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만화 VS 만화 시즌 2] #02. 뒤바뀐 세상에 선을 긋다, 만화가 이충호

툰가1호 | 2016-08-10 07:07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말은 신인여배우가 CF 하나로 톱스타 반열에 들어섰을 때나 하는 줄 알았다. 『마이 러브』와 『까꿍』으로 밀리언셀러가 된 만화가 이충호 역시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그를 스타로 만들었던 잡지와 단행본 시장이 뒤안길을 걷고 웹의 세상이 열렸다. 흐름을 따라 이충호 작가도 『무림수사대』를 시작으로 웹툰의 문을 열고 성큼 들어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생계를 위해, 승부를 위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때마다 목적은 달랐지만 언제나 그는 조금은 다른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싶다고 했다.

 


 

 

 

- 최근 굉장히 바쁘다고 들었다. 단행본 작업과 전시 작업 등 눈코 뜰 새가 없을 것 같은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 드라마화 소식도 들리더라.

= 마침 휴재 중이라 욕심을 내서 하다가 연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웃음) 변수가 하나 생긴 건, 드라마 방영시기에 맞춰서 한 프리퀄 『미생』처럼 연초에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도 프리퀄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라는 제의를 받게 된 것이다. 하게 되면 『무림수사대』 시즌 2와 프리퀄을 동시에 해야 되는 상황이라 시작을 늦추더라도 두 작품 다 제대로 소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딱히 라이벌 구도를 만들려던 건 아니지만, 『만화 대 만화』의 대결구도에 양영순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 작가지만 독자이기도 하니까 90년대 만화를 혼자서 순위 매겨본 적이 있다. 거기에 한국 만화가 3편 있는데 한편이 영순이 만화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상당하면서 또 한국만화에서 흔치 않은 스타일이다.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기쁜 일이다. 영순이도 이렇게 이야기 해주려나? (웃음) 약간 의문인 건 나는 90년대 내내 소년만화를 했고 영순이는 성인만화를 했는데 우리를 묶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 양영순 작가와는 딱히 공통점을 찾기보다 시대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잡지 황금기에서 웹툰으로 넘어와 제대로 안착한 작가들이지 않나.

= 영순이나 강도하 이 친구들은 출판 작가 같지 않고 태생이 웹툰 작가 같았다. 내가 문하생 시기를 거친, 과거의 만화 시스템에 있었던 작가라면 이 친구들은 미대를 다니거나 디자인 전공을 했다. 그래서인지 컬러를 다루는데도 익숙했다. 내가 웹툰으로 넘어왔을 때 그들은 이미 거성이었다. (웃음) 강풀이 웹툰의 시대를 열었지만, 그곳을 넓힌 데에 강도하와 양영순의 몫이 있었다.

 

 

SAMSUNG CSC
그의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주연배우 캐스팅 소식이 알려질 때쯤 그를 만났다. 영상화 되는 첫 타이틀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이충호 작가는 즐거워했다.

 

 

- 만화가 이충호하면 ‘밀리언셀러’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조회수가 인지도의 지표가 되는 웹툰 세대에게는 ‘밀리언셀러’라는 칭호가 낯설지 모른다. 잡지와 웹, 각각의 공간에서 이충호란 작가를 인식하는 점이 좀 다르게 느껴지나.

= 그전에 만화를 사거나 잡지를 사서 보는 독자는 본인이 만화의 문법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돈을 지불했다. 웹툰은 그런 것 없이 그냥 들어온다. 『무림수사대』 시즌 1때 왜 바깥에 먹칠을 하냐는 독자 의견도 있었다. 액션 장르도 많이 없어서 낯설어 했다. 그렇다고 만화의 문법을 아예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내가 새롭게 그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내 쪽으로 독자들을 끌고 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해왔다. 여기에 대한 고민과 딜레마는 여전히 있다.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두 개나 가지고 있고 그러니 몸값은 비싸고 대우도 받았고 그런데 조회수는 낮으면 안 되지 않나. 저쪽에서 계속 날 봐줄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되고 나 역시 내상을 입기도 하고. 소년만화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떨어져나가는 사람, 무협만화라서 안 보는 사람. 그럼 차포 다 떼고 상업적 승부를 보게 된다. 어떻게 장르 안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풀어놓을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생각한다.

