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밤을 걷는 선비> 조주희 한승희, 아름다운 그와 달빛을 걷나니

툰가1호 | 2016-07-25 06:33

<밤을 걷는 선비> 조주희 한승희

아름다운 그와 달빛을 걷나니

 

 

밤을 걷는 선비_표지
<밤을 걷는 선비> - 조주희 & 한승희,  서울문화사 펴냄

 

 

 

파리한 낯빛이지만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뱀파이어. 미녀의 하얗고 보드라운 목을 보며 피에 대한 갈망을 억누르는 금욕적인 미남자가 조선시대의 선비라면. <키친>의 조주희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고 <천일야화> <춘앵전>의 한승희 작가가 그림을 그린 <밤을 걷는 선비>는 이런 매혹적인 가정에서 출발한다. 때는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이고 7년이 되는 해, 선비들이 원하는 책을 구해주고 돈을 받는 ‘책쾌’ 양선은 주문한 책을 가져다주기 위해 흉흉한 소문이 도는 음석골 선비의 집으로 향한다. 역적으로 몰려 집안이 몰락한 탓에 남장을 한 채 책쾌 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양선은 귀한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음석골 선비에게 책에 대한 보상대신 서재를 구경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곱게 내려진 발 뒤에 앉아 책쾌 양선의 맹랑한 청에 코웃음을 치던 선비는 하룻밤만 서재에 머무를 것을 허락한다. 서재에서 책을 보다 잠든 양선을 발견한 선비는 그가 남자가 아닌 여자임을 알아챈다. 이후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두 사람은 기방에서 다시 재회하고 양선이 위험해 처할 때마다 선비가 양선을 구해내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싹 트기 시작한다.

 

<밤을 걷는 선비>는 익숙한 소재인 ‘뱀파이어’를 조선시대라는 시대배경 안에서 풀어냄으로써 낯선 매력을 주는 작품이다. 여기에 독특한 직업인 책쾌의 이야기와 궁 안의 미스터리가 더해지면서 <밤을 걷는 선비>는 사극과 판타지 그리고 순정만화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고루 지닌 뱀파이어 물로 선보인다. 데뷔 후 첫 장편에 도전한 조주희 작가는 클리셰가 새로운 배경 안에서 풀어질 때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로 재탄생 될 수 있는지 <밤을 걷는 선비>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한편 <천일야화> <춘앵전> 등으로 이미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한승희 작가의 그림은 <밤을 걷는 선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고증을 따르되 조선시대 당시의 복식과 건축이 가진 고유의 미를 극대화시킨 한 컷 한 컷으로 눈이 호사스럽다. 특히 갓을 쓰고 도포를 입었지만 섹시하면서도 아름다운 뱀파이어 음석골 선비는 한승희 그림의 매력을 입증하는 캐릭터다.

 

대표적인 순정만화 잡지였던 <윙크>가 모바일용 앱진과 웹진으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을 때 <밤을 걷는 선비>는 ‘효자 콘텐츠’였다. 매일 수십 편의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유료 결제를 통해 만화를 본다는 일을 가능하게 한 인기 작품인 것이다. 좋은 콘텐츠가 결국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에너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 <밤을 걷는 선비>가 보여준 것은 그런 힘이다.

 

 

 

 

INTERVIEW

<밤을 걷는 선비> 조주희 작가

 

 

<밤을 걷는 선비>로 <2013 오늘의 만화상>을 수상 하셨습니다. 한승희 작가와 처음 호흡을 맞춰 본 것이지만 좋은 성과를 얻었으니 파트너인 한승희 작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한승희 작가님 덕을 보고 있어요. 팬이에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분에 넘치는 상이라 감사할 따름입니다.

 

 

 

<밤을 걷는 선비>로 한승희 작가와 콤비를 이루게 되었는데요.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큰일 났다. 완전 열심히 해야겠다. 적어도, ‘한작가님의 좋은 그림을 절대 망치지 말아야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밤을 걷는 선비>는 ‘책쾌’와 ‘뱀파이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한데 모아 조선시대라는 특정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 작품을 준비하실 때나 시작하실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중요한 지점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고증’이라던가 혹은 ‘인물간의 화학반응’이라던가 하는 것 등....

 

여성을 위해 특화된 순정만화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능력이 되는 한 다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절세미남이라든가 야무진 여자주인공, 그들을 둘러싼 훈훈한 동료들, 그리고 매력 있는 악역 등. 이것들을 성공적으로 잘 버무려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와 연출이 중요했어요. 그림은 한작가님이 완벽하게 그려주시리라 믿었고요. 어떤 만화를 그리든 가장 중요한 건 재미와 즐거움입니다.

