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자판귀> 윤정민 작가 인터뷰

탁정은 기자 | 2020-08-08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14

[자판귀]

윤정민 작가 | 네이버



"만약 원하는 것이 나오는 자판기가 있다면?"
오싹하지만 귀여운(?) 스릴러 <자판귀>와
인터뷰 내내 밝은 에너지를 쏟아주신 '윤정민' 작가님을
웹툰가이드에서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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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작가님 작업 사진 (출처=윤정민 작가)

Q. 작가님,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많이 부족하지만 만화 그리기를 사랑하는 만큼은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는 만화 외길 인생 웹툰 작가 ‘윤정민’입니다.

Q. 작가님은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언제부터 희망하셨나요?
어릴 적부터 흰 종이만 있으면 그림을 그렸어요. 아마 유치원생 때도 그랬던 거 같아요. 가만히 서있는 사람을 그리는 것은 재미가 없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 그림을 그렸어요. 만화책을 보기 전부터 만화를 그렸던 거 같네요. 중고등학생 때는 만화책을 그려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죠. 이후에 대학교에서는 다른 것도 배우고 싶어서 전공은 인문학으로 갔어요. 일본어를 배웠는데 일본이 만화의 강국이다 보니 만화와 연결점도 있어 같이 배우는 장점이 있었죠.

Q. ‘2017 네이버 최강자전’을 통해 정식 데뷔를 하셨어요. 어떻게 공모 하시게 되었나요?
대략 8년 정도 도전만화에 연재를 했어요. 완결 2개, 도중에 무산된 게 4개 정도 있었어요. 항상 꾸준히 그렸죠. 공모전에 참가하려 했는데 대학생 대상이었거든요, 다행이 그 후에 일반인도 참여 가능해져서 바로 도전을 했어요. 

Q. 당시 소감이 어떠셨나요?
4강 전에서 거의 확정되었을 때 방에서 혼자 울었던 거 같아요. 주변 사람들이 먼저 알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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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작가님 (사진=윤정민 작가 인스타그램)

만화가 '윤정민'


Q. 작가님의 평소 일상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하루 종일 집에만 붙어 있는 걸 안 좋아해서 낮에는 밖에서 햇빛도 보다가, 퇴근 시간쯤 작업을 시작하는 거 같아요. 햇빛 보는 걸 좋아해요.

Q. 부지런한 편이신 가봐요?
절대 그렇지는 않고, 빨리 일어나야 11시에요. 제가 햇빛 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 해가 지고나서 일어나면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해가 있을 때 일어나려고 노력해요.

Q. 그림을 그리지 않는 휴일엔 무엇을 하시나요?
원래는 제가 멀리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서울 근교로 나가거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해요.

Q. 작품 안에 본인의 경험담을 살린 스토리가 있으신가요?
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약간씩 반영될 때가 있어요. 제 경험담도 자연스럽게 조금 스며들기는 하지만 완전히 제 경험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지는 않아요.

Q. 작가님께선 작품 속 자판기가 실제로 현존한다면 어떤 것이 나왔으면 하시나요?
옛날에는 급하게 생각하다 보니 과거 회상을 많이 하는 편이라 과거에 내가 행복 했던 날들로 돌아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무의미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용하지 않을 거 같아요. 

Q. 만약 내 주변사람들이 이용한다 하면?
본인의 자유라고 생각해서 오지랖 떨지 않고 별다른 이야기 안 할 거 같아요.

Q. 작가님의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글 콘티는 메모장에 작업을 하고, 그림 콘티와 그림 작업은 동시에 해요. 채색 작업은 어시로 도와주는 분이 계셔서 메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작업해요.

