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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K-웹툰판 넷플릭스'... 영웅으로 가득했던 미국도 반했다!

서하영 기자 | 2023-01-09 16:39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 샌디에이고·뉴욕 전시회와 함께 미국 3대 만화 축제로 꼽히는 LA 코믹콘(L.A. Comic Con) 행사가 개최되었다.

각 부스마다 만화에 진심인 이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고, 만화 속 캐릭터로 정성스레 분장(코스프레)한 참관객도 많았다.

그 전시회장의 입구, 익숙한 초록색이 참관객을 맞이했다.
한국 대표 포털 네이버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웹툰'(WEBTOON)의 부스였다.

2010년대 초반까지 미국에서 만화는 마니아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주요 독자층은 1960~70년대생 남성으로, 유년기에 배트맨, 슈퍼맨을 보고 자란 세대다.
만화를 책으로 봐 온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다보니 국내 만화 시장과는 달리 출판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장르는 자연히 이들을 겨냥한 초인적 영웅(슈퍼히어로)물이 대세를 이뤘고,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도 많았다.
이렇게 '영웅 일색'으로 단조롭던 미국 만화시장은 네이버웹툰과 타파스(카카오) 같은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며 다채로운 무지갯빛으로 진화했다.

우선 독자층.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세로로 읽는 만화가 새로운 독자를 불러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웹툰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를 키워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세대다. '만화는 책으로 보는 것'이란 고정관념조차 없었던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웹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독자층이 넓어지자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다양한 장르가 시도됐고, 새로운 스타 작가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2만 명을 보유한 인스턴트미소(InstantMiso) 작가도 웹툰 플랫폼이 낳은 스타 중 하나다.
그는 2015년부터 미국 네이버웹툰에 세 편의 웹툰을 연재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누적 조회수 4억4,000만회를 기록 중이다.

네이버 웹툰 부스에서는 인스턴트미소 작가의 팬사인회가 열렸고, 네이버 웹툰 대기열은 다른 부스보다 유독 길었다.
부스 한편에선 인기 웹툰 작품 그림을 배경 삼아 기념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았다. 올해로 미국 상륙 10년을 맞은 네이버웹툰이 미국에서 확실한 팬덤을 확보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네이버웹툰은 미국 내 누적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및 수익에서 압도적 1위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미국 월간 이용자 수는 1,200만 여 명에 이른다.

마블·DC를 보유한 만화 강국이자 모든 만화 기업이 선망하는 꿈의 무대 미국에서, 한국산 웹툰 플랫폼이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미국에서 웹툰은 이제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수익을 키우는 단계다.
한국처럼 웹툰 IP가 출판,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뻗어나가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플랫폼 하나로 미국을 정복하고 세계를 사로 잡은 넷플릭스처럼, K-웹툰이 '웹툰판 넷플릭스'를 만들어 낼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