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면 좋을 웹툰 플랫폼의 미덕 : 웹툰 제작에 필요한 자료 지원
보통, 웹툰 작가의 복지 화제가 나오면 흔히 거론되는 것이 고료 문제. 건강 보험 지원 문제다. 필자는 여기에 노벨라이징(소설화), 광고 홍보, 저작권 보호 등의 지원을 추가해 관련 칼럼을 쓴 바 있는데 또 추가할 만한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주변의 일본 만화 작가, 담당자의 사례를 접하다 보면, 작가가 만화를 그릴 때 필요한 자료를 담당자가 구해서 직접 보내주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작가와 편집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니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그러한 사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
작가와 편집자의 올바른 관계 형성이라든가, 편집자도 작가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꼭 기여를 해야 한다. 혹은 한국 웹툰 편집자도 일본 만화 편집자가 하는 걸 보고 배워라! 이런 뜻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에게 필요한 자료를 플랫폼 차원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말이다. 담당 편집지가 해야 할 일로 축소시켜 확정 짓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할 일로 확대시켜 생각해보자는 거다.
시대극, 역사물을 그리는 작가를 위한 여러 시대의 복색, 풍습, 문화에 대한 고증 자료, 문헌. 판타지, SF물을 그리는 작가를 위한 각 장르별 사전 자료, 스릴러, 추리물을 그리는 작가를 위한 범죄 심리학 서적 같은 전문 자료, 액션물을 그리는 작가를 위한 연출 참고용 자료 제공. 특정 장르의 작가들을 모아서 장르별 맞춤 미니 상영회를 개최하는 것 등등.
창작에 필요한 각종 정보 자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플랫폼 내 소속 작가들과 공유하고 지원하는 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이 구할 수 있는 자료는 한계가 있고, 또 구하는 것 이전에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으며 자료 찾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드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플랫폼이 투자를 하고 인력을 동원하여 자료를 모으고 정보를 수집해 관리하자는 것이다.
내부 직원 혹은 외주를 주어 자료 수집을 한 뒤, 자료 공유용 서버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는 플랫폼 사무실 내에 사전, 도감, 전문 서적 등을 구비해 놓아 언제든 작가들이 찾아와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플랫폼에 연재되는 작품 전반의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플랫폼/매니지먼트 사무실에 가면 책장에 만화책이 잔뜩 꽂혀 있지만 아무도 꺼내보지 않고, 관상용 마냥 진열해 놓기만 하는데, 필자가 한창 장르 소설을 출간하던 당시에도 출판사 어딜 가든 그런 풍경은 변함이 없었는데 그런 것도 좀 실용적으로 바뀌면 좋지 않을까 싶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냥 거실이나 회의실, 사장실 같은 곳에 실용 서적을 비축해 놓을 게 아니라 자료방을 따로 만들어 놓는 게 좋을 듯싶다.
이미 연재되고 있는 작품의 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테고, 연재작을 완결한 뒤 신작의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이용한다면 차기작에도 도움이 되며, 단순히 웹툰 제작에 쓰는 것만 한정시킬 게 아니라... 향후, 웹툰 원작의 IP를 활용하여 게임, 드라마, 영화로 만들 때도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할 테니 여러모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작품은 사실상 작가 혼자 만드는 게 일반적인 일이고, 그 때문에 필요한 자료는 전부 작가 스스로 구하는 게 맞으며, 출판사/편집부에서 그것까지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다. 만약 작가가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있다면 플랫폼 이전에 매니지먼트가 지원을 고려할 만한 일이지만 그 역시도 강제할 일은 아니다.
허나, 편집부를 넘어서 플랫폼 자체적으로 창작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 관리하면서 작가에게 지원하면 그 또한 미덕이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