 

 

- 1992년 3월 『소년중앙』에 단편 『고독한 전사』로 데뷔했다. 왜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나.

= 사실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반에서 그림을 그리면 미술선생님이 예뻐하는 단연 눈에 띄는 아이였다. 집이고 동네고 학교고 나한테 화가가 될 거라고 했다.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물감을 쓰기 시작하더라. 분명히 데생은 내가 가장 정확한데 수채물감을 쓰면 그림이 다 망가지더라. 수채물감을 잘 다루는 애들은 다 미술학원을 다니는 애들이었다. 집안이 너무 어려웠다. 물감이며 이런 걸 살 돈이 없었다. 당연히 학원도 못 다니겠구나 했다. 그런데 만화는 물감을 안 쓰니까 그래서 만화가를 하자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웃음)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때였다.

 

 

- 첫 장편이자 히트작 『마이 러브』는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 『소년중앙』에 만화만 실리는 별책부록이 있었는데 다른 만화잡지에 『소년중앙』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별책부록을 폐간했다. 연재하던 공간이 없어지니 소개를 받아서 잡지『만화왕국』에 2부작을 실었다. 2부작을 보고 『아이큐점프』 편집장이 연락을 해주셨다. 그때 당시에는 시놉시스 같은 것이 없으니 어떤 아이디어라고만 말씀드렸다. 그러니 원고를 만들어서 보여 달라고 하더라. 1회를 원고를 가져갔더니 너무 좋다고 해서, 신인의 첫 장편 1회인데도 칼라 16페이지에 더불어 표지에까지 실렸다. 반응이 좋았다.

 

 

SAMSUNG CSC

 

 

- 첫 장편이었는데 100회가 넘도록 연재했다. 긴 호흡에 큰 인기. 누구나 꿈꾸는 일을 신인 때 해치워버린 느낌이다.

= 27살에 『마이 러브』를 시작했다.『아이큐점프』는 작가에게 12회의 연재 기회를 준다. 12회 안에 마무리 지을 수 있고, 12회가 넘어가도 이어갈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원한다. 인기가 있으면 당연히 12회 이상으로 넘어가는 거다. 이런 기회의 열배 정도를 얻었다. 밀리언셀러 타이틀을 처음 가지고 그 다음 밀리언셀러 타이틀로 가는 시기가 28살 이었다.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있었다. 철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어린 나이지 않나. 갑자기 얻은 부와 명예, 이런 것들을 컨트롤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았다. 철없었고 후회하는 일들도 있었다. 언젠가 이현세 선생님이 윤태호와 나와 본인의 가치를 비교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20대 때에 운이 오는 사람과 40대에 운이 오는 사람은 많이 다르다. 체험과 경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윤태호와 달리 너와 나처럼 어린나이에 인기를 얻는 사람들은 그걸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역량에서 분명히 서툰 지점이 있다. 그러니 태호가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 (웃음)

 

 

- 지금 그런 운이 들어온다면.

= 올해에 다시 오지 않을까. (웃음) 만화를 그리면서 얻었던 기쁨의 강도를 생각해보면 단행본 판매가 100만부가 넘고 그랬던 것보다 『소년중앙』에 단편 실렸을 때가 제일 기뻤다. 옛날처럼 체감하는 기쁨의 사이즈가 크지 않다. 요즘은 그 말을 좋아한다. 김어준이 ‘색다른 상담소’를 진행했을 때에 거기에 강신주가 나와서 했던 말이다. “우리의 재능이라는 것은 운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다.” 나는 많이 버티지 않았는데 20대에 왔고, 윤태호는 40대에 왔다. 우리는 버티고 있을 뿐이지 그걸 따라다니며 잡을 수는 없다. 대부분은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고 버틴다고 100프로 오는 것도 아니다.

 

 

- 판매 부수는 『마이 러브』가 훨씬 더 많지만, 『까꿍』으로는 더 큰 인지도를 얻었다. 『마이 러브』를 경험삼아 조금 더 달라진 면이 있었을 것 같다.

