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걸 보는 '소라의 눈'
소라의 눈 / 작가 : 썸머 / 레진코믹스 / 완결
알 수 없는 병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아들을 가진 한 남자는 아들을 살리고자 안개산의 사찰을 찾는다. 사찰에서는 곧 사람이 내려오는데, 이때 일의 심각성에 따라 사람이 달리 내려온다고 한다. 별일이 아니라면 청년이, 보통의 일이라면 중년이, 심각한 일이라면 노인이 내려온단다.
긴장하고 있던 순간. 남자의 앞에 다가온 건 노파와, 아주 어린 소년인데...
남자는 그들에게 자신의 아들 정하를 보인다. 노파는 길어야 앞으로 2년, 그 안에 저주를 받아 정화는 죽을 것이라며 포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소라는 자신이 지킬 것이라 말하며 정하에게 다가간다.
시간은 지나가고 2년보다도 더 넘게 흘렀다. 죽을 것이라던 정하는 병약하긴 해도 잘 자라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고 소라 역시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의문의 사고에 종종 휘말리는 정하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소라는 정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정하는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소라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되레 그를 괴롭히고 욕한다. 까칠하고 몸 약한 도련님이 착실하게 삐뚤어져 자라고만 거다.
한편, 이 둘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고생 강희다. 할머니가 무당인 강희는 영적인 능력이 있어 정하와 소라 사이의 ‘어떤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정하랑 사이가 좋은가 봐.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그러다 죽을지도 몰라.
액(厄)을 대신 받아주고 있니?”
이 말에 소라는 태연히 반문한다. ‘그것만’ 보이냐고.
사실 소라의 눈은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영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안개산의 후계자일 정도로 영능력이 강한 소라는 남들 눈에는 악귀로 보이는 것도 ‘다른’ 형태로 본다. 과연 그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 건지. 그리고 정하와 그 사이에는 ‘어떤’ 것이 있고 ‘무슨’ 이유가 있는 건지.
작가 특유의 감성이 짙은 작품이다. 산뜻한 펜 선과 무채색의 톤 등이 그 감성을 극대화시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는 편집부의 말대로 깨알 같은 개그 센스가 들어있어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영적인 것’을 소재로 한 이야기 자체로 엄청난 흡입력을 가졌는데 소라와 정하의 묘한 관계는 더더욱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탄탄한 스토리와 감수성이 물씬 풍기는 작화, 뒤를 궁금하게 만드는 비밀스러운 설정까지. 작품이 완결 난 지금, 멈추지 않고 다 감상할 수 있겠다. 꼭 읽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