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황제사냥> KAN 작가 인터뷰

이한별 기자 | 2024-06-15 13:59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218


[황제사냥]

KAN 작가 | 네이버웹툰


팍팍해진 삶, 무기력해진 인생에😧

보기 제격인 웹툰을 찾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희망은 찾아온다 라는✨

메시지를 한 가득 담았다는 작가님(그저 빛..😍)


참신한 판타지에 화려한 복수극이 버무려진 작품!

<황제사냥> KAN 작가님과의 인터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INTRO]

Q. KAN 작가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인터뷰 시작 전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작품과, [황제사냥] 이란 작품을 최근에 완결 낸 웹툰 작가 KAN입니다. 웹툰 가이드에서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About KAN]

Q. ‘황제사냥’ 완결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완결 이후 현재 휴식하면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A. 황제사냥을 완결지은 지금, 저는 다시 대학교에 복학하여 마지막 4학년 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ㅎㅎ 시각 디자인과이기 때문에 졸업전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동시에 차기작을 구상 중이기도 합니다. 그간 작품 활동과 병행하느라 학업에 소홀했어서 들어야 할 수업이 아주 많네요.. 2025년 1학기까지 다니면 드디어 졸업이랍니다. 차기작은 그동안 꾸준하게 준비하여 지금 계획으로는 2025년 상반기에 오픈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Q. 두 번째 작품의 완결입니다! 작품을 끝낸 소감을 알려주세요!

A. 첫 번째 작품은 제가 그림 작가로만 활동을 했고, 글그림 모두 담당했던 건 이번 황제사냥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림만 하는 것과 스토리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몇 배는 고민이 많아지고, 힘이 들기도 하고. 영화 제작으로 예를 든다면 배우만 하다가 극본, 연출, 연기,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제 손으로 만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은 노력이 배는 든 만큼 애정도 남달랐고, 완결을 냈을 때엔 정말 긴 터널 끝을 뚫고 나온 것 같았습니다.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딱인듯합니다!


Q. ‘황제사냥’은 2021 지상최대공모전 2기, 무려 대상작이었는데요! 당시 대상에 선정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A. 글작업이 정말 처음이었기 때문에 대상에 선정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첫 작품인 [한여름, 밤의 꿈]을 연재하며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진로 고민에 한창이었습니다. 디자이너와 웹툰 작가 사이에 끝없는 고민을 하던 중 지상최대공모전이 떴습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이 공모전에 만약 당선되면 웹툰 작가의 길로 가고, 떨어진다면 깔끔하게 접고 디자이너로 방향을 정하자 였습니다.

이런 사고 흐름으로 황제사냥에 대한 기획을 하여 공모전에 참가를 한 것인데 대상에 선정되었을 땐 정말 심장이 벌렁거리고 기뻐서 몇 날 며칠을 설레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첫 작품인 [한여름, 밤의 꿈]에서 작화를 담당하셨었는데요! 팀으로 작업할 때와 혼자 작업할 때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각각의 장단점도 궁금합니다!

A. 팀으로 작업할 때와 혼자 작업할 때 개인적으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나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이 되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팀 작업을 할 때 리더가 아닌 작화 파트에만 역할이 국한되어 있었기에 건들지 못하는 영역이 꽤 컸으니까요. 장점으로는 각 역할이 세분화된 만큼 더 깊게 파고들며 퀄리티를 높일 수 있고, 다른 개성끼리 결합되며 새로운 시너지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팀으로 작업한 [한여름, 밤의 꿈], 솔로로 작업한 [황제사냥]


하지만 팀을 잘 만나지 않으면 이 모든 장점이 물거품이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훌륭한 팀을 만나게 되었었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꽤나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웹툰 작업뿐 아니라 세상 어느 직업을 가져도 해당되는 말인 듯합니다 ㅎㅎ 혼자 작업할 때는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며 일관된 생각을 섬세하게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만, 반대로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죠. 함께 작업해 줄 어시스트분을 고용하면 편해지겠지만 투자금이 들다 보니 개인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요.

