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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한국 웹툰 시장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잠뿌리 | 2017-11-10 10:11

 웹툰 관련 칼럼을 쓴 지 벌써 1년이 넘어갔고, 그동안 써 온 칼럼도 100개를 돌파했다. (정확히 104)


 그래서 칼럼 100개를 돌파한 필자 자신 만의 기념으로, 이제는 스스로조차 잊고 살던 15년차 소설가로서 소설을 한 번 써보고자 한다.

 가까운 미래, 한국 웹툰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뭘까?’ 그런 테마를 가지고 썰을 풀어보겠다. 이것은 확인된 팩트에 근거한 칼럼이 아니라 소설이란 걸 미리 알아두기 바란다.


가까운 미래, 한국 웹툰 시장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금 현재의 한국 웹툰 시장은 자고 일어나면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다.

 불공정한 계약 사례, 작가의 열악한 작업 환경, 소리 소문 없이 망해서 사라지는 플랫폼, 댓글 테러, 작가 VS 독자 등등. 그동안 써 온 칼럼의 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사건 사고가 생겼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은 만큼, 한국 웹툰 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과 별개로 균열이 많이 가 있어서 위태로운 부분이 보인다.

 성벽(城壁)으로 비유하자면 멀리서 보면 되게 넓고 튼튼해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벽에 구멍이 슝슝 뚫려 있어 언젠가 무슨 큰일이 나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것이다.

 그 언제가의 무슨 큰일이란 게 바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건 바로 중국 웹툰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단순히 중국 웹툰 몇몇 작품을 한국에 수출하는 게 아니라, 아예 한국에 터를 잡고 중국 웹툰의 물량공세를 펼치는 거다.

 몇몇 작품을 한국에 수출한 것은 정찰병으로서 한국 웹툰 시장이 내부 다툼으로 흔들리는 걸 파악해 대군을 이끌고 진격을 하는 것이라 비유할 수 있겠다.


 중국 웹툰은 짱개 어쩌고라는 말로 비하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 국내의 인지도면에서야 한국의 A~S급 작품에 비교할 수는 없으나, 작품 자체의 평균 퀼리티는 B급 이상으로 그중에서도 괜찮은 작품은 어지간한 한국 웹툰보다 준수한 퀼리티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는 퀼리티가 낮은 C급 이하 작품도 있지만, 작품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퀼리티 괜찮은 B급 이상 작품도 꽤 있어서 결국 평균 퀼리티 값을 높이 잡아야 한다.

 작품 수가 1000개를 훌쩍 넘기고, 작품 하나 하나당 분량이 화 단위가 아니라 권 단위로 평균 20~40권에 가까워 웹툰으로 치면 한 번에 수십. 아니 수백 화를 풀어 놓을 수 있다.

 1000여개의 작품을 쫙 풀어버리면서 박리다매로 공급 가격과 결제 가격을 낮추면 어떻게 될까? 이미 작품 하나하나당 축적된 양이 많으니 한 번에 수 백화씩 깔아 놓고. 그 뒤에 일주일에 1회 연재가 아니라 일주일에 3회씩 연재한다고 치면?


 국내 작품이 8화 세이브 분량을 갖고 시작해 주간 1회 연재하는 것과 100화 이상 세이브 분량으로 시작해 주간 3회 연재하는 걸 비교해 보면 게임이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작가한테 주는 기본 MG로 중국 웹툰 여러 편을 들여올 수 있고,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서비스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작품 라인업 볼륨을 키우고 트래픽을 끌어 올리는데 플랫폼이 무엇을 선택할지는 뻔한 일이다.


 한국적인 재미, 현지화 문제, 국내 인지도? 작품의 물량공세는 그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고도 남는다. 한 두 작품이 아니라 수백 개. 아니 천여 개의 작품으로 밀어붙인다면 작품 정서를 아득히 초월한다.

 왜냐하면 그 천 여개 중에 분명 나라 간의 정서를 떠나서 국적을 불문하고 공통된 재미를 주는 작품이 많이 있을 것이고. 그것만 통해도 진출에 성공하는 것이라 그렇다.


 그 왜 공성전을 할 때, 공성측의 군대가 전부 성벽을 넘어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성벽을 넘어 성안을 공격해 점령할 병력만 있으면 되지.

 ‘아무리 그래도 중국 웹툰이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들어올 수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어떨까? 어디까지나, 소설을 쓰자면 이렇다.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유통망에서 중국 웹툰의 한국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면? 한국 웹툰 시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벽 앞에 전진 기지를 만들고 성벽에 생긴 균열을 노리고 공성을 준비한다면 어떻겠나.

 웹툰 플랫폼이 아니라, 웹툰을 공급하는 유통망이다. 한국 웹툰 시장을 보호하거나,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딱히 없다. 오로지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중국 웹툰의 물량공세로 인해 벌어질 재해와 같은 경쟁 속에 밀리는 국내 작가/작품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거다.

 오히려, 더 냉혹무자비하게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출판사, 플랫폼에서 유통망에 공급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독점하여 다른 곳에 서비스되지 못하게 묶어놓고. 중국 웹툰 물량공세를 펼친다면 어떻게 되겠나?

 또 언론 플레이는 한국 웹툰 플랫폼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 웹툰 못지않게 재밌는 중국 웹툰이 밀려온다!’ 라고 언론에서 띄워주고, 한국 웹툰에 크고 작은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질려 버린 독자들의 관심이 옮겨가서 우호적인 여론을 밑바탕에 깔고 들어올 수도 있다.

 결코 불법적인 일은 아니고. 합법적인 일이고. 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합리적이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초전박살낼 것이다.


 각 플랫폼의 간판작, 대체 불가능한 A~S급 작품이야 노아의 방주 1등석을 예약한 것 마냥 별 피해 없이 구름 위에서 신선놀음하겠지만... B급 이하 라인과 작품 라인업이 적은 중소 규모의 웹툰 플랫폼은 대홍수에 휩쓸려 전멸할지도 모른다.

 MG 이상의 유료 수익을 올리지 못한 작품의 존재 의의는 작품 라인업 볼륨을 키우고, 독자를 유치하여 사이트 트래픽을 올리는 것에 있는데 중국 웹툰이 물량공세를 하면 그것의 대채제가 될 테니 국내 작가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중소 규모의 웹툰 플랫폼은 작품 수 백 단위 정도도 많은 것으로 치는데 중국 웹툰이 그 10배인 천 단위로 밀고 들어오면 버티기 어렵다.


 국내 작품과 비교해 독보적인 가성비와 유통망까지 갖춘 중국 웹툰의 물량공세 앞에서, 국내 작가로서. 국내 플랫폼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커져서 자연스럽게 작품 공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시장의 크기는 변함이 없는데 물량공세로 인한 작품 공급 과잉 현상을 일으키면 필연적으로 제 2의 대본소 시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작가, 플랫폼을 넘어서 작품 자체의 가치도 대본소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다. 작가 입장에선 보릿고개 수준이 아니라 핵겨울이 찾아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여기서 끝!

 칼럼 100개 돌파 기념으로 적어 본, 소소한 이벤트성 칼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테마로 명확한 팩트 없이 상상과 추측에 의한 가상의 이야기니까 혹시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아무렴 이런 일이 현실에서 지금 당장 일어나겠나? 그럼 어딘가의 자명고(自鳴鼓)라도 울렸겠지. 신약성서 요한 계시록의 종말의 뿔나팔도 일곱 번이나 울린다던데 아직 한 번도 울리지 않았잖은가.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이벤트 칼럼은 또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픽션이 될 수도, 논픽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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