴하고 군대를 가버렸다. 전역 후 일반 회사에 취직이 되어 (29살까지 회사를 다니다가 나이 앞자리가 3이 되면 더 이상 하고 싶은걸 시도조차 할 수 없을까봐) 29살 때 회사를 나왔다. 당시 계획은 나 혼자 독립해서 모형 (피규어) 일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그 때 막 3D 프린터가 나왔다. 이걸 보니까 모형 분야의 향후 비전이 별로 없어 보였다.

 

Q. 웹툰리그와 데뷔

A.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게 된 것이다. 난 그림 그리는 것과 만드는 걸 잘하는데 만드는 건 이제 포기했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학벌, 경력에 관계없이 도전할 수 있다는 네이버 도전만화에 눈을 돌렸다. 처음엔 네이버에 올리고 있었는데 남자친구(이게뭐야 작품에 등장하는 로별 캐릭터)가 다음카카오의 웹툰리그 라는 것의 존재를 알려줬다. 정식연재에 기약이 없는 하는 네이버에 비해 순위를 확인 할 수 있고, 우승자 발표일이 정해져 있는 다음 웹툰리그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처음 웹툰에 도전할 때 무엇을 그려서 올릴까 생각하던 중, 역시 게이로서 내가 바라보는 생각들에 대한 부분이 제일 많았다. (게이) 커뮤니티에 가면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야기가 너무 많다. 글들을 읽어보면 결국 게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은 없는 건가라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 그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처음 만화의 컨셉을 가지고 시작했다. 물론 게이 소재 만화라는 아이템이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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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리그에 만화를 그려 올리는 것은 큰 부담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연습장에 그린 것도 있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도 내 개인 홈페이지에 계속해서 그림일기 같은 걸 올렸었기 때문이다. 개인 홈페이지는 내가 만든 모형을 올리기도 하고, 그림일기를 올리기도 하는 공간이었는데, 그 때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만화를 봐줬었다. 당시 올린 만화가 대충 400편 이상이었다.

 

그렇게 리그 연재를 시작했는데 소재 탓인지 처음에는 순위가 급상승 했다. 당시 웹툰리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었는데, 정체기간 없이 승급일 마다 승급하여 금세 1부 리그로 진입했다. 하지만 내 위로 상상고양이, 유부녀의 탄생 등의 기라성 같은 작품들이 있었기에 1부 리그에서 데뷔하기까지는 약 6개월 정도 걸렸다. 리그에서 오래 연재하면서도 남자친구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원으로 초조하지 않고 연재를 이어 갈수 있었다. 그렇게 웹툰리그에서 50화 넘게 진행을 하고 정식 데뷔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마우스로 그렸기 때문에 데뷔 후 예전 분량을 아예 새로 다 그렸다. 내용은 그대로지만 조금씩 바꾸는 정도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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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리그 시절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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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A. 소재를 핸드폰으로 쓴다. 네이버 메모장을 쓰는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적는다. 메모광이라 느낄 만큼 끊임없이 떠오를 때마다 아이디어를 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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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화의 아이템은 최근에 있었던 일 중 하나를 골라 주제를 잡는다. 그리고 평소 모아둔 에피소드들을 중에서 주제가 비슷한 것을 골라 모아서 한 화를 구성한다. 초반에는 그림 콘티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림 콘티를 따로 하지 않고 글 콘티만 한다. 대신 글 콘티에 행동, 대사, 지문 등 모두 다 쓴다. 땀 흘리면 땀 흘린다고 쓰고, 중요한 표정 역시 전부 다 쓴다. 이 과정이 그대로 한 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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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바로 컴퓨터로 작업을 시작한다. 창을 띄워 놓고 제일 먼저 대사 배치부터 한다. 그 다음에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한다. 그렇게 한 다음, 작업한 것을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배치를 바꿔본다. 대사를 바꾸기도 하고. 그렇게 한 다음 칸 간격을 맞추고 최종 결과물을 뽑는다.

