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의 웹툰 패러디 원본짤을 찾아서

―25. 칼카나마 라리가위클리 387 '팀의 망함을 받아들이는 5단계'

니스NICE 장 지 원

현재 라리가는 겨울 휴식기에 들어갔고 지난 4일부터 6일 사이 새벽에(한국시각) 코파델레이 16강전 정도만 열렸다. 이 때 칼카나마는 별도의 형태로 한 편을 업로드했는데, 기존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리저리 자유롭게 패러디를 휘날리던 그가 이번에는 한 팀만 작정하고 까고 나섰다. 칼카나마는 부산과 발렌시아의 팬으로 라리가위클리 중 발렌시아에 대해서만큼은 조금이나마 애증을 종종 담아냈던 바 있다. 이번 편에서는 발렌시아를 향한 그의 참참못이 어떻게 활활 타올랐다 꺼졌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참고로 발렌시아는 4일 열린 코파델레이 16강 1차전에서 셀타 비고를 홈으로 불러들여놓고 1-4로 완패했다. (...)

이번 웹툰의 제목과 전체 흐름은 스위스 출신의 정신의학자 퀴블러 로스가 주창한 '죽음의 5단계'에서 기본 포맷을 따왔다. 위쪽 이미지로 죽음의 5단계를 논한 기사의 일부를 따왔지만 굳이 직접 나름대로 다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부정 : 진단 결과와 자신에게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2. 분노 : 주변 사람에게 짜증을 부리고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낸다.

3. 타협 : 현실을 인정하나 불응하며 죽음을 늦추고자 타협을 시도한다.

4. 우울 : 현실을 깨닫고는 불안, 절망, 무력감에 빠진다.

5. 수용 : 자신의 운명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마지막을 정리한다.

칼카나마가 발렌시아를 바라보며 느낀 생각이 죽음의 5단계와 맞먹다니. 그가 발렌시아의 팬으로서 현재 얼마나 큰 절망감을 느끼고 있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축구팬의 입장에서 저 마음이 어떤 기분일지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나는 서울이랜드의 팬인데 이 팀의 요즘 행보를 보면 나도 되게 마음이 아프다.

이 컷은 지난해 12월 마지막날에 뜬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의 사임 기사를 마주한 칼카나마의 모습이다. 사임 사유는 선수단 구성과 재정문제가 얽힌 구단과의 마찰. 이 장면은 MBC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에서 나온, 출생의 비밀을 알고 그 충격에 마시던 오렌지주스를 또르르 흘려 다시 컵 속으로 넣는 명장면이다. 해당 짤은 지난해 10월 말엽의 라리가위클리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물론 패원짤에서도 다뤘으니 찾아 들어가보자. 

그럼 이어서 곧장 2단계 '분노'에서의 패러디를 살펴보자. 이 컷에서는 타팀 팬들이 발렌시아의 현 상황에 대해 이리저리 까자 칼카나마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라고 분노하며 수많은 팩트폭행(?)으로 반박하고 있다. 어미가 모두 오타쿠체인 "다는..."으로 통일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이미지 또한 '오타쿠 분노'라고 구글링하면 찾을 수 있는 이미지인데 인터넷에 도는 '오덕의 흔한 패기'라는 6컷만화의 한 장면이다. 본래 말풍선 속의 대사는 "그 칼 버리시죠? 안 그러면 팔째로 뜯.어.버리겠습니다."다. 무섭다. 

다음 컷은 칼카나마가 속으로 분노를 삭이는 것을 뛰어넘어 직접 키보드워리어가 돼 참전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모 누리꾼의 말을 반박하며 하는 말 "응~ 느그팀 다음 감독 네빌"이다. 이는 상대를 비하하기 위한 인터넷 유행어 "네 다음 XX"와 "응 아니야" 그리고 "느그X"가 혼합된 형태를 띠고 있다.

