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툰의 웹툰 기본 계약서 공개. 웹툰 플랫폼의 솔선수범(率先垂範) 사례.
웹툰 플랫폼에서 웹툰인사이트를 통해 작품 연재에 대한 기본 계약서 양식을 공개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커뮤니티, 포럼, 게시판에 내용을 공유할 수 없으니 업체의 요청에 따라 이메일로 요청한 사람에 한해 개별적으로 제공되었다고는 하지만, 웹툰 플랫폼 측에서 자사의 기본 계약서를 공개한 것은 한국 웹툰사에 유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계약서의 내용은 대외 비밀에 해당하며, 계약 조항 중에 비밀 유지 조항이 꼭 들어가 있어서 플랫폼은 물론이고 계약 당사자인 작가들조차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간혹 SNS상에서 일부 웹툰 작가들이 계약 썰을 약간 흘리는데 그것도 사실 계약서에 비밀 유지 조항에 저촉되는 일이다.
그 때문에 불공정 계약 및 계약 불이행 이슈 주제로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은 주로 작가들이고. 그마저도 의견일치를 보이지 못해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계약 불이행으로 피해를 본 작가가 있다면, 지금 현재의 계약 조건에 만족하는 작가도 있기 마련이고. 플랫폼의 눈 밖에 나기 싫어서 조용히 있거나. 혹은 플랫폼에 감정을 이입해 작가가 다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어서 그렇다.
거기다 플랫폼의 관점에서 봐도 기본 계약서를 공개함으로서 플랫폼 자체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다.
필연적으로 타사의 계약과 비교될 수밖에 없고, 계약 조건이 타사보다 낮다면 작가들이 당연히 그쪽으로 몰릴 테니 이득은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측에서 먼저 기본 계약서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이건 한국 웹툰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웹툰 기본 계약서를 공개함으로서 득을 보는 것은 전적으로 웹툰 작가들이다.
정확히는, 계약을 처음 해보는 신인 작가와 작가 데뷔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이 거기에 해당된다.
이미 계약 경험이 있는 기성 작가야 익숙하게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 검토한 뒤 사인하면 그만이지만, 계약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 작가는 처음 받는 계약서의 내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길이 없다.
MG부터 시작해서 유료 수익의 배분과 평균 마감 시간, 화당 컷수 등등.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거기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불공정한 계약을 하고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나마 아는 웹툰 작가를 통해서 한 다리 건너 계약 정보를 얻는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런 정보통조차 없다면 온전한 계약을 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플랫폼 측의 계약서 공개는 계약 정보에 취약한 신인 작가들에게 있어 광명(光明)이요 복음(福音)이다.
더 나아가 새로 웹툰 시장에 뛰어드는 웹툰 플랫폼 후발 주자들한테도 웹툰 업계 기본 계약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장르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플랫폼 후발 주자들은 장르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계약의 기준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다수 있고. 그 때문에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조건으로 계약을 제시하는 게 비일비재해서 그렇다.
필자도 장르 시장 밑바닥을 구르면서 수많은 영세 업체를 만나면서 말 같지도 않은 황당한 조건 제시를 받아온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업계 사정을 알면서 기만하고 속이는 사람보다 업계 사정도 모르면서 후려치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다.
아무튼 요새 웹툰 돈 엄청 잘 벌린다는 뻔한 기사를 반복하며 언론 플레이하는 것보다, 이렇게 웹툰 플랫폼에서 웹툰 작가를 위해 기본 계약서를 공개한다는 기사가 더 뜻 깊은 일이다.
잊을 만하면 웹툰 관련 사건, 사고, 망발이 터지는 이 웹툰계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긍정적인 소식을 접하니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