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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가 추천하는 이주의 '웹툰 속 어떤 순간’] 아 지갑놓고나왔다 - 부모와 가족, 어른 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하여

EditorAnne | 2017-01-09 00:35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민감한 내용도 있습니다.)


새해를 끼고 결혼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청첩장을 주고받고 의례적인 축하를 나누고 당연하다는 듯 자녀계획을 묻습니다. '아기를 너무 좋아하니 세 명은 낳고 싶어요'라고 말했던 한 지인의 말이 기억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반문하고 싶어져요. '아기가 큰 이후의 일은 생각 안 하시나요?' 생각해보세요. 모든 아이는 자신의 의지없이 세상에 던져진다는 사실을요. 스스로 원해서 태어나는 아기는 없잖아요. 선택권이 있다면 출생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요. 그저 '귀여운 생명체가 좋아서' 아이를 낳는다는 발상은 그 아기가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과, 성장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아닐까요? 그저 생각없이 출산한 후 책임을 지지 않는 부모들이 과연 뉴스에만 등장하는 이야기일까요? 더군다나 요즘같은 이런 세상에 말이죠. 오죽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모성이다'라는 말이 나왔겠어요?


쓰다보니 흥분했네요. 오해는 마세요.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뉴스를 봐도 주변 이야기를 들어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부모'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 동시에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정말 많잖아요. 오늘 다룰 웹툰 역시 자격없는 부모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중인 작가 '미역의 효능'의 '아 지갑놓고 나왔다'입니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음산한 그림체를 보고 예상할 수 있듯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저 역시 돈내고 미리보기를 할 정도로 이 작품을 애정하지만, 마음이  힘든 날에는 보지 않아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여기 노선희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사촌들에게 윤간을 당한 후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노선희는 사건의 여파로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타인을 새의 얼굴로 인식하는 것이죠. 또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일이 커질까봐 함구했던, 문 틈으로 반만 보이던 큰 엄마의 얼굴을 자신의 영혼에 덧씌워 '짝짝이 눈 얼굴'의 환각을 봅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들을 선택해 선희와 그녀의 엄마를 결과적으로 버렸고, 그나마 선희의 편이었던 엄마조차 힘든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종교에 심하게 귀의하게 되죠.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밖으로 나돌던 선희는 원치않은 임신을 하게 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이 새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딸을 키우기로 다짐하며 미혼모 싱글맘이 됩니다.  '노루'라는 이름을 가진 딸은 사고방식이 도저히 아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어른스러웠습니다. 가난하지만 누구보다도 밝고 명랑한 엄마 노선희와  똘똘하고 어른스럽지만 누구보다도 엄마를 깊이 사랑하는 딸 노루는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노루는 그만 이른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게 됩니다. 죽어서도 엄마에 대한 걱정을 접을 수 없었던 노루는,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는 엄마를 위해 놀이터에서 돈을 파내 저금통에 넣어두는 등 엄마의 인생에 관여합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았죠. 그러다 용한 무당을 만나 환생하면 다시 선희의 자식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저승에 가게 됩니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무당은 대신 '교통사고로 노루가 죽지 않았을 경우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그 미래는 암담했어요. 정신병을 여전히 앓고 있는 선희는 딸이 커갈수록 집착이 심해지죠. 반대로 엄마밖에 모르던 노루는 어른으로 성장하며 엄마의 집착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결말은 파국. 노루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선희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출산해 아이를 키우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자신이 누려야 마땅한 엄마의 사랑을 대신 누리는 두 남자아이를 보며 노루의 마음은 찢어집니다.


최근 이 작품을 보는 게 더욱 힘들었던 이유는, '부모',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에피소드가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일단 딸의 상처를 나몰라라하고 모녀를 문전박대한 아버지가 등장했고요. 아버지보다는 좀 낫지만 결국 딸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사실 아버지가 등장하기 전에는 문제의 큰 엄마가 등장했었습니다. 이 파렴치한 여자는 자신의 죄를 내려놓고 편해지고 싶은 마음에 선희를 찾아왔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망가졌는데 그 앞에 대고 '가족끼리 왕래하며 지내자'고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딸들의 아빠가 된 선희의 사촌오빠들도 이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선희는 큰 엄마의 얼굴에 가위로 상처를 내버리고 맙니다. 그 일이 지난 지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가 찾아온 것입니다. 아버지는 선희의 새 남편과 아이들에게 접근합니다. 그러나 선희는 단호하게 아버지를 몰아내죠. 아버지의 대사에서 그가 딸을 찾은 이유가 순수한 죄책감 때문이 아님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먼 발치에서 선희의 소식을 전해듣고 마음앓이만 하던 어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남몰래 기뻐합니다. 종교에 귀의하는 것만으로는 덮을 수 없었던 감정을 인정한 것입니다. 일견 이 어머니의 심리에 공감하면서도 씁쓸합니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 그 당시의 어머니는 더 강했어야 했으니까요. 시가의 협박에 굴복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결국 선희에게는 또다른 가해자일 뿐이죠.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그리고 선희의 어머니 경자는,  빗장을 걸어 꼭꼭 숨겨두었던 다른 속내를 들키고 맙니다. 손녀 노루때문에 딸 선희가 힘든 삶을 산다고 생각한 경자는, 내심 노루가 사라지기를 바라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노루의 죽음에 대해 그녀는 죄책감과 함께 기쁨을 느낍니다. 그리고 시크하고 어른스럽게만 보였던 노루 역시 이 사실을 알고 마음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이 작품에서 온전한 피해자는 노루 한 명 뿐입니다. '선희는?'이라고 반문하시겠죠. 하지만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지못한 선희는 딸에게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할 수 없었습니다. 마땅히 엄마가 주어야 할 돌봄 대신 딸에게 의지하는 것을 택했고, 자신이 현재 키우고 있는 아들 두 명을 똑똑했던 노루와 비교하며 지내죠. 두 아들에게 간신히 엄마 역할을 해나가는 선희를 보면 읽는 사람의 마음이 다 조마조마해지거든요. 무섭지 않나요? 자녀의 인생을 좀먹게 했던 부모들의 죄가 그 대에서 끊기지 않고 자녀의 자녀에게로 흘러간다는 사실 말예요.


이 작품에는 인생을 망가뜨리는 두 가지의 대의가 나옵니다. 하나는 '가족', 다른 하나는 '종교'입니다. '가족끼리'를  말 끝에 붙이는  선희의 친가는 남보다도 못한 짓을  조카에게 저지릅니다. 그러고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용서받고 싶다고 요구합니다. 선희의 엄마 '경자'가 귀의한 종교도 결국은 그들의 삶을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경자가 만일 종교대신 이성의 끈을 잡고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해보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경찰에 신고하고 변호사를 고용하고 선희를 치료받도록 했다면 모든 비극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글 초반부에서 언급했듯 이러한 일들은 지금도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뉴스에 보도되는 건 극히 일부분일 뿐이에요. 설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 카톡에 자식이 다니는 명문대 이름을 올리기 위해' 아들딸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부모들이 선희의 부모와 전혀 다른 존재라고 보시는 건 아니겠죠?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가장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건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는 나와 동등한 인격과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인식과 두려움이 없다는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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