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200%> 아니영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38
[라일락 200%]
아니영 작가 | 네이버웹툰
<라일락 200%> 아니영님 인터뷰 이벤트
Q. 안녕하세요~ 아니영 작가님! 먼저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웹툰가이드에서 두 번째 인사를 드리게 된 아니영입니다. 반갑습니다!
Q. 웹툰가이드와 4년 만에 다시 하는 인터뷰입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지난 4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이사도 했었고, 새로운 만화를 연재하고, 그 연재가 끝나고 또 새로운 연재를 하면서 웹툰 작가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연재처도 바뀌는 등등…. 그래도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많았던 4년이었습니다. 굴곡진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행복한 일들이 더 많이 떠올라요.
요즘 마이붐은, 마블 영화!
Q. 4년 전 웹툰가이드와의 인터뷰 때는 애쉬블루 머리색을 하고 계셨는데 현재 머리색은 무엇이신가요? 그 이후로 특이한 색깔의 염색에 도전해보신 적은?
A. 타고난 관종인지라 지난 4년 간 여러가지 머리를 시도했었는데요. ‘발레아쥬’라는 최신 유행 머리를 했다가 어울리지 않아 슬퍼했던 기억이 있네요. 한번 탈색을 하고 나면 그 머리카락은 염색 아닌 다른 시술이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모두 아시겠죠? 마지막으로 발레아쥬를 시도한 후에 어두운 색으로 염색하고 아무것도 못한 채 지낸 지 1년 정도 됐답니다.
Q. BL, 로맨스 등 작업해 온 작품들이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데 후에 더 그려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A. 이제 더는 없어요.
...라고 말하면 너무 많은 가능성을 차단하는 답변인 거겠죠? 하지만 정말로 이제는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 거 같거든요. 여러 가지 장르를 도전하며 스스로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장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 거 같아요.
Q. 웹툰 이외의 즐겨보거나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으시다면?
A.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자주 봅니다. 최근에 개봉한 <블랙 위도우>를 두 번이나 보고 왔는데, 4D나 아이맥스로도 다시 보고 싶어요. 영화관에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인지라 <블랙 위도우>를 본 후에 마블 영화에 푹 빠져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순서대로 다시 보고 있습니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보니 두 번째 보는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재밌습니다. 세상 모든 분들이 <블랙 위도우>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간절할 수가….
요즘 마이붐(푹 빠진 것)은 ‘마블’이지만 영화는 정말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봐요. 공포, 스릴러, 드라마, 다큐, 로맨스, 코믹 등등등…. 안보는 장르가 거의 없습니다.
TV 프로그램들은 보통 작업하며 많이 켜두곤 합니다. 주로 보는 건 <알쓸범잡>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대화의 희열>, <알쓸신잡>,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구석 1열> 등등…. 작업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동료라고 할 수 있죠.
Q. 독자분들과 SNS로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소통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점은 어떤 것인가요?
A. 아무래도 제 SNS까지 찾아와 주시는 분들은 제 만화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인 경우가 많다 보니 다정한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독자님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어 SNS를 끊을 수 없네요.
Q. 마감을 앞둔 바쁜 스케줄 속에서 작가님께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A. 단연코 커피가 아닐까 싶어요. 나중에 내성이 생겨서 커피를 마셔도 졸리거나 효과가 없을까 하루에 한 잔이라는 나름의 규칙을 세워 놓고 아껴 마시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졸지 않으려고 마셨었는데 이제는 하루 루틴으로 착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요즘은 선물 받은 핸드드립 세트로 내려 마시기도 하고, 모카포트를 사용해서 마시기도 한답니다.
Q. 오늘의 TMI를 한 가지 알려주세요!
A. 아까 점심으로 김치찜을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같이 사는 고양이 등에 김치찜 국물이 묻어 있었습니다. 밥상 밑을 왔다 갔다 하더니 흘린 걸 맞았나봐요. 검고, 흰 고양이 등에 묻은 빨간 국물이 웃겨서 박장대소했습니다. 이건 정말 TMI네요.