Q. 금연 만화, 강연, SNS 활동까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소통을 잘 하시는 거 같아요. 소통을 하시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도전만화에서 연재했을 때부터 독자들에게 ‘독자는 나의 비타민이다’라는 뜻으로 ‘비타콩’이라고 애칭을 붙여 부르곤 했어요. 애칭을 부르며 자연스럽게 친근해지는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그때 독자들이 오글거리게 들린다며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요. 지금 애칭은 덕후+독자를 합쳐 '덕자'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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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귀> 덕자가 직접 만든 대형 자판기


Q. 덕자들에게 다양한 선물을 받는데 그중 대형 자판기를 받은 적이 있으세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너무x3 감사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자판기를 만드신 덕자님이 고등학생 분이셨는데 직접 가서 떡볶이라도 다 사드리고 싶더라고요. 뭔가 해주고 싶은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해요.

Q. 만나서 전해주고 싶다면 만나실 의향이 있으신 가요?
네! 만나서 맛있는 거 사드리고 싶어요!

Q. SNS 피드를 보면 굉장히 다양한 취미 및 활동을 하시던데 요즘 꽂힌 게 있다면?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여행을 좋아하는데 지금 못 가고, 제가 춤을 좋아해서 고등학생 때 댄스 동아리 활동도 했었어요. 그래서 춤을 추는 정도? 
아니면 돌아다니는 것도 즐겨해서 혼자 대중교통 이용하며 노래 듣는 걸 좋아해요. 그럴 때 영감이 떠오르더라고요. 이런 것도 취미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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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귀 (출처=윤정민 작가)

[자판귀]


Q. ‘자판귀의 정의를 해석하자면 자판귀는 自 스스로 자 判 판단할 판 歸 돌아올 귀입니다 좀 의역적으로 말하면 스스로 어느 것을 판단하느냐 따라 선, 악이 돌아온다’라고 한 독자분께서 댓글로 남겨 주셨는데 정확한 뜻이 어떻게 되나요?
가운데 판이 ‘팔판’인데 뜻을 풀면 ‘자동 판매 귀신’이라는 뜻으로 만든 제목이에요. 
그런데 전 독자들이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을 좋아해서 해석하시는 대로 알고 계셔도 좋을 거 같아요.

Q. <자판귀>를 보면 소재부터 연출력이 굉장하신 거 같아요. 자판기 사용법, 규칙을 시작해서 자판기를 이미 이용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처음 소재 및 주제를 정하신 계기와 세부적인 부분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되었나요?
최강자전을 준비할 때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세계의 다양한 자판기에 대한 기사를 봤거든요. 그 기사를 보다가 바로 영감을 얻었어요. ‘자판기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그 생각에서 세부적인 상상을 이어 그리게 되었어요. 너무 순식간에 떠오른 아이디어죠.

Q. 매번 달라지는 스토리. 힘들지는 않으세요?
한 번에 몰아서 스토리를 구상하면 생각이 안 나니까 평소에 상상을 자주 해요. 제 머릿속에 있는 스토리 박스에 떠올린 소재를 담아뒀다가, 에피소드가 끝나기 전 다음 에피소드를 스토리 박스에서 꺼내요. 그 후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 세부적인 구상을 해서 풀어내는 것 같아요.

Q. 한 스토리에 예상되는 화보다 더 걸린 적이 있나요?
네 맞아요. 그런 적 있어요. 길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짧게 끝난 적도 있어요.
스토리를 풀 때 큰 뼈대에서 살을 입히며 전개를 해 나가거든요. 살을 입히는 과정에서 강조해야 될 게 생기면 길어지니까 그럴 때 예상보다 달라지는 거 같아요.