이렇게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며 작품에 들어가기 전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들어가면 1-2년은 기본으로 쭉 작업해야 하니 신중할 필요가 있겠지요!


Q. 평소 좋아하시는 취미활동이 있으신가요? 팬 분들께 취미의 장점과 권유를 한 번 부탁드릴게요!

A. 저의 취미는 누워서 유튜브 보기입니다 ㅎㅎ 운동을 취미로 두면 참 좋을 텐데, 초등학교 6년 내내 달리기 꼴등을 한 저질 체력에 나약한 근육 보유자라 쉽지 않네요. 침대에 누워서 꼼짝 않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아마 저 같은 사람이 세상에 정말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취미의 장점은.. 몸이 편안하고 중독적이라는 것이며, 권유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하고 계실 것 같기에, 이제는 우리 함께 건강한 취미를 찾으러 나가보아요..


속보.. 카사르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건강한 취미 가져야한다 전해...


Q. ‘황제사냥’을 연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 하나를 꼽는다면요?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A. 마지막 화에, ‘제 인생에 있어 본 웹툰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거 같은 웹툰’이라는 댓글이 정말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의 고군분투가 독자분에게 잘 전달이 되었구나 하는 안심과, 그것을 알아봐 주신 독자님에게 진심 어린 감사가 들었던 댓글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황제사냥을 봐주신 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독자분들 모두 정말 감사했고, 사랑합니다!


Q. 만약 작가님에게 아리움이 들어가게 된다면, 살육의 욕망을 이길 수 있는 작가님의 욕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 욕망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것이지 않을까요! 근육과 기초대사량이 너무 부족해서 먹는 족족 살로 돌아오는 체형입니다^ㅜ^ 관리를 하기 위해 음식 양을 조절 중인데, 항상 비통스럽네요.



[About <황제사냥>]

Q. ‘황제사냥’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목적과 그 철학이 뚜렷한 웹툰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인생에서 또는 웹툰이라는 작업 환경에서 가지고 계신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최근 들어 한국 사회는 더욱이 살기 팍팍해진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행복의 기준은 더없이 높아졌는데, 사람들의 현실은 제자리걸음이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극에 치닫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좌절은 정말 손쉽게 찾아옵니다.

학창 시절 성적, 대학 입학, 취직, 결혼, 자가 마련이나 재테크, 자산 증식 등 해내야 할 일이 리스트로 정리되어 눈앞에 들이밀어지는데 로봇이 아닌 인간인지라 당연하게 모든 것을 수행해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잘 해내고 살고 있는 것 같죠. 사실 모두가 매 순간 숨 막히는 현실에 토할 것 같이 살고 있는데 말이에요. 현대인의 좌절은 번아웃으로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윤슬이 모든 빛을 잃고 무기력해진 것처럼, 꿈을 가지고 힘차게 살다가도 좌절 하나가 순식간에 번져 손가락 들 힘 하나 없는 번아웃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개인으로서 문화와 정치 체제, 교육 시스템을 바꾸긴 힘이 듭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바꾸는 것뿐이죠. 나만의 희망을 찾아보는 것 또한 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웹툰이란 작업 환경 속 가진 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거치게 될 비교, 실패, 좌절 속에서 나만의 희망을 찾고 바보처럼 믿어보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바보처럼 믿고 될 때까지 하는 거죠. 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포기하지 않는 거라 생각합니다. 포기의 유혹은 죽어라 달달하니까요 ㅎㅎ


Q. 지구와 헤트라, 불멸과 샤크나 등 흥미로운 설정이 정말 많은데요! 처음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캐릭터를 설정하고 세계관을 확장시키셨는지 알려주세요.

A. 사실 처음 기획은 마린과 윤슬의 이야기였습니다. 세계관 끝판왕 악역인 엄마와, 그 딸의 이야기였어요. 지금도 그 느낌은 남아있지만, 이 이야기 위에 호르슨(황제)를 추가하고 다양한 설정들을 부여하여 지금의 이야기가 탄생하였습니다.


