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썅년의 미학' 민서영 작가 인터뷰

툰가 77호 | 2018-07-23 19: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40

[썅년의 미학]

민서영 작가 | 저스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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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풀기 토크


Q. '썅년의 미학'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연재를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성인 웹소설 작가를 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면서 성인 웹소설 작가로서 겪게 되는 일들이 있었어요. 성적으로 본다던가 성희롱을 한다던가... 그런 시선들을 조롱하기 위해 그렸던 작품이 '직업으로서의 야설가'였어요. 원래 한컷에서 네컷 정도로 짧은 분량으로 연재를 했었는데, 그때 보던 일반 독자분들도 공감을 해 주시더라고요. 그러다 생각이 든 게 좀 더 포괄적으로,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처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그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그리게 되었죠. 그때는 제목도 따로 없다가 2016년쯤 했던 인터뷰 중에 처음으로 썅년의 미학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걸 아예 제목으로 삼게 됐어요.


Q. 연재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를 했었어요. 연재를 하다가 2월달 쯤 재담미디어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재담미디어는 제가 인턴으로 취업해서 웹툰 PD를 했던 회사였는데(그때 작가님들한테 재촉전화도 하고 그랬죠), 그때 이후로 인연을 이어가다가 대표님께서 제가 그린 만화를 보고 '어, 서영아 그러면 우리랑 계약 하자.' 그러시더라고요. 원래 생각은 SNS쪽에서 계속 연재를 하고 책을 기반으로 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저스툰이 오픈을 한 상태였고, 교양 쪽의 만화를 찾고 있었기에 연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오, 그럼 PD시절 만난 작가님들 중 기억에 남는 작가가 있으실 까요?

많은 작가님들을 만났었죠. 젊은 작가님들 중에서는 조원표 작가님, 예환 작가님. 그때 당시에는 부천 원미구청 쪽에 작업실이 있었고 그 근처에 거주 중이었거든요. 그쪽에 계신 작가님들도 많이 뵈었었고, 진흥원 쪽에 계신 작가님들이나 원로 작가님들도 많이 뵈었었죠. 그때 다양한 작가님들을 뵈었던 게 도움이 되기도 한 것 같아요. 


Q. 소설 vs 만화 vs 애니메이션 vs 영화 어느것을 주로 보나요?

어릴 적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지금은 만화와 영화를 자주 봐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도 있지만 보통은 같은 영화를 작업하는 내내 틀어놓는 편이죠. 콘티를 짜고 나면 단순작업에 가까워서, 작업물만 쳐다보면 기계가 된 것 같아서 같이 틀어놓고 보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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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좋아하는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만화의 경우는 일본 작가로는 이번에 네이버에서도 연재하시는 히가시무라 아키코 작가님을 좋아해요. '해파리 공주'라던가,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라던가. 다른 일본작가 같은 경우에는 '실연 쇼콜라티에'를 연재하셨던 미즈시로 세토나 작가님을 좋아하고 있어요. 인간의 가장 어둡고 질척질척한 마음을 행간에 잘 표현하셔서 좋아하죠. 한국 작가님 같은 경우에는 지금 '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를 연재하시는 임주연 작가님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는 제 10대를 책임져주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같은 경우에는 특정 감독 작품보다는 서사에 많이 집중하는 편이에요. 주로 좋아하는 작품은 여성 중심 서사 작품. '고스터 버스터즈'라던가 '러프 나잇'이라던가 '배드 맘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오션스8', '허스토리'도 봤는데 의미있으면서 재미도 있었어요.

- 그러면 웹툰에선 어떤걸 좋아하시나요?

저스툰에 있는 작품 중 여성 중심 서사가 되게 많아요. '안녕은 하세요'라던가, '식탁 아래 블루'라던가. 이런 작품같은 경우에는 작가님들이 공부를 많이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다음에서는 '과격자매단, '지옥사원'이나 '이태원 클라쓰'. '이태원 클라쓰'의 경우는 여성 중심 서사는 아니지만 성별에 관계없이 역할이 잘 분배되어 있다는 느낌? 네이버에서는 '가담항설'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Q. 집에서 노는 것과 밖에서 노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으신가요?