Q. 많은 독자분들이 <자판귀> 마지막 부분을 보시고 다음 화에 대해 추측을 많이 하죠. 22화를 에필로그를 보면 평소 댓글은 자주 보시는 편 같으신 데, 댓글을 보실 때 어떠신 지 궁금합니다.
제가 댓글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댓글에서 제가 의도했던 것을 정확하게 맞추는 댓글이 있더라도 만화에 몰입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요.
사실 ‘미인’이란 에피소드 당시 독자분들이 영화 ‘아이필프리티’ 스토리랑 똑같다는 의견이 많아서 저도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인터넷에 검색해 봤어요. 제가 기획한 이야기가 통통한 여자가 자판기로 인해 본인이 날씬하다고 인식을 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져요. 알고보니 본인의 모습은 달라진 게 없고 마음가짐만 달라졌을 뿐인데 사람들이 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죠. 그런데 그 영화가 기획한 내용이랑 완전히 똑같더라고요. 그대로 했으면 너무 똑같아서 제가 중간에 내용을 틀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그런 댓글을 보면 속상하시겠어요.
네, 절대 다른 작품을 보면서 제 작품에 반영하는 아이디어를 얻지 않아요. 
그리고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마음에 드는 글은 좋아요도 눌러요. 그런데 제가 유리 멘탈이라 요즘은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도 이젠 다시 용기를 얻고 보기 시작해 보려고요. 

Q. 그럼 반대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사진’편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스토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잘 진행되었어요.

Q. 저는 ‘인형’ 스토리가 가장 좋더라고요.
저도 ‘인형’ 너무 좋아해요! ‘인형’ 화에서도 어떤 영화가 언급이 되었는데 전 그 영화도 안 봤거든요. 그래서 억울했지만 그때는 이미 미인편에서 그런 댓글을 본 적이 있어 찾아보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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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귀> 22화 타임 리모컨(5) 中

Q. <자판귀>를 보며 가장 소름이 돋았던 부분이죠. 25화 타임 리모컨(5)에 나오는 리모컨 들은 남자, 대체 누구인가요? 
제가 약간 덕자들이 작품을 보며 해석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 댓글을 보면 정말 좋거든요. 각자 해석하는 게 다르잖아요. 그래서 의도를 정확하게 말 하는 걸 잘 안 하는데 그 남자는 동수의 죽은 동생 귀신이에요.

Q. 그럼 덕자들의 추측처럼 동생이 자판기를 먼저 사용하고 미래 모습을 리모컨으로 본 것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댓글들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스토리의 뒷이야기를 해석하며 얻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제 의도가 잘 통한 거 같아서 정말 기뻐요.

Q. 같은 이야기로 주제마다 항상 교훈도 뒤따르는 거 같아요. 스토리 구상과 함께 교훈 내용도 생각을 하시나요?
제가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는데 자연스레 권선징악이 표현될 때 독자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쨌든 스토리의 의미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중심이 되도록 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이 그려지는 거 같아요.

Q. 착하게 산 사람은 살리고,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은 죽이는 부분은 일부러 권선징악을 의도할 때도 있나요?
네, 아무래도 착한 사람 죽이는 건 너무 불쌍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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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귀> 22화 타임 리모컨(2) 에필로그

Q. 주인공 ‘도영’이 자판기 관리자라는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에 그런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더라고요. 독자분들이 별명을 그렇게 지어 주셨거든요. 그래서 연재 중간에 자판기 관리자로서의 도영을 그리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관리자가 맞는 거 같아요. 자신의 집 앞이고 사람들이 이용할 때 우연히 계속 보게 되니까요. 관리자까지는 몰라도 자판기 이용 도우미?라고 생각해요.

Q. 여러 옴니버스식 영화처럼 영화화 이야기는 나온 적 없었나요?
아직 확정된 건 없어요. 저는 얼마든지 열려 있어요! <자판귀>로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Q. <자판귀>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 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거창한 메시지는 없고,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여운을 남기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재미있게만 봐주신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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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만화가'


Q. 독자들과의 만남, 기대해도 좋을까요?
언제든지 함께할 수만 있다면 좋아요!

Q.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은 <자판귀>가 독자들에게 더 재미있는 만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당장의 계획인 거 같아요.

Q. 최종 목표가 있다면?
저의 최종 목표는 늙어 죽을 때까지 만화를 그리면서 살고 싶어요. 독자들에게 믿고 보는 만화가로 널리 알려지는 게 꿈이에요.

Q.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판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평생 여러분을 웃고 울려 드리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요. 만화가 ‘윤정민’이라는 이름 석자,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