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웹툰을 말하다 13 - '그다이' 최용성 (1/2)
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13
[그다이]
최용성 │ 레진코믹스
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그림일기를 그릴 때부터 내 그림일기를 남에게 보여주고 ‘잘그렸다’라는 칭찬을 듣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그 당시의 내가 가장 크게 부여받을 수 있었던 존재의 이유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렸을 땐 화가가 장래희망이었다가, 만화가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그 때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취미로 만화를 하길 계속 권하셨다.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할 때 내가 만화과가 있는 예고로 진학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까 반대하셨다. 원래 나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편이었는데, 그 때는 거기를 보내주시지 않으면 실업계 고등학교로 간다고 했다. (실업계에 만화 동아리가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쪽이 차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만화 창작과가 있는 예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허락해주셨다.
그 뒤로도 계속 그 방향으로 꿈을 품어 대학에서도 만화를 전공했고, 졸업했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담당 교수님의 제안으로 공모전에 출품하게 되었고,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지금 연재하고 있는 플랫폼에서 데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A. 시나리오는 보통 주간연재 시간상 건너뛰는 편이다. 화별로 내용전개를 정리해놓은 트리트먼트에 따라서 콘티를 짜게 되는데, 콘티 작업과정에서 꼭 들어가야 하거나 표현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은 구상을 비교적 철저히 해야겠지만, 치밀하게 구성하지는 않고 여지를 조금 남겨놓는 편이다. 대사도 공백을 많이 머금은 채로 작성한다. 모두 정리하고 그림 작업에 들어가기엔 조급해지는 면이 있어서 ‘이 장면이 뭘 위한 장면인지, 어떤 걸 나타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만을 기억하고 나머지는 변수로 남겨놓는다. 그림 작업을 하면서 중간 중간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회차별 스토리 정리 노트
스케치를 하면서 펜 터치를 병행하고, 그림에 어떤 색이 들어갈지 배색하는 작업까지 함께한다. 배색까지 모두 끝나면 배색한 그림에 명암작업을 하고, 모두 모아 컷 간격과 대사 효과음들을 정리해 완성한다.
Q. 작업 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은?
A. 초반엔 노트북에 액정 타블렛을 연결해서 사용했고, 지금은 데스크탑에 연결해 작업중이다. 스케치, 펜 터치, 배색까지는 클립스튜디오를 사용하고, 명암, 식자 편집작업은 포토샵을 사용한다. 최근에 조금 복잡한 배경은 스케치업을 사용해서 작업한다.
스케치업은 이종범 작가 책 사서 독학했다. 혼자 하고 싶었는데 가이드라인이 너무 없어서 책을 봤다. 초반에는 구도 잡기 용으로 썼다가 조금씩 넣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후반부 지하실 장면에서 썼었다. 사실 작품 연재가 끝나고 천천히 배우려고 했었는데, 계단 그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또 자주 나오니까 하나 만들어 봤다. 그렇게 몇 장면에 써 보니 편해서 반복되는 장면들이 나오면 쓰게 됐다.
Q.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어떻게 하나?
A. 막힐 만하다 싶은 것들은 초반 트리트먼트 작업할 때 많이 고민하는 편이다. 아직까지는 아예 아이디어가 막힌 적은 없다.
Q. 작업이 하기 싫어질 때 어떻게 하나?
A. 산책을 나간다. 자전거를 타거나, 동네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다. 또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 창작물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 웹툰은 잘 보지 않는다. 만화나 웹툰은 사실 (웹툰 작가로서) 편하게 감상이 힘들다. 주로 영화를 많이 본다. 최근에는 책도 많이 읽는다.
Q. 마감일을 기준으로 일주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A. 본편을 작업할 때는 화요일 오후 3시 마감이었는데, 원고를 보낸 뒤 콘티를 구상했다. 빠르면 화요일 밤부터, 늦으면 수요일부터 스케치 및 펜 터치, 배색 작업을 시작했다. 역시 빠르면 금요일 밤, 늦으면 토요일 밤에 명암 작업을 한다. (일요일은 보통 종교 활동을 하느라 밤에만 잠깐 작업했다.) 월요일 저녁정도까지 명암 작업을 마치고, 월요일 밤부터 화요일 오후3시까지 식자 및 편집을 했다. 완결 후 쉬다가 지금 외전을 작업 중인데 이 패턴을 다시 찾아가느라 애먹는 중이다.
하루 일과는 보통 9시 기상해서 한 두시간 빼고 밤 1~2시 쯤 잤다. 후반에는 밤늦게 작업하는 게 버릇이 돼서 낮에 1~2시쯤 일어나서 새벽 4~6시에 잤다. 연재가 처음이다보니 마감 못하는 거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다. 그래서 딴 짓을 해도 책상에 앉아서 했지 책상을 벗어나 다른 곳에 가면 너무 불안했다.
