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개봉 예정인 네이버 웹툰 원작 영화 신과 함께. 원작의 재해석인가, 원작 파괴인가
네이버 웹툰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손에 꼽을 만한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의 실사 영화판이 올해 2017년 12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영화 줄거리를 비롯해 각색된 캐릭터와 주요 설정이 공개됐는데, 이게 원작의 내용과 판이하게 달라서 원작 팬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웹툰 원작에서 핵심적인 인물이자 저승편의 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진기한 변호사’가 실사 영화판에서 삭제되고. 그가 해야 할 역할을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에게 넘겼다고 한다.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강림과 진기한의 역할이 일부 겹친다고 판단해서 강림에서 진기한의 역할까지 맡긴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원작을 제대로 보고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구한 것인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진기한과 강림은 역할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
진기한은 변호사라 망자를 변호하는 역할을 하고, 강림은 저승차사로서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 직군이 완전 다르다.
또 진기한은 머리가 좋고 말을 잘하는 인텔리 타입이고, 강림은 제멋대로인 성격에 말보다 행동이 앞서며 주먹을 잘 쓰는 무투파다.
직업과 타입이 정반대인데 뭐가 겹치는 건지 모르겠고, 일부 겹치는 게 있다고 해도 캐릭터 자체를 삭제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캐릭터 삭제뿐만이 아니라, 캐릭터 설정과 메인 스토리가 변경된 점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진기한은 변호사로서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거기에 걸맞은 직급이 되어 착한 사람만 변호하면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없으니, 스스로 국선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착한 사람만 변호하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라는 게 진기한이 가진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데. 실사 영화판에서 각색된 김자홍은 원작 웹툰판의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라 119 대원이다.
119 대원은 아무리 봐도 착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데 대체 왜 그렇게 바꾸었는지 알 수가 없고, 그렇게 바꿈으로서 평범한 회사원이란 것 자체가 캐릭터 특성이 되어 독자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 낸 김자홍의 캐릭터가 원작과 완전 달라지면서 스토리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스토리 자체도 원작에서 강림이 이끄는 저승 삼차사가 김자홍을 저승에 보낸 뒤, 이승으로 도망간 원귀를 잡으러가면서 ‘신과 함께: 이승편’이 시작된 것인데. 진기한의 역할을 강림이 맡았다는 건 저승 삼차사가 저승편까지 진행해야 된다는 말인데.. 그러면 이승편은 또 어떻게 진행할지 알 수가 없다.
배우 캐스팅을 보면 이승편 캐릭터도 있어서 그쪽 이야기를 뺄 것 같지는 않은데, 저승편 하나도 영화 한편에 다 담기 힘들다고 하면서 이승편의 메인 캐릭터를 저승편으로 끌어다 쓰고선 저승과 이승 양쪽 이야기를 다 하려고 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치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거기다 본작은 수백억을 투자한 작품이라고 홍보했고 예고편이나 스틸샷을 보면 드라마보다 판타지를 강조하고 있다. 영화 포스터 문구만 봐도 ‘아무도 보지 못한 세계가 열린다!’이다.
신과 함께 원작이 판타지로서의 볼거리로 승부를 본 게 아니라, 드라마로서 승부를 본 것이란 걸 생각해 보면 실사 영화판은 원작과 완전 대치점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현재 공개된 정보만 보면, 제작진의 웹툰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원작의 재해석 수준을 넘어선 원작 파괴 조짐까지 보인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만화 원작 실사 영화가 원작자의 입김이 너무 세서 망작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반대로 원작과 동떨어진 각색으로 우려를 낳고 있으니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문득, 2014년에 나온 네이버 웹툰 원작 영화 ‘패션왕’이 폭망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신과 함께 실사 영화판도 그 전철을 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