 

Q. 작품 하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 어떻게 하나?

A. 연재 중반쯤 아이디어가 많이 막혔다. 방법이 따로 없다. 계속 써본다. 주로 컴퓨터 워드로 그냥 계속 생각나는 대로 뭔가를 계속 써 본다. 그렇게 쓴 다음, 쓴 글들을 보면서 정리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Q. 작업이 하기 싫어질 때는 어떻게 하나?

A. 그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어떻게든 한다. 대신 작업 속도가 많이 느려진다. 최근 들어 주1회 연재중이지만 주 2회 연재를 하던 때는, 마감일이 있기 때문에 안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마감 같은 정해진 데드라인이 있어야 일을 하는 타입이다. 도전만화를 시작할 때도 아무런 준비 없이 바로 시작 했다. 어차피 쫓기면 하는 타입이다.

 

Q. 다음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2개를 생각 중이다. 하나는 19금 BL 아니 GL 만화를 구상 중인데, 기존의 판타지 같은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물론 단편이 아닌 장편을 생각중인데 생각처럼 연재를 길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이 작품이 내가 게이로서 그리고 싶은 작품이라면 다른 한 작품은 작가로서 하고 싶은 건데, 그건 판타지물이다. 작가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최종 목표 역시 판타지다.

 

Q. 일주일 일과는 보통 어떤가? 주2회 연재 기준.

A. 수요일 마감하고, 다음 편 콘티를 시작한다. 핸드폰으로 하는 짧은 콘티가 평소에 틈틈이 하는 거라면 다음 화를 위해 글 콘티를 하는 건 보통 컴퓨터로 시작한다. 주 2회 연재가 이틀 연속 있지만 나는 한 화 끝내고 또 다음 화 하는 식으로 2편을 했다. 

보통 작업 시간을 아침 점심 저녁 3파트로 나누는데 글은 1파트 안에 끝낸다. 그리고 그림을 당일에 시작한다. 그림 작업은 보통 2~3일 걸리고, 그렇게 다 해서 한 화를 마무리 하는데 보통 3일 정도 걸린다. 중간 중간 쉬는 날이 있으니까 부족한 부분은 일요일에 채워 일주일동안 정말 쉴 새 없이 작업했다. 이렇게 100화까지 주 2회 연재를 했고, 후속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주 1회로 바꿨다.

 

Q. 다음 작품 준비를 잘 되고 있는가?

A. 원래 봄쯤 신작을 하려고 했는데, 안될 것 같다. 사실 준비가 잘 안 되고 있다. 지금 연재하는 건 마감일이 정해져 있으니 정확하게 작품을 매주 내는데, 다음 작품은 데드라인이나 푸시가 없으니까 자꾸 미루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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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관하여

 

Q. 이게뭐야 제목은 어떻게 생각했나?

A. 나무위키에 보면 제목 유래가 인터넷 유행어인 “호모나 게이뭐야”에서 따왔다고 나오던데 그렇지 않다. 그런 유행어가 있다는 사실도 이미 정식연재를 하던 중에 알게 되었다. 이게뭐야는 중의적 뜻이다. 게이뭐야란 뜻과 이게 뭐냐, 게이가 뭐냐 라는 것으로 정했다. 또 타이틀에 ‘이게’ 라는 글자에 무지개 색을 입히고 화살표로 순서를 바꿔서 읽을 수 있다는 표시를 하여 게이뭐야라고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Q. 일상생활을 하다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을 작품에 실제 반영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

A. 뭔가 떠오르면 바로 쓴다. 그 대사와 내용을 그대로 쓴다. 처음엔 메모하는 게 번거로워서 녹음기도 알아봤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전부 메모한다. 무조건 쌓아놓고, 그거에 맞는 내용이 있는가를 찾아본다. 주제가 괴롭힘이다 그러면 괴롭힘에 관한 에피소드를 빼서 쓰고. 돈에 관한 거면 그거에 맞게 골라 쓰고. 이렇게 작품에 쓴 소재는 중복될 수 있으니까 바로 지운다. 그런데도 비슷한 게 나오기도 하더라. 신선하다고 해서 소재를 썼는데 나중에 보니 썼던 경우도 있었다.

