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오늘도 꽐랄라라> 아실 작가 인터뷰
탁정은 기자
| 2021-01-23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26
[오늘도 꽐랄라라]
아실 작가 | 다음웹툰
네 명의 여자들이 보여주는 현실 으른(?) 로맨스
주종도 주량도 다른 그녀들의 4人4酒 이야기는?!
…
<오늘도 꽐랄라라>와 아실 작가님에 대해 궁금하다면?
"우리 작가님 귀여운 거 다 보고가세요ㅠㅠ"
Q. 안녕하세요 아실 작가님. 인터뷰 시작 전 인사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만화는 좋아하지만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는 ‘아실’입니다. 아실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라는 뜻이에요. 만사 귀찮아하는데 놀랍게도 만화로 먹고살고 있습니다.
Q. 최근 <오늘도 꽐랄라라>가 완결이 났습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 완결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님 상냥해…) 완결 후엔 오히려 연재할 때보다 더 불안한 것 같아요. 차기작에 대한 고민, 이 업의 성장 가능성, 그 안에서 나는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골머리를 썩는 중입니다.
Q.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웹툰 작가 데뷔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A. 저는 TV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보며 자란 세대예요. 학창 시절, 만화 속 주인공을 따라 그리며 자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화가를 꿈꿨죠. 하지만 입시 학원에 다닐 만한 형편이 못 돼서 금방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엔 ‘만화가는 돈 못 번다’는 인식도 팽배했고요. 이후 국문과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사를 기점으로 다시 고민했습니다. 이직할까 꿈을 좇을까. 장고 끝에 웹툰 작가를 준비했고요. 다행히 만화영상진흥원에서 클립 스튜디오, 스케치업 등 다양한 수업을 무료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웹툰 작가가 되기 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이직과 전직이 잦은 직장인이었습니다. 광고 기획, 웹 기획, 홍보 기획자로 일했어요. ‘나는 왜 무엇 하나 진득이 하는 법이 없을까’ 자책도 많았는데, 지금은 웹툰 작가로 딱 4년을 채웠네요. 이제야 제 길을 찾은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
Q. 작가님이 스스로 소개하는 캐릭터는 ‘판다’입니다. 자신을 판다로 표현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자캐에 성별이 담겨있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인간이 아닌 동물을 선택했고요. 제가 다크서클이 심해서 판다가 딱이다 싶었죠. 무엇보다, 너무 귀엽잖아요!
Q. ‘술’을 소재로 작품을 그리십니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애주가임과 주종을 밝히셨어요. 하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길뻔해 절주를 하시는 중 같은데요, 지금은 건강이 어떠신지와 평소 주량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지금은 건강합니다! 사실 재작년에 갑자기 가슴에 멍울이 잡혀서 유방 암인 줄 알고 엄청 놀랐거든요. 다행히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일을 계기로 운동도 하고 식습관도 고쳤어요. 새삼 건강이 최고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참! 주량은 늘 소주 1병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ω<)☆
Q. 작가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인가요?
A. 웁니다!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다 배출하는 편이에요. 욕도 하고 원망도 하고 하소연도 하면서 울다 보면 괜찮아지더라고요.
Q. 작가님은 네 명의 주인공 중 어떤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나요?
A. 음… 네 명 중엔 없는 것 같아요. 라라, 채원, 미자, 유주 조금씩 녹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Q. 작가님과 닮은 점은 없지만 닮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이며 그 이유는?
A. 작품 기획할 때만 해도 '미자'처럼 내키는 대로 살고 싶었어요. 남들에게 욕먹을지언정 내 마음대로 살면 세상이 만만해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유주'처럼 살고 싶어요. 오랫동안 한결같은 사람은 참 귀하다는 걸 알았거든요.
Q. 전체적인 스토리의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A. 평소 인상 깊은 것들을 모두 메모해 놓습니다. 친구와의 대화, 공감 가는 글귀나 대사, 기사에 달린 웃긴 댓글 등. 그리고 에버노트에 [밑줄], [문장수집], [아이디어] 등의 폴더로 정리해 놔요. 그럼 언젠가 작품에 조금씩이라도 쓰임새가 생기더라고요.
Q. 웹툰 작가라는 직업이 생긴 후 슬럼프가 온 적이 있으신가요?
A. 일 때문에 슬럼프가 온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직 4년밖에 안 돼서 그런가.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일 중에 가장 만족스럽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Q. 웹툰을 그릴 때 작가님만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A. “내 작품을 보는 그 어떤 독자님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Q. 만약 웹툰 작가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셨을 것 같나요?
