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칼가는 소녀> 오리 작가 인터뷰
김세정 기자
| 2021-05-08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30
[칼가는 소녀]
오리 작가 | 네이버웹툰
인싸 희귀병 소녀와 평범치 않은 얌전한 소녀의
칼을 품은 복수극!
…
네이버웹툰 최강자전 우승작 <칼가는 소녀>
오리 작가님이 작업할 때 꼭 필요로 한다는 '이것'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칼가는 소녀>를 그리고 있는 작가 오리라고 합니다!
Q. 팬데믹 시대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집에서 작업하다 보니 제 생활만 보면 큰 차이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힘든 요즘 모두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오리 작가님에 대하여
Q.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택하신 계기가 있었나요?
어릴 적에 만화를 좋아했고, 커서 다른 일도 하고 있을 때 다시 웹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공모전에 <칼가는 소녀>를 제출하였고 생각도 못했던 수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필명 ‘오리’는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어릴 적 목소리에 관한 별명이 많았습니다. 그 중 무난한 별명 중 하나였던 ‘오리’로 짓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흔한 필명인 것 같아서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렇게 된 거 잘 써야죠!
Q. 작가님께선 어시스트 분의 도움 없이 혼자 작업을 하시나요? 평소 작업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네. 밑색 도움 빼곤 전부 혼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까닭은 제가 평소 작업 일정이 너무 불규칙적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차마 일정 소개는 해드리기 어렵지만…간단하게 알려드리자면, 보통 스토리와 대사를 한글로 쓴 뒤 본격 작화에 들어가게 됩니다.
작화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보통 짧으면 풀 2일 길면 풀 4일이 걸립니다.
Q. 웹툰 작가의 일상은 정말 바쁘실 것 같은데, 워라밸은 잘 지켜지고 있나요?
지금 제가 방금 101화를 마감했습니다. 워라벨은… 지키기가 어렵네요.(오열)
Q. 작업을 하지 않는 쉬는 시간엔 무엇을 하시나요? 즐겨 보는 콘텐츠나 취미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작성하는 기준으론 쿠킹덤 게임을 현재 즐기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다른 웹툰 감상하기입니다.
그 외는 강아지와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요즘 운전을 배우고 있습니다. 운전을 틈틈이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스토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창작 영감을 얻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땐 그냥 덮어두고 다른 일을 합니다.
창작 영감을 얻는 방법 아쉽지만 크게 없습니다. 그냥 꾸역꾸역 생각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단편적인 감정들이 떠오르고 그 것을 최대한 메모하려고 합니다.
Q. 나는 작업할 때 ‘이것’만은 꼭 있어야 한다!
작업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액상과당'입니다.
콜라는 정말 좋아하는데 몸에 안 좋다는 소리를 너무 너무 많이 들어서 요샌 제로 콜라를 마시고 있습니다. 그 외 레몬에이드, 초코프라페를 마감 전 일에 꼭 쟁여두고 시작합니다.
아, 요즘은 밤샘 마감할 때 이삭토스트의 햄치즈도 꼭 준비해둡니다. 그림 그릴 때 유달리 배고픔을 많이 느껴서 먹을 게 없으면 일이 안 될 정도거든요.(이 인터뷰지를 작성하면서도 콜라를 마시고 있습니다.)
Q. 독자분들의 댓글 반응은 자주 살피시는 편인가요?
네. 댓글 보는 재미를 놓을 순 없지요. 제 작품에 몰입해주시고 함께 달려주시는 독자님들의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Q.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댓글보단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십니다. 지금 회차에는 달리지 않지만 초반부터 미리보기까지 항상 베댓이 되시는 분이 계셨는데 칼가는 소녀에 대한 애정을 느끼실 수 있는 분이어서 나중에라도 아는 척을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Q. 작가님 SNS를 보면 손, 뒷모습 외에는 작가님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혹시 공개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주 맨 처음에는 공개할 생각도 있었지만 요새는 없습니다.
