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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도 운동장이 기울어졌네

大王 | 2016-09-06 14:20



조금 이르지만, 2016년을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를 꼽는다면 ‘여성혐오’ ‘페미니즘’이 상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2015년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출현은 페미니즘과 여성혐오에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메갈리아에 대한 호불호를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니 “메갈.”이란 말에 버튼 눌려 들어온 사람들은 그냥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나가주길 바란다. 


웹툰도 운동장이 기울어졌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위) 1984년 오리지널판/ (아래)2016년 최신판. 


어쨌든, 여느 때보다 성평등과 페미니즘,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나눌 수 있게 된 최근 주목하게 된 것이 있다. 1984년에 개봉한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리메이크 - 개봉 소식인데, 귀신 잡는 유쾌한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1980년대 출생자인 나는 TV로 몇 번이고 환호성을 지르며 시청했고 마시멜로 유령 인형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당연히 새롭게 만든 <고스트 버스터즈> 또한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던 것이다. 아직 관람 전이었지만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으니 신나게 평단의 별점과 관람객들의 리뷰를 찾아봤다. 그런데, 평이 극단적으로 나뉘었더라. 나에게 망작이 누군가에겐 인생영화일 수 있으니 그렇다 쳐도,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평이 나뉘는 것이 신기했다. 그 중 여성들이 좋았다고 언급하는 요소들(능동적이고 멋진 여성들의 활약, ‘백치 금발여성’ 캐릭터의 남성버전 미러링 등등)을 보며 ‘벡델 테스트(Bechdel Test)’가 떠올랐다. 

벡델 테스트는 1980년대 중반,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백델이 만든 영화의 성평등을 판가름하는 간단한 지표라고 한다. 1 영화에서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인가? 2 이 여성들끼리 한 번이라도 대화를 하는가? 3 대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에 관한 것이 아닌 다른 주제의 내용이 있는가? 이 세 가지를 충족하면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인데,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로 난이도가 낮다. 그런데 2015년에 개봉해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22편의 한국영화 중에는 단 8편만이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한다. 어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문화콘텐츠에서 여성은 2/3 가까운 확률로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기만 했다는 것인가. 궁금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가 그랬다면, 만화는? 만화에는 ‘벡델 테스트’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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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벡델, < Dykes to Watch Out For > (1985) 중에서. '벡델 테스트'는 여기서 나왔다


두 시간여로 압축된 영화와 얼마든지 장기연재가 가능한 만화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다는 거, 잘 안다. 그래도 그것이 의문을 가지면 안 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우선 가장 유명한 네이버 웹툰의 요일별 조회수 1위 작품을 살펴봤다. <신의 탑> <노블레스> <복학왕> <연애혁명> <외모지상주의> <프리드로우> <스퍼맨>. 성인물 마크가 찍힌 하일권 작가의 <스퍼맨>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작품은 대체로 장기연재작이며, 특히 <신의 탑>과 <노블레스>는 초장기 연재 중인 판타지 배틀물. 수많은 캐릭터들이 싸우고 이기고 지고 얻고 잃고 비밀이 밝혀지고 강해지고 퇴패하는 동안 (이름을 가진)여성캐릭터가 나와 적어도 남자얘기 말고 다른 얘기도 하고 활약했다. <외모지상주의>에 나오는 여성들의 1차원적인 캐릭터성이 마음에 걸렸지만 어쨌든 여성캐릭터가 다수 존재할 수밖에 없는 학원물이고 <프리드로우>역시 그와 비슷했다. <연애혁명>은 위에 언급한 작품들에 비해 여성독자의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선 거의 남녀 투톱 주인공(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하며 이야기가 시작됨)이라는 포인트가 있다. 그러고 보니, 언급한 모든 작품의 주인공(화자)은 남성이다. 남성작가가 남성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여성작가가 여성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수월한 게 당연하지 않느냐 누군가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궁금한 건, 세상은 남녀 비율이 엇비슷하게 돌아가는데 왜 영화나 만화 속 세상은 이토록 한 쪽만이 압도적인 비율로 주인공이 되는 것일까? 이다. 역차별이니, 여성상위시대니 모두가 힘든 시대라는 이야기가 쏟아지는데 가장 널리 소비되는 문화콘텐츠 속에서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여성작가도 많고, 여성이 주인공이며 젠더이슈에서 자유로울 만한 작품도 많다고 말한다면, 어째서 그 많은 작품들은 메인 스트림 중에서도 최상위에서 찾을 수 없는 걸까. 아직 최고로 매력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아서일까, 절대적인 수가 적어서일까, 플랫폼의 성격이 달라서일까 웹툰의 주요 독자층에게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순수하게, 궁금하다. 어째서일까? 

그래서, 영화에 벡델 테스트가 존재하듯 만화에도 성평등 판별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가 생기길 바란다. 매체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만큼, 영화보다 조금 더 섬세한 잣대가 필요할 것 같다. 이를테면 여성/남성을 대상화하는 것에 대한 항목이라든가. 기준이 생긴다면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들도 조금은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이 기울어져 보이는 운동장에 많은 작품들이 올라와 재량껏 뛰놀고 있다. 기울기를 평평하게 다지면 경사면에서 버티기에 급급했던 작품들도 안전하게 기량을 펼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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