Q. 시원시원한 전개와 액션신과 더불어 스토리까지 상당히 심오한 편인데요! 여러 가지 장치와 설정을 넣으면서 모순이나 설정오류 같은 어려운 점은 없으셨을지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과거를 복사해 현재에 붙여 넣는 거라던가,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보니 설정오류를 감안한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조금 구멍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의 마린의 목걸이에 관련된 파트는 카사르와 윤슬의 어린 시절을 연결해 준 매개체이기도 하니 설정이 더욱 복잡하게 돌아갔습니다. 설정을 짜는 것보다, 독자님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더 어려움이 많았어요 ㅎㅎ 이걸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풀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면서요. 설정이 깊다 보니 마지막화까지 읽어야 비로소 모두 이해가 되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Q.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도 서로가 서로의 구원인 카사르와 윤슬의 대서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 캐릭터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삭제된 설정이나 비하인드 등 TMI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처음 구상할 때 윤슬 캐릭터는 좀 더 앙칼지고 틱틱거리는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카사르와의 서사 구상 과정에서 윤슬을 파고들다가, 무채색이었던 과거에 서로로 인해 색이 입혀진다는 설정을 넣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웃음이 없고 무기력했던 서로가 서로로 인해 다시 행복을 찾게 되는 현재의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서사도.. 얼굴합도.. 모든 게 완벽해..(입틀막)


Q. 비탄 부족에 대한 설정이 궁금합니다! 의상과 건물을 보면 한국적인 요소가 강해 보이고 또 장난감 같은 가면을 쓴 것을 보면 현대적인 도깨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비탄’이라는 부족 이름의 의미 또한 궁금합니다.

A. 헤트라는 호르슨이 이동하기 전까진 지구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행성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무대 배경은 서양권이지만, 동양의 일족도 지구와 동일했지요. 즉, 한국의 문화도 헤트라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소리랍니다. 그래서 비탄의 설정은 한국 문화에 샤크 문화가 결합된 모습으로 구상되었습니다. 한복 의상에 자경단 활동을 하기 위한 신분 보호용 가면을 쓰고 다니는 부족이죠. 비탄 부족은 호르슨에 의해 끔찍한 수모를 겪은 집단입니다. 하여 비탄스럽다, 비통하다 와 같은 한자 문화권의 의미를 담고자 ‘비탄’이라는 부족명을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Q. 윤슬의 소중한 것, 바로 수박토끼인데요. 수박토끼는 작가님의 온전한 취향(?)이신지… 웹툰에 등장하게 된 유래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작 중 토끼는 카사르인데, 수박은.. 누구였을지 알려주세요!

A. 수박토끼는 윤슬의 아버지이자 윤이한의 오빠, 윤지한이 지은 이름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자 하였는데, 그 방법으로 전혀 다른 단어 두 개를 유치하게 결합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좋아하는 두 단어를 그대로 붙인 것처럼 말이에요. 작 중 저의 토끼는 카사르라면, 수박은 다은이 입니다. 주인공인 윤슬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인물이다 보니, 저 또한 애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다은이가 나오는 장면은 저도 감정을 많이 담으며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Q. ‘황제사냥’에서 ‘황제’를 맡고 있는 최강 빌런, 호르슨. 샤크라를 가진 돌연변이로 태어나 인간들에게 온갖 핍박을 당하며 결국 미쳐버린 살육자가 된 비운의 빌런인데요. 만약, 마린과의 만남이 호르슨이 아직까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을 때였다면 전개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A. 호르슨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태어났을 때부터 없었습니다. 호르슨의 과거가 끔찍하여 더 미쳐버린 건 맞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이 있듯이 호르슨은 선천적으로 악했습니다. 타고난 사이코패스라고 할까요. 호르슨이 윤이한을 처음보고 ‘눈이 마음에 드네’라고 하며 헤트라로 데리고 간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타고난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를 동지로서 알아봤기 때문에.


