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밤의 향> 보리 작가 인터뷰
탁정은 기자
| 2021-04-24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29
[밤의 향]
보리 작가 | 다음웹툰
"당신의 살내음과 여름밤의 향기를 난 평생 잊지 않을 거에요"
…
이렇게 예쁜 성인 웹툰 본 적 있음?
많은 장르 중에 작가님이 '여성향 성인 웹툰'을 그리게 된 이유는!?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다음웹툰에서 얼마 전 연재를 끝낸 ‘밤의 향’의 작가 보리입니다
Q. 최근 <밤의 향>이 많은 독자들의 축하와 함께 막이 내렸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완결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사실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
‘밤의 향’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저 시즌만 끝난 듯한 느낌이라 다시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3년 가까이 ‘밤의 향’ 안에 있다 보니 다시 나오기가 쉽지 않네요
작품을 위하여
Q.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와 데뷔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부터 만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고 그리는 것 역시 좋아했습니다.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꽤 오래 다른 일을 했어요. 하지만 더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 다음 웹툰 리그에 도전 만화를 올리게 됩니다. 1년 넘게 도전하다 웹툰 리그에 우승하게 되어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평소 하루 일상은 어떻게 되나요? 루틴이 따로 있다면?
A. 운동을 한 시간 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정도의 루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듯 해서요. (웃음)
Q.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그림 뿐만 아니라 글 솜씨도 매우 뛰어나신 걸 알 수 있습니다. 평소 독서를 많이 하거나 글을 잘 쓰는 비법이 있나요?
A. 한국문학 특유의 정서를 좋아합니다. 지금보다 좀 더 오래된 소설들을 즐겨 읽었어요. 예를 들어 ‘토지’나 ‘태백산맥’’ 남한산성’ 같은 멋진 소설들을 좋아합니다.
담백하지만 감정이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전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닙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렵고 힘들어요. 보태는 것보다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Q.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감정을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게 담아내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스스로가 얼만큼 공감하며 그리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만 보시는 독자님들도 감정이입을 해주시고 작품과 함께해 주시더군요.
Q. 작업 시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 되는 작업과 가장 빠르게 하시는 작업은?
A. 오래 소요되는 건 펜터치입니다. 손목이 아플 때가 많아서 속도를 빨리 내지를 못합니다.
자연물에 색이 들어갈 때마다 제일 즐겁고 속도가 빨라져요.
Q. <밤의 향> 연재 중 작가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져 많은 독자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종종 앓았던 지병이기도 했고, 작업을 하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다 보니 시즌2까지 만나기에 다소 시간이 걸렸죠. 현재는 전 보다 좋아지셨을까요? 또, 따로 하시는 건강관리가 있나요?
A. 완결 직후에도 어김없이 대상포진이 찾아오더군요. 그래도 연재 중간에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습니다.
건강 관리로는 하루에 한 번 시간을 내어 햇빛을 보며 걷기를 합니다.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져서요.
Q. 작가님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3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A 걷기/자전거/토마토
Q. 작가님이 즐겨 소비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빗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물소리 등 자연 그대로의 소리가 주는 편안함이 좋아요. 예전에는 직접 찾아가서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상황이 여의찮아 지금은 유x브, 넷xx스, 다큐 프로 등에 푹 빠져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밤의 향]
Q. <밤의 향>은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A 얼굴을 감춘 화공과 사대부의 양반 규수가 발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제일 먼저 떠올랐던 작품입니다.
조선시대의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를 배경으로 야생적이면서도 생생한 삶의 모습을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Q. 다양한 장르 중에 성인 로맨스물을 선택하신 이유는?
A. 제가 생각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면 성인 로맨스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밤의 향’을 생각할 당시 여성향 성인물이 많이 없던 시기였기도 하고요.
그래서 성인 여성분들이 즐기며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Q. 많은 독자분들이 작품 속 그림체를 좋아합니다. 특히 채도가 너무 높지 않아 더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작가님의 평소 그림체인지, 작품을 위해 따로 만드신 그림체인지 궁금합니다.
A. 채도가 높지 않고 은은한 색감을 즐기는 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취향대로 그리다 보니 지금의 그림체가 되었어요.
Q. <밤의 향>뿐만 아니라 전작 <실>도 조선시대가 배경입니다.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은 이유와 하필 조선시대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현대물보다 시대극을 좀 더 좋아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즐겨봤고 그렸어요. 대학 졸업 전에서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원고와 일러스트를 준비하였지요.
조선시대 전통문화의 고상함과 아름다움을 사랑합니다.
Q. 시대에 맞는 배경, 스토리, 어휘 등 작품 내에 녹이기 위해 자문을 구하고, 직접 조사까지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따로 공부를 하는지 더불어 조선시대가 배경이라 힘든 점이 있다면?
A. 조선시대 사료를 보는 것을 재밌어 했어요. 하지만 개인으로서 한계를 느낄 때가 많은데 다행히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소개해준 전문 교수님과 연이 닿아 도움을 받았습니다.
생활사 같은 부분이나 재하가 차고 나오는 무기 등 할 수 있는 한 고증을 거쳐 그렸습니다.
하지만 매번 원고가 올라가는 마지막까지 떨립니다. 혹시 잘못 인지하고 그린 부분은 없는지 걱정이 되어서요.
Q. 개인적으로 <밤의 향> 최애 컷은 8화 금단(3)에서 홍이의 꿈 속 홍이와 어머니가 마루에서 웃고 있는 장면입니다. 작가님의 최애 장면 혹은 회차는 무엇인가요?
A. 77화 중 10년이 지난 후 홍이 도화서에 있는 재하를 찾아오는 장면입니다.
빨간 동백꽃이 떨어진 하얀 눈밭을 걸어오는 홍. 그리고 문을 여니 홍의 그림을 걸어 놓고 앉아있는 재하의 뒷모습.
그 장면은 저 역시 굉장히 편하게, 당연하게 그려졌던 장면이었습니다. 저의 개입이 완전히 차단된 채 홍과 재하 두 사람이 오롯이 만들어 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Q. 여러 독자분들이 새드엔딩을 걱정 했지만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엔딩은 미리 설정을 하신 건가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은 이유는?
A. 처음에는 ‘실’의 또 다른 이야기라 생각하고 새드엔딩으로 설정되었지만 스토리가 완성되면서 홍과 재하만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후기에도 썼었지만 자아가 강한 홍과 재하는 삶에 대한 희망과 애착이 강했어요. 결국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홍과 재하는 전작 실의 운과 명과는 다른 인물들이고 ‘밤의 향’은 ‘실’과는 관련이 없는 독자적인 작품입니다.
또 만나요!
Q. <밤의 향>은 족자 굿즈와 아주 찰떡일 것 같습니다! 굿즈 출시 소식은 없나요?
A. 족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멋진 아이디어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네요.
Q. 이후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우선 글, 그림 분리된 작품을 글만 담당해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장르가 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작품을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7년 가까이 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던 큰 힘은 모두 독자님에게서 왔습니다.
저는 다음 웹툰 리그를 통해 데뷔하였어요. 오롯이 독자님들의 투표로만 데뷔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모든 작가님들 역시 마찬가지시겠지만 제게 독자님들은 정말 남다른 의미를 가진답니다. 오랜 시간 함께 걸어갈 다정한 동반자 같은 느낌이에요.
독자님들 부족한 작품이지만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꿈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평안하세요. 앞으로의 작품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