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목욕탕' 김경일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42
[괴기목욕탕][68단계][요괴의 집]
김경일 작가
몸풀기 토크
Q. 날이 많이 더운데 작업에 무리는 없으신가요?
확실히 많이 더워서 힘들어요. 에어컨을 틀긴 해도 덥지 않을 때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마감도 원래는 제때 하는데 요즘은 평소보다 많이 늦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작업 효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Q. 작업실이 따로 있으신가요?
네. 집 근처에 작업실이 따로 있어요. 작업실로 출퇴근을 하죠. 작업실에서도 하긴 하지만 퇴근한 후에도 계속 그려요. 조그만 모바일 스튜디오를 사용해서 자기 전에 2~3시간 정도 또 작업하는 거에요. 다른 작가분들도 그렇겠지만 평균 15시간 정도는 그리는 것 같아요. 요새는 분량이 75~80컷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죠. 새벽까지 작업하기도 하고 그래요.
-헛, 그럼 작업실에서 작업하시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신 거 아닌가요?
그래도 집에서는 조금 느슨하게 작업합니다. 가장이니까 집안일도 하고 애기들과 이야기도 하면서요.
Q. 괴기/공포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일단은 다른 장르보다 재미있어요. 독자들의 반응이 보는 게 재밌죠. 내가 만든 캐릭터와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유발 시키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제 장점이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거라 공포 장르 쪽에서 강점으로 살릴 수 있는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공포하면 여름&겨울이죠. 여름이나 겨울이면 괴기/공포 장르 수익이 더 올라가나요?
여름에 확실히 수익이 많이 올라가는 편이에요. 작품들이 유료 작품이다 보니 괴기 목욕탕은 완결된 지 11년 된 작품인데도 매달 들어오고 있어요. 최근에는 시즌2를 연재 중이다 보니 시즌1을 재결제 해주시는 분도 많은 편이고. 여름에 확실히 호황이에요.
Q.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품의 방향성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나요?
<이토 준지 공포 만화>요. 만화가가 되기 전부터 좋아했어요. 근데 이토 준지 작품도 보다 보면 일부는 일본 정서에 한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아무래도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 편이 있다 보니 한국 정서를 살리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최대한 보편성을 추구하도록 노력했죠. 그리고 공포물은 공포 하나만 택하면 안 돼요. 그래서 괴기 목욕탕에는 보편적인 문제 의식을 주제로 같이 추가했죠.
- 이토준지 시리즈 외에 한국적인 공포물로 좋은 작품이 있다면?
김태헌 작가의 <딥DEEP>이요. 만화가 중에서도 성향이 맞는 사람들이 있어요. 김태헌 작가가 그런 편이에요. 리얼리티한 대셍력, 미장센, 연출력 등이 부럽고 또 그런 면을 많이 참고하기도 해요.
Q.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는 화가와 만화가의 꿈을 같이 갖고 있었어요. 동국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을 했었죠. 만화와 서양화를 동시에 같이 하고 있었어요. 그때는 당연히 그림 그리는 사람은 만화와 그림을 같이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당시에는 학과에서는 만화를 되게 낮게 취급하더라고요. 교수님들도 제 그림 보고 만화같다고 하셨고요.
대학교 4학년 때 수채화 미술전에 서양화를, 서울문화사에는 단편 만화 투고를 했어요. 둘 중 투고해서 성공한 쪽으로 가자고 마음을 먹었었죠. 결과는 예상하시겠지만, 수채화 미술전은 떨어졌고 서울문화사에서는 붙었어요. 그 후에 문화일보 미술부 기자로 취직을 하게 됐죠. 기자라고 해도 취재하기보다는 만평이나 캐리커쳐, 삽화 등을 그리는 자리였어요. 직장 생활도 다니다보면 경력이 되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어느날 문득 돌아보니 8년이 지나있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여기서 그만두지 않으면 작가로서의 감각이 죽겠다 싶었죠. 그 후에 KT&G 상상마당에서 괴기목욕탕이 당선이 되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시작하게 됐죠. 그래도 유료 만화가 정착되기 전에는 꽤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림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양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외주도 많이 받고, 벽화나 삽화같은 것도 그렸죠. 그러다 괴기목욕탕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히트를 치고 상승기를 타게 됐습니다.
- 회사를 그만 둘 때 반대는 없었나요?
