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웹툰 추천] 두 남자가 보여주는 과속 로맨스. 모멘텀's '트레이너'
오늘 당신에게는 딱 한 작품만을 추천할 것이다. 사실 필자가 처음 BL 웹툰 리뷰를 작성할 때 추천한 적이 있는 작품이다. 그 작품이란 바로,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모멘텀>이다.
전에 한 번 추천한 적이 있는 작품인데 어째서 또 추천하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은 하나뿐이다. 이건 추천을 할 수밖에 없는 명작이기 때문이라고.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모멘텀>은 다양한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사랑을 하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어낸 BL소설 단편 모음집이다. 2015년 3월 첫 번째 에피소드인 ‘TAKE 8’을 시작으로 해 차례대로 ‘M의 서재’, ‘취향과 편견’, ‘테라피스트’, ‘트레이너’, ‘뱅커’, ‘팬텀’까지. 2016년 8월 현재 기준 총 7가지의 단편들이 모여 작품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필자는 <모멘텀>의 여러 단편들 중 ‘트레이너’편을 추천하고자 한다.
<모멘텀>이 선보인 다섯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디오다. 본업이 약사인 그는 비밀스럽고도 야릇한 작업을 하고 있다. 상황 플레이. 즉, ‘고객’에게 그가 원하지만 원한다 말할 수 없는 욕망을 채워주는 은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느날 디오는 동업자인 미샤(전편인 ‘테라피스트’에 등장)에게 고객을 한 명 소개받는다. 소개받은 고객은 ‘섭(submissive의 앞에서 따온 말. SM 플레이에서 복종하는 역을 한다.)’으로 그는 자신의 마스터가 되어줄 파트너를 구한다고 한다. 미샤의 소개만 듣고서 디오는 그에게 막연한 환상을 품는다. 디오는 이태리 미소년일 거란 기대를 품에 안고 그와 만날 약속을 잡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대면하게 되는데...
첫인상에 대한 솔직한 감상은 ‘당혹스러움’이다. 나체로 저를 맞이하는 그를 보고 디오는 적잖이 당황한다. 과연 예쁘장하게 생긴 미남이긴 한데. 이 남자, 칼로. 어째 지금까지 만난 섭들과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른 것 같다.
칼로의 요구 사항을 들은 디오는 편견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즉, 청개구리 스타일이시다 이거죠. 그거라면 제가 전문이지. 자신있게 대꾸하는 디오를 보며 칼로는 재미있어한다. 사귀는 사람에게도 말 못 할 욕구를 풀어준다니, 흥미가 샘솟는다.
디오는 칼로가 원하는 대로. 위험한 듯 하지만 위험하진 않게. 강제로 당하는 스릴을 안겨주려 하는데. 그럼 좀 얌전히 당해주시던가. 칼로는 온갖 도발과 반항으로 무장해 디오를 힘들게 한다.
급기야 오기에 불이 붙었다.
디오는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체력으로 칼로를 제압한다. 본디 '플레이'이니만큼 적당히 반항을 해줘야 하는데, 칼로는 너무 '진짜'처럼 굴어 제압하기가 힘들었다. 디오는 그간 이런 타입의 사람들을 많이 접하고 그들에게 만족을 안겨주었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은 처음이라 생소함을 느낀다.
폭풍 같았던 플레이가 끝난 뒤 디오는 진심으로 힘겨워한다. 자기도 운동 꽤나 하는 남잔데 칼로는 체구도 작은 게 어디서 힘이 솟아 저를 이렇게나 힘들게 만드는지.
샤워를 마친 칼로는 지쳐서 쓰러진 디오에게 다가온다. 그가 살갑게 팔베개까지 베며 하는 말.
이때부터 시작되는 두 사람의 그야말로 전쟁같은 플레이.
체력이 좋은 칼로는 더욱 격렬하고 과격한 플레이를 원하고, 그런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디오는 온갖 도구란 도구는 다 쓰기 시작한다.
칼로 - "말해봐. 어떻게 할 건데?"
디오 - "거기 있는 로프로 널 묶을 거야. (중략) 그런 다음에 네가 원하지만 말 못한다는 것들을 하겠지."
칼로 - "쉽지 않을 텐데. 묶이는 동안 반항할 거야."
디오 - "할 수 있으면 해. 여긴 소리 질러도 들을 사람 없어."
...이렇게 잔뜩 허세를 부리긴 했는데.
인간적으로 힘든 건 힘든 거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칼로. 그를 따라가느라 디오는 진이 빠진다. 발칙하고 당돌하고 거침없는 칼로에게 정신없이 휘둘리고마는 디오. 결국 사고를 친다. 칼로의 도발에 순간 오기가 치솟은 디오는 플레이만 할 뿐, 성관계는 갖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고 그와 몸을 섞는다.
<모멘텀>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만큼 전에 나온 이야기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의 에피소드들이 잔잔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 에피소드는 몰아치는 소용돌이 같은 느낌이 난다. 거침없이 액셀을 밟는 칼로와 조련이라면 일가견 있는 디오의 만남. 아슬아슬한 과속 로맨스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보여주는 과감한 스토리. 세련된 작화와 센스가 돋보이는 연출, 달리 수식어가 필요 없는 야릇한 대사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어디 한 군데 꼬집을 곳이 없으며 동시에 극찬을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폭주 끝에는 어떤 골인 지점이 있을까? 부디 작품 속에서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다시 한번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다. 한번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작품, 당신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