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굉장히 자료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사전 자료조사는 얼마나 하셨나요?
거의 안 했습니다. 문학이나 혁명, 둘 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자주 가서 익숙했던 길을 반추하며 그린다는 느낌으로 접근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그리는 게 연재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문학에 대한 비유가 여러 번 등장해요. 즐겨 읽는 장르,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인가요?
만화만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읽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는 쪽이라면 SF 장르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공각기동대> 같은 애니메이션에 크게 감명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은 많은데,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것은 오이마 요시토키 작가의 <불멸의 그대에게>랑 나가베 작가의 <바깥나라의 소녀>입니다. 두 작품 다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냈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어서 좋아합니다. 그림도 너무 좋고요. 그래픽 노블 도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탑툰에서 연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네이버 도전 웹툰에 4화쯤 올렸을 때, 탑툰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연재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 플랫폼에 연재를 준비하고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연재가 차일피일 미뤄져서 그 플랫폼과는 작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 여러 플랫폼에 연재제안을 넣었는데 탑툰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미팅을 나누었을 때 관계자분들이 제 작품을 잘 이해해주고 계셔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플랫폼의 답변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연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4화만에 연제제의가 들어오셨다니, 꽤 빠르게 제의가 들어오신거 같아요. 그럼 실질적으로 도전 웹툰에 작품을 올린 후에 탑툰에서 연재를 진행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신건가요?
약 6 개월정도 걸렸습니다. 도전웹툰에서 한 달, 이전에 있던 플랫폼에서 4개월 정도 준비하고 탑툰에서 한 달 정도 세이브 원고를 쌓고 연재에 들어갔습니다.
근래 챙겨보는 작품이 있나요?
웹툰이라면 거의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연재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챙겨보던 작품들의 앞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서 연재가 끝나고 나면 몰아서 봐야지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일수록 방해받지 않는 상태에서 집중해서 꼼꼼하게 보고 싶습니다.
(첫 인터뷰 당시)50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하시면서 가장 큰 고민이나 난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요?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은데 맞나요?
- 난관은 별로 없었습니다. 만화를 한 번 포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인지, 두 번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힘을 냈습니다. 연재초기 큰 관심을 받지 못해서 힘들었지만, 연재의 종료는 완결이 났을 때거나 아니면 플랫폼이 제안했을 때라는 생각으로 작품만 바라봤습니다. 그렇게 연재를 하면 할수록 마음이 단단해진 것인지 큰 고민거리였던 차기작 연재도 “까짓 거 잘 안 되면 또 그려보지 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연재는 이제 정말 막바지입니다. 콘티도 완결까지 거의 다 나왔고, 사실상 그림으로 옮기기만 하는 작업만 남아있습니다.
작품 심층 인터뷰
Q. <라이트x라이트x라이트>라는 제목은 어떻게 지은건가요?
책을 쓰는 이야기니까, “쓰자!”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Write를 반복해서 써놓고 난 다음에 그걸 변주해서 비슷한 발음의 Light, Right, Write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떠올렸는데, 작품의 주제와 어울려서 바로 결정했습니다.
Q. 몇 화 혹은 몇 부작으로 생각하고 계시나요?
이제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아서, 화수를 말하는 것도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하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Q. 스토리와 작화 모두 밀도가 상당합니다. 독자로선 좋지만 한편으론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작업 사이클은 어떻게 되시나요?
스토리는 마감을 마치고 잠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다 구상합니다. 생각이 안 날 때는 제 작품을 다시 복습하면서 이걸 복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사나 전개를 캐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구상을 대본으로 작성한 다음에 콘티로 옮깁니다. 그 작업을 쉬는 날 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하고 쉬고 싶어서 한 2시간 정도만 투자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6일을 내리 원고작업만 합니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하고 평균적으로 아침 9시 반쯤 작업에 들어가서 잠들 때까지 계속 원고만 합니다. 그리고 마감 날 편집을 하면서 대사를 전반적으로 퇴고합니다. 대본이나 콘티를 짤 때는 보이지 않았던 캐릭터의 연기나 분위기 등이 생각지도 못했던 대사를 창조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일주일에 약 14시간 정도를 빼면 원고작업만 하는 것 같습니다.
- 복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사나 전개에 대해서 캐치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그런 것에 대한 정리나 작품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설정에 대해 정리한 것이 있나요? 있다면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네요.
작품 내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놓고, 캐릭터의 나이를 대입해보면서 시간적으로 교점이 있는 지 점검하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내에서 밝히지 않은 캐릭터의 나이에 대한 설정은 있지만 작품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설정은 거의 없습니다.