반대를 하긴 했었는데 그 간의 모습이나 그쪽 분야에서 보여준 실력 때문에 크게 반대는 받지 않았어요. 다들 언젠간 만화가를 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작품 심층 인터뷰
Q. 괴기목욕탕을 연재하시면서 작가님이 재미있게 연재했던 에피소드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세요.
둘리보스(조폭) 에피소드를 재밌게 그렸어요. 잘못된 사람을 응징하는 이야기니까요. 시즌 2에서는 그 둘리보스 포지션을 목사가 이어받고 있어요. 하지만 그리면서 사실 걱정은 좀 됐죠. 아무래도 종교계를 건드리는 거니까… 그런데 옛날 같았으면 한 소리 들었을텐데 별 얘기 없더라고요.
독자들에게도 중간에 둘리보스가 탈출했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는 에피소드가 호평을 많이 받았었어요. 반전의 요소를 그때 잘 넣었었고 독자들도 그 부분에 많은 호평을 주셨죠.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이후로 그만한 임팩트의 반전을 뽑아내기가 어렵더라고요.
- 시즌2 목사에게도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요?
네. 시즌2가 시즌1보다 더 설득력있게 풀어나갈 수 있게 준비를 이미 다 해 놨습니다.
Q. 괴기/공포라는 장르와 사회 비판을 결합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만화를 보면서 독자들은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일들이 만화를 보면서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와 욕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사회가 많이 답답한 면도 있으니까. 작품을 보면서 그런 사람들을 응징해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면 저도 기분 좋고 독자들도 기분이 좋으니까요.
시즌 2는 이런 내용이 더 해졌어요. 시즌 1하고 시즌2하고 간격이 10년이 넘어가는데 10년전의 사회보다 지금의 상황이 더 나빠졌더라고요. 오히려 사회 부조리에 대해 다룰만한 부분이 더 많아졌죠.
Q. 중국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괴기목욕탕 덕분에 중국을 3번을 갔어요. 중국 쪽에는 66화를 33화로 압축을 했고, 중국쪽에서 좋아할만한 방식으로 편집을 많이 했더라고요. 중국에서는 요괴 나오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거기다 나쁜 인간들이 마물들에게 응징 당할 때 한국 독자들이 느끼던 카타르시스를 중국 독자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점도 흥행의 요소였죠. 중국 독자들도 만화를 보는 역량이나 눈이 확실하구나 싶었어요. 시즌2도 현재 중국 시장 진출 준비를 하고 있어요.
Q. 등장하는 마물이 매우 다양한데 마물과 관련된 자료 조사를 따로 하시는지?
별로 안 하는 편이에요. 거의 상상으로 만들어요. 구조적인 면에서 조금씩 바꿔주고 동물의 부위를 결합시키거나 특정 부위를 변형해주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릴 수 있어요. 캐릭터는 크게 고민 안 하고 그리는 편이죠.
연재를 시작할 때는 스토리를 미리 다 짜놓고 그림을 시작을 해요. 미리 그려놓는 편이라 그림 콘티가 다 있는 것도 있죠. 그런 작품 중 하나는 현재 그림 작가와 협업 중이에요.
그림작가와 협업을 하면서 놀라는 점도 있어요. 제가 못하는 부분을 정말 잘 표현하더라고요. 완성된 걸 보면서 내가 배울 점도 많아요.
Q. 시즌2를 시작하셨는데 시즌1 연재하실 때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장점과 단점으로 나눠서 말하자면… 장점은 기존의 캐릭터가 잡혀있다는 거죠. 메인 캐릭터가 잡혀있어서 편해요.
단점은 그거죠. 시즌1에서 받을 수 있었던 재미적인 측면이 컬쳐쇼크적이고 오컬트적인 부분인데. 이런 부분을 시즌1 이상으로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죠. 작품 구상을 하면서 1보다 재미 없으면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구상을 하고 나니 1보다 재밌는 것 같더라고요. 시즌 1에서 다 해결되지 못한 떡밥도 해결이 되고. 그림도 시간이 지나다보니 더 발전 됐고. 여러가지로 괜찮은 것 같아서 연재하기로 했죠.
Yes or No 인터뷰
Q.
다시 태어나도 만화를 그릴 것이다.
Yes. 너무 매력적인 일이에요. 쉽지
않으니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새 작품을 연재할 때마다 늘 신입사원이 되는 느낌입니다. 새 작품 할때마다 독자들의 반응도 새롭게 살펴야 하다보니 늘 새롭죠. 바둑처럼 매번 새롭고 경지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 매번 신입사원이면 힘들 것 같은데?
