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역사상 최초의 웹툰 작가 명절 의무 휴가제 도입/휴가비 지급
2017년 9월 29일. 웹툰 플랫폼 ‘폭스툰’에서 다가오는 10월 초 추석 기간을 맞이하여 명절 의무 휴가제를 도입하고 휴가비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폭스툰에서 소속 작가들에게 보낸 공문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인 10월 첫째 주 일주일 동안 업로드를 하지 않고 작가에게 휴가비를 지급한다는 것이며, 앞으로 추석뿐만이 아니라 명절마다 이 제도를 적용시킨다고 한다. 한국 웹툰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웹툰 작가는 1년 365일 연중무휴로 원고 작업을 하며, 법적공휴일은 물론이고 명절 때도 쉬지 못한 채 마감을 하는 게 웹툰 업계 아니, 웹툰 시장의 관례가 되어 십 수 년 넘게 지속되어 왔다.
명절에도 쉬지 못해 힘들고 어렵다며 하소연하는 작가의 말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웹툰 업계 자체가 명절에도 일하는 걸 매우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헌데, 이번에 추석 명절날 작가에게 유급 휴가를 지급한 것은 그 관례를 좋은 의미에서 깨트린 것이다.
업무 환경 개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플랫폼 측이라서, 아무리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도 플랫폼이 들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플랫폼이 최종 결정권자라서 그렇다.
그런데 그 현실을, 플랫폼 측에서 과감하게 바꿔버린 거다.
대형 포탈 웹툰 플팻폼으로 웹툰 업계 부동의 1위인 네이버조차 도입하기는커녕 논의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은 게 명절 의무 휴가제인데, 그걸 비포털 웹툰 플랫폼에서 주도하여 바꿀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정확히는, 2017년 9월 27일에 개최한 작가와의 간담회 때 처음 발표된 것으로, 작가와 플랫폼이 소통으로 이루어진 결과인데 플랫폼이 작가들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듣고 수용한 것이라 더 뜻 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들이 한 목소리로 보내는 시그널에 응답한 것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전체 휴가로 일주일 동안 작품 연재가 되지 않는데 유급 휴가 및 휴가비 지급을 해주니 금전적인 부분에서 손해가 발생하겠지만, 작가 복지 증진을 기치로 삼아 작가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고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불어 넣을 테니 분명 얻는 것도 있을 터, 넓은 시각으로 먼 미래를 보고 결정한 일인 것 같다.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도 볼 수 있는데, 실로 대승적인 결단으로서 작가 복지에 대한 투자는 적극 권장될 만하다.
뜬금없이 만화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연예인을 기용해 광고를 하거나, 아이돌 그룹 가수를 섭외해 콘서트 개최하고 파티를 열어서 그날 하루 즐기고 끝나는 것보다는 훨씬 발전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며서 있어 보이는 것보다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일이라고나 할까.
어떤 플랫폼에서는 독자와의 약속 운운하면서 작가에게 과도한 지각비를 걷어 사업체로서의 횡포를 부리는데, 어떤 플랫폼에서는 명절 의무 휴가제를 도입해 작가 복지에 신경을 쓰니 진짜 극과 극을 보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웹툰의 명절 의무 휴가제 도입은 한국 웹툰사상 그 유래가 없는 전대미문의 일이자, 작가 복지의 새 지평을 연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 업무 환경 개선과 복지 증진이 마냥 꿈같은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알려주는 플랫폼의 미담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