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면 좋을 웹툰 플랫폼의 미덕 : 웹툰 원작의 노벨라이징 지원
만화와 소설은 엄연히 분야가 다르지만, 창작 활동, 연재, 콘텐츠 등의 공통분모가 많다. 그래서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만화의 코미컬라이징이 자주 이루어졌고, 원 소스 멀티 콘텐츠 중 하나로 활용됐다.
출판 만화 시절에는 ‘드래곤 라자’, ‘지크’, ‘이드’, ‘사이케델리아’ 등의 초기 판타지 장르 소설이 만화화되어 나왔고, 지금 현재 웹툰 시대에 이르러서는 ‘달빛조각사’, ‘마법사 무림에 가다’, ‘권왕무적’, ‘강남화타’ 그 외 기타 등등 여러 장르 소설이 웹툰으로 코미컬라이징됐다.
반대로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소설로 쓰는 노벨라이징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웹툰 플랫폼 중에 웹툰과 웹소설을 동시에 서비스를 하는 곳이 몇몇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웹툰과 웹소설을 따로 분류해서 각각 독립적인 컨텐츠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웹소설 서비스를 병행한다고 해도 몇 달 가지 않아서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해 국내 웹소설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일본쪽 라이트 노벨을 수입해 그쪽에 주력하는 일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 현재로선 웹툰과 웹소설을 동시에 서비스하면서 어느 하나만 흥한 게 아니라 둘 다 흥해서 안정화된 곳은 네이버 정도 밖에 없다. (웹소설에 한해서라면 당연히 문피아, 카카오 페이지가 더 강세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몰라도, 네이버에서는 웹툰 원작 소설의 노벨라이징을 지원하고 있다. 박용제 작가의 ‘갓 오브 하이스쿨 ~이클립스~’, 기안 84 작가의 ‘패션왕 Zero’ 등. 네이버 요일별 최상위 랭크의 간판 작품들이 소설화되어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되어 완결된 바 있다.
앞서 말했듯 웹툰 원작 소설은 보기 드문 것이고, 웹툰 원작 소설화에 정식 연재까지 한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서 노벨라이징된 작품 수도 별로 없고, 소설 자체도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채 끝났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유명한 작품을 원작으로 삼는다고 해도. 소설과 웹툰의 독자층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흥행보증 수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 원작 소설 노벨라이징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은 그냥 두고 넘어가기 아까운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의 관점에서 소설로서 흥하기를 바라기 보다는, 웹툰의 관점에서 웹툰 원작을 보조하는 역할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소설화의 장점은 스핀오프작으로서 활용이 쉽고, 주인공 이외에 다른 인물의 관점이나, 혹은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시점의 이야기를 함으로서 텍스트를 가지고 웹툰 원작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갓 오브 하이스쿨 ~이클립스~와 패션왕 ZERO는 원작의 스핀오프작을 표방하고 있다)
웹툰 원작의 기획에는 나오지만 지면의 한계상 웹툰 본편에 실리지 못한 설정, 캐릭터 등을, 노벨라이징한 소설에 넣어서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
소설을 통해 웹툰 원작을 계속 알리고. 신규 독자를 끌어 모으는 일도 할 수 있다.
노벨라이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웹툰 원작 드라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코스트가 적다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노벨라이징 작업을 마냥 쉽게 볼 수만은 없다.
스핀오프작이라고 해도 원작과 완전 다른 독립된 이야기로 쓰면 안 된다. 원작과 접점을 이루어야 하고, 원작과 같이 놓고 볼 때 독자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또한 웹툰 원작에 대한 애정이나 이해도가 높은 작가를 기용해서 웹툰 원작과 소설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노벨라이징 맡기는데 소설 작가가 ‘웹툰 원작은 아직 본 적이 없어요’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않는가.
소설 원작의 코미컬라이징을 할 때 유명한 작가가 그림을 그려도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반대로 웹툰 원작의 노벨라이징을 할 때 이름 있는 작가를 기용한다고 해도 원작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다.
결과적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따로 분류할 게 아니라, 웹툰 원작의 소설 노벨라이징을 지원하여 원 소스 멀티 콘텐츠의 일환으로 플랫폼이 적극 장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웹툰계에서 웹툰 IP의 활용은 드라마, 영화, 게임에 너무 한정되어 있는데 거기서 좀 벗어나 바리에이션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