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마주쳤다’. 한국 웹툰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인터렉션툰
2017년 12월 11일. 네이버 웹툰과 ‘목욕의 신’, ‘스퍼맨’ 등으로 잘 알려진 ‘하일권’ 작가가 공동 제작한 인터렉션 웹툰 ‘마주쳤다’가 연재를 개시했다.
인터렉션(interaction)은 상호작용이란 뜻이 있고, 활용되는 곳 중 게임 쪽에서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를 예로 들 수 있다.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영상을 보면서 특정한 구간에서 플레이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의 게임이다.
전 6화로 완결된 웹툰 마주쳤다는 ‘세상에 없던 나새끼 로맨스 액션툰’을 표방하고 있으며, 웹툰 앱 업데이트가 필수인 작품이라서 PC로는 볼 수 없고, 스마트폰으로만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스마트폰 전용 웹툰인데, 기존의 스마트폰 웹툰과 다른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다.
얼굴 인식, AR(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해서 독자가 웹투을 보면서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작품 속 등장인물이 독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셀카로 자신의 얼굴을 찍으면 하일권 작가의 작화로 만화 속 캐릭터로 바뀌어 작품 속에 들어간다.
나새끼 로맨스 액션툰에서 ‘나새끼’라는 문구가 해당 웹툰을 보는 독자가 웹툰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의미였던 거다.
360도 파노라마 기술도 도입되어 있어 스마트폰을 전후좌우로 움직여 작품 속 배경을 360도로 회전시켜 둘러볼 수도 있게 하여 입체감을 더욱 높였다.
지금까지 웹툰에서 입체감을 살릴 때 사용하는 웹 기술이 플래쉬 애니메이션 정도 밖에 없었다는 걸 감안하면, 혁신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VR(가상현실) 기술을 웹툰에 도입하는 게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선보인 인터렉션툰은 VR 기술의 웹툰 도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 자체의 스토리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신기하고 흥미롭긴 하나 그게 작품의 재미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다.
독자 참여가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렇다. 남녀 주인공이 따로 있는데 프롤로그에서만 소개되고, 실제 주인공은 독자라서 스토리가 애매할 수밖에 없다.
시험작이라는 걸 감안하고 봐도, 모처럼 끌어낸 흥미를 재미로 승화시키지 못한 점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본작에서 선보인 기술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시작은 로맨스 웹툰이지만, 그 이외의 다른 장르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주인공이 고정되어 있고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로 진행되는 장편 연재물로는 힘들겠지만, 호러, 재난, 추리, 미스테리 장르의 단편으로 특정한 사건 사고 속의 등장인물 중 하나로 독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꼭 주인공의 위치를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토리의 중심이 되고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할 위치인 주인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으로서의 독자 참여도를 극대화시키려면 아예 게임북처럼 만드는 것도 어울릴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북은 페이지마다 분기점을 두어 독자의 선택에 따라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구성의 소설로 국내에서 90년대 때, 호러, 추리, 서바이벌 등의 장르로 책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다.
인터렉션툰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스토리 보완인데, 그것을 연구하는 것 자체가 창작자들에게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네이버 웹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웹툰도 이런 기술 도입과 연구에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