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메모리스트> 재후 작가 인터뷰
탁정은 기자
| 2020-05-16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02
[메모리스트]
재후 작가 | 다음

"당신에게 기억을 읽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
작품을 만들기 위해 취재도 직접 뛰었다는 재후 작가님
웹툰 <메모리스트>가 드마라로 제작 되기까지의 사연은?
재후 작가님과 <메모리스트>에 대해 파해쳐 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재후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다음웹툰에서 <메모리스트>를 연재, 완결하고 지금은 <할매>를 연재 중인 작가 재후입니다.
Q. 요즘 누구보다 바쁘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 가요?
A. 최근까지 <메모리스트>와 관련된 작업을 마무리하고, 3월부터 다음웹툰에서 <할매> 시즌 2를 시작했습니다.
Q. 작가님의 필명은 본명인가요?
A. 아뇨. 본명과 전혀 관련없이 만든 필명입니다.
Q. 다음웹툰 공모전을 통해 데뷔를 하게 되셨죠, 정식 연재가 시작 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A. 공모전 본선 진출을 했을 때나 정식 연재가 결정이 났을 때 모두 그냥 얼떨떨했습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굉장히 기뻐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진 않더라고요.
특히 정식 연재의 경우엔 공모전 이후 작품을 다듬는 기간이 꽤 길었던 터라 더 얼떨떨했던 것 같습니다.

<메모리스트>
Q. 형사, 프로파일러, 살인, 기억, 초능력 등의 소재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A. 연재 준비 과정에 있던 몇 년 간 꽤 많은 수정을 거쳤던 탓에 지금의 <메모리스트>는 기존 버전의 제목과 메시지, 초능력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장르도 바뀌었고요.
작품을 만들며 필요한 취재를 몇 차례 다니면서 그때 얻은 아이디어로 '형사'와 '프로파일러'가 들어가는 이야기가 최종 버전이 되었습니다.
Q. 주인공 ‘동백’이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만큼 작품 속 배경과 관련된 지식이 많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실 때 도움은 어떻게 받으시나요?
A. 취재를 직접 갔습니다. 당시엔 아마추어 작가인데다 취재 요청에 대한 요령도 전혀 없어서 퇴짜를 여러 번 맞았는데, 지인 분 소개로 경찰서 강력팀 취재가 이루어졌고 그때 형사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심리학, 법학과 교수님들께서도 취재에 응해 주셨고 이야기의 틀을 잡는데 충분한 소스들을 받을 수 있어 너무 감사했죠.
조금 아쉬운 건 굉장히 전문적인 단어와 정보들이 많았는데,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거나 해설을 달아야만 이해가 되는 단어들의 경우엔 뉴스나 드라마, 영화에서 쓰는 흔한 단어들을 골라서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Q. 대부분 초능력이 있는 캐릭터들은 공개하지 않는 설정인데요, 반면 <메모리스트>의 주인공 ‘동백’은 기억을 읽는 능력을 공개 했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는 힘드셨을 것 같아요. 주인공의 초능력을 공개하기로 결정하신 계기가 있으신 가요?
A. 공개하는 게 더 독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틀어보니까 진부하지도 않을뿐더러 에피소드들도 더 풍부 해지더라고요. 오히려 그 많은 에피소드들을 웹툰에 다 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동백의 성격을 설정하고서, '이런 애라면 근질근질해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그 결정에 한 몫 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에서의 어려움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초반에 이런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안착시키는 게 힘들었을 뿐이지, 그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고나니 오히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굉장히 수월했습니다.
Q. 초반, 프로파일러 ‘한선미’ 등장 후 '어쩌면 ‘동백’과 러브라인이 형성 될 수도 있겠다' 생각 했지만 예상 외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러브라인을 그리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동백과 선미가 상극인데다 서로 도드라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라 러브라인이 있어도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메모리스트>가 가지고있는 메시지를 표현하거나,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에 시너지를 줄 여지가 보이지않아 러브라인은 깔끔하게 배제했습니다. 진부하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구요.
Q.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보니 진지 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동백’의 뻔뻔스러운 성격으로 풀어집니다. 작가님께서 너무 딱딱 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신 건가요?
A. 제가 스토리를 쓰는 스타일도 그렇고, <메모리스트>의 경우엔 장르적 특성도 있다보니 이야기가 점점 어두워지는 걸 항상 조심하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초기 버전의 동백은 시종일관 진지한 성격이었던 탓에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계속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이 부분에서 다음웹툰 PD님과 고민을 좀 많이 했었죠. 그런데 동백이 캐릭터를 밝게 바꾸고 나서는 (너무 밝게 바뀐 탓인지^^;), 선미나 반장, 세훈 캐릭터들과 서로 조금만 가벼운 대사를 주고 받아도 분위기가 풀어지길래 딱딱해지지 않으려고 들이는 수고가 좀 덜한 편이긴 했습니다.
Q. 독자들의 댓글을 보면 마치 웹툰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데요. 본인 일처럼 화를 내시는 분, 도망가라고 외치시는 분 등 다양한 댓글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반응들을 보면 어떠신 가요?
A. 작가로서 굉장히 보람차죠. 저는 독자분들 댓글 읽는 낙으로 사는 사람이라... 특히 캐릭터에 이입을 한다거나, 작품을 분석한 댓글들을 볼 때면 반성을 할 때도 있고, 영감을 받는 날도 있기 때문에 항상 마감을 하고나면 어떤 의견이든 빠짐없이 챙겨보는 편이었습니다. 이번엔 어떤 추리를 하셨을까, 이 캐릭터의 이런 액션에 어떤 기분을 느끼셨을까 하면서요.

