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물 장르의 웹툰.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일진 미화 논란
학원물 장르의 웹툰이 일진 미화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어제 오늘 있는 일이 아니다.
네이버 웹툰을 기준으로 보자면 학원물 소재의 웹툰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데 작가/요일별로 상하 작가의 수요웹툰 ‘연놈’, 232 작가의 목요웹툰 ‘연예혁명’, 박태준 작가의 금요웹툰 ‘외모지상주의’, 전선욱 작가의 토요웹툰 ‘프리드로우’를 손에 꼽을 수 있다.
해당 작품들은 요일별 1~3위를 오가는 인기작이다. 최상위 랭킹의 인기작이라서 독자수가 엄청 많기 때문에, 작가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간에 작품 내용이 독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작중에 일진에 관한 묘사가 나올 때 세간의 시선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선을 넘어서면 어김없이 일진 미화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음주, 흡연을 하고, 피 흘리며 패싸움을 하고, 학생이 온몸에 문신을 한 채로 싸우고 욕하는 장면들이 과감 없이 나오기에, 그게 실제 중고등학생인 10대 독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일진 만화는 아니지만 과거 모 네이버 웹툰에서 소주병 안에 신문지를 넣고 불을 붙여 화염탄을 만들어 사용한 씬을 보고 아파트 집에서 따라했다가 화재를 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던 걸 생각해 보면, 웹툰이 독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쉽게 보고 넘어갈 수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분명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작품 내에 일진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고 해도. 그걸 다 일진 미화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 웹툰은 일진 미화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시되어 여러 번 전파를 타 뉴스까지 올라온 바 있으나, 대부분의 웹툰은 일진이 나온다고 해도 캐릭터의 일부분이지. 일진의 행위를 권장하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작품 내 일진들이 술 마시고 담배 핀다고 해서, ‘어린 친구 여러분, 아버지가 말하셨죠. 인생을 즐겨라. 음주가무는 어릴 때부터 배워야죠. 모두 함께 따라하세요!’이러는 건 아니란 소리다.
오히려 불량스러운 악역 포지션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진들의 존재 자체로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고 주인공 일행과 대립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평화로운 일상을 깨부수거나, 혹은 달달한 로맨스를 방해하는 함정 같은 요소로 일진을 투입하는 거지. 일진이 음주가무 즐기고 애들 괴롭히고 삥 뜯는 게 주된 내용이 아니란 말이다.
웹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출판 만화 시대 때 범람했던 학원 액션물도, 결국 또래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진들이 악의 축이고 주인공 일행이 일진 때려잡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 학원 폭력물이라 불릴지언정 일진 미화물로 보기는 어려운 구석이 있었다.
학생들이 주먹 싸움하는 걸 야인시대 낭만파 주먹처럼 남성들의 로망으로 미화한다는 지적은 맞지만, 소년 만화로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막연하게 강해지고 싶다거나, 주먹으로 1인자가 되고 싶다는 의도를 갖고 싸우는 게 보통이지. 싸움 잘한다고 위세를 부리거나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돈을 갈취하는 건 아니니 일진 미화로 해석하는 것은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
아무튼 일진이 나온다고 무조건 일진 미화로 몰고 가는 건 피해야 할 일이지만, 일진에 대한 묘사가 10대 독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일진물의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하는 것이고 일진 묘사는 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일진 미화 논란이 임계점을 넘어섰을 때, 심의을 거치고 검열을 받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고 그날이 왔을 때 바뀌려고 하면 너무 늦는다.
그런 논란이 있기 전에 먼저 작가들이 자기 작품 내 일진 묘사 수위를 알아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일진 묘사를 하기 전에 해당 장면이 문제가 될지 안 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작가 자신의 자체 검열이 필요할 때다.
언제까지고 계속 일진 미화물 그린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