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새벽> 까마중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32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새벽]
까마중 작가 | 네이버웹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 치유 + 힐링 웹툰 <찬차나>의 후속작
Q. 안녕하세요 까마중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쓰고 그린, 또 현재 <새벽>편을 이어서 쓰고 그리고 있는 까마중입니다.
Q. 웹툰 작가가 되신 계기와 데뷔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었어요. 열일곱에 하나님을 만나며 ‘이야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는 원대한 꿈을 품었죠. 만화가와 소설가 중 고민하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하며 주로 소설을 썼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던 중, 소설보다는 웹툰이 대중적으로 소통하기에 적절한 매체라고 판단해 결국 웹툰을 그리게 되었네요.
작가님에 대하여
Q. 작가님의 오랜만의 컴백소식을 독자들이 무척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2년의 공백기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그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변화도 겪으셨을 것 같아요.
A. 1년은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잠깐 유학 생활을 했으나, 언어 공부보다는 사람 공부를 하고 왔고요. 그 후 1년은 코로나로(신기하게 딱 코로나 터지기 전에 돌아왔어요.) 한국에서 집에서만 지냈던 거 같아요. 사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원래 웹툰 작가는 집에만 갇혀(?) 지내기 때문에 생활에 큰 변화는 없었는데요. 집안일이 많아서 생각의 변화가 많았고, 그로 인해 차기작 준비도 더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공백기 동안 작가님께서도 많은 일을 겪으셨을 텐데, 그 당시 겪었던 일들이 <찬차나, 새벽>의 스토리텔링이나 인물 설정에 영향을 주었나요?
A. 공백기 동안 제 내면에 사랑을 주고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사랑을 해보려 노력해봤어요.(연애감정 말고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을.) 그런데 타인도 나 자신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크게 실망하고 좌절하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사람을 보는 관점,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한층 더 깊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점들이 <찬차나, 새벽>을 통해 드러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앞으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
Q. <찬차나>에 비해 <찬차나, 새벽>에서 그림체에 변화가 생기신 듯 한데 혹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한 독자님으로부터 “<찬차나>를 친구에게 추천해줬는데,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 못 보겠다더라. 내용이 좋다고 설득했는데도 보지 않아 속상하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원래 절 싫어해서 비난하는 말에는 무신경한데, 절 진심으로 생각해줘서 하는 말은 귀담아 듣는 편이거든요. 이 독자님은 정말 안타까워하시는 게 느껴져서 제가 죄송하더라고요. 이런 분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그림 실력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평소 작업 시 작업 공간이 별도로 있으신가요? 작업 일정과 작업 시간 외 일상은 어떻게 보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별도의 작업 공간은 없고, 제 방에서 작업합니다. 작업 일정은 유동적이지만, 일주일을 쪼개서 하루에 몇 컷씩 야금야금(?) 진행해요. 한 컷을 그리고 전체 맥락을 재검토하며 대사, 독백을 끊임없이 수정하기 때문에 몰아서 할 수가 없어요. 작업 시간 외 일상은... 지금 연재 초라 그런지 일상이랄 게 없네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두 번 공원을 산책하며 광합성을 하려고 합니다.
Q. 혹시 작업할 때 꼭 챙겨 먹는 음식이라던가 습관적으로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A. 눈에 좋은 영양제랑 종합 비타민은 꼭 챙겨 먹으려고 해요. 웹툰 작가가 되고 몸이 많이 망가져봐서요. 같은 이유로 (습관적으로 하는 일보다는)습관으로 만들려고 하는 일이 있는데, 중간 중간 의식적으로 목 스트레칭을 하려고 합니다.
Q. 연재 중 오롯이 본인의 시간을 소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으실 거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시간 관리법이 있으신가요? 따로 하시는 취미 생활이 있다면?
A. 연재 중 시간 관리는 어렵지만 그래도 매일 시간을 내서 ‘몇 줄이라도 일기 쓰기’, ‘성경 4장 이상 읽기’는 실천 중입니다. 이미 연재 경험이 있는 터라, 취미 생활은 포기하기로 다짐하고 다시 연재를 시작했네요.
Q. <찬차나, 새벽> 연재를 시작하신 후 작업하실 때 가장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연속성’과 ‘구별됨’을 동시에 설득력 있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 거 같아요. <새벽>편은 <찬차나> 때 대학생이던 인물들이 사회인이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때와 기본적으로 같은 사람들이지만 또 나이 든 만큼 달라진 점을 보여드려야 해요. 그 미묘한 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또 <찬차나>와 달리 ‘스토리’보다는 ‘일상 에피소드’ 형식에 가깝기 때문에, 일상 중에서도 의미있는 순간을 포착해 건져 올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작가님은 <찬차나, 새벽>의 캐릭터 중 어떤 인물과 가장 비슷하신가요?