Q. 작가님께서 올리시는 사진들을 보면 작업실이자 작가님의 보금자리가 아주 예쁘게 인테리어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평소 관심이 많으신가요?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 있다면?
네 작가가 되기 전에 저는 취미도 많고 관심 분야도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중 인테리어나 소품도 되게 좋아했습니다.
현재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공간의 분리입니다. 집에서만 있다 보니 작업방과 침실이 확실하게 분리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중요한 공간은 역시 작업방입니다. 그 다음은 거실! 공동으로 사용하니까요. 침실은 걍 침대만 있습니다.
[칼가는 소녀]
Q. 네이버 웹툰 최강자전에서 <칼가는 소녀>로 우승하셨죠. 조금 지나긴 했지만 당시 소감이 어떠셨나요?
너무 얼떨떨했습니다.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되었던 터라 후반부엔 그때 하고 있던 일과 병행하면서 하느라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공모전 마지막 원고 보내면서 기분이 복잡해서 조금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승하게 되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Q. <칼가는 소녀>는 공모전을 위해 기획한 작품인가요? <칼가는 소녀>가 지금의 이야기가 되기까지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네. 공모전을 내기 위해 내용을 생각하던 중에 사랑이가 떠올랐고, 예전에 떠올랐던 은조까지 꺼내서 지금의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좀 더 격렬했던 복수극이었습니다.
Q. <칼가는 소녀>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다른 후보 제목이 있었나요?
후보 제목이 없습니다. 바로 한 번에 짓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말 표현 중 ‘칼을 갈다’에서 따오게 되었습니다. 두 소녀가 모두 칼을 가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었습니다.
Q. <칼가는 소녀>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랑이와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한 이혼가정 자녀가 된 은조의 우정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희귀난치병과 이혼가정이란 소재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두 인물 다 소재를 먼저 선택하진 않았습니다. 성격과 결말을 먼저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게 현재의 소재입니다.
조금의 포인트가 있다면 은조는 평범하지 않은 성격에 주변에서 볼 법한 사연을 가진 인물. 사랑이는 그 나이 대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성격에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사연을 가진 인물이라는 차이점을 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부는 사랑이 이야기에는 제 기준에선 스케일이 커집니다...(걱정)
Q. ‘불륜’과 ‘이혼’이라는 다소 예민한 소재를 그리시다 보니 염려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는 그리지 말아야지”하고 신경 쓰신 지점이 있으셨다면?
불륜과 이혼의 당사자들에게 너무 치우치지 않게 그리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사자에서 거론이 안 되는 아이들도 볼 수 있게 끔 그리려고 했습니다.
Q. 순정만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림체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림의 콘셉트를 정하실 땐 어떤 기준이 있었나요?
아이고. 그림체는 그냥 제가 그릴 수 있는 최대치로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부족한 그림입니다.
제대로 그려본 웹툰은 <칼가는 소녀>가 처음인데 당시 저에게 그림의 콘셉트까지 정할 머리는 없었습니다. 그냥 제가 가진 최대치가 이만큼이었습니다. 드로잉 부실에 대한 지적이 초반에 너무 많아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일부러 어시를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툴도 잘 모르고 드로잉도 부족했기에 혼자서 다 하고자 하는 결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이제는 맡기고 싶어도 불규칙해서 맡길 수 없게 되었다고...합니다.
Q. 은조는 머리카락이 거의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기른 걸까요?
나름 설정에선 어릴 적 이 후로 거의 자르지 않았습니다. 금전적인 이유도 있고 감정적인 이유도 함께 있어서 은조는 머리를 자르지 않은 채 계속 길렀습니다. (은조의 머리가 정확하게 어디에 오는지는 저도 실은 정확하게 모릅니다.)(...)