 

Q. 이번 화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

A.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 재미있었던 거를 정하고 그거와 관련된 것들을 골라 쓴다. 중심 이야기는 항상 최근에 있었던 일 위주다. 내 실생활과 웹툰이 별 차이가 없다. 거의 실시간 중계다.

 

Q. 패러디가 자주 등장한다.

A. 글 콘티를 쓰다 보면 알고 있는 패러디가 딱 떠오른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Q. 인터넷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을 주로 하고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따로 하는 것도 있나?

A. 딱히 하는 게 없다. 네이버의 메인 화면에서 카테고리 설정이 있는데 거기에서 스포츠, 연예, 뉴스, 게임 카테고리를 설정해서 주로 본다. 거기 기사 댓글에 유행어가 자주 나오더라. 또 루리웹이라는 게임 커뮤니티를 종종 가보는데 그곳에서 패러디를 많이 본다. 그중에서 내가 알고 있던 작품이 패러디짤로 쓰이면 기억해 뒀다가 연재분에 적절할 때 쓰는 편이고, 그 외에도 원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컷들을 패러디로 쓰고 있다. 굳이 패러디를 따로 알아보거나 하진 않는다.

 

Q. 일상툰이나 개그 만화를 앞으로도 지향하는가?

A. 어렸을 때 그렸던 만화가 별 내용 없이 개그뿐인 병맛 만화였다. 지금은 내 나이 대에서 그런 병맛을 그리기엔 어울리지 않는 거 같고, 요즘 나오는 병맛 만화를 봐도 어릴 때만큼 매력으로 다가오진 않아 그런 병맛 만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도 무엇을 그리던 개그는 들어갈 테지만 개그가 주가 되진 않을 것이다. 일상툰의 경우 데뷔작인 이게뭐야는 큰 계획 없이 얼렁뚱땅 시작 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 새로운 일상툰을 하진 않을 것 같다. 일상툰을 계속 한다면 그건 이게뭐야이지 않을까?

 

Q. 다른 일상툰에 비해 작가의 실제 생활과 정말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A. 신분이 노출될 만한 것만 빼면 생활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는 거의 다 쓴다. 숨기는 게 많지 않다. 작품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안 좋은 얘기를 썼을 경우 “게이는 다 저래?”라는 느낌을 받을까봐 좋은 면만 쓰려고 했었는데 점차 현실적인 부분(안 좋은 얘기)도 쓰게 됐다.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작가님은 실제얘기의 5% 정도밖에 안 쓴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난 더 조심스러운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그보단 더 드러낸 거 같다. 하지만 너무 드러나니까 연재가 이어질수록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부분이 있더라.

 

작업 하면서 이 부분이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고 에피소드에서 뺄 것들을 빼고 있다. 그릴 수 있는 것, 그려야 되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거다. 커플툰 이라는 게 상대방을 배려해야해서 힘든 부분이 있다.

 

Q. 아웃팅에 대한 걱정이 있는 건가?

A. 당연히 아웃팅에 대한 걱정과 고충이 있다. 내가 일반 작가였으면 어디 사는지, 어딜 가는지 다 공개했을 거다. 사실 그것 말고는 다른 부담감은 별로 없다. 특히 작가인 나보다 등장인물로 등장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해서 성소수자 지인이 등장할 땐 더욱 신중하게 고민하며 반드시 사전에 허락을 받는다.

 

사실 게이로서 이 부분은 조금 억울하다. 나는 원래 모든 걸 드러내고 싶은 사람인데 게이라서 숨겨야 하는 게 안타깝다. 일반 작가였다면 시도 때도 없이 술벙개도 했을 텐데 그걸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쉽고, 제일 힘든 부분은 바로 이거다.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나고 소통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 팬들에게 선물조차 마음 편히 보낼 수 없다. (받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러모로 고민 중이다.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고선 대중 앞에 마음대로 나설 수가 없다니 직업을 잘못 선택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팬들과 만나는 건 부가적인 문제고 일단 만화를 그리는 게 즐겁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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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재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나?