Q. 웹툰 <메모리스트>가 단행본 출간에 이어 최근 드라마로도 만나봤었죠. 드라마 제작 요청을 받으셨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A. 그저 감사했습니다. 담당 PD님부터 판권 계약에 힘써주신 다음웹툰 관계자 분들, 드라마 제작을 추진해주신 제작사 분들께 너무 감사했고, <메모리스트>에 많은 의견을 남겨주신 독자 분들께도 감사했구요.
Q. 웹툰 <메모리스트>와 드라마 <메모리스트>의 싱크로율은 어떻게 보시나요?
A. 웹툰을 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은데 캐스팅은 싱크로율 200%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의 경우엔 원작의 특징은 살리면서도 긴장과 속도감은 그 배로 연출을 해주셔서... 게다가 드라마 제작진 분들께서 직접 만드신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가미되다보니 고유의 개성을 갖춘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매 주 챙겨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Q. 드라마 <메모리스트> 또한 정말 재밌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본방사수를 하셨나요?
A. 첫방 이후 전 쭉 본방을 사수 했습니다.

작가 ‘재후’
Q. 작가님의 어릴 적 장래희망도 ‘만화’에 관련 된 직업이었나요?
A. 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중간 중간 '다른 거 하자'라며 몇 번 바뀐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고등학생 때 만화를 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Q. 작가님께서 평소 좋아하시는 콘텐츠와 장르는?
A. 가장 많이 보는 건 영화인데, 딱히 장르를 편식하지는 않습니다. 제 기준의 재미라는 게 있냐 없냐 정도만 초반 잠깐 보고서 고를 뿐이지, 가리지는 않아요.
대신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편입니다.
Q. 작가님께서 가지고 싶은 초능력은?
A.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Q. 작가님의 하루 스케줄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작업을 도와 주시는 어시스트님 없이 연재를 하고 있어서 마감을 하면 그 날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하고, 그 외엔 카페 아니면 책상 두 군데만 왔다갔다 하는 일정의 반복입니다. 그렇게 해도 마감이 아슬아슬 하다보니 연재 중에는 뭘 딴 걸 할 틈이 별로 없어요.
Q. 작가님 만의 징크스가 있다면?
A. 징크스는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Q. 웹사이트에 검색을 하면 프로필이 나오지 않습니다. 등록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 가요?
A. 굳이 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Q. 긴장감이 200% 올랐을 때 절묘하게 끊어 많은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유료결제율도 높습니다. ‘여기까지 그리면 아쉽겠다’하는 작가님 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A. 작품을 이제 2편째 하고 있는데, 노하우라고 할만한 건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엔딩을 어디서 끊냐를 너무 고민하다가 한 회 분량이 굉장히 적게 뽑힌 경험이 있어서, 어느새부턴가 엔딩보다는 분량을 더 신경쓰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렇게 제 기준의 분량을 채우고서 엔딩이 다소 심심하다 싶으면 요즘엔 결말 부분의 연출이나 대사를 이래저래 다듬어보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웹툰 작가들이 본업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요, 작가님께서는 다른 활동을 병행하실 생각은 없으신 가요?
A. 일단 저 같은 경우는 웹툰부터 좀 잘하고나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요?

마무리하며
Q. 작품 속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A. 선미가 나오는 모든 장면은 다 아쉽습니다. 제가 신경을 가장 많이 썼던 캐릭터임에도 그 매력을 잘 살리질 못했어요. 이번 이슈가 있어서 저도 다시 한번 정주행을 했는데 역시 선미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보였어요.
Q. 그렇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웹툰 4화에서 동백이가 형사를 한 대 때리며, “화를 낼 줄은 몰랐는데? 당신 말마따나, 때린 놈은 아무 잘못한 게 없잖아.”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메모리스트>가 가진 메시지의 뼈대가 되는 대사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요.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A. 당장 ‘이거다!’라고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겼는데, 그걸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스릴러가 아닌 다른 것이라면 그 땐 꼭 공부를 해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Q. 끝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A. 여러번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겼는데, 독자분들께서 주신 관심에 비하면 아직도 인사가 모자르다고 생각합니다. 완결이 난 지 3년이 훌쩍 넘어갔음에도 <메모리스트>라는 제목을 지금도 하루에 몇 차례 언급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독자 분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입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현재 다음 웹툰에 재연재 중인 <메모리스트>와 두번째 시즌에 들어간 <할매>에 많은 관심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