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는 엄마다] 순두부 작가 인터뷰
임하빈 기자
| 2019-11-02 09:16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80
[나는 엄마다]
순두부 작가 | 다음
작가님 이야기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다음웹툰컴패니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나는 엄마다’라는 육아 웹툰을 연재 중인 순두부라고 합니다. 나이는 34살이고 청소와 술을 좋아합니다.
Q. 지금은 아이들이 몇 살인가요?
큰 아이는 9살, 작은 아이는 8살입니다.
Q.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육아 지옥에서 조금은 벗어나셨는지?
정신은 괴롭고 육체는 편합니다. 초등학생이 된 두 아들들은 아침 8시 30분에 집을 나섭니다. 그러면 학교 끝나고 태권도 갔다가 오면 오후 4시쯤. 운 좋은 날은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오후 6시까지 자유죠. 천국이 펼쳐졌습니다! 하나 마냥 꿀 빠는 것도 아닌 게 둘이 어찌나 싸우는지, 또 자아가 왜 이리 확고한지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아침밥으로 주로 시리얼을 먹는데 며칠 전에는 코코볼에 허니 오즈 조금 섞었다고 울더군요. 이 조합은 아니라면서...
Q. 필명 순두부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필명 순두부는 친정에서 키우는 개 이름에서 빌렸습니다. 스피츠 종으로 16kg이 넘는 거대한 놈이지요.
Q. 그림을 전공하셨나요?
전공은 인터넷미디어입니다.
Q. 남편 분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대학교 입학한 지 몇 달 안된 어느 날이었습니다. 기숙사에서 미드 보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오더군요. 제가 평택 출신인데요. 평택 출신 입학자끼리 술을 마신다며 저도 끼라고. 학교 앞 즐겨찾기란 술집에 가니 남편이 가로본능 폴더폰을 자랑하며 가운데 떡하니 앉아있더군요. 그게 그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휴.
Q. 이른 나이에 결혼 하셨잖아요,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겪을 일, 매 먼저 맞는다는 심정으로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Q. 그렇게 힘들다는 연년생, 그것도 둘 다 아들! 딸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저희 집도 그렇고 시댁도 그렇고 아들의 기운이 셉니다. 저희 언니도 아들, 저도 아들과 아들, 여기도 저기도 줄줄이 아들이지요. 시부모님께서는 딸을 바라셨어요. 저도 딸이 무척 키우고 싶긴 하지만 까딱하다 아들 셋 될까 차마 도전 못하겠어요! 아들 셋은… 하하.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나는 엄마다
Q. 어느새 200회를 앞두고 계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연재 한 3회차 올렸을 때였나. 생 초보 시절, 한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더랍니다. 같이 일하고 싶다고. 이런 미팅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까지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죠. 작가가 되니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엄마로만 살다 작가라는 직업이 생겨 행복하다 어쩐다 신이 나 나불거렸지요? 그랬더니 담당자분께서 지금부터라도 취업 준비를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당황한 저는 작가 된 지 얼마 안 됐고, 이왕이면 오래 하고 싶다며 소박한? 소망을 비췄더니 그분께서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수만 명이 도전하는데?’라고 비꼬시더라고요. 그때 집에 오며 느꼈던 속상함이 아직 생생합니다. 200회를 앞둔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그분께 한 마디 올립니다. 수만 명이 도전하는 이 레드오션에서 아줌마인 제가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고. 늘 애독해주시는 독자들 덕이에요!
Q. ‘나는 엄마다’를 기획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예전에는 육아 웹툰이 별로 없었어요. 있어도 뭔가 숭고한 분위기로 포장되었죠. 현실은 그게 아닌데. 그래서 솔직한 이야기를 그리면 먹히겠다 싶었어요!
Q. 일상툰은 작가님과 소중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조금 망설여지지는 않았나요?
초창기에는 겁 없이 마구 그렸는데 요즘 조심해지는 게 사실이에요. 스스로 겁이 많아졌고, 사회도 예민해져서 콘티 짰다 엎은 적이 여러 번이에요.
Q. ‘나는 엄마다’라는 제목이 굉장히 뭉클하고 임팩트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당시 다른 후보 제목들이 있었나요?
작가가 되기 전, 저는 그저 엄마였으니까요. 매일 집에서 갓난아이 돌보며 말 한마디 못할 때도 많은 엄마. 저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늘 엄마였어요. 어디를 가도 현빈이 엄마, 어머님 등으로 불렸죠. 그래서 ‘나는 엄마다’라고 지었습니다.
