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툰계 블록체인 접목 시도 이슈
2018년 6월 13일. 만화 협회 회장이자 웹툰 플랫폼 저스툰 대표 ‘윤태호’ 작가가 한국 웹툰 시장에 블록 체인 접목 시도를 발표했다.
한국 경제 보도에 지난 9~10일 캐나다 벤쿠버 도심 하버센테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아시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하여, 한국 웹툰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싱가포르의 블록체인 업체와 ICO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해외 블록체인 업체와 웹툰 사업을 위한 암호화폐 발행을 타진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백서 작성과 법률 검토를 하고 있으며 국내 웹툰 분야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ICO를 통해 투자를 유치, 수익을 내어 암호화폐로 보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작가가 향후 제작될 작품의 내용과 연재 방식이 담긴 백서를 작성하여 ICO에 추진하면, 독자들이 그것을 보고 투자자가 되어 새로운 형태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 투자를 통해 수익 구조를 투명화하여 이익 균형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과연 이 블록체인 기술을 웹툰계에 도입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의문이 든다.
윤태호 작가가 발표한 내용 중에 플랫폼에 비해 작가는 빈약한 정보를 기반으로 계약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익이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구조라고 말하면서 블록체인으로 웹툰 플랫폼을 재정의하면 이익 균형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허나, 불공정 계약과 블록체인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블록체인이 해결책이란 말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불공정 계약의 문제는 수익 공개의 불투명함만 있는 게 아니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전에 작가가 불공정한 대우와 관행의 문제가 크다. 예를 들면 작가 블랙리스트, 일방적인 계약 변경 통보 같은 플랫폼의 갑질 사례 같은 것들 말이다.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수익 구조의 개선이라면 몰라도, 부당 계약 개선이라고 하는 건 사안을 너무 좁게 본 것이 아닐까 싶다.
근본적으로 암호화폐가 작가에게 지급되어야 할 현금을 대처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일이다.
현직 작가들이 블록체인 도입 이슈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우려하는 것은, 현금 대신 암호화폐를 수익으로 지급받는다는 개념 때문이다.
실제로 윤태호 작가의 블록체인 도입 기사에서는 작품 원고료를 암호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었지만, 암호화폐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말 자체가 작가들로 하여금 의구심을 들게 하는데 충분하다.
‘수익을 현금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받는 게 말이 되는가?’ 이게 작가들이 갖는 의구심의 핵심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라는 게 화폐 시세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화폐 가치가 불안정하고, 대다수의 작가들이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 사는데 암호화폐 가치가 오를 때까지 가지고 있기는 힘들며, 암호화폐로 지급 받는 직후 화폐 시세가 떨어지거나, 현금으로 환급받는데 시간이 걸린다면 현금의 대체제가 되기 어렵다.
애초에 본래 의도가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수익의 투명화를 기대한다고 해도. 그게 명확한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수익을 내는지, 아니 수익이 나오는 게 확실한지 불투명한 상황이라서 작가들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불안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중간자를 거치지 않고 작가와 독자를 직접 연결한다는 신 생태계 조성이란 것도, 독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발표 시기도 나쁘다.
모 웹툰 플랫폼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 통보로 인해 작가들이 받아야 할 페이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 암호화폐로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라 불에다 기름 붓는 격이 됐다.
웹툰계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개인 사업자로서 추진하는 일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으나, 윤태호 작가가 웹툰 플랫폼 대표이자 만화가 협회 회장이기에 국내 웹툰 업계에서의 위치와 인지도,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업계 관계자와 작가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