A. 저는 <찬차나> 때도 <새벽>편을 그리는 지금도 도래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제 외모가 찬란이와 닮았다는 말을 꽤 듣는데, 그냥 가장 편하게 그린 인물이었고요. 극 중 스토리텔러인 도래에게 저를 많이 투영하는 편이고, 가장 편하게 대사를 쓰는 인물입니다. 오글거리는 거 흥미는 없는데 적성에 맞아서...저도 도래처럼 평소에 사람들한테 오글거리는 칭찬 많이 해요. 근데 도래가 그러면 징그럽고 무섭더라고요.
Q. 최근 블로그에서 영상으로 인사를 전하셨는데.. 독자들과 좀 더 적극적인 소통을 하시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블로그 외의 SNS 활동을 재개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독자님들과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인간관계로 상처받는 일도 많다 보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일단 저는 가볍게 자주 소식을 올리는 타입은 못 돼서,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는 적절하지 않을 거 같아요. 블로그처럼 제 공간에 찾아 와주시는 분들과 깊게 소통하고 싶은데... 차라리 유튜브가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목소리로만 수다 떨고 좋은 글 읽어드리는 라디오 혹은 ASMR같은 형식으로.(계획은 아니고 정말 ‘생각만’ 해봤어요.)
Q. 아침, 밤, 새벽 등..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보통 그 시간엔 무엇을 하시나요?
A. 요즘은 낮이 좋아요. 예전엔 새벽이 조용해서 좋았는데, 요즘엔 새벽에 깨있으면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거 같아서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사람은 빛을 보고 살아야 하는 거 같아요.
Q. 작품 내 독자들의 댓글은 많이 보시는 편이신가요? 혹시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을까요?
A. 주로 본인의 상처를 꺼내 놓으며, 작품을 통해 치유 받았다고 말씀해주시는 댓글들이 기억에 남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찬차나> 완결 때 봤던 댓글인데, 한 독자님께서 ‘제가 이 만화를 보고 치유 받은 만큼 조금이나마 기도로 작가님의 행복을 빌겠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힘들 때 그 댓글을 떠올리며 힘을 내곤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찬차나>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작년에 더블캐스팅으로 재연까지 되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은데 연극은 보러 가셨나요? 보셨다면 감상하신 후기 한 말씀해주세요!
A. 초연은 미국에 있어서 영상으로만 봤고, 재연은 직접 봤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긴 이야기를 축약하기가 버거웠을텐데도 불구하고, 한 메세지를 정해 전달하려 최선을 다해주셨다고 느꼈어요. 또 배우님들 싱크로율도 높고, 에너지가 넘쳐서 보기 좋았고요. 무엇보다 연극부원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뭉클하더라고요. 함께 노래하는 장면에선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새벽>
Q. <찬차나> 이후 차기작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셨을 거 같습니다. <찬차나, 새벽> 외에 준비하신 것들은 따로 없으셨나요? 어떤 계기로 <찬차나, 새벽>을 연재하시게 되셨을까요?
A.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려 몇 번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아직 찬란이 이야기가 더 남았다. 찬란이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왜냐하면 <찬차나> 완결 이후 제 인생이 괜찮지 않았거든요. ‘이제 다 끝났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이길 바랐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찬란이 인생도 이대로 끝은 아니겠다’는 생각에 남은 이야기를 끝까지 그려보기로, 그 구질구질한 일상마저 담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Q. <찬차나, 새벽>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후보가 되었던 다른 제목들도 있었나요?
A. 처음에는 <찬차나 1.5>로 하려고 했어요. 사실 ‘시즌2’ 스토리를 먼저 기획했고, 그 중간 이야기로 <1.5>편을 연재하려고 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담당자님께서 다른 제목은 어떻겠냐고 권해주셔서, 고민 끝에 밤과 아침의 중간인 <새벽>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새벽’은 밤은 지났지만 아침은 오지 않은, 마지막 인내의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그 시간을 버텨내는 모습을 그려내려 합니다.
Q. <찬차나, 새벽>에 새로운 인물인 '두리'가 등장했는데 스토리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두리’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신다면?
