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28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 카카오페이지, SNS툰
과연 우리 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A. 말씀하신 게 맞고요, 만화 그리는 일 말고 그림책의 일러스트 그리는 일도 하는데 이 두 가지를 분리하고 싶어서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어요. 특별한 의미는 없고, 구분하기 위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며느라기]
A. 사실 이런 얘기는 정말 많이 했는데, 결혼 제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사회에서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하기 때문에 '며느리가 되면 어떤 행동을 해야 된다'라고 내려오는 관습이랄까? 이 때문에 당연하게 그렇게 행동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가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의문을 갖기에는 현재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냥 남들 하는 대로 으레 행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쯤은 멈추어 서서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에게도 들었고, 저의 친구들을 보면서 또 인터넷 게시판에 며느리들이 쓴 많은 글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만화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A.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지만, 그땐 아무래도 SNS에 만화를 올리면 원고료가 없는 거니까 돈은 벌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길어진다는 게 시작할 당시 조금 막막하긴 했어요.
작품 준비를 했고, 준비가 끝나고 연재를 시작하게 되면 연재료를 받겠다 생각해서 계획한 게 있었는데 앞으로도 또 당분간은 돈을 벌 수 없겠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빨리 하고 싶어서 그 마음이 경제적인 어려움 보다 조금 더 앞섰던 것 같아요.
A. 사실 저는 그 이야기를 만들 때 그렇게 막 결심을 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고 편하게 만들었던 이야기거든요. 아주 특별한 사건이나 뭔가 불사하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건 전혀 없어요.
A. 일단은 신기한 게 컸고, 제가 만화를 그린 사람으로서 봤을 때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주신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드라마에 참여했다고 인증하면서 올린 사진들도 봤었고요.
예를 들면 식탁에서 밥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 음식을 차린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세분화 되어서 일을 했는데 생각해보면 저는 그걸 다 혼자 한 거잖아요? 그 식탁에 올라오는 메뉴, 그 사람이 입는 옷 그런 걸 작가들은 다 자기가 결정해야 되니까... '순간 순간 많은 것을 결정하면서 내가 혼자 일을 한 거였구나'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했어요.
A. 그 만화도 원래 있는 이미지를 회사에서 애니메이션화 하신 거고, 제가 한 것은 전혀 없어요. 그냥 그 데이터를 넘겨드린 정도..?
A. 네, 따로 없었지만 최근 드라마 작업이 모두 끝난 이후에 어느 팟캐스트 방송에서 드라마 PD님과 같이 초대돼서 이야기 나눈 적은 있었어요.
A. 네. 저도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고 똑같이 주말마다 그 드라마를 봤답니다.
A. 그 등장인물 중 실제 사람을 모델로 그린 캐릭터는 전혀 없어요. 아주 개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보통의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A. 차례 장면은 명절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며느라기>라는 만화의 주제를 생각했을 때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명절이라는 게 정말 많은 갈등이 터져 나올 수 있는 날이니까, 추석 에피소드에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은 맞아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만화를 그릴 때 제가 작지만 몇 가지 시도를 하려고 했었는데, 결혼한 배우자의 집에 갔을 때 사위의 마음가짐과 며느리의 마음가짐이 다르잖아요. '사위와 며느리가 왜 다른 대접을 받을까?', '왜 스스로 다르게 생각할까?' 외부에서의 시선도 다르지만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 그거에 대한 얘기를 쓰려고 했던 부분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그 때 제가 그걸 아주 짧은 gif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었는데 그 영상 클립이 SNS에 올린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좀 짧긴 했지만 제일 공도 많이 들였고 마음에도 들어요.
A. 그린 것 중에 아쉬운 것은 없는데, 그리지 못했던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예를 들면 김장하는 에피소드도 넣고 싶었는데 너무나 비슷한 감정이 나열이 되잖아요? 사실 제사를 지내든 김장을 지내든 사건 자체는 다르지만 거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슷하니까... 그렇게 그리지 못한 에피소드가 조금 아쉽긴 해요.
A. 저도 김장을 못 다뤄서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에서 김장 장면이 나와서 조금 놀래긴 했어요.
A. 만화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댓글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사린'의 형님인 '정혜린'이 아이를 낳아서 아이를 보러 남편 '무구영'과 함께 병원에 가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에피소드 안에서 민사린이 지금까지 만나오고 같이 가족처럼 지낸 형님을 '형님'이라고만 불렀지 정작 그 사람의 이름을 몰라서 아이를 찾을 때 못 찾는 장면이 짧게 나와요. 거기서 민사린이 '아, 형님 이름이 뭐지?'하면서 대답을 못하는 장면을 표현할 때, 그 장면에 구체적으로 '아 지금까지 나는 형님 본명을 모르고 있었네?'라고 설명하는 글을 넣을지, 어물어물하는 모습만 그릴지 고민했어요. 후자의 모습으로 그리면 사람들이 사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캐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거든요.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일단은 구체적 설명을 넣지 않는 걸 선택했어요. 올리고 나서 반응을 봤을 때 초반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댓글이 계속 올라왔었어요. 이후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 상황을 설명해주는 분들이 나타났거든요. 만화에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댓글을 통해서 독자들한테는 다 설명이 된 거잖아요. 사실 저는 만화에 많은 설명을 글로 담는 게 그걸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 보다는 세련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설명을 독자 분들이 댓글로 해주셔서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나와 우리의 이야기
A. 저는 사실은 '민사린'과 비슷한 사람이었던 것 같고요, 점점 형님 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데.. 저 뿐만이 아니라 요즘 많은 여성들이 그런 것 같아요.