A. 처음에는 순전히 게이를 대상으로 그렸던 웹툰이었다면 지금은 모든 커플들에 관한 웹툰이다. 커플툰 관점으로 다른 일상툰들을 보니까 지금 나와 있는 대부분의 일상툰들이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더라. 하지만 실제 커플은 많이 싸우기도 하고 지저분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실제 커플들의 싸우는 모습 같은 것도 가감 없이 보여주려고 한다. 너무 아름답게만 보여주는 건 별로다. 독자들이 아름답게 포장된 커플 이야기만 보면서 내 현실은 왜 저러지 못할까, 라고 자신의 연애생활을 비하 할지도 모를 커플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힘이 되고 싶다.

 

Q. 매 화, 매 화 진행되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큰 판을 짜놓고 연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A. 한 시즌이 끝날 때쯤 다음 시즌에 대한 큰 컨셉을 정한다. 같은 이야기지만 어떻게 편집하는 가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되듯이, 그 시즌 주제에 맞게 내가 모아둔 에피소드들을 꺼내 정리해서 쓰는 것이다. 물론 생활 에피소드들은 시즌 컨셉과는 상관없이 계속 쌓아 둔다.

 

Q. 은근히 자기 생각들을 많이 드러내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뭔가 작가로서 적정선이 무엇인지 선을 가지고 있는가?

A. 강요는 전혀 하지 않고 내가 말을 했을 때 동의하면 하는 거고 아니어도 좋다는 주의다. 나는 작품을 통해 게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고 하는 의도로 시작한 게 아니다. 한 번도 게이에 대해 좋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이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내가 게이에 대한 편견을 깨려고 작품을 하는 건 아닌데 가끔 그렇게 생각하고 이 작품을 바라보는 독자들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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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화 제목과 타이틀 컷은 언제 어떻게 구상하나?

A. 시즌 별 타이틀 컷은 시즌 주제 정할 때 같이 정한다. 매 화 타이틀은 한 화 마감을 우선 해놓고 그걸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정한다. 이번 시즌에는 모두 다 노래 제목인데, 이번시즌 1, 2화가 노래 제목이었다. 그래서 계속 이번 시즌의 특징을 이걸로 가기로 했다. 사실 예전엔 잘 떠올랐는데 지금은 잘 안 떠오르니까 이게 조금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Q. 작가와 본인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부담감이 보이기도 한다.

A. 예전엔 어떻게 해야 나를 숨기면서 또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나를 드러내지 말아야지 라는 쪽으로 바뀌었다. 성정체성보다는 일상툰 작가로서 그러는 게 맞는 것 같다.

 

Q. 처음과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게뭐야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A. 연재 초, 중반엔 게이의 일상을 보여주려고 했다. 말이 게이의 일상이지 결국 보여주려 한건 우린 이렇게 살고 있다. 수많은 사람 중 하나 일 뿐이다. 어차피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으니 좋고 나쁘고 는 각자의 몫이다. 등등 게이에 초점을 맞췄었는데. 지금은 꿈도 연애도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나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입장에서 나보다 어리거나 사회경험이 적은 친구들에게 아직 포기하기엔 시도 해봐야 할 것들이 많고, 좌절하기엔 남아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Q. 댓글이나 독자들의 반응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가?

A. 작품에 영향이 있다. 리플이 눈에 보이니까 무시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이 원하는 걸 알았으니까 어떻게 답을 해줄까 라는 고민을 한다. 같은 소재라도 리플에 맞춰서 작품이 톤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맞춰주려고 하면서도 내 생각은 굽히지 않으려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어쨌든 작품의 중심은 내 생각이다. 댓글에서 오는 영향은 분위기 적인 부분이다. 독자들이 싫어할 만한 부분의 분위기를 살짝 바꾸는 정도다.