"네 다음 XX"에서 XX에는 주로 상대를 연결짓는 비하적 대상 또는 용어가 들어가며 "응 아니야"를 쓸 때는 단순히 아니라고 떼를 쓰는 문장 외에도 "응 XX(비하대상)"이나 "응 OO해(비하행동)"의 형태로 쓰인다. 또 "느그"라는 말도 인터넷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형' 크리스티아누를 까고자 우리의 반댓말인 너네 대신 '느그'가 사용된 것이 시초라 알려져 있으며 주로 "쟤는 우리 선수가 아냐" "너네 선수 그렇게 못한다며" 식의 선수 비난을 위한 접두어 느낌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느그바(느그+포그바)', '느그흥(느그+손흥민)' 등이 있다.

이 내용을 정리해 칼카나마의 말뜻을 해석하자면 다음 문장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래 너희 ㅈ도 못하는 팀 다음 감독으로 네빌 앉혀봐라 얼마나 잘 하나 보자."

칼카나마는 5단계에 맞게 분노 후 마음속으로 협상에 돌입한다. 그리고 그는 "대부분 비현실적인, 초월적 존재와 협상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주님에게 로또 1등 당첨을 요구하는데...! 이 컷은 일본 애니메이션 '천사소녀 네티'의 변신하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네티는 변신 전 두 손을 꼭 모은 채 "주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옷이 절로 벗겨졌다 입혀지며(!) 변신을 완료한다. 변신 후에는 다시 "저희들이 불쌍한 사람을 도울 수 있게 힘을 주세요"라며 다시 기도를 올린다. 

그러나, 

"달콤한 꿈을 꿨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그 꿈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한 과정으로 칼카나마는 로또 1등이 어불성설임을 깨닫고 금세 시무룩해지고 만다. 그 와중에 "부산 인수"를 먼저 꿈꾸는 칼카나마의 눈망울과 표정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 컷은 해외 만화 '페페 더 프로그'에서 파생된 슬픈 개구리짤이 패러디된 것으로 만화 속의 한 컷이 합성과 재가공을 거치며 일종의 밈으로 정착했다. 슬픈 개구리짤 외에도 페페 더 프로그는 갖가지 표정을 지은 캐릭터로 인터넷 속에서 다방면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예를 들자면 화난 개구리짤을 숨겨놓고 '제목 : ㅇㅇㅇ 못함 / 본문 : 아무튼 못함' 식으로 다는 형태다. 원래 ㅇㅇㅇ은 잘 나가는 인물이며 작성자는 이를 부정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 무논리로 내지르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진심으로 증오한다기보다는 부러움, 시기, 질투의 느낌에 가깝다.

칼카나마의 우울한 마음은 계속되고 기어이 발렌시아 팬질의 시작을 후회하며 "눈물만 나오는구나..."라며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이 컷은 일본만화 '배가본드' 중 짤방화된 한 장면이 패러디됐다. 컷 속의 인물은 카네마키 지사이이며 그가 길렀던 사사키 코지로를 떠나보내고는 코지로를 이제 자신의 품에 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무상을 느껴 "눈물만 나오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배가본드의 장르는 검을 다루는 액션물이자 시대극이다. 

첫 번째 부인 단계에서의 이 컷을 그냥 넘어갔던 이유는... 그렇다. 내가 잘 모르는 짤이기 때문이다. 보통 주요 키워드만 치면 나오는데 이 컷은 '~만 지키면 됨 ㅇㅇ'으로 검색해도 원본짤이 안 나오고 '불과 몇 달 전 ~하던 사람이다'라고 검색해도 원본짤이 안 나온다. 최후의 수단으로 얼굴 이미지만 잘라 이미지검색을 시도했으나 소득은 없었다.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린다.

★ 패러디 원본 짤 출처

- 죽음의 5단계 설명 https://goo.gl/MRCdIz 

- 프란델리 감독 사임 기사 https://goo.gl/19qIui 

- 오덕의 흔한 패기 https://goo.gl/rsCA9Y 

- 네다X & 응 OO https://goo.gl/BTB2XU https://goo.gl/lsyo5T 

- 우리ㅇ 느그ㅇ 유래 https://goo.gl/oKW4A4 

- 천사소녀네티 기도 후 변신 https://goo.gl/NVMq2S 

- 페페 더 프로그 https://goo.gl/ygZ5rn https://goo.gl/bzGg7v 

- 눈물만 나오는구나 https://goo.gl/LdqP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