A. 아무래도 그게 하나의 시작이 되거나 에피소드가 되기는 하죠. 근데 그걸 그대로 쓰기 보다는 많이 변형해서 사실 그 때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을 가지고 상황이나 에피소드는 변형하는 식인 것 같아요.
A. 그리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 만화가 슬픈 내용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 만화기 때문에, 너무 슬픈 내용은 많이 걷어냈어요.
A. 저는 메모는 전혀 안 하고요, 그게 되게 저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뭘 기록하고 그런 성격은 못 되고 글을 쓰거나 만화 그릴 때 열심히 떠올리는 편이에요.
A. 그런지 모르겠어요. <며느라기>를 연재하면서 오히려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기는 해요. 그런 작품을 연재했다는 이유로 비슷한 결의 일을 의뢰를 받기도 하고... 저도 그 일을 받으면 만화로 그리려면 그 이슈에 대해 공부를 해야 되고, 그러다 보니 계속 사회적 이슈에 관련된 작품을 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 만화를 그려서 SNS에 올리는 방식이 어떤 사회적인 이야기를 사람들한테 전달하는 것에 굉장히 좋은 루트인 것 같아요. 만화라는 것 자체가 좀 쉽기도 하고, SNS라는 것이 공유해서 퍼지는 데에 유용하기도 하잖아요. 만화라는 것과 SNS 두 가지가 합쳐진 덕분이죠.
A. 다양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 같아요.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그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들 캐릭터가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성별이든 나이든 다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A. 저는 사실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캐릭터를 만드는 게 어렵기는 한 것 같아요. 실제 제가 남성들을 보긴 하지만 속마음은 모르잖아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 생각을 유추할 수 밖에 없고 주변 지인 중에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많으니까 그 남자들의 마음을 들어볼 기회가 사실 많지 않아요. 그래서 남자 캐릭터를 심도 있고 깊이 있게 다루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A. 남편이랑 많은 얘기를 해요. 남편한테 친구들 얘기를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지만 남자로서 직접 듣는 통로는 남편이 유일하긴 해요.
A. 예전에 N번방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한겨례에 연재하는 곳에 소재로 쓰려했는데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너무 무서워서 다음 기회에 그리자고 미뤘던 게 결국엔 못 그렸던 일이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곤>을 연재할 때 장애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다루고 싶었는데 아예 그 이야기 시작부터 설계를 했으면 넣을 수 있었겠지만 장애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는 또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연재 중간에 알게 돼서 중간에 넣기에는 스토리 상 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스치듯이 다뤘거든요. 그 부분을 미리 알고 지식이 있었더라면 잘 설계해서 넣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웠어요.
A. 저는 <곤> 그리면서 '낙태 죄'에 대해서 얘기했고, 지금은 헌법에서 사라졌지만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저도 모르고 세상에 많이 안 알려진 것 같아요. 그래서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은 병원에 가서 자연스럽게 임신 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닐 것 같아요. 그래서 <곤>을 그린 사람으로서 그 뒷 이야기도 좀 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부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고, 그걸 제가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인터뷰 할 때도 이야기 했었는데 낙태 죄에 대해서 공부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예전 호주제 폐지되던 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전 잘 모르거든요. 호주제 폐지를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고 과정이 있었는지. 그래서 그 이야기도 공부해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으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A. 맞아요. 그게 굉장히 걱정되고 더군다나 저는 중간에 어떤 회사나 편집자 없이 바로 콘텐츠를 SNS에 올리니까 실수할까 굉장히 불안한 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어떤 책을 보고 알게 된 정보 같은 경우, 그 책 자체가 믿을만한 책인지 모르니까 계속 그렇게 들어가다 보면 어디까지 내가 알아야 되는지... 그래서 <곤>그릴 때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산부인과 선생님이랑 변호사 분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었고, 앞으로도 비슷한 작업을 하게 된다면 믿을만한 자문해주실 분을 컨택해서 도움을 받아야 될 것 같아요.
마치며
A. 그런 연락을 특별히 받은 건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 드라마화 된 것을 보면서 영상이 웹툰과 또 다르게 담는 것이 많고, 퍼지는 속도 또한 책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능하다면 많이 영상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생겼어요.
A. 사실 지금은 쉬고 있고요. 제가 <곤>을 연재하고, 책을 만드는 것도 직접 출판을 하다보니 좀 많이 피곤했어요. 연재가 끝날 때 일이 다 끝나면 참 개운할 것 같은데, 책이라는 물건을 또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는 일이라 조금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쉬고 있고 그러면서도 막연히 다음 작업은 어떤 내용을 해야 되겠다고 그리고는 있기 때문에 관련된 책을 계속 읽고 있거든요. 가능하면 올 해 하면 좋겠지만 적어도 내년에는 연재하고 싶어요. 근데 그 연재를 어떤 방식으로 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긴 해요.
A. 지금 몇 가지 중에 선택을 못해서 아직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A. 사실 만화를 봐주시는 독자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커요. 특히 <곤>이라는 만화를 연재하면서 '딜리헙'이라는 플랫폼에서 처음 연재를 해봤는데, 그 플랫폼은 완전히 유료 플랫폼이고 또 아직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않는 곳이기 때문에 거기서 결제하는 것 자체가 낯설 수 있는데 그럼에도 결제를 하고 봐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 분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다음에 어떤 식으로 연재를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기꺼이 와서 봐주시고 지불해주시면 너무 좋겠다...는 솔직한 저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