작품에 관하여
Q. 작품 초기 아이디어는 어디서 출발했나?
A.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을 만화로 만들어볼까 생각하다가, 만약 만들게 된다면 일상 내용을 다룬 것보단 좀 더 새로운 이야기로 각색해서 만드는 것이 더 재밌겠다 생각해서, 막연히 스릴러로 예상해보았다.
Q. 아이디어를 작품화 하기 까지의 단계를 알려달라.
A. 학교에서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 준비하게 되었다. 사실 졸업작품보다는 훨씬 나중에 작업하고 싶었는데, 어떤 장르의 어떤 작업을 할지 확실히 방향을 잡지 못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모으다가 가장 마지막에 준비한 것이 '그다이'이고, 결국 이 만화로 졸업작품을 준비하게 되었다. 초기 설정에 주인공이 자이언, 이니미니, 마이트로 세 명이었는데, 졸업작품을 담당해주시던 교수님께서 '주인공이 세 명인 만큼 서로의 관점이 다르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해주셨고, 그 방향으로 스토리를 재정리하게 되었다. 평소 좋아했던 영화감독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아모레스 페로스'의 진행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캐릭터들의 성격은 주변인물로부터 힌트를 얻어 설정했다. 성격을 그대로 쓴 것은 아니고, 각자의 장점이나 단점이라고 인식되는 부분, 행동이나 말투를 분해하고 각자 맞는 인물들에게 재조립해서 설정했다. 어느 부분은 과장하고 증폭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했다. 취재는 내가 겪었던 생활에서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서 작업했던 것 같다. 같이 갔던 사람들이나 호주에 다녀 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졸업작품으로 준비하다가 학교측과 레진 코믹스의 산학협력으로 레진측에 만화를 보내 수정과 보완을 거쳐 연재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Q. 제목은 어느 시점에, 어떻게 정했나?
A. 졸업작품 준비당시에 정했다. 원래 제목은 '한국과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 어딘가'라는 의미에서 somewhere(썸웨어)로 정했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바꿨다. 배경이 호주인만큼, 호주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제목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호주식 슬랭인 G'day(Good day)로 정하게 되었다. 인사긴 하지만 원래 의미하는 바인 '좋은 날'이라는 점에 반어적으로 다가와 좋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잠시 생활했던 곳은 큰 도시가 아닌 시골이라서 종종 들었던 인사말인데, 인구가 많은 도시 같은 곳에서는 실제로 쓰는 일은 별로 없다고 들었다.
Q. 작품 전체 스토리를 얼마나 만들어 놓고 연재를 시작했나?
A. 처음부터 끝까지 대강의 플롯맵을 구상한 뒤 연재를 시작했다. 하나씩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하나로 묶이는 이야기인 만큼 어느 정도는 세밀하게 동선과 시간이 정리되어있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보다 작고 디테일한 부분들은 한 주 한 주 비교적 즉흥적으로 구상하고 진행한 부분이 많다. 플롯맵은 매 회차 간단한 스토리를 다 적은 수준이다. 연재할 당시 조금 늘거나 줄기도 했지만 대부분 여기에 맞춰서 연재를 했다.
Q. 작품 특성상 어느 정도 치밀하게 짜야 하는 작품인데,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A. 졸업 작품 준비하던 거라 준비기간이 조금 길었다고 볼 수 있다. 총 3~4개월 정도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Q. 작화가 아주 독특하다. 작화 스타일은 어떻게 정한 건가?
A.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지금 스타일과 많이 거리가 있었다. 각진거, 직선 쓰는거를 좋아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입시학원에 다닐 때 (당시 정필원 작가님이 강사셨다), 스타일 연구를 많이 시켜주셨다. 그 때, 미국의 만화가 겸 원화가, 일러스트레이터 Robert valley의 작품을 알게 됐고, 그 뒤로 영향을 꾸준히 받아 왔다. (평소 다른 만화를 그릴 때보다 좀 더 기괴하게 그리겠다는 마음이야 있긴 했지만, 딱히 스릴러를 표방해서 팔다리를 길게 그린 것은 아니었다.) 그림에 접근하는 그의 방식과 미학적 관점에 크게 매력을 느꼈다. 아주 얕게나마 존재하는 내 그림의 사고방식과 미학적 관점에, 아직은 그의 아트웍만큼 공감이 되고 내 흥미와 비슷한 관점의 그림을 만나보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직 그림 테크닉이나 현실의 재구성측면에선 나는 아직 그의 그늘 아래 있고 그의 느낌을 베끼는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욕심을 갖고 있긴 하다. 그 외에는 일본만화 영향을 받는 것들이 융합된 것 같다.
연재분과 조금 다른 스타일의 이전 작업 원고
인터뷰, 정리
황선태 ( scarbo190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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