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랑은 로봇입니다> 미카루, 뜸 작가 인터뷰
「2023년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사업」
vol. 3
[예비 신랑은 로봇입니다]
미카루, 뜸 작가 | 재담미디어
Q. 멘토링을 통해 받은 도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토리 기획이나 연출법은 무엇인가요?
A. 웹툰은 처음이다 보니 콘티라는 개념부터가 제게는 큰 장벽이었습니다. 장면과 대사가 어우러지도록 간결하게 해야 하는데 주로 출판이나 대본 쪽 글을 쓰다 보니 계속 길어졌고, 그림 작가님이 연출하시기 쉬운 방향으로 지문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 부분에서 적응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멘토님께 지도를 많이 받으면서 고쳤던 것 같습니다.
Q. 처음으로 그림작가와 협업한 경험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그림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림 작가님이 그림 그리시는데 수월하게 해드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Q. 협업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나요?
A. PD님도 계시고 멘토님도 계시다 보니 제 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의견이 잘 조화롭게 이뤄져서 최선의 결과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그림 그리다 보면 연출이나 아이템 배치 등 많은 걸 생각하셔야 하니까 글로 명확하게 요청하면서 참고 자료가 있으면 이미지까지 같이 드렸습니다. 제가 말로 백 번 하는 것보다 이미지 하나를 보여드리는 게 이해하는데 도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 의견을 주고받은 내용들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PD님한테 먼저 피드백을 받고 글 콘티 수정 후 원고를 전달했습니다. 이상한 부분이나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다시 한번 전화를 한다거나 메일을 보내서 의도했던 바를 전달해서 수정을 진행했습니다. 직장이 배경이다 보니 이미지를 첨부해서 설명을 덧붙여서 전달했습니다.
Q. 작품 속에서 사랑과 결혼,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들이 다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A. 다가오는 미래는 로봇과 AI가 이미 같이 공존해 있기 때문에 좀 더 발달된 관계로서 교류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ChatGPT로 개인 비서를 두듯이 사람하고 가까이할 수 없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그런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AI 관련 영상물에서는 이런 것들을 적대시하는 관계로 그러졌다면 지금은 같이 가야 할 동반자로 생각합니다. 작중의 계약 결혼도 미혼죄에서 여자주인공을 구해내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남자주인공 역시 기계 심장 폭발의 위험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계약 결혼은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도구화된 AI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느낌으로 성장하면서 인공지능을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하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디스토피아여도 둘이 같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그런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작품 속에서 강한비와 찬성이 함께 생활하면서 어떤 유머와 로맨스적인 상황들이 펼쳐지는지 알려주세요.
A. 3화에서 집 보러 가는 장면이 있는데 한비가 급하게 뛰쳐나오다가 날아오는 축구공에 찬성이 대신 맞게 됩니다. 근데 남자주인공이 아프진 않지만 이상하게 볼까 봐 아픈 시늉을 하니 아이들이 큰일 났다고 우리 혼나는 거 아니냐면서 겁먹으니까 갑자기 아재 개그를 합니다. 근데 웃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는 얼굴로 아재 개그를 하니 오히려 다른 의미로 겁을 먹어서 도망가는데 이 남자주인공은 ‘나의 유머러스함과 휴머니즘에 아이들이 감동했구나’라고 하고 여자주인공은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걸 그림 작가님이 재밌게 그려주셔서 저는 그 장면이 유머러스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로맨스적인 상황은 여자주인공이 의자에 부딪쳐서 발을 잘 찧고 그러니까 남자주인공이 미리 의자다리에 테니스 공 같은 걸 끼워서 다치지 않게 한다던가, 잠이 오지 않는 여자주인공을 위해 수면용 ASMR을 미리 준비합니다. 보통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여자주인공한테는 이런 부분이 불편할 수 있겠구나 하고 어쩌면 남자주인공이 로봇이기에 좀 더 섬세하게 케어해 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부분들이 정말 로맨틱하다고 생각했어요.
Q. 미혼죄로 구속을 피하고 싶은 여주와 여주와 결혼하지 않으면 기계심장이 멈추는 남주, 두 관계가 상당히 미묘합니다. 필요에 의해 결혼을 한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이 변하는 과정에서 작가님이 가장 공들였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처음 로봇이랑 계약 결혼해서 걸리면 어떡하냐 이런 고민도 하고 회사 가기 싫다면서 TV에 나오는 연인들이 바다를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고는 바다 가고 싶다고 합니다. 그걸 듣고 남자주인공이 망설임 없이 바로 VR로 바다에 데려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거기서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지 않고 여자주인공이 두려워하는 걸 먼저 이해해 주고 나 역시 두려운 부분이 있지만 남편보다는 우리 둘이 함께 같은 배를 탄 동지로서 한 번 헤쳐나가 보자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그 장면이 진정성 있는 고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봇이라 입력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무섭다. 하지만 우리 둘이 함께면 덜 무서울 거다’라고 하면서 전지전능한 AI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부분을 보여주려고 공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Q. 비슷한 결의 질문이긴 한데, 감정변화가 일어나는 장면에서 그런 변화를 잘 반영하기 위해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A. 남주인공이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도 뒤에서 챙겨주고 중간에 훼방하는 여자들이 등장하면 바로 여주인공한테 가서 이 사람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사이다식의 행동을 합니다. 반면 여주인공은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게 많았습니다. 로봇이기 때문에 들키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남자주인공의 행동들을 보고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준 남자가 있었나 하면서 둘 사이의 감정을 이해시킨 것 같습니다.
