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칼럼] 웹툰 컨텍터, 피해야 할 4대 사회악 같은 유형
필자는 장르 소설계의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었다.
히트 작가로 여러 출판사의 러브콜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아 어디에 갈지 고민한 게 아니라, 폭망 작가로 영세 출판사를 전전하면서 심연의 어비스 밑바닥 끝을 보고 왔다.
장르 소설과 웹툰은 장르가 전혀 다르지만 창작 업계라는 공통점이 있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처럼 똑같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일전의 칼럼에서는 피해야 할 웹툰 스토리 작가 유형에 대한 썰을 푼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피해야 할 웹툰 컨텍터 유형에 대한 썰을 풀어 보겠다.
1. 자기자랑의 화신 –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이 유형은 창작 업계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나서 듣는 첫 이야기가 자기자랑이면 ‘아아, 이번에도 글렀네’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다.
자기자랑은 보통, 컨텍터가 컨텍의 대상의 신뢰를 얻기 위해 썰을 풀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계약 조건이나 작업 환경 등 업무적인 부분은 완전 배제하고 오로지 자기자랑 하나만으로 자신을 믿어달라는 암묵적인 강요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자기자랑의 레퍼토리는 자신이 이전에 어떤 큰 단체에 몸을 담고 있었고, 과거에 어떤 대단한 업적을 세운 바 있다는 것과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작가와 잘 알거나 혹은 그들을 자신이 키웠다는 말들이 있다.
근데 막상 그 사람들이 키웠다는 작가한테 직접 문의하면 그런 사림 없다고 부정하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번은 상업적 성공 기준으로 모 SS급 작가를 두고 A편집자, B주간, C편집장이 서로 각자 자신이 해당 작가를 키웠는 주장을 들어서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서로 다른 출판사 관계자도 아니고 한 출판사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 다 달랐다)
컨텍터의 자기자랑은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고, 객관성이 부족하거나, 팩트를 함께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믿을 게 못된다.
설령 팩트가 뒷받침을 해준다고 해도, 다른 작가를 불러 놓고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것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2.수호 108성 인맥 – 아, 저 그 작가랑 친합니다.
이 유형은 본인이 자랑할 거리가 마땅히 없어서 아는 사람 혹은 알지도 모르는 사람의 일화를 가지고 와서 떠드는 경우에 속한다.
자기자랑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게,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팔아서 입을 놀리는 것이라 그렇다.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해야 하는데,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적인 인맥을 공적인 인맥처럼 포장하는 게 문제다.
특정한 작가가 미팅을 했다. 그 작가랑 잘 아는 사이인데 차기작은 우리와 함께 하기로 되어 있다. 우리 작가 라인 빵빵하다! 이런 식으로 미팅 현장에서 야부리를 터는데 나중에 알아보면 속 빈 강정인 경우가 허다하다.
3.간잽이 마스터 – 일단 원고 나오는 거 한 번 보고 결정하죠.
이 유형은 작가에게 있어 희망고문의 끝판왕이다.
일단, 무작정 만나자고 연락을 하고.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어떤 작품을 보내주시되 한 번 보고 결정하죠. 라는 애매한 결론으로 귀결시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 ‘한 번 보고 결정하죠’란 결론이 나오면 그 뒤 일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애초에 계약을 제의하러 만나는 게 아니다.
‘그럼 대체 왜 만나자고 한 걸까?’라는 의문이 절로 들게 하는데 이런 일은 창작 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어떤 작가와 작품을 보고 계약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저 작가/작품 내버려 두기는 아까운데 계약을 맺어 데려갈 능력도 여유도 없어서, 일단 한 번 만나서 눈도장 찍어 놓고. 그 작가가 행여나 다른 곳에 가지 않도록 원고 한 번 보내달라고 형식적인 멘트를 날려서 간보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 간보기에 낚여서 원고를 보내도 답장이 안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게 샘플 원고를 보내도 최소한의 원고 시안비 하나 없이 거저먹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낭비의 끝을 보여준다.
4.뻥카의 극에 달한 자 – 저희가 투자도 엄청 많이 받았고 회사 미래도 존나 밝아요!
이 유형은 사기인 것 같으면서 법적인 문제는 없어 사기가 아닌데 사람 등쳐먹는데 최적화된 사례다.
작가 에이전시인 것도, 웹툰 플랫폼도 아닌 상태에서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는데 곧 있으면 오픈한다 어쩐다 하면서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았고 자금은 빵빵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현혹한다.
10점 만점 중에 1점짜리를 9점으로 뻥튀기한 것이다. 1은 있으니까 최소 0은 아니라서 사기는 아닌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그래서 작가 스스로 조심해서 피할 수밖에 없다.
투자 유치는 작가가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넘어간다고 쳐도, 컨텍터의 소속이 작가 에이전시인지. 신규 웹툰 플랫폼인지. 플랫폼이라면 연재 사이트가 개설되거나 준비 중에 있는지 이 부분은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상이 피해야 할 컨텍터의 네 가지 유형이다.
필자가 창작 업계의 심연 밑바닥에서 질리도록 많이 본 유형들인데, 장르 소설 경험을 떠나서 웹툰 경험만 놓고서 그걸 바탕으로 몇 다 더 적자면, 2년 전 2015년경에 웹툰 스토리 작가 제의를 받았을 때 저 유형의 복합성을 가진 웹툰 컨텐터를 만났었다.
투자 유치 잘해서 자금 빵빵하고 곧 있으면 오픈한다는 플랫폼이 단 한 달만에 공중분해 되어 없던 일이 되어 버렸고. 네이버 웹툰 네임드 작가랑 잘 아는 사이고 그 작가 신작 우리랑 같이 하기로 했다면서 자기네가 오더 준 시나리오대로 스토리 잘 뽑아내면 그 작가 붙여주겠다는 말까지 들었었는데.. 막상 오더 받은 시나리오로 콘티 짜서 보내니 출장 핑계로 근 한 달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가 애매한 답변을 보내옴으로써 관계가 정리됐다.
물론 콘티 시안비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 당시엔 네이버 웹툰의 그 유명한 작가와 함께 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에 눈이 멀어 판단력이 흐렸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부족한 것 없는 유명한 작가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누군가의 개인적인 친분만 가지고 사이트 하나 없는 상태에서 신작을 연재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어야 됐었다.
물론 웹툰 컨텍에 있어 그렇게 안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16년 작년에는 사무실 있고, 소속 작가, 팀 분명히 있는 모 웹툰 에이전시에서 웹툰 시나리오 관련 외주를 받아 일을 했고 원고 샘플비도 보장 받아서 아무런 잡음 없이 작업한 거 빨리 보내주고 정산 받을 거 다 받아 깔끔하게 잘 끝났다.
모든 웹툰 컨텐터가 나쁜 게 아니고, 일부 웹툰 컨텐터가 나쁜 것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컨텍이 제대로 온 것이라면 언제든 좋은 기회가 된다.
웹툰 컨텍터에게 연락이 오고 미팅이 잡히면, 허울 좋은 말이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대처해 좋은 기회를 가려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