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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시장 1조원 시대 들여다보기

이재민 에디터 | 2019-03-15 18:58



“만화 시장” 1조원 시대 들여다보기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산업 매출액 1조원 목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만화산업 매출액 1조원, 수출액 1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2018년 말, 만화산업 전체 규모가 1조 1천억원으로 추산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산업으로서 만화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만화시장인 일본 마저도 만화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 만화의 가능성에 기뻐하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기엔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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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1조원은 큰 돈이다. 윤태호 작가가 <미생>에서 말한 것처럼, 그 정도 돈은 숫자로만 존재하며 0의 개수로 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돈이다. 그래서 웹툰 시장이 가진 힘은 어느정도 되는지가 궁금해졌다. 2018년 한해동안 주식이 계속해서 추락했던 한 가구 기업의 시가총액은 주가가 가장 저점에 있을 때에도 1조원을 넘었다. 매일유업의 2017년 매출액은 8811억원, 매일홀딩스는 동기간 1조 6천억원의 매출을 냈다. 40여개의 웹툰 플랫폼과 만화 출판사를 모두 합쳐도 매출액이 1조 1천억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큰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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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존 산업과 비교하면 웹툰은 비교적 새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신생 산업인 위치정보산업과 비교해봐도 규모는 엇비슷한 정도다. 위치정보산업의 2018년 산업규모 예상액은 약 1조 2천억원으로 만화 시장 전체보다 크게 추산된다. 물론 이런 단순 비교가 만화산업의 가능성을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한다. 다만, 만화시장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다.


만화는 세계적으로도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전 세계 만화시장의 규모는 약 9조원~10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조 5천억원 정도가 일본 시장이다. 미국의 만화시장은 1조 3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마블”과 “DC”의 고향인 미국 시장에서도 만화는 그리 큰 규모로 성장하지 못했다. 심지어 미국의 출판만화 시장은 감소한 반면 아직 모바일 만화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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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DC의 고향인 미국도 모바일 만화시장의 성장이 크지 않다


전 세계에서도 만화는 그리 큰 시장을 갖지 못한 셈이다. 한국의 게임 시장이 10조원대 규모인 것을 생각해 보면, 전 세계 만화시장이 한국의 게임 시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웹툰 1조원 시대를 이야기하며 낙관을 펴기엔, 만화가 아직까지 깨지 못한 한계가 너무나 많다. 일본의 경우 대체적으로 독자들의 연령층이 올라가 “소년” 점프를 구독하는 대부분이 25세 이상이라는 아이러니도 발생한다. 젊은 독자층은 주로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미 만화의 경쟁상대는 강렬한 몰입감을 주는 게임, 그리고 모바일 기기에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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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화의 독자경험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칸을 이용한 방식이 웹툰으로 이식되면서 스크롤 연출로 이어졌지만 이에 대한 연구도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리뷰나 비평 등 만화를 즐긴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얻을 곳도 거의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자사에서 연재되는 작품을 리뷰하는 영상 콘텐츠에 사용되는 이미지 사용을 어렵게 만들거나 불허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만화 비평 공모전들이 열리곤 있지만, 해당 분야에서 당선된 사람들이 꾸준히 연재하고,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토론하며 의견을 교류할 장이 없다. 누군가 총대를 매고 나서지 않는 한 불가능한 셈이다.


산업의 관점에서는 전문인력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1조원 규모의 시장이라곤 하지만 업체마다 매출액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양강 플랫폼 정도가 아니면 기술개발 인력을 채용하기 힘들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W리서치라는 기술개발 부서를, 다음웹툰은 UX디자인 팀이 있다. 하지만 맞춤형 큐레이션 등에 필요한 데이터 리서치와 그에 맞춘 유저경험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대형화, 그리고 그로 인한 작가 착취 등 불공정 사례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매출액은 늘었는데, 아직까지 제도가 완비되지 않고 미성숙한 이전의 ‘업계 관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도적인 보완은 물론, 웹툰 플랫폼과 작가들의 의식이 성숙해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업계 밖의 문제도 있다. 2014년 문체부의 중장기계획에선 “만화시장 매출 대비 불법시장 규모를 2013년 10%에서 2018년 5%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만화 저작권 관리자 현황과 저작권위원회-만화 유관기관-저작권 권리자로 이어지는 연락, 협력체계를 구축해 저작권 침해에 빠른 대응과 구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밤토끼 등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며 1조원 시장에 불법 유통 만화로 인한 피해 추산액이 2400억원에 달하는 기형적인 시장이 만들어졌다. 2013년 10%였던 피해규모가 오히려 두배가 넘는 23%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연락, 협력체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차단에 맡길 수는 없다. 유관기관의 협조와 더불어 유통방식과 독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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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시장은 1조원 규모로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사실상 만화계가 전에 겪어보지 못한 호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매년 10%에 가까운 고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니, 그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꿈꾸기엔, 만화시장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오히려 이런 장애물들이 만화를 ‘한 때 즐기는 콘텐츠’ 정도로 삶에서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들이 오래 일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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