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알고있지만>,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 정서 작가 인터뷰
김세정 기자
| 2021-08-28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39
[알고있지만], [엔딩 후 서브남을 주었다]
정서 작가 | 네이버웹툰
Q. 안녕하세요, 정서 작가님. 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정서입니다.
'정서 작가님에 대하여'
Q. 어릴적부터 웹툰작가가 꿈이셨나요? 데뷔하신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A. 잠깐 디자인이나 영상계로 한눈판 적은 있었는데 결국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만화가 제일 하고 싶더라고요. 한눈팔았던 이유는 예전에는 만화라고 하면 출판만화밖에 몰랐던 데다가, 국내에서 출판만화로는 먹고 살기 어렵다는 말이 많아서였어요.
그런데 운 좋게 입시생 때부터 웹툰이 대중문화로서 점점 흥하는게 보였고, 대학생이 됐을 때는 네이버웹툰에서 매년 대학만화 최강자전이 열리고 있던 터라 1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웹툰 작가를 목표로 할 수 있었어요.
Q. 작가님 필명은 어떻게 짓게되신 건가요?
A. 학교 작업실에서 대학만화 최강자전 마감을 몇 분 앞두고 투고하려는데, 필명을 쓰는 항목이 있더라고요.
그 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었기 때문에 급하게 실명을 재조립해서 만든 이름입니다.
Q. 작품 연재 중 작업하실 때 루틴이 있으신가요?
A. 동물을 키우느라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할 시간이 하루 중 저녁 6시~자정까지 밖에 없어요. 순수 작업 시간보다 방해 받는 시간이 많은 느낌? 그렇기 때문에 더 루틴을 지키려고 해요.
수~목요일 오후까지 스토리/콘티. 목요일부터 토요일~ 늦으면 일요일까지 선화.
채색은 어시분들이 해주시고, 월요일에 작화 마무리 작업해서 식자 어시분한테 넘기면 화요일 아침에 받아서 최종 점검 후 마감. 컴퓨터와 완전히 떨어져서 쉴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 오후, 월요일 오후 뿐인 것 같아요.
Q.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에서 디저트들을 너무 잘 그리시던데 혹시 베이킹을 배워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평소 디저트를 즐기시는 편이신가요?
A. 디저트를 그리는 것도 좋고, 디저트를 소재로 한 작품도 좋은데 요리하고 먹는 것은 그저 그래요.
베이킹류보단 주스류를 좋아해요. 착즙기를 샀을 정도로 진심입니다.
Q. 로판물인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의 화풍이 전작 <투명한 동거>와 <알고있지만>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어떤 계기로 로판물을 그리게 되셨나요?
A. 어릴 때 보던 만화에 서양 판타지가 많았어서 그런지, 마음 한켠에 향수가 있었어요.
제 인생작이 베르세르크랑 프린세스메이커거든요.
단순히 서양 시대물 배경으로 뭔가 도전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하게 됐습니다.
Q. 인물의 표정을 잘 살리시는데, 표정에 감정을 담아내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A. 노하우랄 건 없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좋다고 생각하는 연기가 있으면 기억에 남다보니까 자연스레 그림으로도 표현되는 것 같아요.
Q. 작가님만의 징크스가 있다면?
A. 약 20화 단위로 콘티가 심하게 막혀요.
제가 스토리를 짜는 호흡이 보통 20화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데, 이 구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뒤이어 나올 이야기 전체가 확 바뀔 수 있어서 생각해야할 것도 많고, 압박감을 많이 느낍니다.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에서도 22화, 40화에서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다행히 고생한 보람이 있게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Q. 작품을 만드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게 무엇인가요?
A. 캐릭터 연기랑 네러티브요.
엉성한 캐릭터 연기와 네러티브는 좋은 스토리로도 커버하기 어렵지만, 그 반대는 가능하다..라고 생각합니다.
Q. 웹툰이나,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의 콘텐츠 중 특별히 좋아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A. 위에서 말한 두 작품 빼고 당장 떠오르는 걸로는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
작업하다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 때 틀어 놓는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한국판)리틀포레스트>,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등등..
왠지 연재 중에는 마음의 여유가 줄어서 그런지 새로운 것은 잘 안 보고 이미 봤던 걸 무한정 리플레이 하곤 해요.
Q. 쉬는 날에는 보통 어떤 일과를 보내시나요? 취미가 있으신가요?
A. 동물을 안 키울 때는 연재 중에도 제주도에 가고, 밤새 게임하거나 외박하기도 했는데 돌볼 식구가 생기니 자유가 없어요. 그냥 밀린 청소하거나 자거나 약속 나가는 정도네요.
Q. 웹툰 작가 데뷔 후 가장 보람 되었던 일이 있다면?
A. 매주 댓글 보는게 가장 보람이에요. 돕고 싶은 일에 기부할 때도요.
Q. 작가님께선 여러 작품을 연재하셨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A. 있는데 말하면 안될 것 같아요. 엄청 빵! 터졌는데 작성자 분이 얼마 안 가 댓글을 지우기도 하셨고 ㅋㅋㅋ 말을 아끼겠습니다. 악플 같은 건 아니었어요.