강렬한 등장, 독보적인 존재감, 머리부터 발끝까지 빌!!!런!!! 이라고 외치는 호르슨


그래도 윤이한은 윤지한이라는 따뜻한 사람의 곁에서 자랐기에 호르슨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것처럼, 호르슨도 어린 시절 따뜻한 마린을 만났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인간적으로 자라진 못했을지 몰라도 지금 같은 미친 살육자가 되진 않았겠지요 ㅎㅎ 아마 마린을 괴롭히는 사람을 뒤에서 몰래 처리하는 정도의 미친 사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주인공의 일생이 마린의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펼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밀하고 치열한 계획이었습니다.(어쩌면 신은 호르슨이 아닌 마린이었을지도..?) 원래는 영민하고 선했던 마린이 이렇게까지 냉혹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자신의 학구열로 행성에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작가님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세요!

A. 마린이 원래 선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호르슨의 옆에 있었기에 정상인처럼 보였을 뿐이지 마린 또한 상당히 이기적이고 광기 넘치는 인물입니다. 마린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그때도, 이때도 다 알면서 모른척했다’라는 내용이 나오지요. 사실 마린은 호르슨의 제안으로 샤크나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호르슨의 섬뜩함을 충분하게 느꼈을 겁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샤크나를 온 세상에 전파하는 것)에 대한 집착 때문에 눈을 가리고 동조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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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동조도 불안 속에서 쌓인 것일 겁니다. 알고는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며 쌓아왔던 합리화가 결국 트로메 섬의 학살을 목격하며 터져버리고 맙니다. 그동안 쌓은 합리화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겠다는 새로운 꿈을 만들었고, 샤크나 전파에 집착을 했듯 마린은 이 새로운 꿈에 집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한 천재라 그런지 목적에 대한 집착과 열망이 대단한 인물입니다. 냉혹했다기 보단, 실수를 바로잡겠다는 목표에 눈멀어 주변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마린은 호르슨을 신으로 키웠을 때와 똑같은 실수를 한 셈입니다.


Q. 두 주인공 외에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뽑은 이유도 함께 알려주세요!

A. 윤이한 캐릭터를 애정합니다. 끝없는 끔찍하고도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저와 독자분들의 마음을 대변할 캐릭터를 넣고자 했습니다. 그게 바로 윤이한이었죠. 조금 비틀린 방법으로 사랑을 주는 소시오패스. 필터링 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 모든 캐릭터가 당황하고 얼을 타고 있을 때, ‘X랄하고 있네 X발’ 이란 대사를 적으면 저도 마음에 사이다가 끼얹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철학을 가장 많이 담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특유의 툭툭 던지는 말로 등장인물을 열받게도 하지만,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윤이한에겐 애정이 많이 가네요 ㅎㅎ


황제사냥 공식 사이다 담당, 독자들의 워너비 윤이한


Q. 개인적으로 [빛은 항상 어둠을 이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둠이 빛보다 많아야 한다]와 [시간 여행은 과거를 복사해 현재에 붙여 넣는다]는 발상이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그 시작점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빛은 항상 어둠을 이긴다는 사실 늘 해왔던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걸 이용하여 마린과 윤슬의 관계를 구상했습니다. 비틀린 목적의식으로 마린이 어떤 일까지 계획했을까, 생각을 하다 ‘중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둠이 빛보다 많아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일반적인 부모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녀의 삶 대부분을 어둠에 집어넣다니. 마린 또한 정상이 아니란 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여행의 구상은 과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설정입니다. 카사르와 윤슬이 서로의 과거를 오갔던 것이 일반적인 시간 여행인데, 이것은 실제 과거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과거를 복제해 현재에 붙여 넣을 뿐이라면 타임라인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제약 없이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사용범위는 끝없이 확장되고, 호르슨이 ‘신’으로서 활동하거나, 윤슬이 공격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등 많은 것이 가능해지죠. 이런 사고 과정에서 나온 설정이었습니다.


