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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EditorAnne | 2017-01-24 09:57

삶을 뒤흔들 정도로 큰 상실감을 느껴본 적 있으세요? 저는 있습니다. 20대 후반의 일이었죠. 웃으며 과거를 곱씹게 된 것은 채 2년도 안 된 일이에요. 문자 그대로 매일 울었습니다. 상대를 저주하고 세상을 저주하고 신을 저주하다가 종국에는 늘 스스로를 탓했죠.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가물가물한데요. 다만 과거를 곱씹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지자 주어진 하루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건 기억납니다. 있는 힘을 모두 짜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약이 된 셈이에요. 정신 차려보니까 어느새 저의 상태도 객관적인 상황도 훨씬 나아져 있더라고요. 운이 좋았죠.


하지만 시간이 결코 메워줄 수 없는 상실이란 것도 있는 법입니다. 가령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슬픔 같은 것 말이죠. 이번 주 연재된 웹툰 중에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정반대의 방식으로 대처하는 두 개의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웹툰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 중인 김용희 작가의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바 있듯, 유려한 작화와 모든 등장인물의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잘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142화에서는 어린 요괴사냥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구미호에게 온 가족을 잃은 소녀 사냥꾼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드디어 맞닥뜨린 구미호의 능력은 너무나 막강해 어린 소녀로서는 감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그런데 알고보니 구미호는 다른 요괴사냥꾼에게 자신의 새끼를 도륙당한 과거가 있었습니다. 아무런 욕심없이 그저 조용히 새끼를 키우고 살고싶었던 구미호는 그 날 이후 깊은 원한을 품고 무차별적으로 요괴사냥꾼을 죽이고 다니는 악귀가 된 것이죠.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본능적인 두려움에 새끼를 버리고 혼자 도망쳤다는 죄책감이 구미호를 더욱 악에 받치게 만들었습니다. 구미호도 알고 있습니다. 복수가 복수를 낳는 이 사슬을 끊을 방법은 용서뿐이라는 사실을요. 사람을 베고 베고 베어도 자신의 마음을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요. 하지만 구미호는 이 살육을 멈출 용기가 없습니다.




두번째 웹툰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중인 작가 ‘보리’의 <실>입니다. 한 연인의 얽히고 섥힌 전생을 추적하며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65화는 연인이 만나는 3번째 전생을 다룹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남자주인공의 ‘고향 아저씨’가 오늘 다룰 주인공 되겠습니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조국이 해방되고 모든 것이 원상복귀되리라고 믿었던 민초들. 그러나 시대는 가혹하게도 또 이 땅을 또 다른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습니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아저씨도 어린 아들을 잃었습니다. 고통을 호소하며 숨을 거두는 자식을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아버지는 그저 울부짖을 뿐입니다. 그후로도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한반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게 된 아저씨는 새로 들어온 어린 학도병이 자꾸만 눈에 밟힙니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아들을 닮아서 그렇습니다. 내 아들은 그렇게 떠나보냈지만 저 소년만큼은 꼭 살아서 고향에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뜰히 보살핍니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어디선가 수류탄이 날아와 학도병 앞에 떨어집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설상가상으로 학도병은 다리에 총을 맞았습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 숨조차 쉬지 못하면서 소년은 울먹입니다. 죽기 싫다고 되뇌입니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 vs 실  - 상실에 대처하는 자세

그 모습을 보며 아저씨는 다시금 자신의 아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학도병에게 말하지요. “걱정하지 말아라. 얘야. 이번에는 꼭 너를 살려낼 거야.” 그리고는 아무로 말릴 틈 없이 몸으로 수류탄을 덮습니다. 그리고 폭발.


상실에 대처하는, 너무도 상반된 두 개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웹툰의 특성상 극단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상실감을 겪는 이들이라면  두 대척점 사이의 어딘가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겁니다. ‘복수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삶을 살 것인가?’ 앞서 말한 두 개의 질문을 다시 한 번 바꿔보면, ‘머무를 것인가? 뛰어넘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물론 상실감에 내 인생 전부를 묶어서는 안된다는 걸 머리로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두커니 서 있으면 ‘상실의 기억’은 어느 샌가 우리의 발목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감히 두 개의 태도를 비교하고 어떤 것이 낫다고 평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캐릭터의 상반된 표정을 한 번 보세요. 어느 쪽이 더 행복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인생을 관통하는 이런 주제들을 글로 읽는 건 좀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웹툰은 그렇지 않죠. 시나브로 우리의 마음 속에 스며드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콘텐츠가 지금 웹툰 말고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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