 

 

 

 

밤을 걷는 선비01_
<밤을 걷는 선비> - 조주희 & 한승희
위기에 처한 양선을 구한 음석골 선비, 두 사람의 앞 날을 예고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밤을 걷는 선비>는 조선시대라는 특정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뱀파이어’라는 주요 소재 때문에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시대 고증과 판타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계신가요.

 

사실과 판타지와 고증의 균형을 잡기 보다는 작품의 세계(판타지)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구축된 만화 안의 세계를 좀 더 세련되고 현실감 있게 보이기 위해 역사적 사료들을 꼼꼼히 배치하는데 공을 들였고요. 성공적인지는 모르겠고 욕이나 먹지 말았으면 합니다. 뱀파이어라는 소재 자체가 이미 현실성 없는 존재라 있음직해 보이는 일종의 배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역사적 사료들을 감히 이용한 거지요. 그저 만화라는 포용력이 큰 장르를 이해해주는 독자의 넒은 아량을 바랄 뿐입니다.

 

 

 

글과 그림이라는 각자의 파트가 있지만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 전진할 수 있을 텐데요.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어떻게 조율 하시나요.

 

초반 설정에서 많은 의견을 나누었지만 지금은 서로 믿고 맡기고 있습니다. 초반에 스토리가 많이 진척이 되지 않았을 때는 한작가님의 불안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도 절 믿고 출발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지금은 스토리가 15권 분량으로 진행되어 거의 끝나가고 있어요. 뒷이야기를 아는 것이 작업하시는 데 안정감을 줄 테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토리를 완결 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작업했던 것 같네요. 오히려 스토리 진행이 막혔을 땐 편집부 담당기자님과 상의를 많이 했습니다. 출판만화에서는 그간 쌓아올린 편집부의 노하우가 있어 혼란스러운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시곤 했습니다.

 

 

 

서로 함께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점이 분명히 더 많지만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업할 때 힘드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혼자 작업할 때는 이런 점이 어려웠는데 같이 하니까 이런 점이 쉽다거나 혼자 할 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들을 같이하니 신경 쓰게 되거나 하는 것들.

 

저도 전에는 글, 그림을 모두 그리던 작가가 스토리만 쓰는 것이 과연 좋을까 망설였어요. 게다가 장편작업은 처음이었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에게 큰 공부가 됐어요. 오로지 이야기만을 전체적으로 생각하며 에피소드들을 세세하고 유기적으로 짜내려가는 경험을 하게 된 거죠. 열권이 넘어가는 긴 만화지만 옆에 쌓아놓고 한 번에 쉬지 않고 읽어 내려나가는 재미있는 흐름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들을 경쾌하게 이어나가는 데 집중했어요. 분업체계에 대해 지금은 상당히 호의적인 입장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림 작업을 완벽하게 해주시는 든든한 그림 작가님이 계셨기 때문이겠지만요.

 

 

 

 

밤을 걷는 선비_
<밤을 걷는 선비> - 조주희 & 한승희
갓을 쓴 자가 이렇게 섹시해도 되는 것인지...

 

 

 

주요인물인 음석골 선비의 과거가 밝혀졌습니다. 꽤나 빠른 템포로 이야기가 휘몰아치면서 최근 극의 재미도 더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인물간의 감정선이 이제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어요. 이제 시작했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순정 만화이다 보니 두 인물의 애정과 시련의 곡선이 작품 전체를 따라 흘러 가야해요. 그리고 또 다른 중요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어 가는데 결말의 성공이 여기에 달려있어요. 정말 흥미진진할 겁니다. 지금 결말 부분을 작업하는데 정말 신납니다.

 

 

 

이야기가 휘몰아치면서 더불어 작가의 피로도도 매우 휘몰아치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2013년 상반기, <밤을 걷는 선비>가 영화, 드라마, 뮤지컬 판권 계약을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2차 창작물에 관해서도 두 분의 작가분이 참여하실 계획이 있으신지요.

 

2차 창작물 참여계획은 현재로써는 없습니다. 스토리와 그림이라는 분업체제로 일을 해서인지 완벽하게 상대방을 신뢰하고 있어요. 엄청나게 설레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이야기가 다른 영상물로 공연물로 바뀌어 태어나게 된다니 마법과 같은 일들입니다.