[라일락 200%]
Q. <라일락 200%>의 연재 완결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품이 완결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 완결은 늘 그렇듯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작품들에 비교해 나아진 부분을 생각하고, 가상의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며 기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라일락 200%>를 처음 구상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게 되셨나요?
A. 후기에도 썼던 내용이지만 제 휴대폰 메모장 어플에 기록된 두 개의 메모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여자 연습생들이 아이돌에 도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소재와 ‘두 여성의 바디스왑을 받아들여야 하는 남자 주인공’ 소재를 섞었어요.
후기를 보시고 제가 AKB48 팬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AKB48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도쿄 아이돌스>를 본 후였습니다. AKB48이나 일본 아이돌에 대해 조금도 모르면서 비인기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들을 찾아보게 되었고요. 그게 시작이었던 거 같네요.
Q. 일명 ‘주접 멘트’와 빙의글, 팬픽 등 아이돌 팬덤 문화의 특징이 작품 속에 잘 녹아있는데 아이돌 ‘덕질’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물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일본 아이돌은 아니지만 10대 때부터 꾸준히 한국 아이돌을 덕질 했었습니다.
Q. TOP 걸그룹 센터에 ‘최애’와 썸타는 하늘이 vs 화목한 가족과 한도 없는 엄마 카드로 부족함 없이 사는 분홍이. 작가님께서 <라일락 200%> 주인공의 삶을 선택한다면?
A. 걸그룹 센터를 할 자신이 없으니 화목한 가족과 한도 없는 엄마 카드로 부족함 없이 사는 분홍이를 선택하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찐분홍과 같은 딜레마에 빠질 게 분명하니 상상해도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네요.
Q. 단어 선택이나 사실감 넘치는 캐릭터 설정 등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처음 구상했을 때와 연재를 하면서 달라진 캐릭터가 있나요?
A. 대부분 처음 계획한 대로 진행되었는데, 하늘이의 이기적인 면모를 부각할 부분이 좀 빠진 듯하네요. 의도한 것은 아닌데 전개 상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워졌습니다.
Q. ‘최애’ 로빈이를 향한 하늘이의 주접이 독자분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았던 독자분의 ‘주접 댓글’은 어떤 것들이 있으셨나요?
A. ‘작가님… 이 웹툰은 C급이에요. 문화재 등록이 시급.’이라는 댓글이 생각나요. 이미 아는 드립이어도 들으니 은근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주접이라는 게 결국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거잖아요.
Q. 진분홍의 솔로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에서 처지가 뒤바뀐 두 주인공의 교차 장면 연출은 보면서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각별히 신경써 애정하는 연출이나 장면이 있다면?
A. 33화의 도형 툴로 이루어진 춤 못 추는 찐하늘 장면을 좋아해요. 아이돌 소재의 만화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춤추는 장면이나 노래하는 장면을 그리는 게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거든요. 장면이 멈춰 있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만화의 특성상 춤을 잘 추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을 연출해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제 스스로 가무에 재능이 없어서인지, 못하는 걸 그리는 건 쉽더라고요. 그린 후에 ‘이렇게 춤을 못 추는 것을 만화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나?’ 하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멈추어 있고, 소리도 없는 만화의 특징 덕분에 나올 수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어리지만 박력 있는 연하 ‘로빈’과 티격태격하는 매력의 동갑내기 ‘찬’. 작가님의 취향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A.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요. 저에게 있어서 두 캐릭터는 평등한 위치에 서있지 못하거든요.
