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the real? <미래의 시간>
What’s the real? <미래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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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이상한 고찰
‘나’는 어떻게 규정되는 것일까? 살다보면, 내가 생각하는 ‘나’와 누군가에게 인식되는 ‘나’ 사이의 차이와 균열이 있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나와 나 사이의 균열이 나와 누군가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두 자아를 가진 두 개체가 하나의 이름을 공유하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비둘기 작가의 <미래의 시간>은 이러한 시각으로 작품에 접근하여 비범한 고찰을 시도하고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과거
<미래의 시간>에서 최미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나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편린들로 괴로워하고 있다. 종종 친구들에게서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에 당황했다는 에피소드를 들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거가 바뀌어 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일들로 인해 남자친구와도 헤어졌고, 끊임없이 과거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으려고 병적으로 다이어리를 기록하는 습관도 생겼다. 누가, 왜 나의 과거를 뒤바꾸고 있는가?
‘진짜’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미래의 시간>에서 재미있는 점은 최미래의 과거를 지우고, 뒤바꾸는 주체가 다름 아닌 ‘나’라는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이중인격 보다는 <매트릭스>에 가깝다. 무엇이 ‘진짜’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버려진 또 다른 나와 투쟁하는 미래는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결국 과거를 기억하는 미래는 생물학적으로 태어나면서 가진 ‘진짜’이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미래는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인,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다른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진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residual self-image’
영화 <매트릭스>에서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진짜란 두뇌가 해석하는 신호에 불과하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가 자기 인식을 통해 남겨진 이미지이며 그것이 실재인지 허상인지는 인식하고 믿는 바에 따른다는 의미이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겪는 혼돈의 삶을 미래는 SF적 환상 없이 현실적 사건들로 채워 넣는다. 무엇을 진짜라고 할 수 있는지는 내가 믿는 나를 인식하는 것을 통해 결정된다. 여기에서 변수는 나를 믿어주는 다른 개체들이다. 다시 처음의 물음으로 되돌아가본다.
“나는 어떻게 규정되는 것인가? 내가 믿는 ‘나’에 의해서인가? 혹은 남이 인식하는 ‘나’에 의해서인가?”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