A. 계속 회사에 다녔겠죠? 근데 분명 틈틈이 아마추어 리그에 습작을 올렸을 거예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결국 웹툰 작가가 됐을 거라고 확신해요.
Q. 작가님에게 ‘술’이란?
A. 쉼표. 지난 성실함에 대한 소확행!
<오늘도 꽐랄라라>
Q. 많은 소재 중 ‘술’이라는 소재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아직 ‘only 상상력’만으로 이야기를 꾸리는 데 어려움이 많아요. 그래서 주변에서 소재나 이야기를 찾게 되더라고요. 기획 당시 술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술 좋아하는 30대 여성들의 ‘으른 로맨스’를 그리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처음 작품을 구상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점은?
A. 4명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할까 봐 걱정했어요. 또 서브 캐릭터(특히 미자)들의 개성이 강하다 보니 메인 주인공인 라라가 묻힐까 봐 걱정이 많았죠.
Q. 주인공들의 일상생활 속 현실감 넘치는 모습들은 작품 몰입에 도움을 주는 요소입니다. 스토리를 위해 직접 취재를 하시거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도움을 받는 건지 자세한 방법이 궁금합니다!
A. 주류회사 여성 영업인(라라), 여성 장례지도사(유주)의 직업적 고충이나 사내 문화 등이 궁금했어요. 다행히 모두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연락이 닿았고요. 거주지가 가까운 분과는 직접 만나서 취재했고 미리 질문지를 보내드렸어요. 거리가 먼 분과는 전화로 대화를 나눴는데, 모두 친절하게 응답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참, 질문지를 작성하기 전 관련 도서와 영상을 보며 선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작품 중간중간 <가슴도 리콜이 되나요> 등장인물들이 깜짝 엑스트라로 등장하여 발견할 때마다 반갑습니다! 이전 작품 속 캐릭터들을 현재 작품 안에서도 그리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A. 드라마를 보면 그 작품의 작가 혹은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특별 출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게 만화에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독자님들이 즐거워하시니까! 아직 두 작품밖에 하지 않았지만, 특별 출연은 작품마다 시도할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전작 캐릭터를 다시 그리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고요.
Q. 주인공들의 연애 이야기는 열린 결말이었으나, 최근 완결 후기를 통해 닫힌 결말을 공개했습니다. 이 결말도 미리 정해 놓은 결말인가요?
A. 저는 후기도 ‘완벽하게 닫힌 결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보면 ‘잘 만나고 있다’ 정도만 있지 결혼했다, 헤어졌다 등 ‘로맨스 장르에서 원하는 완벽한 엔딩’은 나오지 않거든요. 물론 이 결말도 기획 단계에서 미리 정해 놓은 내용입니다.
Q. 각 화 제목마다 대사 속 한 부분을 인용하십니다. 대사를 먼저 쓰고 제목을 만드시는 건가요? 대략적인 작업 방식이 어떻게 되시나요?
A. 저는 트리트먼트 단계에서 미리 소제목을 만들어 놔요. 실제 연재에 들어가면 트리트먼트를 한 화 분량의 글 콘티로 완성하고요. 그때 나오는 대사와, 기획 단계에서 써 놓은 소제목을 비교하며, 더 적절한 것을 선택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제목 넣는 걸 선호해요! 작가가 연재 플랫폼에서 작품을 홍보할 수 있는 게 ‘썸네일’과 ‘소제목’밖에 없잖아요. 나름 고심해서 선택한답니다. 유튜버가 썸네일과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것처럼요.
Q. 술에 관련된 제품과 콜라보 하시거나 굿즈를 제작하실 계획은 없나요?
A. 와아!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해 보긴 했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주륵)
Q. 현재 작품과 전작 <가슴도 리콜이 되나요>는 모두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여성 중심의 작품을 그리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아무래도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스토리 짤 때 여성 주인공의 목소리를 내기가 더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Q. 한 화의 마무리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려주십니다. 이러한 비하인드 짤을 그리게 된 이유가 있다면?
A. 독자들을 위한 일종의 보너스랄까요. 영화 마지막에 쿠키 영상을 넣는 것처럼 한 템포 쉬어가는 재미를 넣고 싶었어요.
Q. 작품 내 독자들의 댓글은 자주 보시는 편이신지, 그 댓글 안에 의견들을 직접 반영한 사례도 있으신가요?
A. 댓글은 모두 살펴봅니다! 로그인과 타이핑이라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남겨주신 마음이 너무 귀해서요. 하지만 직접 반영한 경우는 없고요. 저는 기획안과 트리트먼트에 충실한 편입니다.
마치며
Q. 현재 차기작 혹은 앞으로 활동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A. 차기작을 준비할 때면 ‘자가복제하지 않는 작가 되기’를 늘 염두에 둬요. 전작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독자님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꼭 만화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가 되고 싶어요 :)
Q. 오늘의 TMI는?
A. 배민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곱창 전골집을 찾았다! 소주각이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전염병으로 혼란스러운 요즘, 부디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바라요! 전 조용히 담금질하고 있겠습니다. 좀 더 뜨겁게, 단단해진 후 다시 만나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