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관의 한국 웹툰계 만화가 자격증 발급 루머.
△'만화가 자격증'으로 구글 검색을 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
최근 페이스북상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한국 웹툰계에 만화가 자격증을 만든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노동부 산하로 산업인력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기관이다.
근로자 평생 학습의 지원, 직업능력 개발 실시, 자격검정, 숙련기술장려 사업 및 고용촉진 등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서 만화가 자격증을 만든다는 루머가 떠도는 것이다. 국가 공인 전문 직종화시킨다는 거다.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그게 팩트에 근거한 소문인지, 아니면 단순한 풍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당최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것인지 몰라도 만화가 자격증이라는 전대미문의 미친 발상은 헛소문이라고 할지라도 경계해 마땅할 일이다.
창작 분야에서 창작자한테 자격을 부여한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니, 지금은 옥중에 계신 수인번호 503의 창조경제론인가.
작가 자격증이란 말은 업계 종사자, 관계자라면 생각지도 못할 황당한 발상이다. 창작 업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보통, 자격증은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하는 직업군에 속해 존재하는 것인데. 만화가 자격증의 전문적인 기술은 그럼 뭘까? 그림을 잘 그리는 거? 스토리를 잘 짜는 거?
한국 웹툰계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작화 밀도가 높은 그림 잘 그리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그림판에 대충 휘갈겨 그린 그림조차 못되는 낙서 가지고도 장르의 허점을 찌르거나 병맛 개그로 승부수를 띄우는 작가들이 있다.
그래서 작화 실력이 만화가 자격에 대한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의 재미고 플랫폼의 간택을 받는 것은 재미에 더해 화제성과 대중성을 갖춘 작품인데 이것은 어떤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것도, 누가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창작의 자유와 작가/작품의 개성과 특색. 작화,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된다.
만화가 자격증의 전문적인 기술에 대한 정의와 기준도 모호하거니와, 만화가와 작품을 규격화시켜 전문가의 틀 안에 가둬 놓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만화 자격증을 가진다고 해도 그게 웹툰 플랫폼의 선택을 받아 데뷔할 수 있다는 보장이 되지는 못한다.
웹툰 플랫폼에서 만화가 자격증 가진 작가를 반드시 뽑아야 되는 의무조항도 없거니와, 만화가 자격증을 가졌다고 해서 그게 그 작가가 그리는 작품의 재미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화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겠지만, 재미는 가르칠 수 없다. 흥행 코드를 분석할 수는 있어도 그걸 적용시킨다고 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작품 흥행을 위해 작가와 함께 머리를 싸매는 건 플랫폼 편집부나 작가가 계약한 매니지먼트 혹은 창작 스튜디오에서 할 일이지, 거기 어디에 만화가 자격증이 필요할 여지가 있겠는가.
만화가 지망생들의 새로운 희망고문 지옥, 쓸데없는 만화가 자격증 부심, 만화가 자격증의 취득 여부로 작가를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나누는 사회적 시선과 편견 등의 악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자격증인 걸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최소한 만화가 자격증은 현직 웹툰 작가나 웹툰 관련 협회에서 나온 말 같지는 않다.
추측컨대, 한국 웹툰이 현재 잘 나간다고 하니까 빨대 좀 꽂으려는 이들이 작당한 게 아닐까 싶다.
만화가 자격증이 생기면 가장 득보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곳은 분명 자격증을 발급하고, 자격증 취득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리라.
자격증 장사를 하며 돈을 걷는 나라와 자격증 교육팔이를 하는 학원가다. 웹툰이 흥하니까 웹툰도 교육 과목에 넣어 가르치는데 만화가 자격증까지 생기면 만화가 자격 강습을 할 건 불보듯 뻔한 일로 학원가에 있어 노다지나 마찬가지다.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나오는 한국 웹툰 규제 목소리에 만화가 자격증 도입 루머까지 더해지니. 새삼스럽지만 지금 이곳이 헬조선 지옥불반도 맞는 것 같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만화가 자격증은 너무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 풍문으로 그쳤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기본 상식적 멘탈은 지켜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