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명절 의무 휴가제가 풀어야 할 숙제
2017년 9월 27일. 웹툰 플랫폼 폭스툰에서 연재 작가들과 간담회를 진행하여 웹툰 작가 명절 의무 휴가제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웹툰 작가 명절 의무 휴가제는 한국 웹툰 사상 최초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공지에 따르면 정확한 내용은, 매년 설 연휴, 추석 연휴 두 차례 명절 의무 휴가제 실시. 선택적인 휴가가 아닌 의무 휴가. 해당 기간 내에 신작 업로드는 없으며, 6개월 이상 폭스툰에 연재하고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휴가비 지급. 휴가비는 MG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것이다.
헌데, 9월 29일에 폭스툰에 소속된 일부 작가들이 웹툰 작가 명절 의무 휴가제가 업체의 일방적인 통보라고 SNS를 통해 밝혔다.
웹툰 작가 명절 의무 휴가제는 공지대로 MG가 포함되지 않은 무급 휴가이며, 1회분 원고료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휴가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한달 고료로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는 작가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일단 폭스툰의 명절 의무 휴가제는 작가와의 간담회 때 공지된 사항인데. 비록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새로 바뀐 플랫폼의 정책이 전체 작가에 해당되는 만큼.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이 주장하는 명절 휴가의 자유 선택은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에서 연재를 하는 작가들의 SNS글에 의하면 이미 명절 때 선택 휴재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명절이라고 휴재를 하는 작가가 거의 없이 평일과 똑같이 연재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선택의 자율성은 보장되지 못한다.
선택 자체는 작가가 하는 것이고, 표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쉬는 사람이 있고, 쉬지 않는 사람이 있는 이상 쉬는 것을 선택하는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명절에도 쉬는 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일이나, 명절에도 쉬지 않고 작품을 연재해야 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의 한국 웹툰계에서는 쉬는 것의 자유 선택조차 하기 힘든 것이다.
플랫폼은 둘째치고, 일반적인 웹툰 독자들은 작가의 휴일이나 복지에 대해서는 냉정하리만큼 무관심하니 자유 선택에 의해 연재를 쉰다고 해도 쉬는 게 아닐 만큼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크다.
그 때문에 웹툰 작가의 명절 의무 휴가제는 의무적으로 쉬게 하지 않는 이상은 시스템 도입의 의미가 없어진다.
폭스툰이 플랫폼으로서 한국 웹툰사에 전례 없는 과감한 시도를 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다른 플랫폼에게도 권장될 만한 사항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고 해도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진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명절 의무 휴가제가 도입되기까지 플랫폼과 작가의 소통이 있었으니, 그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반대하는 작가들과도 소통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일방적인 통보나 남들 다 찬성하는데 소수가 반대한다고 플랫폼, 작가를 탓할 게 아니라 서로 간에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모처럼 좋은 시스템을 도입했으니, 그것을 유지하면서 안정화시키는 게 앞으로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