Q. 캐릭터 대부분이 스토리 전개를 위해 모질고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캐릭터에게 이입되거나 하는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A. 사실 대부분의 작업을 감정 이입 때문에 팔자 눈썹을 하고 진행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안타까운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 어찌 보면 감정 노동이 심했던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ㅎㅎ 슬픈 노래를 들으며 이입을 해보기도 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마지막화에 주인공 일행 모두가 활짝 웃을 때, 저 또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꽉 찬 해피엔딩.. 너무 좋아..'////'


Q. 팬들의 심경을 대신해 주는 작 중 사이다 인물, 윤이한이 빠질 수 없습니다. 소시오패스지만 윤슬의 어린 시절 큰 영향력을 준 인물이기도 한데요. 윤이한은 작가님의 순수한 창작 인물인지, 아니면 다른 인물을 참고해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A. 윤이한은 순수한 창작물이며 지구에서 윤슬의 인간관계를 생각하며 만든 인물입니다. 극 중 김성철과 다은이를 윤슬에게 소개해주는 캐릭터인데, 그 사이의 비하인드를 하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윤슬이 익힌 무술과 살상기술은 모두 윤이한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그럼 윤이한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 하는 물음이 생기는데, 그건 윤이한이 아버지(회장)를 위한 암살자로 길러졌기 때문입니다.


암살자로 자랐지만 오빠바보인 소시오패스..(맛도리다)


윤이한은 암살 작전을 하며 특수부대요원이었던 김성철과 처음 마주합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던 중 윤이한이 김성철의 딸, 다은이를 구해주게 되고 김성철은 그때의 은혜로 윤이한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탁이 바로 윤슬과 함께 조용하고 행복하게 살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김성철은 소시오패스인 윤이한이 봤을 때도 따뜻하고 선한 사람이었고, 그 부탁을 아주 단단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과거 서사로 지금의 윤슬 주변 관계가 형성이 된 것이죠.


Q. 작품 속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황제사냥은 크게 말해 윤슬이 색채를 찾아가는 작품이기에 윤슬의 성장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인상 깊은 대사는 64화의 “엄마. 그만 겁먹고, 날 믿어.”입니다. 이 대사만 보아도 과거의 윤슬은 결코 하지 못했을 희망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차 있지요. 자기 자신 하나도 확신에 두기 어려운데, 타인에게까지 그 확신을 전파하고 있으니까요. 이 대사를 쓰며 이야기가 정말 끝에 다다랐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었습니다.


온갖 좌절과 시련을 딛고 단단해진 윤슬의 박력 넘치는 대사...(날 가져..)


Q. 이것, 알고 보면 더 재밌다! 할 만한 TMI 또는 비하인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마지막화 마린의 기계손에 관한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마린은 세계관 최고의 천재 캐릭터입니다. 샤크나와 샤크, 아리움을 발견하고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며, 카사르의 학문적 선생이기도 했지요. (=카사르의 이야기 에피소드에서 마린의 책을 발견했을 때, 마린의 서적을 모두 읽었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린은 헤트라에서 가장 유명한 샤크나 연구 선구자였기에, 직접 만난 적은 없어도 카사르는 마린의 책을 읽으며 영향을 받은 것이죠)

카사르의 주된 능력은 온갖 물건을 몸에 담고 다니는 것 (몸에 초록 문신이 뜨는 장면들)이고, 이것 또한 마린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된 능력이었습니다. 마린의 기계손은 이 카사르 능력의 상위버전입니다. 카사르는 공간에 제약 없이 넣을 수 있는 게 “물건”뿐이었다면, 마린은 그녀의 “정신”을 포함한 “각종 기계”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헤트라에서 보여진 마린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종이에서 나온 기계손이도하고, 마지막엔 인간 형상에 로봇팔들이 나오기도 하지요.