= 『마이 러브』는 끝내는 걸 주변에서 다 반대했다. 그래서 11권이라는 애매한 권수에서 끝났다. (웃음) 그런데 나는 정말 끝내고 싶었다. 너무 만화를 모르고 시작해서 오프닝과 엔딩이 전혀 다른 만화다. 포장은 그럴 듯하게 해서 사랑이야기로 끝냈지만. (웃음) 내가 워낙 서툰 상태에서 작품을 시작하니 100회 넘게 그릴지도 몰랐고 그리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건 액션 판타지를 베이스로 한 아기자기가 한 모험이었다. 뒤로 가면서 점점 장르가 변하는 게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얼른 끝내버리고 다시 제대로 하고 싶었다. 판타지란 건 결국 세계관 승부이고 세계관을 완성하는 것이 판타지의 최종 목적지다. 그걸 해내는 게 내 만화 인생을 클리어 하는 것과 같다. 『까꿍』은 그걸 꿈꿨고 재경이와 함께 철저하게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친구이자 동료 엄재경 작가가 스토리를 맡고 이충호가 그림을 그린『까꿍』. 『드래곤볼』에 대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친구이자 동료 엄재경 작가가 스토리를 맡고 이충호가 그림을 그린 『까꿍』. 『드래곤볼』에 대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 『까꿍』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친구이자 함께 작업한 동료인 엄재경과 굉장히 합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일 같다.

= 의견차이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재경이가 워낙 합리적이고 나의 독재를 잘 따라줬다. (웃음)

 

 

- 그래도 이런저런 의견차가 있을 때는 어떻게 했나.

= 우리는 굉장히 잘 맞았다. 내가 아는 스토리작가 중에 재경이만큼 마감을 잘 지키는 사람이 없다. 단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 내가 마감을 하고 있을 때 반드시 뒤의 스토리가 들어왔다. 그럼에도 『까꿍』을 함께 완성 짓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별한 이유는 뭔가 만족스럽지가 않아서였다. 같이 할 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 채워지지가 않았다. 결국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잠깐 짧게 몇 년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다시 『까꿍』을 하자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당시 내가 거액을 받고 다른 출판사로 넘어간 것이 아니냐 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냥 나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거액을 받았던 것은 맞다. 그러나 소문들처럼 돈이 이유는 아니었다. (웃음)

 

 

- 이후 『눈의 기사 팜팜』이나 『블라인드 피쉬』를 선보였다. 특히 『블라인드 피쉬』에서는 이전의 모습을 탈피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귀엽고 개구진 캐릭터성이 돋보였던 만화와는 분위기도 달랐고 그림체도 많이 달라졌다.

= 당시 잡지들이 열띠게 성장하던 시기였고 그만큼 잡지사는 작가들에게 경쟁을 요구했다. 그래서 매회 순위표가 나왔고 순위표에 따라 연동고료를 줬다. 상위권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플러스 고료가 나간 것이다. 사실 『드래곤볼』 빼고는 그걸 제일 많이 받았지만, 그 스트레스가 싫었다. 독자나 편집부의 반응을 끌어내는 타이틀, 이야기들 또는 테크니컬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로부터 도망치고 탈피하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블라인드 피쉬』같은 작품이 나왔던 거 같다. 분명히 내적욕구의 반영이 있었고 그래서 흥행에서는 참패를. (웃음)

 

 

『눈의 기사 팜팜』과 『블라인드 피쉬』 (왼쪽부터)
『눈의 기사 팜팜』과 『블라인드 피쉬』 (왼쪽부터)

 

 

- 본능적으로 대중의 마음과 반응 건드리는 촉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 『점프』에 연재 했을 때 담당기자가 나에게 ‘수학작가’라고 했었다. 어디에 어떤 것을 넣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머리를 잘 쓰는 친구라는 소리였다. 어떻게 보면 머리로 그리던 걸 가슴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던 것 같다. 『눈의 기사 팜팜』도 기존의 소년만화와는 다른 지점으로 가기위해 시작했는데 그걸 채 다 보여주기도 전에 연재처가 폐간해서 보여주지는 못했다.

 

 

- 그 무렵 잡지나 단행본 시장도 점점 축소되어갔다. 몸으로 직접 경험했던 입장에서는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텐데.

