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하루 3컷', '금요일' 배진수 작가 인터뷰

EditorAnne | 2018-04-05 18:5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34

[하루 3컷][금요일]

배진수 작가 | 네이버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34 - '하루 3컷', '금요일' 배진수 작가 인터뷰

[출처 : 네이버캐스트 배진수 작가 인터뷰 중]


 배진수 작가는 자신의 웹툰 ‘하루 3컷’을 가리켜 ‘본격 3초 구걸하는 만화’라고 말했다. 읽는데 걸리는 시간 3초가 쌓이고 쌓여 2월 18일 현재 이 웹툰이 독자들과 함께 한 시간은 57분 15초.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횟수로 따지면 1145회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 웹툰에 대해 ‘날로 먹는다’ ‘퀄리티 대비 지나친 조회수를 받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데 드는 시간을 20분이라고 가정한다면(작가는 그보다 더 든다고 했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34 - '하루 3컷', '금요일' 배진수 작가 인터뷰

 그렇다면 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시간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배진수 작가는 ‘1만회’라는 거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림이라고는 낙서밖에 해본 적 없으면서도, 대기업을 퇴사하고 피자배달을 하며 머릿속에 있던 시나리오를 웹툰으로 옮겨 데뷔한 그의 전적(웹툰 <금요일>)을 볼 때, 전망은 낙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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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풀기 토크



목소리가 좀 잠겼는데.

일어난지 얼마 안 됐다. 보통 아침 7시쯤 잠들었다가 지금쯤 일어난다.(인터뷰 시간은 오후 3시경)


취침 시간이 아침이라고? 혹시 작업 때문에 그런 건가? 이전 인터뷰를 보니 <하루 세 컷>을 작업하는데 드는 시간이 20분이라고 하던데.

하하. 꼭 <하루 3컷> 작업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20분만에 딱 끝나지는 않는다. 콘티짜고 작업하면 그것보다는 당연히 더 걸린다.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34 - '하루 3컷', '금요일' 배진수 작가 인터뷰

<하루 3컷>을 볼 때마다 신문의 정치 만평같다고 생각했다. 의도했나?

아니다. 시작할 당시는 <소년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처럼 소위 말하는 병맛 허무개그를 지향했다. 하다보니 작가의 성향이 나오더라. 초기에는 허무 개그, 그 다음에는 시사, 그리고 지금은 그야말로 주제가 없는 만화가 돼버렸다.(웃음)


내용이 쉽지 않다. 때로 베스트 댓글에 설명이 더 잘 되어 있기도 하다. 역시 세 컷 안에 모든 걸 다 담기는 어렵지?

그렇다.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화에는 텍스트를 많이 넣는다. 최대한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기 위해서다. 네이버 댓글 시스템 덕을 많이 본다. 독자들 해석이 곁들여지니 시너지가 난다고나 할까.


<하루 3컷>이 인기웹툰이긴 하지만, ‘날로 먹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물리적인 시간이 얼마 안 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1000화가 넘었다는 건 천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의미다. 독자들 사이에서 ‘감 떨어졌구나’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끝장이라고 본다. 그래서 아이디어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34 - '하루 3컷', '금요일' 배진수 작가 인터뷰

스스로 돌아보기에 현재 감은 아직 좋은 상황인가?

음... 아직까지는 괜찮지 않나 싶다.(웃음) 독자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젖은 수건을 처음에 짜면 물이 줄줄 나오지만 마를 수록 물 한 방울 짜내기 힘든 것처럼, 뒤로 갈수록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건 고생스러운 일인 것 같다.


시나리오 작가를 지향하다 웹툰 작가로 전향했다. 그림에 전혀 문외한이었는데 그게 가능한가? 

그려본 그림은 낙서 정도였다. 처음에는 함께 일하기로 한 그림작가가 있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중간에 그만뒀다. 당시 나이가 이미 서른이 넘었으니 더이상 물러설 수 없어 직접 그리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리고자 하는 모든 컷을 사진으로 찍고, 그걸 보면서 그림그렸다. 손 하나를 그릴 때도 사진을 찍었다. 구도를 봐야 하니까.


‘맨땅에 헤딩’이 따로 없군.

만화 작법을 전혀 모르다보니 얻은 이득도 있다. 다른 분들이 말해줘서 깨달은 건데, <금요일>의 경우 만화 컷이 마치 영화 장면처럼 들어가 있다더라. 그걸 보고 ‘아, 이 작가가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셨다던데.


이전 인터뷰를 보니 고등학생때부터 글을 잘써서 유명 인터넷 까페 게시판에 글을 올려 우수 게시물로 뽑혀 선물도 많이 받았다면서?

게임 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했다. 패러디 글이나 분석글을 많이 썼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이미 메이저 게임 매뉴얼도 만들었다. 글 쓰는 걸 좋아했고 처음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써야겠다 싶었다. 


본인의 웹툰을 영화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겠다.

부럽기도 탐나기도 한다. 하지만 <금요일>도 <하루 3컷>도 옴니버스 식의 작품이라 영화화는 어려울 것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화하기 좋은 분량과 콘셉트로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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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or NO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34 - '하루 3컷', '금요일' 배진수 작가 인터뷰

Q. 다시 태어나도 만화를 그릴 것이다

 A. 예스. 직장도 다녀봤는데, 지금 스트레스가 훨씬 적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뭐였나?

 - 인간관계다. 직장상사나 동료들의 사정에 맞춰 움직이는 것. 하지만 이전 직장 분들과는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좋은 분들이시다.

작가님을 부러워하진 않나?