반반이에요. 외향적 내향성 인간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인사이드 아싸라고 부르고 있어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정말정말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어 하는데 막상 만나려고 하면 귀찮아져요. 기본적으로는 사람 만나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굳이 기회를 열심히 잡으려고 하진 않는달까요?


Q.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녹색당 신지예 후보가 나와서 4위를 하기까지 “페미니즘” 이라는 주제로 봤을 때, 요 몇 년사이에 한국은 꽤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에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모든 변화는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한국사회는 지금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도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2년 사이에 정말 많은 것이 바뀌고 있어요. 옹달샘 사건도 그렇고 최근에 있던 홍대 몰카사건처럼 성별이 바뀐 사건도 동일범죄 동일수사라는 슬로건도 그렇고. 단 2~3년 만에 사람들의 인식이 빠르게 바꼈어요. 인식이 바뀐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해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을 이르는 말로, 주로 진보적인 사회 변화에 따라 기득권층의 영향력이 약해질 때 그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다.)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요. 몰론 그게 무섭기는 하지만, 우리는 문명을 향해 더 나아가는 과정에 있고, 결국에는 여성/남성 그리고 모든 성들이 평등하게, 똑같이 대접받고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신지예 후보가 출마한 것 같은 경우에는 정말 이 후보가 나와서 이래도 된다라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발전이 돼서 말을 꺼내는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지적을 하는 사람이 잘못됐다고 인식하는 식으로 바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 만화도 연재될 수 있고, 출판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 오, 출판 계약이 된 건가요?

8월 초쯤에 출판이 될 예정입니다(웃음).

- 와~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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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심층 인터뷰


Q. 썅년의 미학이라는 제목을 선정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썅년의 미학'이라는 말을 한 후에 이걸 제목으로 삼게 되었어요.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인터뷰에서 말하게 된 계기' 자체가 그거였어요. 사실 지금 우리는 여자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말하는 걸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예를들면, 여성들이 '배고프다'라고 말했을 때 주변에서는 '야, 너 살쪄.' 같은 반응이 돌아오잖아요. 사실 먹는 건 정말 기본적인 욕구인데. 잠 좀 자러 가야겠다 그럴 때도 그래 뭐 미녀는 잠이 보약이래. 이런 식으로 여성은 계속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내 마음대로 살겠다고 하면 듣는 말이 여러가지가 있어요. 잡년, 신여성, 모던걸. 그런 새로운 여성을 표현하는 단어는 보통 멸칭에 가까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게 잡년 아니면 썅년인 것 같은데, 썅년이 좀 더 어감이 세죠. 그래서 남한테 썅년이라는 말을 들을 거면 내가 날 썅년이라고 먼저 부르고 내 마음대로 살겠다 이거에요. 그래서 그때 썅년이라는 말을 쓰자는 생각을 했죠. 미학이라는 단어는 그냥 붙인 거에요.(웃음) 미학이라 할 만한게 뭐가 있겠어요. 여성이 살면 그냥 사는건데. 비틀어서 말한 거에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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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홈에 보면 “야한 것을 좋아하지만, 너랑은 안해.” 라는 작품 소개 글이 있습니다. 이 문장에 포함된 의미와 그것을 내세우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이것도 전에 인터뷰를 했었을 때 했던 얘기였어요. 맨 마지막 슬로건이 '난 야한거 좋아하지만 너랑은 섹스 안해' 이거였어요. 그때는 만화를 그리지 않고 제가 성인 소설을 쓸 때였거든요. 여성이 성인소설을 쓴다 하면 남성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음흉한 시선이 돼요. 저 여자는 성에 개방적인 여자니까 당연히 나랑 자 주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그래요. 

