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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칼럼] 웹툰 플랫폼/오프라인 출판사의 신속한 대처로 본 웹툰 업계의 처벌 대안

잠뿌리 | 2016-10-21 16:55

지인 성폭행 동조 및 방관/피해자 조롱 논란을 일으킨 웹툰 작가 L에 대한 웹툰 업계의 대응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신속했다.

현재 웹툰 작가 L은 비니지스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모든 회사와의 관계가 다 끊겼는데, 그중에서 웹툰에 관련된 부분을 한 번 짚어보기로 했다.

웹툰 작가 L의 작품이 연재되어 완결됐던 웹툰 플랫폼 레진 코믹스에서는 해당 논란이 일어나자 SNS로 공식 입장을 표명해 웹툰 작가 L의 작품에 대한 서비스 중단 및 그동안 독자들이 구매한 모든 에피소드의 코인 환불 및 구입 목록 삭제 조치에 신작 계약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아 놓았다.

해당 작품을 오프라인에서 종이책으로 출간한 단행본 출판사 유어마인드에서는, 해당 작품 1, 2권의 재고를 전량 회수하고 폐기 처분. 3권 예약 중단. 4권, 5권, 6권의 추가 진행 및 출판 계약 중지를 선언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출판사가 동시에 같은 입장을 표명해 문제를 일으킨 웹툰 작가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퇴출하고 문제 작가의 작품에 대한 모든 서비스를 중단해 그 기록을 지운 것은 웹툰. 아니, 한국 만화 역사상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장르 소설 기준으로 출판 시장이 생겨난 지 십수 년이 지나면서 이미 발행되어 출간된 도서의 전량 회수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작가의 작품이 다른 작품을 표절해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고, 다른 하나는 파본(제본이나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파손된 책)이 발생했을 때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간에 출판사 입장에서 전량 회수/폐기를 하면 큰 손해를 입는 것이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온라인에서는 이미 작품을 구입해 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코인 환불, 오프라인에서는 재고 회수 품절 폐기 처리를 해서 기존의 출판 시장에 있었던 리콜 조취보다 몇 단계 위 수준의 대응을 했다. 특히 완결된 작품의 서비스 중지로 인한 유료 결재 코인 전액 환불은 유료 웹툰 시장이 만들어진 이례 처음 있는 일이다. 해당 작품이 매니아층 독자를 확보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걸 감안하면 작가 뿐만이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유료 수익을 꽤 거두었을 텐데 손해를 감수하고 이런 조치를 취한 건 높이 살만 하다.

웹툰의 관점에서 볼 때, 웹툰 작가 L이 자기 작품에 성폭행/강간 피해자를 모델로 삼아 만든 캐릭터를 출현시켜 조롱하고 망가트리면서 리벤지 포르노(당사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배포되는 음란물)로 소비시키면서 2차 가해를 가했고, 그 피해자의 주장을 웹툰 작가 L이 인정함으로써 웹툰 업계가 피해자의 사정을 고려해 더 빠르게 대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유어마인드의 입장 발표문에서는 웹툰 작가 L의 문제 웹툰에 나온 피해자 조롱에 따른,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를 우려하여 전량 회수/폐기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동안 웹툰 업계에서는 잊을 만 하면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업계 내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거나 어느 정도 높은 위치에 오른 웹툰 작가들이 문제를 저질러 줄줄이 퇴출당해 온 바 있다.

지금까지 그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대부분 해당 작가의 연재 중인 작품 서비스 중단이나, 만화가 협회에서 제명 처리를 하는 것 정도의 처벌만이 가해졌었다.

법적 공방에 관한 건 사건 관계자들끼리의 해결을 종용해서 웹툰 업계에서의 처벌은 한계가 있었고, 그걸 솜방이 처벌이라고 불만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번 사건에 보여준 웹툰 업계의 대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작가와 작품은 별개로 봐야 할 사안이 맞다. 허나, 작가가 법적인 문제를 저지른 것은 그 사안을 초월한다.

작가가 작가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러 그게 법과 윤리에 위배될 정도라면, 업계에서 퇴출되는 게 마땅한 일이고 작가의 경력과 작가가 발표한 모든 작품의 흔적을 지워서 업계에서의 기록을 완전 소거하는 게 답인 것 같다.

물론 문자로 남은 기록은 소거할 수 있어도 독자들의 기억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그것 자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작품을 좋아했던 독자들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다. 작가가 법적인 문제를 언제 어느 때 저질렀거나, 저지를 수 있는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오히려 독자 입장에서는 작품을 재미있게 보면서 쌓은 애정, 호의, 지지를 배신당한 것으로서 영원한 상처로 남을 것이고, 그게 문제를 일으킨 작가가 짊어져야 할 업보 중 하나다.

그것은 창작자에게 가장 큰 징벌이 될 수 있으며, 그게 웹툰 업계 차원에서의 대응과 처벌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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