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이 녹기 전에] 서결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79
[발자국이 녹기 전에]
서결 작가 | 다음
몸풀기 토크
Q. 안녕하세요, 서결 작가님. 우선 ‘발자국이 녹기 전에’(이하 발녹전)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발녹전이 데뷔작인 걸로 알고 있는데, 첫 작품으로 3년 간의 장기 연재를 하셨어요. 연재 및 완결 소감이 어떠신가요?
너무 후련하지요!
완결 직후엔 꿈 같고 잘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언제 주간 연재했냐는 듯이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완결 후 3개월 가량 지났는데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사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답니다. 여행도 가고, 이사도 하고, 학교에 다시 복학도 하고요. 지금은 발녹전 해외연재용 작업도 하고 있어요.
Q. 원래부터 만화가가 꿈이셨나요? ‘발녹전’ 연재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아주 어릴 때 꿈이 만화가이긴 했지만, 크면서 여러 번 꿈이 바뀌었습니다. 디자이너로 잠깐 일하다, 웹툰 작가에 도전하게 되었답니다.
Q. 시간을 내서 즐기는 자신만의 취미가 있다면?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독서예요. 순수문학도 좋고, 웹소설이나 웹툰도 많이 읽습니다. 작가가 된 뒤엔 가끔 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취미입니다. 이것도 취미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뉴스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스마트폰으로 30분에 한번 이상 뉴스페이지를 새로고침 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 이야기
Q. 3년이라는 긴 연재 기간 동안 등장인물들과 함께 작가님도 이런저런 변화가 있으셨을 텐데요, 작품 연재 전후로 일상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이 무엇인가요?
역시 활동 시간대가 아닐까요? 연재 중에는 늘 새벽 6-7시에 잠들어서 오후 1-2시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바꾸려고 몇 번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몇 주 만에 도로 아미타불이 되더라고요. (ㅠㅠ) 지금은 다시 정상 시간대를 되찾았습니다. ㅎㅎ
Q. 처음 베스트 도전에서 정식연재 제의를 받았을 때 소감이 어떠셨나요?
정말 기뻤어요. 일단 조금 지쳐있기도 했고, 언제까지 연재를 지속하는 게 좋을까 고민도 되었거든요. 평소에 좋아하던 작품이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와서 기뻤습니다.
Q. 네이버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와 정식 연재에서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연재를 할 때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는 게 가장 크게 달라졌고요, 그래서 좀 더 마음 편하게필요한 배경도 구입하고 밑색 어시스트도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옥 그릴 때 너무 힘들었는데 배경을 산 뒤 한결 편해졌어요.
Q. 웹툰 연재 후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대부분 축하해주셨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어요.
Q. 제일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나 영화는?
드라마는 ‘대장금’, ‘질투의 화신’을 너무 좋아하고요. 영화는 ‘라비앙로즈’, ‘산이 울다’, 최근엔 ‘엑시트’를 재밌게 봤습니다.
Q. 주간 연재로 꾸준히 활동하셨는데요, 시간관리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너무 어려워했던 두 개를 물으시다니! TㅁT 시간은 사실 딱히 관리랄 것 없이 밥 먹고 자는 시간 제외하고는 거의 늘 책상에 앉아 작업을 했고요... 건강은 밥 세끼와 영양제를 잘 챙겨 먹고 7시간 이상 자는 걸로 유지했습니다. 운동을 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Q. 만화 작업으로 받은 첫 원고료를 어디에 썼는지 혹시 기억나시나요?
부모님과 맛있는 외식 하고... 작업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던 기억이 나네요. 인체 피규어도 사고요 ㅎㅎ
Q.. 연재 중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초등학생 독자님께 귀여운 펜레터를 받은 게 기억에 남아요. 성인 타겟으로 그린 작품이라 초등학생분들이 이렇게 많이 봐주실 줄은 몰랐거든요! ㅎㅎ
그리고 처음 작가 파티를 갔을 때! 평소 존경하던 작가님들을 가까이서 뵙게 되어서 너무 설레고 떨렸어요. 그래서인지 새로 산 코트에 음료수를 엎어버리는 실수를 한 것도 기억나네요. ㅜㅜ
발자국이 녹기 전에
Q. ‘발녹전’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발자국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나와 있는데요,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예전에 베도때 공개한 적이 있는데, 처음 모티브가 된 것은 클림트의 ‘유디트’라는 그림입니다. 제게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한국 버전으로 재해석해 그려보게 되었고, 그 그림이 계기가 되어 ‘복수하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발녹전은 작품의 ‘결’ 부분에서 시작하게 된 이야기랍니다.
Q. 제목으로 다른 후보들도 있었나요?
처음에는 딱 떠오르는 제목이 없었고, 주인공 두 명의 이름을 짓게 된 뒤 제목도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주인공들의 이름의 의미와 작품의 주제가 제목과 한데 얽혀 있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인터뷰에서 이 이상 설명 드리기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신 분들은 작품을 읽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Q.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장르가 시대극이라 조사할 내용이 많으셨을 텐데요, 인용 시조나 대사, 어휘, 복장 등 자료조사는 어떻게 하셨나요?
