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대서사시를 읽는 방법 <신의 탑>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SIU 작가의 웹툰 <신의 탑> 썸네일 이미지
네이버웹툰의 장기 연재작 <신의 탑>
네이버웹툰에서 6년 동안 연재 중인 SIU작가의 <신의 탑>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곤 라헬과 탑밖에 없는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밤은 세상의 전부였던 라헬을 엄마 혹은 누이처럼 여기고 있었고, 언제까지나 자신의 곁에 그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라헬은 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것처럼 신의 탑에 오르기 위해 밤을 버리고 떠난다. 밤은 라헬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이유를 알기 위해 그녀를 찾아 탑에 오른다. 라헬이 무슨 이유로 떠났는지 알 수 없지만 밤은 자신의 의지로 라헬을 찾겠다는 과업을 세우고 모험을 시작한다.
밤이 모험을 떠나는 목적과 목적의 상실
라헬은 네이버웹툰의 대표 발암캐릭터로 활약 중이며, 최근(최근이라 해도 1년이 넘었다.) 라헬이 밤을 떠난 이유가 밝혀졌는데 그 이유가 너무나 이기적인 것이어서 독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로써 밤이 라헬을 찾아야한다는 목표는 사라졌고, 이제야 오롯이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여정을 떠나고 있다. 그동안의 밤의 정체성은 대부분이 어린 시절 자신을 돌보아줬던 라헬이었다. 이제는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힘을 쏟고 있다.
목적의 상실 시점에 찾아온 또 하나의 목적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 하니 밤도 라헬만큼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밤의 여정의 최대 동력은 남을 위한 선의와 배려이다. 화이트와의 일전에서 그가 주력했던 것은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희생양으로 바쳐진 친구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밤의 선량함은 모든 이를 설득시키고 라헬을 네이버 발암 대표주자로 자리매김 시켰다. 어느 누가 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신화(神話)에서 영웅들은 자신만을 위해 모험을 떠나거나 싸우지 않는다. 영웅의 목적은 모두 자신이 아닌 대상들의 안위와 행복을 위한 것이다. 또한 <신의 탑>을 감상하다 보면, 독자와 밤은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누군가는 알고 있는 듯해 보인다. 무엇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탁’처럼 밤은 인간이라면 절대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운명의 수레바퀴 안에서 몸부림친다.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영웅들은 왜 모험을 떠나야 할까? 결국 만국 공통의 보편적 진리와 같은 ‘영약’을 구하기 위해 밤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별한 어떤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신화의 보편적 결말에서 해답을 찾자.
이제껏 수많은 영웅 신화에서 영웅이 귀환하여 행한 것은 아버지와의 화해와 같은 뻔한 결말이다. 뻔한 결말에 맥 빠질 수 있으나 고대부터 현대까지 읽혀지는 킬러콘텐츠인 신화가 현대의 우리에게 전해주려 하는 것은 바로 이 ‘뻔함’이다. 몇 천 년의 시간동안 진행된 인간의 삶에서 얻은 ‘영약’이란 뻔한 그것이다. 결국 전래동화의 모든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보편적 결말말이다.
모든 인간의 열망은 보편적이다.
모든 인간의 열망이 보편적인데 반해 보편적인 열망은 생각보다 실현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밤은 오늘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기 위해 밤낮으로 수행하고 모험하고 싸운다. 밤이 얻고자 하는 열망은 ‘행복’이다. 영웅이기에 ‘나의 행복’보다는 ‘우리의 행복’.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