실제로 누가 저한테 물어보기도 하더라고요. "서영아, 그럼 넌 누구랑 섹스해?" 그래서 대답 했죠. "제가 하고 싶은 사람이요." 

되게 당연한 이야긴데 남성들은 보통 저 여자가 성에 개방적인데 나랑 안 자주면 썅년이라 불러요. 그런 시선들을 자꾸 받다보니 되게 우습지만 남성들을 발끈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야한 걸 좋아하지만 너랑은 안 한다. 너한테 대상화되지 않을 거다. 그런걸 조롱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기도 하고 제 진심이기도 해요.


Q. 이전엔 웹툰 PD로도 활동했었고 그 뒤에는 소설도 연재하셨고, 지금은 웹툰을 연재하고 계신데, 다른 직업과의 차이점과 웹툰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직장생활을 할 때는 루틴이 있었어요. 이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잘 안 맞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웹툰 PD들은 회사원이니까 회사에 와야 하잖아요. 회사에 와서 어느정도 시간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반면에 웹소설과 웹툰은 자기가 작업할 시간과 장소를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웹소설의 경우는 직장을 다니면서 썼었어요.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책임소재. 직장생활을 하면 내 위에 상사가 있어서 엄청 큰 트러블이 생겨도 제가 직접 타격을 입을 일은 많지 않아요. 그건 장점일 수 있죠. 나라는 개인이 회사에게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까. 단점은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게 돼요. 나란 사람은 회사의 일부분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없고. 


웹툰PD같은 경우에는 작가와 같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모든 크레딧은 작가가 가져가게 돼요. 기본 틀만 작가가 만든 거고 진행사항은 내가 다 만들었다해도 그거에 대한 원고료와 권리 등 모든 건 작가한테 가게 되는 거죠. 이것까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가님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기획 부서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PD가 작품의 기본적인 틀을 쭉 만듭니다. 보통 CP사에서 많이 취하는 경우인데, 글 작가를 영입을 하고, 그림 작가를 영입을 해서 매절 식으로 진행을 해요. 그렇게 되면 아이디어는 웹툰PD가 냈는데 비용을 받질 못해요. 월급 안에 전부 포함되어 있는거죠. 


웹소설이나 웹툰 작업 같은 경우에는 돈을 모아두고 시작하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전에 트위터에서 어떤 분이 회사를 그만두고 웹소설 작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글을 올린 걸 봤는데 경험자로써 해 줄 수 있는 조언으로는 돈을 적어도 1,000만원쯤 모아두지 않은 이상은 직장을 그만두지 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썼고, 회사를 그만 둔 후 작가를 준비하는 1여년의 기간 동안에는 그간 저금한 돈으로 버텼습니다. 어쨌든 돈이 있어야 살 수 있잖아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돈이 있어야죠. 


그 다음으로 소설이나 웹툰은 책임소재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데요. 웹소설이든 웹툰이든 매니지먼트가 있어도 내 작품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게 돼요. 내용이 편집부서랑 회의해서 나온 내용이던 그 쪽에서 정해준 내용이던 작가 입장에서는 내 책임이기 때문에 그걸 내가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하는 것 같아요. 내가 하려는 말이 작품에 들어가 있으면 그 작품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웹소설이랑 웹툰을 할 때도 내가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가느냐도 중요하긴 하지만 작품의 메세지를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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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대부분의 소재가 작가님이 실제 경험했거나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웹툰에 나오는 내용은 중 직접 경험, 생각, 주변의 경험의 비중이 어떻게 되나요?