우선 사극 드라마와 소설을 닥치는 대로 많이 봐서 대사에 대한 감을 익혔고요, 그 외 더 필요한 부분들은 논문과 관련 서적을 통해 자료를 모았습니다. 전문가 인터뷰도 하고, 관련 전공인 친구의 도움도 많이 받았답니다.
Q. 좋은 시조가 많이 실리던데요, 원래부터 고전문학을 즐겨 찾아 보셨는지요?
어릴 때부터 ‘운영전’, ‘숙영낭자전’ 등의 고전문학을 ‘능인 고전 만화’를 통해 접하며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절판된 책들입니다만.... 정말 좋은 만화인데 재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꼭 우리 나라 작품이 아니더라도 고전문학만의 그 애틋하고 아련한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순수의 시대’와 ‘오만과 편견’ 같은 해외 고전문학도 사랑합니다.
Q. 고퀄리티 그림체에 수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놓치지 않는다는 칭찬을 베도 때부터 한결 같이 받아오셨는데요, 작가님만의 스토리 창작 비법이 있다면?
저는 만드는 캐릭터마다 깊이 이입하고 사랑하는 편이에요. 등장인물들이 많은 만큼, 비중을 조절하는 것에 신경을 썼고요, 한 명 한 명 나름대로의 기승전결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결국엔 정의가 승리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승리의 과정이 가벼운 것보단, 치열한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등장인물들의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뿌려진 떡밥 회수를 되도록 전부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만약 (정말 감사하게도) 스토리가 탄탄하게 느껴지셨다면, 이런 것들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권필’ 팬층이 엄청나던데요, 혹시 댓글 반응이나 요청들 때문에 필이 분량을 늘리신 적이 있나요?
댓글 반응을 보고 비중을 늘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필이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ㅎㅎ 저도 애정하는 캐릭터인 만큼, 좋아해 주셔서 기뻤습니다.
Q. 시대극 특성상 한옥 건물이나 복장을 그리기가 한층 더 까다로웠을 것 같아요, 작화 과정을 여쭤보고 싶어요.
초반에는 작화를 그릴 때 참 많이도 방황을 했는데요, 작화 과정 중 특별한 것은 딱히 없습니다. 스케치를 하고 선을 따고 색을 입히고... 궁궐 그리기 전에 스케치업 파일을 구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능력자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발녹전’도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ㅜㅜ 하지만 아무리 배경이 있다 해도, ‘진풍정’ 같은 궁중 연회를 그릴 땐 정말 아찔했답니다.
Q. 얼굴 맛집으로 소문나셨던데, 등장인물 그리면서 참고한 인물이나 작품이 있나요?
너무 기쁜 칭찬이네요. 3d 인물을 참고하지는 않았고요, 캐릭터들 외형은 제 취향을 넣어서 성격에 따라 정했습니다. 귀엽고 멋지고 예쁜 캐릭터들을 잔뜩 그리고 싶었어요.
Q. 118화에 걸쳐 주인공들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그중 작품 초반과 비교해서 가장 많이 성장하고 달라진 캐릭터는?
홍조와 한이가 본인들의 상처를 극복하고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하고요, 주인공 외에는 행수가 특히 많이 바뀌었네요. 행수 캐릭터는 사실 스스로 움직여서 바뀐 캐릭터에요. 초반 설정만 있고 후반은 정해지지 않았었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간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Q. 작가님께서 가장 많이 이입하게 되는 작중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한이가 아닐까 싶어요. 한이가 함경도로 감찰을 가고, 그 뒤에 스승님을 잃고 큰 슬픔을 겪는 부분은 제가 가장 등장인물에 이입해서 그린 부분이에요. 정말로 가슴이 아프고 화도 나고 그랬답니다. "거짓이 참이 되고, 참이 거짓이 되는 전쟁터에서 진심이라는 무기는 얼마나 가냘픈 것이었나." 세상의 많은 일들에 해당하는 대사라고 생각해요.
Q. 장기 연재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연재 초기에 기획했던 내용과 다르게 전개한 부분이 있었나요?
작품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엔딩이 지금과 크게 달랐습니다. 그 때 정했던 엔딩대로 갔다면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많은 수정 끝에 지금의 결말을 내게 되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또, 홍조와 서련방 기생들이 천화각 기생들과 연대하여 대비마마께 억울함을 호소하는 에피소드도 없었던 내용이지만, 연재하면서 많은 걸 보고 느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Q. 연재를 마치고 지금까지도 가장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장면을 꼽는다면?
사실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딱 하나 꼽기는 너무 어렵네요. ㅠㅠ
마무리 토크
Q. 첫 연재인지라 서툴렀던 부분도 있으셨을 텐데요, 도움을 받은 분들 중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매주 원고를 검수해준 친구 M양! ㅜㅜ 그 긴 시간 동안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분이 아니었다면 엉망인 원고를 내놓아야 했을 거예요. 고증에서 헤맬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Q. 차기 작품을 구상해 놓으신 게 있나요? 어떤 작품인지 살짝 귀띔해주세요!
차기작은 아직 확정된 게 없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지만... 전혀 색다른 장르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ㅎㅎ 로맨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래오래 작가 생활을 하며 다양한 장르를 그리고 싶어요.
Q. 끝으로, 발녹전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독자님들, 부족한 작품 예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 말고도 다른 작품에서도 또 독자님들을 뵙고,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