Q. 사랑이 아빠와 사랑이의 머리카락이 분홍색인 건 병과 연관된 설정인가요? 사랑이의 아빠가 병으로 일찍 죽은 것과 같이 유전인가요?
사랑이는 주인공 버프와 은조와 대비되는 색감이기 바라는 맘으로 연한 분홍색 머리가 되었습니다. 사랑이랑 아빠는 붕어빵인 설정입니다. 색깔과 병은 연관되진 않습니다. 극 중에선 정확하게 유전이다! 라고 나오진 않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런 느낌으로 한 두 번 언급될 예정입니다.
Q. 62화 중 사랑이가 은조에게 부럽기 시작했다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떤 부러움인가요? 자신은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살아가게 될 것에 대한 부러움일까요?
맞습니다. 후에 좀 더 다뤄질 감정입니다. 이제 변화되어가는 은조를 보며 사랑이는 미래가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게 됩니다.
Q. 은조아빠가 은조네에 준 생활비는 얼마정도 인가요…?
음 이런 질문은 생각을 못했군요. 우선 막 너무 쫌스럽게(?) 주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은조를 생각해서 줬다기 보단 은조 엄마 희진을 생각하고 준 생활비입니다. 도준은 희진이 자신 없이 혼자서 잘 살아간다고 상상을 못했습니다.
Q. 사랑이가 은조에게 느끼는 호감과 애착은 우정인가요? 혹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 감정인가요?
사람의 감정은 이름 붙여서 나눠진 게 많다고 생각됩니다. 항상 함께 하고 싶고, 안 보일 때 궁금하고 보고 싶은 감정. 이런 설명은 사랑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우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다룰 내용에서도 사랑의 다양한 감정을 다루고 싶습니다. 세상엔 남녀의 사랑이 아닌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있고, 친구 간의 사랑도 있다고 봅니다. 꼭 연인으로 정의되는 사랑만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낄 땐 은조보다 사랑이가 좀 더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인 은조를 아주 믿고 아주 좋아합니다.
Q. 사랑이가 복수하고자 하는 상대는 사랑이의 엄마인가요? 은조와 혜주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기 있게 용서하는 순간을 본 후 사랑이는 선함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느끼게 되는데 그로 인해 사랑이의 복수 방법에 영향을 주게 될까요?
앞으로 나올 사랑이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내용입니다. 지켜 봐주세요!
Q. 84화에서 ‘부모의 불화를 아이가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아이는 모를 수가 없다’라는 독백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작가님께서 <칼가는 소녀>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또 다른 메세지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앞으로 나올 메시지는 아이의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칼가는 소녀>는 어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속 아이들은 아직 성인이 아닌 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아마 과거에 겪었고 현재 지나가고 있는 그 시기의 감정들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본격 사랑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각자의 조건 속에서 성장통을 가지며 성장하는 중인 인물들의 여러 감정들을 잘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Q. 기획했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진 것 같은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가령 예상하지 못했던 독자 반응이 있었다거나…
혜주의 학교 생활 에피소드가 생각과 다른 반응이었던 거 같습니다. 초등학생이 무슨 사랑 타령이냐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더욱 성숙한 표현과 단어를 쓴다고 생각했기에 오히려 직설적인 사랑 싸움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은 오히려 사랑이란 단어를 잘 못 쓴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토크
Q. 이후 활동이나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네 지금 하고 싶은 차기작들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어서 빨리 선 보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나는 이런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
독자들에겐 좋아하는 작가가 되고 싶고, 저에겐 워라벨과 규칙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길 바랍니다.
Q. 끝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여러분께 인사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 지면을 빌려 인사드립니다.
항상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자신감 없던 기분으로 제출하는 원고를 호평 해주실 땐 하늘을 날아갈 것 같고 쓴 소리를 들을 땐 세상에 둘 도 없는 고뇌를 가지게 되지만 독자님들 덕분에 제가 계속 웹툰을 그리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힘은 들지만 참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힘내시고 여기 들어오지 못한 좋은 말 전부 보태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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