 

 

 

<밤을 걷는 선비>는 ‘만화 유료화 서비스’에서 가장 좋은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좋은 콘텐츠가 독자들의 소비를 지속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 일 텐데요. <밤을 걷는 선비>가 보여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판 잡지 <윙크>가 앱진과 웹진으로 전환되는 위기상황 속에서 <밤을 걷는 선비>가 만들어졌어요. 웹툰은 만화시장의 모든 것이었고 우리들은 마치 가라앉는 타이타닉에 남겨진 마지막 연주자 같았지요. 우리에겐 아직 기획과 마케팅에 관해 수십년의 노하우가 있는 기자님들이 있는데, 최고의 실력을 가진 그림 작가님도 있고, 무엇보다 십년에 걸쳐 만들어진 잡지 안에서 만화를 배워가던 저 같은 작가들이 있는데도 말이죠. 이 만화가 망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작가들과 편집부에 가득 했습니다. 윙크의 운명은 새로운 윙크의 연재작에서 결판나는 거니까요. 예를 들자면 만화 <궁>이 오랜 시간 저 같은 신인작가를 먹여 살리고 기회를 줬던 거죠. 운명공동체 같은 거예요. 만화잡지는요. 그래서 수익이 좋다는 말은 윙크 팀이 또 다른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다는 걸 뜻하니까 중요하지요. 그래서 독자분들의 유료결제가 더욱 감사합니다. 돈 내고 만화 보는 것이 비정상이 된 작금의 현실에서 이런 귀한 독자분들도 계시니까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완성도 있는 만화를 만드는 윙크 팀의 숨은 노력들을 이 기회에 더 주목해주었으면 해요.

 

 

 

 

밤을 걷는 선비03_
<밤을 걷는 선비> - 조주희 & 한승희
<밤을 걷는 선비>의 가장 놀라운 점은 매 컷마다 빛나는 정교함이다. 인물은 물론이고 건축, 복식 등 무엇하나 놓칠 수 없다.

 

 

 

<밤을 걷는 선비> 스토리 작업 마무리가 코앞이라고 하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급합니다.

 

2년간 만들었던 <밤을 걷는 선비> 스토리는 이제 막 끝납니다. 내년부터는 다른 작품을 들어 가야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아무 생각이 없네요. 결말이야기로 머리가 가득 찼어요. <밤을 걷는 선비>는 앞으로 2년 가까이 연재가 될 겁니다. 저는 그동안 다른 작품을 하고 있겠지요. 한작가님께서 부르신다면 언제든 달려 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좋은 소재들을 꼭꼭 쟁여두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저의 계획은 만화를 그만두지 않기입니다.

 

 

 

 

 

<출처: 에이코믹스 http://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6877>

 

 

 

 

 

 

웹툰가이드 PICK
Webtoonguide Popular

작가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15
'순종적인 유산' 토티코 작가 인터뷰
툰가99호 | 2016-12-15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14
'크고도 아름다워' 십분 작가 인터뷰
툰가99호 | 2016-12-01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13
'혼전연애' 탐린, 지금 작가 인터뷰
툰가 10호 | 2016-11-24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12
'치과는 무서워', '오늘도 비가' 정석찬 작가 인터뷰
툰가99호 | 2016-11-16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11
'피치러브', '유진' 푸죠킹 작가 인터뷰
툰가99호 | 2016-11-01
화제의 애견을 만나다 - 북극솜 (데이터주의)
툰가99호 | 2016-10-25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10
'모멘텀' 지연 작가 인터뷰
툰가99호 | 2016-09-27
작가, 웹툰을 말하다 14 - '밤의 베란다' 이제
스튜디오농담 | 2016-09-18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9
'나의 침묵에', '가깝다면 가까운', '따라바람'의 가슴을 움직이는 검둥 작가
툰가1호 | 2016-08-22
[만화 VS 만화 시즌 2] #07. 천 하루 동안의 밤, 그 이후 : 『양영순의 천일야화』
툰가1호 | 2016-08-16
[만화 VS 만화 시즌 2] #06. 매력적인 무와 협의 드라마, 이충호의 『무림수사대』
툰가1호 | 2016-08-16
[만화 VS 만화 시즌 2] #05. 양영순 찬양, 그리고 『아색기가』를 위한 몇 가지 변명
툰가1호 | 2016-08-12
[만화 VS 만화 시즌 2] #04.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이충호의 『마이 러브』
툰가1호 | 2016-08-12
[만화 VS 만화 시즌 2] #03. 누구도 알아챌 수 없는 방향으로 향하다, 만화가 양영순
툰가1호 | 2016-08-10
[만화 VS 만화 시즌 2] #02. 뒤바뀐 세상에 선을 긋다, 만화가 이충호
툰가1호 | 2016-08-10
[만화 VS 만화 시즌 2 : 이충호 대 양영순] #01. 잡지부터 웹툰까지, 웜홀을 통과하는 그들만의 방법
툰가1호 | 2016-08-09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8
'국민사형투표' 엄세윤, 정이품 작가 (2/2)
툰가1호 | 2016-08-02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8
'국민사형투표' 엄세윤, 정이품 작가 (1/2)
툰가1호 | 2016-07-26
<방과 후 전쟁활동> 하일권, 전쟁이 건넨 안부인사
툰가1호 | 2016-07-25
<밤을 걷는 선비> 조주희 한승희, 아름다운 그와 달빛을 걷나니
툰가1호 | 201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