Q. 단도직입적으로, 현재 만족하시는지?
못합니다. 처음으로 CG로 만화를 그려서 그런지 시행착오도 많았고, 그림체도 이것저것 실험중이라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재초기에는 빨리 연재하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독자들을 신경 쓰지 못했는데 연재 중반에서야 독자들이 어떻게 볼 지 의식하면서 그리기 시작해서, 연출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필연적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이것만큼은 정말 수정하고 싶다! 하는 회차는 어느 회차인가요?
어제 마감한 회차가 마음에 걸립니다.
Q. 혹시 차기작 구상하신 게 있나요?
네. 여러 가지 내용들을 구상했는데, 현재 적극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사극과 SF가 혼합된 디스토피아 액션 판타지 장르가 될 것 같습니다. 말해놓고도 무슨 만화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영국 드라마 <스킨스>도 무척 좋아해서 그와 같은 막장 청소년드라마도 하고 싶은데, 우리나라 현행법상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YES or NO 인터뷰
Q. 다시 태어나도 작가를 할 것이다.
A. YES. 멍 때리고 있는 시간을 일의 일환으로 삼을 수 있는 직업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요즘 작업하면서 체력이 꺾인 것을 느낀다.
A. YES. 특히 폐활량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2km정도 뛰는데 죽는 줄 알았습니다.
- 그래도 매일 아침마다 운동으로 체력관리를 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같은 작가분들이나 지망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체력관리 방법이나 운동이 있을까요?
제일 중요한 건 아무래도 충분히 자고 충분히 쉬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일 텐데, 작가나 지망생들,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지키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운동은 인터넷에서 성공사례 같은 것을 찾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대뜸 나가서 뛰라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저의 경우에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는 것뿐입니다.
Q. 솔직히 내 만화가 제일 재미있다.
A. YES. 그렇게 생각하고 작업하는 것이 쉽게 지치지 않고 좋은 것 같습니다.
Q. 10년 뒤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A. NO. 작가와 돈 많은 백수 이외의 직업에는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 만약 돈 많은 백수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은?
피아노 다시 한 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네요.
Q. 밤샘 작업할 때 내 모습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다.
A. YES. 미형의 캐릭터를 그리다가 문득 거울을 쳐다보면 조금 그렇습니다.
- 라이트X라아트X라이트에서 가장 미형이라 생각하는 캐릭터는?
그레고르 입니다. 처음에는 악역이라서 상어 같은 느낌으로 디자인 했는데, 매력 없다는 평가를 받아서 완전히 미형의 캐릭터로 새로 디자인했습니다. 미형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캐릭터는 애초에 이 캐릭터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Q.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NO. 독자들이 얼마나 따라 와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긴 합니다만, 재밌을 거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 듭니다. 머릿속에 막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샘솟고 있어서 빨리 그리고 싶은 생각 밖에 없습니다.
오~ 자신감이 넘치십니다!
업계 선배의 꿀팁
직씨 작가님의 작업실 책상. Wacom Cintiq 13 HD와 큰 모니터, 큰 스피커들이 눈에 띕니다.
일주일 스케쥴은 어떻게 되시나요?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목요일에 하루 정도만 쉽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원고만 합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없는 관계로 빡빡한 일정에 맞춰 일하는 편입니다. 관리방법은 오늘 해야 할 목표를 설정해놓고 그걸 완수할 때까지 자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일찍 완수하면 그 이상 일하는 것도 없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기어코 일을 스스로 더 만들어 버리더라고요. ‘오늘 일찍 끝났으니 뒤에 사람을 하나 더 그리자’ 라는 식으로 말이죠.
- 도움 주시는 분들이 없다고 하셨는데, 자신의 여력이 되는 정도 내에서 어시를 쓰고 그 시간에 스토리 등에 조금 더 투자를 하는게 좋다는 작가분도 있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혹시 안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가능하다면 어시를 쓰고 작가는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화는 결국 이야기가 용골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더 신경을 쓰는 게 맞는 것이고요.
저의 경우에는 연재초기 작업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아서 어시를 쓸 수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어시를 써야 서로 윈윈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고요.
지금은 작업방식이 다소 정돈되어서 어떤 부분은 어시를 쓰면 좋겠다는 확신이 들지만, 연재초기엔 이것저것 능률이 좋은 작업방식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어시를 투입할 타이밍을 놓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조금 미련한 편이기도 하고요.
아마 차기작에서는 여건에 따라 도움을 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장비는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Wacom Cintiq 13 HD 사용하고 있습니다.
- 그 장비를 사용하시는 이유나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형이 빌려줬던 장비를 그대로 샀습니다. 장점은 액정이 작아서 포터블하고, 동일모델의 사이즈가 큰 버전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저는 정교한 작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연재 이후에는 더 큰 사이즈로 바꿀 예정입니다만, 상대적으로 선이 적은 작화를 추구하시는 분들은 시작장비로 사용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싼 가격은 아니라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타블렛과 친해지는 시간을 고려하면 액정 타블렛이 옳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