A. 잠깐의 타지 생활 중에 외롭고, 사랑을 주고 받고 싶은 제 자아가 ‘두리’로 표출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두리는 처음에 <찬차나>말고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그렸던 인물인데요. 이렇게 밝고 착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이야기를 이끌기에는 아직 많이 버겁더라고요. 고민 끝에 <찬차나, 새벽>에 등장시키게 되었죠. 두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귀엽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한 아이.’입니다.
Q. <찬차나>에서도 그랬듯, <찬차나, 새벽>도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힐링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찬차나, 새벽>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요소는 무엇인가요?
A.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요소는 ‘정직’이었어요. 위에서도 말했 듯 구질구질할 수도 있는 일상, 또 남에게 말하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생각들을 정직하게 표현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강한 척, 다 이겨낸 척, 성숙한 척 하지 않고 아픈 건 아픈 대로 부족한 건 부족한 대로 드러내기로 했어요. 그래야 인물들도 정직하게 자신을 보고, 진짜 성장할 수 있을테니까요.
Q. <찬차나>가 연극화된 것 처럼, <찬차나, 새벽> 역시 OSMU화를 염두에 두시고 계신가요? 혹은 웹툰 외에 만들어지길 희망하는 OSMU가 있다면?
A.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찬차나> 드라마화 제안을 받은 상태예요. 개인적으로 <찬차나>는 드라마화에 적합한 스토리였고, <찬차나, 새벽>은 영화화에 적합한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고, 가능하다면 제가 극본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Q. 도래와 찬란이가 깨를 볶던데, 둘은 3년간 어떤 연애를 했을까요? 찬란이가 도래에게 많은 의지를 하는 것 같았는데, 둘의 연애스타일은 각각 어떤가요?
A. 둘이 3년간 어떤 연애를 했을지는 대략 감이 잡히도록 그려내려고 하고 있어요. 찬란이는 첫 연애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서툴고 배워가는 입장이고, 도래가 연상이자 경험자(?)로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때때로 바뀌기도 하겠지만요.
Q. 시온이가 창업한 신문&잡지사 이름인 '나팔부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어진 걸까요?
A. 역사적으로 ‘나팔’은 파수꾼들이 중요한 소식을 알리기 위해 부는 거잖아요. 시온이와 찬란이가 함께 이야기하다(도래와 진이도 도와줬겠죠.) ‘문화의 파수꾼 역할을 하자’는 의지를 담아 문화신문&잡지사 이름을 ‘나팔부는 사람들’이라고 지었습니다.
Q. 시온과 찬란이는 관계가 꽤나 긴 기간 이어져온 인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딱딱하게 굴던데 회사 밖에서도 서로를 그렇게 대하나요?
A. 네. 하하. 둘 다 성격이 그리 장난끼 많고 유연하지 못하죠. 회사 밖에서는 거의 볼 일도 없을 뿐더러, 봐도 조금 더 편하게 말하는 정도만 달라지는 거 같아요. 그래도 오랜 시간 봐오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은 쌓인 상태입니다.
Q. <찬차나, 새벽>의 전개, 스토리 구도, 회차 등 앞으로가 굉장히 궁금한데요, 계획이 있다면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찬차나, 새벽>은 초반에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갈수록 인물 내면 혹은 인물 사이의 갈등이 깊게 그려질 예정입니다. <찬차나>와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또 <새벽>편만으로도 완결성이 있고 나름의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을 거예요.
Q. <찬차나, 새벽>가 독자분들께 어떤 작품이 되길 원하시나요?
A. 노력해도 괜찮아지지 않아 좌절한 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사랑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 된다면 기쁠 거 같습니다.
앞으로를 응원합니다!
Q. <찬차나, 새벽>의 앞으로를 응원합니다! 작가님께서 복귀 하시면서 가지신 포부 혹은 목표가 있다면?
A. ‘구질구질해도 정직하게, 끝까지 가자.’
Q. <찬차나>가 한국 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단행본으로 출간되기 위해 준비 중이죠. 대만 외에도 다른 국가에서 단행본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A. 감사하게도 대만 출판사에서 단행본 출판을 제안해주셔서 진행 중인데요. 다른 국가의 출판사에서도 단행본 출판을 제안해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출판을 진행할 거 같습니다.
Q. <찬차나> 단행본과 함께 제작되었던 굿즈를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혹시 더 많은 굿즈를 제작하실 계획이 있으실까요?
A. 당장 계획은 없는 상태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핸드폰 케이스나 이모티콘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봤습니다. 독자님들이 자주 보고, 사용하실 수 있을테니까요.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 )
A. 제가 실제로 좋은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진심으로 반응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참 많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