직접 격은 일은 한 30~40%정도에요. 그런데 포괄적인 경우가 많아서... 순수 경험담은 몇 개 정도 있어요. 여자가 술 따라야 제 맛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로 어떤 작가분이 농담으로 "야, 여자가 술을 따라야 제맛이지" 이러더라고요. 어쨌든 친하니까 따라드리고 저도 똑같이 농담으로 "남자가 술을 따라야 제맛이죠. 어디 한 번 따라보세요." 라고 했었죠. 또는 전에 그렸던 내용 중에 지하철 안에서 앉아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리를 벌리고 앉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다리 좀 오므려달라 이야기를 했더니 그 사람이 일어나서 나한테 미친년이라고 욕을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칸 안에 다 들리도록 지금 나한테 미친년이라 한 거야? 라고 말을 했었죠. 그랬더니 그 사람이 도망을 가더라고요. 그런 내용을 만화에 그린 적도 있고. 그 외에는 언니나 친구가 겪은 이야기, SNS 지인들이 겪은 이야기를 허락을 맡고 소재로 쓰는 경우도 있고, 경험담이 아니더라도 포괄적인 이야기 같은 경우도 다루기도 하죠.


Q. 그 외에 따로 소재를 얻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시는 것도 있나요?

있어요. 회차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미니 칼럼을 같이 써서 올려요. 약 1,000자 쯤 되는 칼럼이나 에세이 형식으로 올리는데 그때 올라가는 내용 같은 경우에는 만화 안에 다 담지 못한 내용을 같이 쓰기도 해요. 그때 자료조사를 같이 하죠. 통계라던가, 범죄율이라던가 임금 차이에 대한 내용들요.


Q. 지금 생각하면 가장 기분 나빴던 성차별적인 경험을 알 수 있을까요?

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겪었던 일이에요. 외가쪽 가계도가 어떻게 되냐면 저희 어머니가 장녀고, 아래 딸이 둘, 그리고 이모. 어머니의 동생한테 아들이 둘. 그리고 막내인 삼촌한테 아들이 하나인데요. 그때 장례식장에서 부조금을 받는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거기 아들이 없으면 안 된다고 삼촌의 친구를 데려왔더라고요. 몰론 그게 아마 여자들끼리 앉아있으면 차별을 받을까봐 보호하는 차원에서 한 행동이긴 했지만, 삼촌 친구가 옆에 앉아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체 아들이 뭐길래, 남의 집에서까지 아들을 빌려와야 하나' 그런 생각이 첫번째로 들었어요. 

두 번째는 장례식장 입구에 치르는 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전광판이 있어요. '누구누구의 장녀' 이런 식으로. 그런데 제가 제일 꼴찌로 적혀 있더라고요. 제가 같은 항렬에서 순서로 보면 둘째인데. 다른 사촌들이 다 아들이니까. 초등학교 2학년인데 얘가 장손이라 제일 위에 적혀 있고, 저는 제일 아래 있고. 아들들 중 한 명은 대학생인데 시험기간이라, 한 명은 중학생이라 공부하느라 못 오고요. 일은 언니랑 제가 둘이 다 했는데. 정말 아들들이 뭐길래 걔네들은 그럴 수 있고 나는 왜 여기 있지,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어요. 우리 집안이 꽤 평등하게 큰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일을 겪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인 일 말고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그런 것들인데, 그런건 범죄의 영역이니까. 기분이 나쁘다 수준으로 끝날 수 있는 게 아니죠.


Q. SNS에서 여자분들 사이에서 일명 사이다 웹툰으로 많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반응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반응이든 고맙죠. 그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반응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에요. 최악은 무플, 무반응이라고 하잖아요. 전에 SNS에 연재할 때 항상 들어와서 악플을 다는 남자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맨날 들어와서 본다는 건 이 사람은 결국 내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내게 정성스러운 감상을 남기는 사람만큼 이 사람은 날 정말 너무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인 것 같고.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요. '언니 너무 좋아요' 같은 반응도 감사하지만, 어떤 방향이던간에 내 만화를 읽고 변하는 사람들을 보는게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언니 같은 경우가 그랬어요. 언니는 페미니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는데 내 만화를 읽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어, 이게 여성 혐오인가? 하는 말을 하더라고요. 제 주변에 있는 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변하더라고요. 여성분들 뿐만 아니라 남성분들도 '아, 내가 말을 조심해야겠다.', '이것도 여성혐오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왜 기분이 나빴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이야기 해 주니까 왜 기분이 나빴는지 알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누군가가 내 만화를 읽고 영향을 받았고, 그거에 대해서 본인이 어떤 방향으로든 응용을 하거나, 아니면 당장 현실은 내가 그럴 수 없지만, 속으로 생각했을 때, 시원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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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중에서도 가장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에피소드로 기억되는 것은 어떤 것이 있나요?

