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한국 웹툰의 진실? 팩트는 기사 본문의 왜곡화
2017년 9월 12일. 모 인터넷 커뮤니티 유머 게시판에 ‘충격적인... 한국 웹툰의 진실 ㄷㄷㄷㄷㄷ.jpg’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 만화가 동남아시아와 제작 온라인 협업을 한다는 내용의 뉴스와 인터넷 기사를 캡쳐하여 올린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 소비되는 만화 상당수가 동남아시아에서 제작된다는 기사 내용에 밑줄까지 치면서 부각시켰다.
하지만 해당 뉴스/기사는 2016년 8월 6일에 연합뉴스TV에 방송된 것으로 1년 전에 올라온 것이고. 또 본편 내용 중에 앵커가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만화 상당수는 동남아시아에서 제작된다고 합니다.’라는 근거 없는 발언을 하기는 했으나, 뉴스 전문을 보면 현재 인터넷에 서비스되는 무협 만화는 전량 동남아시아에서 제작해 공급하는 것이란 말이 분명히 나온다.
실제로 무협 만화 쪽은 오래 전부터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등 동남아시아에 만화 스튜디오를 차려서 현지인 어시스턴트를 고용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게 팩트다.
기사 본문에 나온 것처럼 한국 원작자가 이메일로 보내온 콘티를 전문 번역팀이 현지어로 번역. 현지인 어시스턴트들이 펜터치, 채색, 배경을 넣어 원고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에만 그렇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중국, 베트남, 태국 등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도 현지 스튜디오를 만들어 웹툰을 그려서 한국 웹툰의 해외 수주는 일반적인 일이다.
뉴스/기사 본문에 우리나라 만화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제작된다는 말을 꺼내면서 한국 웹툰 전체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그것을 한국 웹툰의 진실이라며 본문의 일부만을 발췌하여 유머의 탈을 쓴 왜곡을 시킨 게 팩트인 것이다.
업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이긴 하나, 1년 전의 기사를 가지고 와서 뒷북을 치는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날 만한 일인 듯싶다.
다만, 뉴스/기사를 왜곡한 커뮤니티 게시물 관련 건을 떠나서 볼 때. 한국 웹툰 제작을 해외 수주로 넣는 건 나름대로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
해외 수주를 넣는다고 해서 작업 결과물의 퀼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현지 어시스턴트들의 실력이 좋거나 혹은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걸 생각해 보면 웹툰 인력 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국 웹툰 작가의 지원의 일환으로 작업물을 해외로 보내 해외 현지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테고. 해외 현지에 숨은 인재를 발굴해 새로운 웹툰 작가로 육성하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웹툰을 꼭 한국 작가만 그리라고 하는 법은 없고, 실제로 대만에서 연재되는 웹툰이 한국에 수입되어 여러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사례도 자주 찾아볼 수 있으니 해외의 인재들에게도 웹툰 작가의 기회를 제공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한 경우,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이란 전제 하에 해외의 인재들에게 한국 웹툰 스타일에 맞게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웹툰 작가로서 육성하는 과정이 필수겠지만 말이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 사례인 것 같다.
해외 현지의 인력을 웹툰 제작에 동원하고, 또 작가를 발굴/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아무런 준비도, 연구도 없이 무작정 한국 웹툰의 날 것 그대로를 해외에 들이밀면서 한국 웹툰의 세계 진출 드립을 치는 것보다 훨씬 건설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