(왼)마린 (오)마린 못 가는 데가 없는 희대의 천재 마린


헤트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고 있는 걸 보니, 지구에서 죽은 척을 한 뒤 돌아간 헤트라에서는 각종 기계부품으로 존재하며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수집한 것 같습니다. 만화에 나온 모습은 그 일부일 뿐이죠. 마지막에 나온 인간 형상의 마린도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연명하기 위해 심장과 정신만을 남겨둔 사이보그였다는 설정이랍니다. 즉, 마린은 자신의 정신을 하나의 기계가 아니라, 자유자재로 다양한 기계에 넣으며 지내온 것입니다.


Q. 작화나 전개에 특별히 공을 들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카사르의 이야기 에피소드를 공들여 작업한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오는 카사르의 이야기다 보니, 카사르가 윤슬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독자분들께 잘 전달되었으면 했습니다. 처음으로 느낀 애정, 상실의 슬픔과 되찾고자 하는 열망과 그 이면을 가득 채운 순수한 사랑까지. 이런 감정을 담기 위해 공을 들인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정남 구원남 상처남 직직남 능력남 헉헉. .배불러요...


Q. 65화+후기를 끝으로 약 1년 7개월의 여정을 마치셨습니다. 작품을 진행하면서 팬 분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했던 내용이라거나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 자리에서 속 시원히(?) 공개해 주세요!

A. 아무래도 윤슬의 행복을 위한 여정이 주였던 작품이다 보니, 카사르와의 로맨스는 많이 다루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며 이 둘은 과연 연애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끝에 와 든 생각은 연인을 넘어선 가족의 애정이 아닐까 합니다.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서로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것이죠. 이 감정 안에는 분명 연애 감정도 있을 겁니다. 지구에 남은 윤이한, 윤슬, 카사르, 다은이와 김성철은 아주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윤이한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거든요 ㅎㅎ 아버지인 회장의 재산이 고스란히 윤이한에게 왔으니까요. 윤슬의 제안으로 상당수가 사회에 기부되었더라도 돈이 넘쳐날 겁니다. 모두 사치엔 관심이 없으니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며 오순도순 행복하게 지낼 것 같습니다.



[Outro]

Q. 혹시 지금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지! 작가님을 기다리는 팬 분들을 위한 스포..(꿀꺽)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차기작은 천천히 구상 중입니다! 스토리가 계속 바뀌고 있어서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여자주인공과 그로 인해 일어나는 달달한 청춘 로맨스를 기획 중입니다. 싱그러운 여름 로맨스를 떠올릴 수 있는 학창 로맨스입니다 ㅎㅎ


차기작이 싱그러운 여름을 닮은 판.타.지.로.맨.스..? 나 울어 T,.T


Q. 웹툰 지망생들을 위해 웹툰 작가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일지 알려주세요!

A. 피드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예술가들 중엔 모든 피드백을 칼같이 끊어내며 자신의 길 만을 고집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웹툰은 독자님들과 소통을 하며 매주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대중 예술이기에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자세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건 좋지 않겠지요 ㅎㅎ 하지만 피드백을 수용하고 자신의 작품을 기획부터 결과물까지 그 목적과 의의를 일관성 있는 뼈대로 세운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열심히 노력 중이랍니다!


Q. ‘황제사냥’을 짧게 설명한다면요?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작품 영업을 부탁드립니다!

A. 지구 멸망 후 홀로 이 세계로 떨어진 불멸자 ‘윤슬’. 모든 일의 원흉인 황제를 사냥한다! 여리여리한 외모는 페이크, 일단 주먹부터 나가고 보는 그녀의 심장이 뜨거워지는 액션 판타지! _ 열정과 사랑,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숨 막히는 현실에 살고 계시는 분들께 앞으로 나아갈 힘을 드리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작품을 찾아 주셨던, 찾아 주실 팬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짧고도 길었던 1년 7개월 동안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윤슬의 이야기를 함께 울고 웃으며 달려와 주셔서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황제사냥의 주제인 ‘희망을 잃지 않고 될 때까지 해보자!’처럼, 저 또한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때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보내주신 응원 너무나 감사드리며 다음 차기작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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