 

이게뭐야는 일상툰이고 작가를 투영시켜 이야기를 쓰다 보니 캐릭터의 이미지가 곧 작가의 이미지로 직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리플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는데 앞으로 스토리 작품을 하게 된다면 개별적으로 날아오는 조언이 아닌 이상 리플에 신경을 아예 안 쓰고 하고 싶다. 그래도 연재처에 리플 기능이 있다면 또 보게 될 테지만 작품구상에 영향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Q. 일상적인 에피소드 중간 중간에 사랑관이나 결혼관 등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쓰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하던데?

A. 보통은 매주 매주 최신 에피소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데 가끔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에만 사회적인 이야기를 한다. 평소에는 연애 이야기만 생각한다.

 

Q. 다른 일상툰이나 커플툰을 챙겨보는 편인가? 작업하면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

A. 네이버, 다음 일상툰은 다 챙겨본다. 원래 예전부터 독자로서 다 챙겨봤는데, 지금은 독자의 관점에서 작가의 관점으로 시점이 바뀌어 보는 것 뿐이다. 일상툰은 공감할 게 많아서 그런지 보게 되더라. 예전엔 그냥 재미있어서 봤는데 지금은 분석을 하면서 보게 되어서 제대로 즐기진 못하는 거 같다.

 

다른 작품을 보면서 (어떤 주제적인 것들을) 나도 이렇게 돌려서 표현 해야겠다, 라거나 (나는 너무 직접적으로 얘기하니까), 개그로 갈지 의미를 좀 더 줄지 (여운이 남게) 등, 어떻게 방향을 잡을 지에 대한 부분 등 내 작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패러디 같은 것도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닌가 싶을 때면) 다른 작품은 어느 정도 하는지 체크해 보기도 한다. 이미 잘 되고 있는 일상툰을 기준으로 뺄 거는 빼고 하면서 내 작품의 흐름을 잡고 있다.

 

Q. 가끔 등장하는 다양한 서비스 컷이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다.

A. 처음 극화체를 그리게 된 것은 SD스타일의 일상툰 중 이런 방식을 아직 보지 못했고, 종종 극화체가 나오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지금은 정말 필요할 때만, 내용상 필요하면 쓰는 정도다.

 

Q. 원래 100화 넘어갈 생각으로 한 건가?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건가?

A. 계속 그릴 생각을 했다. 일상생활이 다 소재니까 아이디어가 고갈 될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작품도 준비하고 해야 하니까 휴재를 할 생각은 있다. 휴재 도중에 이별하지만 않는다면 또 이어서 그릴 생각이다.

 

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A. 작업적으로는 크게 힘든 부분은 없었다. 다만 가끔 나를 작가이기 이전에 게이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힘들다면 힘들다. 작품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는 내 기분에 어떻든 밑거름이 되어 도움이 되지만, 좋은 말 나쁜 말에 관계없이 단순히 게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와 내 작품을 판단하는 것은 정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물론 팬심으로 응원하는 글은 무조건 힘이 된다.

반대로 평생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 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만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주눅 들어 살던 성소수자 독자가 이게뭐야를 통해 자신을 인정하고 성소수자라도 세상을 살아갈 희망을 얻었다는 감사인사를 받았을 때 단순히 보고 즐기는 만화 이상의 가치를 내고 있구나 싶으면서 가장 힘이 난다.

일반인들과 달리 어디에 하소연조차 하기 힘들어 혼자 짊어지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한줄기의 빛을 보여줬다는 뿌듯함은 분명 있다.

 

Q. 본인이 꼽는 베스트 회차는?

A. 생각보다도 맘에 드는 회차가 많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떠오르는 회차를 골라봤다.

 

56화 모두가 기다리던 그 이야기 (하-2)

로별이와 지지가 사귀게 된 이야기의 결론편인데 이게뭐야 전체 중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것보다 강렬한 에피소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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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게이 뭐야?

게이나 일반이나 다를 거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던 회차다.