독자님들께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는 ‘찬’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만, 찬이 인기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한번의 흔들림도 없었던 우직함이 큰 몫을 차지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하늘과 분홍 두 사람의 바디스왑 사실에 대해 찬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로빈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죠. 그렇기에 잠깐이나마 분홍이 와의 연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이러한 인간다운(?) 면이 결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에 비해 찬이는 단점을 부각할만한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두 캐릭터는 인간이라기보다 로맨스의 대상으로 읽히기 때문에 로빈의 이런 면은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이고 많은 독자님들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에게 인기 있는 남자 주인공과 저의 아픈 손가락의 대결이 되어 버리는 거죠.
Q. 어머니에게 뺨을 맞은 하늘이가 울면서 비보잉을 하는 장면, 몸이 뻣뻣해 춤을 잘 추지 못하는 모습을 도형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개그 포인트 또한 <라일락 200%>의 보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이러한 유쾌한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 건가요?
A. 두 장면 다 제가 참 좋아하는 부분인데요, 어떤 장면을 어떻게 연출해야 효과적으로 전달이 될까 생각하다가 그리게 됐어요.
후자의 뻣뻣한 도형이 된 진분홍은 콘티를 짤 때부터 ‘이렇게 그리면 재밌겠다.’ 하고 계획을 했었고, 울면서 비보잉 하는 하늘이는 스케치 단계에서 그냥 굴러다니며 우는 것을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렸던 기억이 있네요. ‘아~ 이거 그리려면 너무 품이 많이 들겠는데....’ 하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그리게 되더라고요.
Q. 안무와 의상, 열애설 후 대중들의 노골적인 반응 등은 일반인은 느끼기 어려운 여자 아이돌의 고충이 많이 느껴집니다. 평소 이런 점을 주의 깊게 보셨는지?
A. 주의 깊게 본 것은 아니지만 종종 음악 방송을 보며 느꼈던 부분들입니다. ‘어떻게 걸그룹은 키가 다 똑같지?’ 의문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키를 똑같이 맞추기 위해 다른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있더군요. 키가 작은 멤버일수록 높은 구두를 신을 수밖에 없고, 언제부터인지 속바지보다 짧은 치마는 당연해졌더라고요. ‘섹시한 콘셉트의 걸그룹’은 없어졌다는데 옷의 면적은 자꾸만 작아져요.
물론 여자 아이돌분들이 어떠한 고충을 느끼는지, 어떤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는지, 불행을 느끼는지 알 수 없습니다. 종종 ‘나의 이런 상상력이 무례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제 만화 속 하늘이나 분홍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돌을 소재를 통해 이야기했지만 아주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Q. 버터 프레첼을 딱 반만 먹어야 맛있다는 건 직접 드셔 보시고 터득하신건지?
A. 네! 저희 집 근처에 버터 프레첼이 정말 맛있는 베이커리가 있는데 딱 반만 먹어야 맛있었어요. 그렇다고 뒀다가 먹으면 사와서 막 먹었을 때의 그 맛은 아니에요. 같이 나눠 먹어야 딱 맛있는 신기한 빵이더라고요.
Q. 늘어난 카디건과 체크 남방, 검은 청자켓 등 입는 족족 여성 독자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찬’의 패션들! 따로 참고하신 자료가 있으신가요?
A. 모든 캐릭터의 옷은 나름대로 신경 써서 입혔답니다. 캐주얼한 명품 의류를 입는 로빈과 비교해 찬이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무신X나 하이X 등 편집샵 쇼핑몰 코디를 참고해서 그렸어요. 덕분에 제 인스타그램에 자꾸 남자 쇼핑몰 광고가 떴었네요.
꾸준한 작품으로 독자님들을 만날 수 있기를 :)
A. 물론 있습니다. 정확히 정해진 것이 없어서 어떠한 스포일러도 할 수 없지만 차기작을 한다는 사실 하나는 확실합니다.
Q. 웹툰 작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그냥 꾸준히 하고 싶어요. 물론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계속 봐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시고, 다음 작품을 너무 오래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A. 언제나 완벽하지 못한 만화임에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이 계시기에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