[알고있지만>]
Q. <알고있지만>을 작업하실 때 유독 고민이 되거나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있나요?
A. 독자분들이 '박재언'을 좋아하거나 찐로맨스를 기대할 거라는 예상을 전혀 못했었어요.
원래는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만화를 컨셉으로 내세웠었는데, 이대로 갔다간 그냥 욕만 먹고 끝날 것 같아져서 뒷 전개를 다 수정하고 완급 조절 했어요. 심지어 이 시기도 20화 언저리였네요.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알고있지만>의 매력요소는 무엇인가요?
A. '박재언'이 남주라는 점?
Q. 유나비, 박재언, 양도혁 등 <알고있지만>의 등장인물들은 유난히 기억에 남고 인상적입니다. 인물 특성을 설정하실 때 참고하셨거나 염두에 두셨던 것이 있다면?
A.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데 정말 딱히 없습니다.
외형을 만들 때 참고한 모델로는 유나비가 '태연'님, 박재언이 '사카구치 켄타로'였다는 정도? 이후 배우 '한소희'님과 '송강'님이 엄청난 싱크로를 보여주셨지만 초기엔 그랬습니다.
Q. 작가님이 유나비의 입장이었다면 박재언과 양도혁 중 어떤 인물에 더 끌리셨을 것 같나요?
A. '양도혁'이요. 어떤 사람이든 자기 일 묵묵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요.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
Q. 많은 소설들 중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를 웹툰화하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A. 네웹측에서 작품 후보를 몇 가지 주셨었는데, 각 작품을 1화씩만 보고 바로 정했었어요.
재미도 재미지만 유일하게 캐릭터나 배경, 장면 등이 이미지적으로 생생한 작품이었거든요.
어떤 소설은 1화를 아무리 읽어도 장면이 상상 되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해서..엔서주를 보자마자 바로 웹툰으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완성도에 대해 독자들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원작 소설을 각색하시는 부분에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는지?
A. 원작자님이나 편집부에서 각색을 많이 하는 것에 반대 하실까봐 걱정했었어요.
그냥 차일 때 차이더라도 보여드리긴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완결까지 각색본을 써서 보냈었습니다.
Q. 작가님 개그코드가 너무 취저입니다. 가르텐 왕의 반짝이는 머리, 비둘기 똥으로 전달하는 마법전령 등 간간히 등장해주는 개그가 포인트입니다. 코믹적인 요소에 대한 독자분들의 반응을 보시고 어떠셨나요?
A. ‘반응이 좋네..다음엔 좀 더 쎄게(?) 나가볼까?’ 하다가도 너무 개그에 심취하면 표현이 괴랄 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자제합니다.
Q. 로판물의 화풍을 살리기 위해서 인물의 헤어, 입는 옷, 소품들을 디자인할 때 참고하신 것이 있나요?
A. 핀터레스트를 즐겨 이용하는데, 정통 복식 보다는 서양 전통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션쇼 의상들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에요.
Q. 리플리나, 기사들 사이에 끼어있던 박재언을 발견하고 독자분들이 반가워하셨던 것 같아요! 어떤 이유로 패러디하게 되신 걸까요?
A. 즉흥적으로 떠오른 연출입니다. 앞으로 또 나올지도 몰라요.
Q. 리히트, 피오니에, 헤스티아, 미하엘을 각각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하신 부분이 있나요?
A. 리히트는 원작 일러스트에서 쌍커풀이 없는 째진 눈매를 유지하되, ‘버려지고 흑화한’ 설정이니까 피폐함을 주기 위해서 다듬지 않은 머리스타일로 바꿨어요.
피오니에는 남주가 처음엔 아프다는 걸 몰랐으니까 겉보기에 건강해 보일 정도로 발랄한 이미지로 가되, 실제로 아픈 몸이니까 너무 장식적인 옷보다는 편해 보이는 옷을 자주 입히려 했어요.
헤스티아는 원작에서 고급지고 청순하면서 동시에 강인한 인상으로 묘사되는데, 각각의 이미지를 얼굴에서 섞으려고 했어요. 눈동자에는 물기가 있으면서 눈썹산은 약간 올라가 있다던가, 입술은 분홍빛인데 턱은 각이 져있다던가 등등..
미하엘은 리히트와 정 반대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려다가 피오니에의 첫째 오빠랑 겹치는 것 같아서 그보단 강직한 느낌으로 그렸습니다.
Q. 작품을 그리실 때 가장 공들이시는 부분이 있다면?
A. 위에서 말했듯 캐릭터 연기와 네러티브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을 때 제일 먼저 포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Q.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가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하시나요?
A. 전작들이 어두웠으니 이번엔 기분 좋은 만화!
'마치며'
Q. 웹툰 작가로서 추구하시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일로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Q. 작품 완결 후 차기작은 어떤 장르의 웹툰을 그려보고 싶으신가요?
A. 예전에 그린 단편 s.d.c 처럼 액션 호러물. 혹은 라이벌물. 아니면 또 노블코믹스.
Q. 마치며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항상 감사드리며, 환절기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