 - 말은 그렇게 하는데 실제로 그럴까? 다들 직급이 높아져서 괜찮은(?) 상황이더라.(웃음)


Q. 유난히 체력이 꺾인 것을 느낀다

 A. 예스. 나이가 나이니만큼. 원래 체력관리를 하는 편이 아닌데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하려고 한다. 사실 ‘재활’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웃음)

체력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

 - 계속 걷는다. 날이 좋을 때만. 비타민이며 이것저것 챙겨먹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Q. 10년 뒤에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을 것 같다.

 A. 으음. 노. 그렇지만 애매하다. 예스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생활에 걱정 없는 때가 오면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

뭔가?

 - 막연하긴 한데 스탠딩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단역 배우로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와우. 예상을 뛰어넘는 답이다. 무대에 대한 동경이 있나보다.

 - 술자리에서 내가 콩트하면 “왜 형이 아직까지 방송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독보적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란 말을 자주 듣는다. 

유튜브로라도 조금씩 올려보지 그러나?

 - 만일 총각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그럴텐데 (내게) 여러 명의 생계가 걸려있다. 푸하하. 하지만 생각할수록 재미있을 것 같다. 시사 이슈를 섞어 콩트를 한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아직은 생각만 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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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웹툰 작가중에서는 내가 제일 머리가 좋다

 A. 아유, 아니지. 노노노노다. <금요일> 그릴 때 아무것도 모르니까 윤태호 작가님의 <이끼>를 참고하려고 봤다. 그 분은 천재를 넘어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어디 그 분뿐인가. 만화 그리는 분들 중에 똑똑하신 분들 너무나 많다.

요즘 즐겨읽는 웹툰 있나?

 - 웹툰은 챙겨서 안 본지는 좀 됐다. 그나마 <유미의 세포들>? 한번씩 기안님의 <복학왕>도 보고. 챙겨보는 건 그 정도다.

인생만화는 없나?

 - <메존일각>이라고 <란마 2분의 1>작가가 그린 작품이다. 옛날 국내에서 <도레미하우스>란 이름으로 나온 적이 있다. 일본에서도 연애만화, 특히 삼각관계 에피소드의 바이블로 칭하는 작품이다. 이 만화는 반드시 봐야 한다. 기자님도 꼭 보셔라.


Q. 웹툰작가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A. 예스. 아무래도 직장일 할 때 보다는.

가장 의미있었던 소비는?

 - 음. ‘소비’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돈이 없었다면 결혼을 못했을 것이다.(웃음) 

결혼하면 확실히 창작자로서 변화를 느끼나?

 - 누가 그랬지? 마음이 안정되면 슬픈 사랑노래가 안 나온다고. <금요일> 시작할 때는 솔로여서 우울한 톤을 만화로 잘 녹여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심신이 안정되어서.(웃음)

그럼 다시는 <금요일>같은 작품은 볼 수 없는 거군?

 - 새로운 느낌의 단편 SF로 찾아뵙겠다.(웃음)


Q.최근 슬럼프가 있었다

 - 노! <하루 세 컷> 외에도 한 작품 더 준비해야 하는데 논 게 슬럼프라면 슬럼프일까? 원체 게으르다.

이후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 노우. 사실 별로 없다. 스토리 짜는 데는 전혀 부담이 없고, 그림은 원체 못그리니까 그리기 싫을 뿐이다.(웃음)

스토리는 직접 짜고 작화나 채색은 다른 분에게 맡길 생각은 없나?

 - 있다. 상황봐서 결정할 듯 싶다.


Q. 자녀가 웹툰작가 되겠다고 한다면 무조건 지원해줄 것이다.

 A. 음. 노우. 그 전에 일단 봐야지. 보면 안다.

뭘?

 - 노력도 하고 그림체도 좋고 글도 잘 쓰고 다 좋은데 작품에 끌리는 매력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럼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작품에 매력이 없으면 안 하는 게 낫다?

 - 그렇다. 그러면 웹툰 작가가 아니라 그림 작가가 되라고 하겠다. 그림과 스토리의 흡입력 둘다 중요하다. 두 요소의 점수를 합쳐 일정선 이상은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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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피자배달 하면서 웹툰에 도전할 것이다.

 A. 예스. 데뷔가 성사되었으니까 할 수 있는 대답인가.(웃음)

데뷔가 안 되면 무슨 일을 했을까?

 - 마지막 직장이 병원 원무과 계약직이었다. 당시 원무과장님께서 아주 좋게 봐주셔서 정식 직원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은 상태였다. 데뷔를 못했다면 병원 원무과 직원으로 일하고 있겠지.

웹툰계에 큰 손실이었을 거다

 -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거만해보이지 않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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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달라.

일단 <하루 3컷>은 10000회까지 그리는 게 목표다.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마치 <스누피> 시리즈 처럼 몇 십년이 흐른 뒤 ‘아, 우리나라에 이렇게 오래 그린 만화가 있었구나’ ‘이 만화를 보니 몇 십년 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렇게 시대상을 알려주는 사료로서 의의를 갖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하루 세 컷>을 계속 그리면서 추가적으로 다른 작품들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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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망생을 위한 장비 & TIP 인터뷰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구태의연하고도 실질적인 팁을 준다면? 

강연 때마다 “못 그려도 괜찮아요”라고 말 했다가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부족한 그림실력을 상쇄하는 이야기, 다른 사람이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창의력은 어디서 오나? 머리가 좋고 사고가 특이한 사람이 창의력이 뛰어난 게 아니다. 창의력은 내가 알고 있는 요소들을 짬뽕하는 거다. 이런 방향, 저런 방향으로 꼬기도 해보고 바꿔도 보는 게 창의력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만화를 그리고 싶은 분은 뭐든 많이 읽어야 한다. 재료가 있어야 하니까. 하다못해 과자 봉지 뒤에 성분표라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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