 

112화 Hawaiian Couple

오랜 커플은 사랑이 아닌 정으로 산다. 는 말도 있지만 그건 그 두 사람의 문제인거지 오래 만나서 그런 게 아니라고, 오래 만나도 깨가 쏟아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었다.

 

Q.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A. 블로그는 팬 서비스다. 팬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원래 PC통신 시절부터 인터넷을 해오면서 활동하던 게 있어 열심히 한다.

다만 아웃팅의 염려로 개인 블로그와 지지 블로그가 분리 되어있다는 게 아쉽다. 다른 SNS도 하고 싶지만 같은 이유로 선뜻 하진 못하고 있다. 좀 더 SNS의 시스템을 파악 후에 신상보호가 확실해 졌을 때 SNS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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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작가의 추천 웹툰 3편

 

사실 너무 많지만 이 질문을 보고 제일 먼저 딱 떠오르는 3 편을 골랐다.

 

1. 송곳 [ 최규석 │ 네이버 ]

– 송곳이 집중을 받은 건 당연히 스토리 때문일 것이다. 난 송곳을 연재 시작했을 때부터 봤는데, 그땐 주제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배경 그림을 보고 놀란 작품이다. 처음엔 사진을 찍고 리터칭을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 보니 그림이라 놀랬고, 지금도 배경을 유심히 볼 때가 많다. 스토리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라 아무래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현실적부분에서 특히 맘에 들었다. 독자로서 작가로서 국민으로서 모두 본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 몸에 좋은 남자 [ 이원식/박형준 │ 레진 코믹스 ]

– 철저하게 일반남성을 대상으로 그리고 있는 성인물임에도 ‘게이도 돈 내고 보는 만화’ 라고 하면 설명이 될 거 같다. 물론 다른 게이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난 남자주인공이 아닌 여성캐릭터들 때문에 이 웹툰을 본다. 단 한 번도 여성에 몸에 반응 한 적이 없는데 이 웹툰을 보다보면 가끔 반응을 할 때가 있다. 표현력이 신의 경지라 생각한다. 배경이나 사물의 디테일 또 한 실제 같으면서 만화의 감각으로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야기의 발단인 남자의 초능력이 단순히 섹스를 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도 초능력물, 특히 성인물에선 더 보기 드문 일이지 않을까 한다.

 

3. 도깨비언덕에 왜 왔니? [ 김용회 │ 다음 ]

– 내가 제일 추구해오던 색깔의 판타지 만화다. 한국요괴 + 모험판타지. 딱 내가 하고 싶었던 거다. 작가로서 제일 그리고 싶은 느낌의 작품이다. 어디서 본적 없는 듯한 그림풍도 좋고. 눈과 가슴이 좋아하는 만화다. (초반부엔 눈물을 흘린 에피소드도 있다.) 내가 언젠가는 꼭 그리고 싶은 만화 타입이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지만 이런 꿈과 모험이 가득한 만화를 가장 그려보고 싶다.

 

 

Q. 인생 작품 혹은 정말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A. 생각도 해보기 전에 떠오른 건 드래곤볼이다. 하지만 이건 독자로서 좋아하는 작품이다. 작가로서 좋았던 작품은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로토의 문장’. 판타지 모험물인데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완전 정석 용사물이라 자극적인 장치가 단 하나도 없이 딱 용사가 세계를 구한다는 심플한 구성이다. 시리즈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한다. 이 작품이 인생작품인 이유라면 독자로 봤을 땐 그냥 좋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나도 이런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느끼고 있더라. 다른 인생 급의 훌륭한 만화도 셀 수 없이 많지만 다른 작품을 볼 땐 배울 점을 분석하면서 봤는데 로토의 문장은 그냥 ‘이런 걸 그리고 싶다’ 라는 생각뿐 다른 게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서 더 특별했던 거 같다. 만화책도 전권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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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리

황선태 ( scarbo190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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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농담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 웹툰 스토리 작가 / 콘텐츠 제작그룹 스튜디오 농담 대표.
'아내를 죽였다', '잔인한 축제', '곡두' 등의 작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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