좀 더 쉽게 예를 들자면 새로운 소개팅이나 이성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랑 비슷하달까요.
Q.
요즘 작업하면서 체력이 꺾인 것을 느낀다.
Yes. 요새 죽겠어요. 나름
건강한 편인데 밤을 새기가 힘듭니다. 밤을 새야 원래 할 수 있는 분량을 끝낼 수 있는데 못 하겠더라고요. 예전에는 체력적으로 한계가 와도 버티고 할 만 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막
바로 쓰러져서 자고 그래요. 건강 곡선이 하락세를 찍는 것 같아 슬프죠.
Q.
솔직히 내 만화가 제일 재미있다.
No. 그건 아니죠.
- 그렇다면 재밌게 본 작품은?
기생수 작가가 그린 히스토리에, 국내 만화는 미생 등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사실
작품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웹툰 작가가 되다보니 작품을 보는 눈이 까다로워진 것 같아요.
Q.
10년 뒤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No. 계속 할 거에요. 앞으로
100년은 더 할 거에요. 여건도 되고 스토리도 되니까. 죽기 직전까지 다 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잡아 놓은 시놉시스가 많아요.
체력이 되는 한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거에요.
Q.
밤샘 작업할 때 내 모습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다.
No. 사람의 형상이죠. 지금하고
크게 다를 건 없어요. 수염이 더 나는 정도?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Yes. 사우나를 좋아해요. 괴기목욕탕도
사실 혼자 사우나를 갔다가 나온 작품이거든요. 목욕탕에서 한 번 목욕하다 아무도 없을 때가 있었어요. 그 때 공포감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한쪽에 나이 든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순간 섬뜩했죠. 그러다가 목욕탕에 괴물이
있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설정을 잡게 됐어요. 마물만 오면 재미 없으니까
인간도 오는 걸로 해서. 설정상 어색하지 않도록 만들었죠. 스트레스 풀려고 갔었는데 가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던거에요.
Q.
시즌 2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Yes. 비독점으로 하는 거라 매니지먼트사에서 원고료를 줘요. 원고료 이상 수익을 못 내면 미안하니까요.
Q.
다 그만두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Yes. 사람이니까 얼마나 더 그러느냐, 덜 그러느냐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있고, 작품도 해야하고.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다보니 종종 그런 생각이 들곤
하죠. 작품하느라 피곤했는데 쌓인 일이 있을 때는 정말 아무도 없는 데로 떠나고 싶어요.
작업 관련 인터뷰
Q. 장비는 어떤 걸 쓰시나요?
작업실에서는 보스토 22인치 액정 타블렛과 모니터를 쓰고 있어요. 프로그램은 포토샵으로. 다른 작가들은 클립 스튜디오를 쓰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선의 강약이 없고 선이 굵은 편이에요. 그런 선을 쓰다보니 포토샵으로도 충분해요. 컬러도 서양화 전공이라 그런지 자신이 있고요. 분위기에 맞는 컬러를
잘 쓸 수 있달까요.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강해 보이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대용으로는 모바일 스튜디오 프로 15인치를 쓰고 있어요. 원래는 컴패니언2를 썼는데 화질은 모바일 스튜디오가 더 좋지만 기기
안정성은 컴패니언2가 더 좋더라고요. 그래도 모바일 스튜디오가
화면이 커서 그런지 더 자주 씁니다.
Q.
프로그램은 어떤 걸 쓰시나요?
포토샵만 써요. 버전도 높은 거 아니고 CS3입니다. 버전 높은 걸 쓰면 용량만 잡아먹더라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제 그림은 전문적인 툴이 필요 없거든요.
Q. 연재 패턴은 어떻게 되시나요?
콘티를 완결까지 다 짜놓은 상태로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림 작업만 반복해요. 최근에는 예전보다 분량이 더 늘어나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밖에 못 쉬고 있어요. 선 작업을 제가 하면 컬러 작업을 어시스트에게 맡기고 그 후에 수정 작업을 하죠.
Q. 웹툰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자면?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준비가 되면 작가를 뛰어드는 게 아니라, ‘너네 이런 거 봤어?’ 라는
준비가 되어야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오리지날리티에 가까운 그림체, 스토리방식, 연출력을 만들어야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요. 자기가 프로로써 다른 사람들과 승부를 하려면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내 것을 만들어야 해요. 그게 작가의 무기에요. 남들하고 비슷한 작품으로 뛰어들기에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서툴러도 좋으니까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특색이 있어야
경쟁력이 생겨요.