Q. 저는 웹툰만 보고 파마머리 엄마를 상상하면서 읽었는데요, 작가님 실물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캐릭터 그림체의 탄생 비화가 무엇인가요?
사실 제가 지금은 긴 생머리를 하고 있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제 머리 스타일은 늘 단발에 씨컬펌이었습니다. 캐릭터와 똑닮은. 오죽하면 은서 헤어 원장님께서 ‘저 엄마는 맨날 씨컬펌이야.’라고 놀리실 정도였죠. 지금도 애들이 커서 멋을 좀 부리지만 예전에는 늘 밴딩 바지에 티… 이 역시 캐릭터와 똑닮은! 나름 현실적으로 그린 캐릭터랍니다?
Q. 표정도 너무 귀여워요. 코는 언제부터 ‘vw’ 이렇게 그리기 시작하셨나요? 애기들은 왜 코가 없죠?
제가 코를 찡그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코를 찡그릴 때 제 코 모양은 영락없는 대문자 W에요. 그래서 그렇게 그렸고, 아이들이 코가 없는 이유는 제 그림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어른과 헷갈릴까 봐 뺐습니다!
Q. 주요 독자층은 아무래도 같은 엄마들인 것 같더라고요. 댓글 이외에 독자님들과 소통하시는 창구가 있나요?
인스타요! 인스타 팔로워 늘어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요즘 제가 늘 생각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는데, 인스타에 정기적으로 청소를 1에서 10까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만화를 그려볼까 합니다. 생각으로만 그치는 게 문제지만.
Q. 팬미팅 생각은 없으신지요? 작가님과 독자분들이 같은 경험으로 이어진 사이라서 상상만해도 유쾌하고 즐거운 토크쇼가 될 것 같아요.
가끔 상상해요. 팬미팅을 하면 좋겠다. 아마 아이를 데려오는 분도 계실 테니 키즈룸이 있는 이바돔 감자탕 집 이런 곳에서 하면 좋겠다고. 테이블을 돌며 소맥을 맛깔나게 말아주는 제 모습을 상상할 때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돕니다.
▲ 6화(좌)와 197화(우)
Q. 초기 시즌과 비교해서 그림체가 조금 달라졌어요. 선과 색이 더 선명해졌다고 할까요?
제가 봐도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바뀌었어요. 전 지금이 더 좋은데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Q. 에피소드 소재를 기록하는 작가님만의 비법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생활툰이 소재와의 싸움이다 보니 뭔가 떠오르거나 특별한 일이 생기면 바로 종이, 핸드폰 메모장, 컴퓨터 닥치는 대로 적고 봅니다. 틈틈이 글도 쓰고요. 글 쓰는 일, 정말 좋아해요! 언젠가는 꼭 산문집을 내고 싶어요.
Q. 육아 말고도 재봉틀, 셀프 인테리어, 베이킹… 일상툰 작가님답게 일상이 무진장 풍부하신데요, 웹툰 소재를 위해 일을 벌이신 적도 있나요?
실행한 적은 아직 없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정리 전문가 자격증을 따야겠다, 그래서 그걸로 한 5회차 뽑아야겠다… 그런 기회를요. 요즘은요 돌발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기는커녕 소재 하나 건졌다며 기쁨의 스텝을 밟곤 합니다.
Q. 평일은 육아, 주말엔 웹툰 작업. 그야말로 투잡을 뛰고 계시잖아요. 어떻게 이런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계신지 놀라워요. 작가님을 슈퍼맨으로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잇몸이 녹아내릴 듯 피곤할 때가 종종 있지만, 이런 생활이 전 좋아요. 자아가 충만한 느낌이랄까. 작가 활동을 그만두게 되면 꽤 우울할 것 같아요. 몸은 편하겠지만요.
마무리 토크
Q. 좋은 콘티 만들어준다는 술! 작가님께서는 무슨 술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맥주요. 맥주 중에서는 라거 계열 좋아해요. 에일 같은 과일 맛 맥주는 저랑 안 맞더라고요. 소주도 있으면 마시긴 하는데 그건 아주 가끔, 정말 삶이 고될 때 마시고. 평소에는 맥주를 음료처럼 홀짝거립니다. 주량은 소주는 한 병, 맥주는 한 4캔? 큰 걸로.
Q. ‘나는 엄마다’ 완결 계획이 있으신가요?
원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는 순간 끝내려고 했어요. 차기작도 미리 준비해두려 했지만 쉽지 않네요.
Q. 다른 작품을 한다면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으신가요?
구상해 둔 게 하나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는지. 평범한 부부가 야식 메뉴 결정하듯, 무심하게 이혼을 결심하고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린 만화인데요. 지금과는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 같아 이혼을 결심하고 실행했지만, 행복도 우울도 이혼 전이나 후나 별다를 바 없다는… 그런 내용을 다룬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요.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인생이 그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만화요!
Q. 이세상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힘내서 살아봅시다.
Q. 앞으로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명주실 같은 만화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