1화에서 나온 내용인데 남자가 여자보고 너는 머리 길면 예쁠텐데 라고 말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여자가 미용실에서 투블럭으로 밀어버리는 내용이 있어요. 그 편에 사람들이 많이 공감을 하더라고요. 내가 날 꾸미는 건 나를 위한건데 왜 남자들 기준에서 판단을 하느냐, 하는 내용의 웹툰이 있었고. 또 하나는 택시 편인데 남자가 택시를 탔을 때와 여자가 택시를 탔을 때의 상황 비교 내용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남자와 여자가 뒤바꼈다는 내용이에요. 흔한 명절날의 모습을 남녀를 바꿔서 그린 내용이었어요. 그걸 보고 평소에 공감이 안 간다던 남자 팀장님이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소에는 여성 혐오를 자각 못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확실이 와 닿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여성분들에게는 현실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면, 남성분들에게는 바꿔서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이번에 50화가 올라왔습니다. 몇화까지 예상하고 계신가요?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연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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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or No 인터뷰


Q. 다시 태어나도 만화를 그릴 것이다.

yes. 재밌으니까.

- 웹소설 작가와 만화가, 웹툰PD 중에서 고른다면?

지금까진 만화가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그래도 글 쓰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창작 일은 계속 할 것 같아요.


Q. 요즘 작업을 하면서 체력이 꺾인 것을 느낀다.

yes. 지금 도수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여러가지로 노력을 해도 체력은 나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 체력 회복을 위해 하는 운동이나 식이 요법은?

최근에 아쿠아로빅을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잘 못하고 있어요. 먹는 건 다양한 영양제를 챙겨먹고 있고...그 외에는 하루에 15분정도 햇빛보기?


Q. 솔직히 내 만화가 제일 재미있다.

으음...yes. 내 만화 같은 만화 중에선 내 작품이 제일 재밌다고 생각해요. 교양만화 쪽에서는.

- 교양만화가 아닌 작품 중에서는 어떤 장르의 작품을 좋아하시나요?

장르는 가리지 않고 서사가 좋은 작품은 대체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장르 관계 없이 공부를 많이했다고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리고 스토리가 묵직한 내용을 좋아해요. 주제 의식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Q. 10년 뒤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만화가라는 직업만 놓고 봤을 때는 yes. 작가라는 포괄적 직업에서 봤을 때는 no.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을 것 같아요.


Q. 밤샘 작업할 때 내 모습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다.

yes. 거의 반시체? 거의 좀비죠. 작업을 할 때는 거의 정신 놓고 작업한달까요. 집중하느라 주위 소리도 잘 못 듣고 그런 타입이다보니, 가족들이 걱정하기도 해요. 


Q.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yes. 첫 작품이 페미니즘에 대한 시사만화다보니 다음 작품도 비슷한 장르면 페미니즘이라는 주제 하나에 고착화 될까 걱정돼요. 다음에는 서사가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몰론 그 안에 페미니즘적 메세지가 들어갈 순 있겠지만, 아마 그게 메인이 되진 않을 것 같아요.

 - 다음에 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가요?