= 2001년에 『블라인드 피쉬』가 끝났다. 그리고 2002년에 이혼을 하게 됐다. 시장이 어려워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부와 명예를 축적하다보니 오만했었던 부분이 있었던 게, 아이와 전처를 위해서 내가 가진 재산을 다 주고 나는 화실과 방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전세금만 들고 나왔다. 밥상 하나만 있으면 금방 원상복귀할 거라 생각했지만 시장이 그렇지 못했다. 그럼에도 50페이지 가까이 되는 1회 분량의 원고를 만들었다. 당시에 『아이큐 점프』 편집장이 『마이 러브』때 담당기자였다. 그를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하루 전날 ‘시장이 어려워졌으니 고료를 깎자는 얘기를 하겠지’라고 예측했다. 당시 내 고료가 제일 비싸기도 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깎자고 해야지 하고 나갔는데, 편집장이 원고 보자는 얘기는 하지도 않고 내 고료가 너무 비싸다는 얘기부터 하더라. 근데 그 순간 뒤틀렸다. 나는 그 분이 내 원고를 보고나서야 고료 조정에 대해 말할 줄 알았다. (웃음) 어린나이에 부와 성공을 가진 오만한 태도가 그때 나온 건지, “그래. 근데 못 할 것 같다” 하고 일어나 나왔다. 근데 갑자기 막막해지더라. 그쯤 연락이 왔다. 황석영의 삼국지를 만화로 만들자고.

 

 

- 4년에 걸친 꽤나 긴 작업이어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 작품 때문에 힘이 들기보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게 건강의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힘들었던 시기다. 삼국지는 재미있는 작업이지만, 어린이용 삼국지였기 때문에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끝까지 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때쯤 웹툰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작할 수 없었던 게 고료가 너무 약했다. 그때 당시에 알고 지내던 친구의 회사가 만화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데 고료를 대겠다고 해서 『무림수사대』를 다음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고료가 깎였지만 그럼에도 감당하고 시작해보고 싶었다.

 

 

다음에서 연재한 이충호의 첫 웹툰 『무림수사대』.
다음에서 연재한 이충호의 첫 웹툰 『무림수사대』.

 

 

- 『무림수사대』가 웹에 연재하는 첫 작품이니, 시행착오의 연속이면서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을 것 같다.

= 강풀이 왜 여기에서 1등인지 알 것 같았다. 감성을 전달하기 참 좋더라. 마치 영화처럼 컷을 반복하고 클로즈업을 서서히 하기도 하고. 코믹스는 페이지 수랑 한 페이지에 컷수가 정해져있으니 어떻게 생략하느냐가 중요하고 단절이 중요했다. 그런데 여기는 이어짐이 중요한 거니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까 까꿍이 왕주먹 하고 외치는 장면에서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에서 왕주먹이 나왔다. 이건 웹툰도 못하고 영화도 못한다. 코믹스에만 있는 거다. 그래서 처음부터 작정하고 들어갔던 부분이 액션이다. 고층빌딩에서 떨어지면서 싸우는 장면같이. 『무림수사대』의 액션은 슬로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9 제 0시 대통령을 죽여라 2
공간에 대한 독특한 표현이 눈에 띄는『제 0시 : 대통령을 죽여라』

 

 

- 수호지를 기반으로 한 『이스크라』, 『지킬박사는 하이드씨』, 『제 0시 : 대통령을 죽여라』 모두 이충호의 색이 묻어나지만 기존에 이충호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면면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 내가 만화를 보고 자란 시대에는 이상무의 독고탁 허영만의 이강토 이현세의 까치 등 이야기가 달라도 주인공은 같았다. 나는 이야기가 다르면 주인공이 달라지고 스타일도 다르게 변화를 주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할 것이다. 『제 0시 : 대통령을 죽여라』는 『무림수사대』의 영향아래 있지만, 배경에서 많은 변화를 줬다. 주요 장소들을 스케치업으로 작업해달라고 의뢰를 맡겼다. 그런데 다른 작가들이 모두 스케치업을 쓰고 있으니 다른 사람과 그림이 비슷해지는 걸 견딜 수가 없더라.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면을 그어놓고 선을 날렸다.

 

 

- 『제 0시 : 대통령을 죽여라』는 내용과 설정 때문에 특정 정치적 성향을 작품에 내비친다고 의견이 분분했다.

