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의 웹툰 패러디 원본짤을 찾아서

―62. 칼카나마 라리가위클리 401 '마덕리 봄꽃놀이'

니스NICE 장 지 원

모두 올 봄 꽃놀이는 잘들 했는가? 나도 했다. 출근길에 홍제천을 걸으며. (... ㅋ)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플로서의 꽃놀이를 하느냐 마느냐에 관심이 쏠릴 때, 저 멀리 서반아의 마덕리에서는 황손종친회 대 체육회 간의 승점꽃놀이 자리싸움이 펼쳐졌다.

무슨 말이냐고? 지난 12일 올라온 칼카나마 라리가위클리 '마덕리 봄꽃놀이' 얘기다. 칼카나마는 지난 8일(한국시각)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라리가 31라운드이자 마드리드 더비인 레알 마드리드 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전 딱 하나를 조명해 그렸다. 엘클라시코 등 더비를 그릴 때 그만의 개성 있는 비유를 사용해 경기의 90분을 매끄럽게 정리하기로 유명한 칼카나마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패러디 또한 변함없이 깨알같고 말이다. '마덕리 봄꽃놀이' 또한 그랬다.

흔한 '~는데...' 식의 서론이 지난 후 전망 좋은 마덕고개 위에서 황손종친회 회장(레알 마드리드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와 체육회 회장(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주장) 가비가 서로를 맞닥뜨렸다. 이 때 둘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3년을 즐겼으면 양보할 때도 됐잖여?" "그 전까지 10년을 해처먹던 게 누구시더라?"라 디스를 걸었다. 

이 대화는 지난 13시즌 간 마드리드 더비(리가만)에서의 상대전적을 비교한 것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13/14, 14/15, 15/16시즌 홈&어웨이를 합친 전적은 모두 아틀레티코가 우세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양 팀의 전력차 등의 이유로 무려 10여 년간 레알 마드리드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었다. 02/03~12/13시즌까지의 일이었다.

(상대전적 보기)

칼카나마의 비유 행진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체육회의 얀 오블락이 파리채 선방을 하도 열심히 보여주니 "블락을 작작 해야제!"라며 짜증내는 황손종친회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와중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오블락의 키를 넘기는 돗자리 슈팅을 "얍삽이지!"라고 하며 던질 때 스테판 사비치가 "누가 나 불렀소?" 하면서 갑툭튀한다. 삽이지와 사비치 라임이라니. 사비치의 허슬플레이는 31분쯤 터져나왔다. 

(사비치 허슬플레이 다시보기) (오블락 수퍼세이브 다시보기)

이 컷쯤 와서 드디어 패러디라 할 만한 것이 하나 등장한다. 황손종친회의 루카 모드리치, 카세미루, 토니 크로스의 3미들이 "가운데 길을 틀어막고"서 체육회의 페르난도 토레스가 지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는 누리꾼들에게 '길거리 3대 민폐'로 꼽힌 것 중 하나인 '길거리 카테나치오'를 패러디한 것이다. 카테나치오Catenaccio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뜻하는 용어로써 길거리 카테나치오라 함은 3~4명이 일렬로 걸어가며 인도를 점령해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거나 추월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를 비꼬는 표현이다. 그 외 나머지 민폐들로는 거리에서 담배 피우기, 인도 위에서 오토바이 몰기가 꼽혔다.

"고개 양쪽 사잇길"을 노린 "마씨랑 카씨"는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이다. 각각 펑퍼짐한 머리와 펑퍼짐한 수염으로 완벽한 분장을 해냈다.

이어서는 황손종친회의 중앙수비수 페페의 활약상이 부각됐다. 1-1 스코어로 끝난 이 경기에서 페페는 52분 크로스가 올려준 프리킥을 반대편 포스트 쪽으로 밀어넣는 헤더로 귀중한 선취 득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불과 10분 뒤인 62분, 페페는 체육회의 파상공세를 막다가 선취골을 도와준 크로스와 서로 충돌했고 이 때 생긴 부상으로 인해 결국에는 교체아웃이 되고야 말았다.

이 장면을 칼카나마는 2개의 패러디로 승화시켰다. 하나는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눈을 부라리고는 씩 웃으며 "너 이 새끼 방금 뭐라 그랬어?"라고 말하는 인터넷강사의 짤이었다. EBS 수학 강사라는 소스까지는 얻었지만 끝내 실명이 뭔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또 하나는 만화 '내일의 죠'에서 주인공 야부키 죠가 망가진 몸상태에서 처절한 경기를 마친 뒤에 나온 명장면명짤이 패러디됐다. 

(페페 선제골 다시보기) (페페 부상 다시보기)

체육회의 토레스가 달려가다 황손종친회의 케일러 나바스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은 60분에 나온 토레스의 감각적인 침투와 슈팅 그러나 멋지게 펼쳐진 나바스의 슈퍼세이브를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토레스 역습 & 나바스 슈퍼세이브 다시보기)

페페가 선점한 마덕고개의 명당은 그가 아웃된 후 교체투입된 나초 페르난데스가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85분 체육회의 해결사 앙투안 그리즈만이 끝내 동점골을 터뜨려내고 마는데... 그리즈만 때문에(?) 활약을 벼르던 알레시오 체르치는 그래도 묻혀버렸고 그는 그리즈만의 뒤통수를 보면서 '너가 왜 거기서 나와...'라며 원망할 뿐이었다.

이 때 나온 체르치의 표정과 방백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빚어낸 명짤 중 하나인 정형돈의 '형이 왜 거기서 나와...'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 장면은 지난 2014년 말 방영된 무한도전 '유혹의 거인' 편에서 나왔다. 녹화 전날은 무조건 금주하기로 약속해왔던 무한도전 멤버들이지만 이를 잘 지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장훈을 '유혹의 거인'으로 등장시킨 몰래카메라였다. 이 때 정형돈이 유혹에 딱 걸려버렸고 갑자기 등장한 유재석을 보며 짓는 순진무구+놀람이 가미된 표정이 바로 저 짤방을 탄생시켰다. 

(그리즈만 동점골 다시보기)

끝으로는 봄의 미세먼지 때문에 1-1에서 끝내 결판을 내지 못한 둘과 그 모습을 고등어를 구우며 비웃는 바르셀로나(네이마르 & 리오넬 메시)가 등장했다. 양 팀이 비긴 덕에 승점차를 좁힐 수 있었던 바르사였지만 말라가 원정에서 0-2로 패하며 기회를 날려버린 것도 마지막에 살짝 그려졌다. (...)

이는 지난해 봄 '미세먼지의 주범은 고등어'라는 내용의 기사가 삽시간에 퍼져나갔던 사건을 패러디한 것이다. 당시 누리꾼들은 '정부는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애꿎은 고등어 탓으로 돌리냐'는 비판과 함께 각종 패러디들을 만들어냈으며 환경부는 다급히 "고등어 대기 중 미세먼지 주범 발표한 적 없다"는 해명을 내놔야 했다.

고등어 미세먼지 패러디 중 가장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 패러디 원본 짤 출처

- 길거리 카테나치오 https://goo.gl/4J7h2h https://goo.gl/U1p2XE 

- 인강 https://goo.gl/AlmIS1 

- 하얗게 불태웠어 https://goo.gl/sMzrIs 

- 형이 왜 거기서 나와 https://youtu.be/mfkKdPdfzBA 

- 미세먼지 고등어 https://youtu.be/lDdIWRDkKwI https://goo.gl/7Fdj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