Q. 찬성이 사람같이 계속 나오는데, 사람보다 로봇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힌트가 있었을까요?
A. 여주랑 잠시 떨어져 있는 장면이 4화에 나오는데 공원에서 남주가 앉아 있는 몸 위에 비둘기가 온몸에 앉아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해를 끼칠 거라 생각해서 짐승들이 다가가지 않지만, 로봇이기 때문에 그렇게 비둘기들이 앉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짐승도 미남을 알아보네라고 생각하고 지나갈 텐데 저는 그게 남주가 로봇이다라고 인식시켜 주기 위한 힌트였습니다.
Q. 아쉬웠던 것들이 있을까요?
A. 그림 작가님이 한번 파면 끝장을 보려는 타입인데 그걸 못하시니까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셨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Q. 하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A. 시간이 있었으면 화기애애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시간에 쫓겨서 그림 작가님한테도 많이 닦달했던 것 같습니다. 불만사항이 있었을 텐데 말씀을 안 해주셔서 보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유리멘탈인데 그림 작가님은 멘탈이 엄청 세신 것 같습니다.
그림 [뜸 작가님]
Q.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담당PD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작품의 질적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그림 비율 부분에서 보완해 달라고 피드백받았습니다. 얼굴을 작게 한다던가 어깨를 넓게 한다던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분들을 신경 써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Q. 특이한 컨셉을 가진 작품들이 많은데 작품에 적합한 작화와 연출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A. 원래 어두운 느낌의 화풍으로 많이 그렸었는데 이 작품은 로맨스 코미디다 보니 최대한 장르에 맞추려고 밝은 색감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Q. 짧은 시간에 많은 작업을 처리해야 했던 경험에서 어떻게 스케쥴을 관리하셨나요? 자신만의 작업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A. 초반에는 관리를 못해서 힘들었는데 점점하다 보니 스스로 이 시간에 얼마나 진행시킬 수 있는지 가늠이 되기 시작했고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이상한 거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어서 남들이 신경 안 쓰는 곳에 꽂혀선 3, 4시간씩 걸리고 그랬는데 그런 습관들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스케치도 없이 선을 딸 정도로 속도가 올랐습니다.
Q. 글작가님과 같이 협업하면서 생긴 문제나 충돌상황이 있으셨을까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충돌이라 할만한 건 없었고 그냥 촉박했습니다. (글작가님: 제가 너무 많이 닦달한 것 같아 죄송했어요 ㅠ)
Q. 캐릭터들의 감정변화가 일어나는 장면에서 그런 변화를 잘 반영하기 위해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A. 남자주인공이 축구공에 맞고도 아프지 않다고 했는데, 그때 혼자 정색하다가 웃는 표정 그릴 때 신경 써서 그린 것 같습니다. 표정이나 연출적으로 정색했을 땐 어둡게 표현했다가 웃을 때 밝게 표현한다던가, 개그 장면에서 데포르메를 단순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SF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주로 어떤 스타일을 사용하셨나요?
A. 근미래다 보니 교도소에 드론도 있고 지하철에도 로봇이 조금씩 다닙니다. 현대보다는 조금 더 미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중간중간마다 VR 기계 관련된 것들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Q. 작가님이 가장 공들였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일상적인 상황에서 로맨스 기류로 바뀔 때의 작화를 신경 썼습니다. 특히 VR 바다 장면에서 둘이 걸을 때 밤바다이면서도 캐릭터들도 잘 보이고 로맨스 기류도 잘 보이도록 신경 많이 썼습니다.
Q. 그림 작가님 아이디어가 그 외에도 반영된 것들이 있을까요?
A. 정말 사소하게 조금씩 반영했었습니다. 2화 초반에 남자주인공이 로봇이라 일반 사람들이랑 사고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여주가 퇴근하고 지쳐있는데 남주가 저녁을 다 차려놓으니까 여주가 이게 뭐예요?라고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거기서 남주가 음식 설명을 길게 하는데 그걸 주저리주저리로 해서 여주가 멍 때리는 장면으로 바뀌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좋아 보인다 라는걸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Q. 그림 작가님은 아쉬웠던 점 있을까요?
A. 표지 드레스도 그렇고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초반편보다 퀄리티가 점점 떨어지는 게 제 기준에서는 미완성으로 보이고 신경을 못 쓴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Q. 하고 싶은 말씀 있을까요?
A. 일정 맞추는걸 처음 하다 보니 속도가 좀 더 빨랐으면 후반 작업에서 좀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