=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나의 욕구는 분명했고 그래서 후회가 없다. ‘조금은 프로파간다가 되도 좋아’라는 마음이 있다 보니 유별나게 이 아이가 튀고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이다. 만약 이걸 다시 한다면 조금 더 세련 된 방식으로 하고 싶다. 좀 더 세련되게 하면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바탕으로 드라마화 되는 『하이드, 지킬, 나』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바탕으로 드라마화 되는 『하이드, 지킬, 나』사진제공 = KPJ, 에이치이앤엠

 

 

 

- 현재 드라마화 되고 있는『지킬박사는 하이드씨』는 좀 의외의 작품이었다.

= 영화나 드라마화 하기 좋은 작품을 해달라고 의뢰를 받아서 시작했다. 영상물로 된 작품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 작품 전반을 돌아보면 캐릭터들의 개성이 매우 강하고, 액션, 무협, 드라마, 판타지 어느 장르에서도 자기만의 옷을 찾은 것 같다. 나만의 것을 찾는다는 것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만들어준 건가 싶다. 항상 애쓰고 있다. 1회 원고를 만들 때 신인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나의 실력과 정성을 다했을 때 100점이 나온다면 어떻게든 애를 쓰고 시간을 많이 써서 150점짜리를 만든다. 연재를 하게 되면 절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100을 발휘하지 못한다. 연재를 시작되면 60이나 70으로 떨어진다. 150을 만드는 이유는 60이나 70으로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벌기 위해서다. 내 재능의 사이즈를 믿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애쓰는 태도가 있다. 강풀같은 이야기의 천재 양영순같은 감각적 천재도 있고 권가야같이 그림을 기가 막히게 그리는 천재도 있고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애쓰는 정도. (웃음) 그 방법으로 돌파하는 게 아닐까 싶다.

 

 

- 여전히 만화가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 작가나 만화가라면 애쓰는 건 숙명인 것 같다. 만화를 그리면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란 참 힘든 것 같다. 나의 역량이 부족하니까 작품 하는 데에 모든 걸 맞추는 게 있었던 것 같다. 영리한 판단이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는 남는다. 연재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작업을 하는 한 그리고 한 시절 잠깐 천재로 불리고 은퇴할 것이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수호지를 기반으로 한 『이스크라』
수호지를 기반으로 한 『이스크라』

 

 

- 좀 편해진 점도 있을까.

= 경력이 쌓여서 편해지는 타입은 아닌 거 같고 괴롭혀야 뭔가 나오는 타입인 것 같다. (웃음) 조금만 방심하면 나의 단점이 나와서 항상 주의하고 있다. 선배들에게 힘을 빼면 얻는 것들이 있다는 지혜로운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만화가 가진 여러 요소 중에서 하나만 힘을 빼도 무너지더라. 나는 촘촘하게 애써 채워 넣어야만 그나마 서툴지 않은 무언가를 뽑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촘촘하게 애쓰면서, 꽉꽉 채우면서 가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또 모른다. 한 발 더 나가면 달라질 수도 있고. 확정을 짓고 싶진 않다.

 

 

- 지금 이충호에게 만화란 무엇인가.

=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배가본드』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배가본드』 내용이 무사시가 수십 명을 베던 때였다. 그 이유가 검에다가 목숨을 걸었기 때문이다. 나에겐 펜이란 검이었다. 만화가 승부였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한 탓도 있고 가정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다. 좀 지나서 만화는 나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까꿍』보다 『무림수사대』의 그림이 꼼꼼해 진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게 『이스크라』, 『제 0시 : 대통령을 죽여라』를 그리면서 조금 달라졌다. 체게바라 평전을 읽고 난 직후에 촛불 시위가 터졌다. 촛불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보고 나도 좀 달라졌다. 그때쯤 『이스크라』가 나왔다. 체험이 작품을 통해서 나오고 그것이 독자들과 함께 호흡을 할 때 전혀 다른 무언가가 나온다는 걸 경험했다. 사회가 나에게 주는 것도 있고 사회에게 내가 돌려줘야하는 것도 있다고 그때 느꼈다. 지금은 조금은 다른 무언가를 만지작 만지작 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쯤 되면 더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길 바라며 여전히 만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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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에이코믹스 http://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232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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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가1호 |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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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가1호 | 201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