생각해둔 작품이 2개 정도 있어요. 하나는 정통 액션물. 장르 붕괴여서 내가 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내용이 나올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 장르를 하고 싶어요. 아마 높은 확률로 다음 작품으로는 드라마 쪽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액션은 아마도 그 다음?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yes. 지름신을 영접하기도 하고. 아이돌 뮤비같은 거 틀어놓고 막춤을 추기도 해요. 춤 추는 걸 좋아해서. 아니면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청소를 하기도 하고. 

- 청소를 좋아하산다니, 방이 깨끗하실 거 같아요.

그건 NO. 청소를 좋아하는 것과 정돈이 되어있는 건 달라요. 분명 청소를 해 놨는데 마감을 끝내놓고 보면 늘 주변이 어질러져 있어요. 막 제자리로 돌아오는 마법 같달까. 방은 청소를 해놔도 늘 어질러져 있어서 방 말고 부엌 같은 다른 장소를 치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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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관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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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장비를 사용하시나요?

아이패드 프로를 사용해요. 원래는 큰 걸 쓰기도 했는데 장비도 무겁고 제 작품에는 굳이 필요가 없더라고요. 콘티부터 선따기, 채색까지 이걸로 작업하고 나머지 식자나 레이아웃 작업만 컴퓨터로 작업 해요. 작업 자체가 심플해서 이걸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기성 작가님들이 그림에 노력을 해보라고도 말씀은 하시는데, 일단 추구하는 그림체가 심플한 작업이라. 제 작품은 그림보다는 메세지가 중요하니까요. 전용 거치대도 만들어 줄 정도로 지금은 이 아이를 사랑하고 있죠. 

- 그렇다면 다른 작품을 시작하시면 장비를 바꿀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마도 이걸로 계속 작업할 것 같아요. 지금 이 그림체를 시그니처로 가고 싶고요.


Q.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시는지 알고 싶어요.

메디방을 사용하고 있어요. 클립스튜디오도 사용은 해 봤는데, 처음 작업 시작을 메디방으로 해서 메디방이 더 익숙하라고요. 다른 작품을 하게 된다면 효과가 많은 클립스튜디오도 사용할 것 같긴 한데, 지금 작업은 워낙 심플하다 보니 굳이 여러가지 기능을 쓸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메디방이 불편한 점이 있다면 텍스트 작업이 좀 불편해요. 그래서 식자 작업은 포토샵으로 작업하고 있죠. 

- 작업 루틴은 어떻게 되시는지

크게 정해진 루틴은 따로 없어요. 콘티는 상시로 짜놔요. 괜찮은 소재가 있으면 글콘티로 먼저 정리를 하고, 그림콘티로 완성하면 바로 선 따고 채색까지 합니다. 콘티만 미리 짜져 있으면 그림 작업은 채색까지 이틀 정도로 작업 자체는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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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웹툰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

돈 되는 작품을 그려야 합니다. 내가 그리고 싶은 작품을 독자들이 원하는 내용과 적절히 결합을 해야 해요. 예를 들면 정통 액션물을 그리고 싶잖아요. 요새는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으니까, 주인공을 여자로 한다던가, 아니면 조연들에게 역할을 더 준다던가. 혹은 아포칼립스물을 그린다면 재난 상황에서는 여성들이 생리를 어떻게 할 건가. 그런 내용을 다루는 것 만으로도 독자들은 작가가 이런 쪽에 관심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 걸 신경썼다는 작품이 나오면 독자들은 매우 좋아해요. 지금은 SNS 입소문도 강하니까, 그런 소재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플랫폼 입장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돈이 되는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활용해서 작품을 그리면 독자들은 충분히 열광하고 플랫폼도 좋아하죠. 

그리고 저같은 경우는 네 컷 만화를 정기적으로 SNS에 꾸준히 올렸었잖아요. 그런 식으로 작품을 꾸준히 올리면 유입층이 계속 들어와요. 어떤 식으로든 작품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그리고 올려서 노출을 시키면 독자들이 열광을 하게 되고, 그러면 플랫폼 쪽에서도 연락을 하게 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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