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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리뷰] 왜 이쁨받는 며느리가 되려하는가, '며느라기'

김미림  |  2019-08-09 09:30:27
 | 2019-08-09 09: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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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여성에게 결혼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줬던 TV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그 TV프로그램은 '사랑과 전쟁'인데, 결혼에 대한 다양한 소재가 다뤄졌던 프로그램이지만 특히 많은 공감을 샀던 소재는 시댁과 며느리의 극한갈등 을 다루는 에피소드였다. 이런 에피소드를 보면서 자신의 경험과도 유사한 이야기들을 보고 분노를 일으키는 여성들이 많았을텐데 최근 기혼여성뿐 아니라 미혼여성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 있어 써볼까 한다.



며느라기

바로 인스타그램에서 연재된 '며느라기'가 그것이다.
웹툰이 인기를 끌며 다양한 웹툰 플랫폼에서 많은 작품들이 연재되고 있는데, 요즘은 인스타그램웹툰이 많아지며 인기를 얻어 책으로 출판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인스타그램웹툰이 바로 이 '며느라기'라는 작품인데, 연재 당시뿐 아니라 연재가 완료된 지금까지도 여자들 사이에선 "며느라기 봤어?"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던 작품인데 필자 역시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 처음보기 시작했던 작품이다.

사실 며느라기라는 제목이 무슨 뜻인지 처음 접했을땐 생소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선 며느라기를 이런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는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라는 것이다.
제목만 딱 들어도 기혼여성들은 아마 무릎을 탁 치며 알것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그런 시기 말이다.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서 더 내용이 궁금해지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민사린'이란 인물로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다.
남편 '무구영'과 결혼을 한지 얼마 안된 새댁으로 평범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점차 생각지도 못한 갈등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며느리로서 살아가기 위해선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당연시 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며느라기

결혼하고 얼마 뒤 사린은 회사에서 카톡 한통을 받는다.
바로 구영의 여동생 '미영'에게 온 내용으로 엄마 생신인걸 혹시 까먹지 않았을까 확인하는 문자였다.
사린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고 답장을 하는데 그 후 미영이 보낸 내용이 황당하다.
생신날 아침에 며느리인 사린이 엄마가 좋아하는 황태미역국을 끓여 드리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는 것이다.
이에 사린은 시댁에 점수를 따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하겠다며 발벗고 적극 나서게 되는데 퇴근 후 불고기를 미리 해서 저녁에 시댁을 방문하고, 시댁에서 하룻밤 자고 아침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겠다고 한다.


며느라기

정작 자식인 구영과 미영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밥을 다 차린 뒤 느지막히 일어나 차려놓은 밥만 먹고, 밥차린것도 모자라 설거지, 과일디저트 준비까지 출근 전 모든 걸 혼자 떠맡아 하게 된 사린은 불만 하나 갖지 않고 기꺼이 착하고 좋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웃기만 한다.
구영은 무뚝뚝한 자기 대신 살갑게 자신의 부모를 챙기는 사린에게 고맙다 하지만, 과연 이게 맞는 일일까?



며느라기

구영은 이미 결혼 전 사린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린이 결혼해서 자기 어머니를 모시고 백화점 쇼핑도 같이 다니고, 찜질방도 같이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때 당시 사린은 효도는 스스로 하는 거라고 당차게 이야기 했지만, 결혼 후 그녀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저 시댁 식구들 수발을 드는 것이 당연하고, 예쁨받고 싶은 며느리가 되버린 것이다. 물론 차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그녀 역시 자신의 행동에, 그리고 시댁에서 자신을 대하는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며 변화해 가지만 말이다.



며느라기

이런 사린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설정된 인물이 바로 사린의 큰형님 '혜린'이란 인물이다.
결혼 초부터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밀고 나갔던 혜린은 모든 여성들이 원하는 사이다 발언을 시원하게 해줘서 고구마 먹고 꽉 막힌 듯한 가슴을 뚫어주는데, 그녀는 결혼 후 첫 명절날 시댁에 방문해선 정작 제사 음식을 차려야 될 집안 자손들은 약속이 있다고 나가고, 남자들은 거실에 모여 앉아 티비만 보며 손하나 까딱 안하는 모습을 대놓고 지적한다.



며느라기

사실 이런 명절날 에피소드, 시어머니 생신상 차리기 에피소드 등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결혼하고 이런 일 한번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사회에선 며느리의 희생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아직 대부분이다.
물론 요즘은 명절 때 친정과 시가를 번갈아 가며 한번씩 먼저 간다든가 여러가지 조금 더 합리적인 방안을 찾자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고,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며느리에게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가는 어렵기만 한 존재이다.



며느라기

일부 남자들이나 시어머니 등은 아마 이 작품을 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요새도 이런 집이 있나?"
하지만 주변에 결혼한 지인들만 살펴봐도 이 작품의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정작 남자들은 본인이 당하지 않은 일이니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고, 시어머니도 본인이 그런 시어머니가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사소하게는 며느리에게 연락을 자주 하라고 강요하거나 주말마다 만나길 바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며느라기

천천히 변하고는 있다지만 아직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닫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작품은 이 세상의 며느리에게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사회에 대해 돌아봤으면 좋겠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은 없다,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는 일이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데 왜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시  되야 하는걸까?




김미림
하고 싶은 것 많고 궁금한 것 많은,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 목표인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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